발달장애인, 법 앞에 '평등'할까?..."갈 길 멀어"

발달장애인, 법 앞에 '평등'할까?..."갈 길 멀어"

2024.08.16. 오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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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나경철 앵커, 이은솔 앵커
■ 출연 : 김다현 YTN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퀘어 8PM]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YTN은 발달장애인이 사법 절차에서 겪는 어려움을 연속해서 전해드렸습니다.

수사 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문제, 처벌 이후에도 범행이 반복되는 현실을 조명했는데요.

이번 보도를 기획한 사회부 김다현 기자와 내용 정리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범죄에 연루됐을 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강도 살인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청년 3명이 17년 만에 누명을 벗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 기억하는 분들 계실 텐데요.

지적장애가 있거나 미성숙했던 청년들이 수사 기관의 강요로 허위 자백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습니다.

이렇게 발달장애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막기 위해, 여러 법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뢰 관계인 동석 제도인데요.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도록 가족 등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 동석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발달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런 법적 권리가 있다는 걸 알려야 하는데,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앵커]
꼭 필요한 법인데,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먼저, 수사 기관의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40대 여성 홍 모 씨는 올해 초 일행과 시비가 붙은 남성을 함께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홍 씨는 심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경찰에서 신뢰관계인과 관련한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지, 의사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지 묻는 경찰관에게 아니라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홍 씨는 발달장애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대답한 거였습니다.

홍 씨는 이미 경찰에 지적장애 사실이 명기된 복지카드를 제출한 상태였었는데요.

수사 담당자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관련 내용을 확인했겠죠.

더 섬세하게 장애 여부를 살펴서 권리를 보장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은 따돌림 기억 때문에 장애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훈련 정도에 따라 겉으로 봤을 때는 비장애인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사 기관이 더욱 적극적으로 장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발달장애인들이 이미 처벌을 받고도 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왜 그런 건지 다시 한 번 짚어주시죠.

[기자]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들이 복역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심리적으로 더욱 취약해져 범행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볼게요.

발달장애인인 30대 여성은 사기와 절도 등으로 복역한 뒤에도 다른 사람의 가방을 훔쳤다가 다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 여성이 유튜버들에게 착취를 당해 계속 범행에 빠졌다는 것이 가족들 주장입니다.

유튜버들에게 잘 보이려고 음식을 사주거나 후원을 했다는 건데, 최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발달장애인 20대 남성의 경우, 출소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거리를 배회하다가 무인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취약하고 또 사회에 적응이 힘든 경우가 많다 보니 처벌을 받은 뒤,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결국, 외부적 요인으로 범행에 빠지기 쉽다는 건데요.

재범 방지라는 형벌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비장애인과는 다른 처벌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죠?

[기자]
네, 우리 형벌이라는 게 단순히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고, 재범 방지도 주요한 목적으로 두고 있는데요.

발달 장애인들의 재범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발달장애의 정도나 범행 동기, 고의 여부 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법원 단계에서는 발달장애인 사건에 대해서 양형 조사를 의무화하고 법관의 장애 이해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요.

또, 성폭력이나 스토킹 범죄 피고인들이 선고 때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는 것처럼,

발달장애인 피고인에 대해서도 의무 교육 이수를 명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그럼, 치료감호 처분이 재범 방지나 교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요?

[기자]
치료감호는 심신 장애를 가진 범죄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처분인데요.

치료감소호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국립법무병원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열악한 여건 탓에 제대로 된 치료는 어렵고 사실상 감호만 남았다는 비판이 잇달았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없고, 행동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약물 처방과 격리만 반복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는데요.

법무부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최근 성인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발달장애 전문 병실을 개설했습니다.

수용자 인권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의문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병원 내 의사 수가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기준 법무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7.2명으로 의사 한 명이 환자 110명가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이 정한 정신과 전문의 1인당 적정 환자 수, 60명과 비교해 2배 정도를 감당하는 겁니다.

좋은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려면 인력이 보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최정규 / 변호사 : 실질적으로 발달장애인 수용자들이 재교육,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예의주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 전문 재판부가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소개해주시죠.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 초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전문 재판부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나 피해자가 장애인일 때, 장애 특성을 고려해 재판한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가 처음으로 진행한 사건은 발달장애인인 40대 남성 사건입니다.

이 남성은 지난해 11월 목욕탕에서 8살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몸에 비누를 문지르고 신체 중요 부위를 만져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남성은 아이가 귀여워서 그랬다고 밝혔는데, 재판에서는 잘못을 뉘우친다며 직접 준비한 반성문을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면서도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면 결코 가볍지 않은 형량인데요.

법조계 의견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어린이 강제 추행죄 자체가 형량이 높은 범죄라 중형이 불가피하긴 합니다.

다만, 집행유예 기간인 4년 동안은 법적인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범행 동기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법률 전문가들은 전문 재판부라면 심리를 섬세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수사 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의 법적 권리가 제대로 보장됐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전문 재판부가 단순히 재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큼, 장애의 특성을 더 고려해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다만, 단순히 장애를 이유로 형을 면제하거나 낮추는 건 범죄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두 살 아기를 3층 건물에서 던져 살해한 발달장애인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며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일었는데요.

발달장애인의 법적 권리도 살피면서, 피해자들의 입장도 고려할 수 있도록 공론화를 통해 적절한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김다현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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