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주인 살인마에 시신에 설탕 뿌린 이유 물었더니 “모르겠다” 황당 답변

다방 주인 살인마에 시신에 설탕 뿌린 이유 물었더니 “모르겠다” 황당 답변

2024.08.23. 오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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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23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살다 보면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고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그런 사건들이 있죠. 울산경찰청 미제 전담팀에겐 2012년 1월 발생했던 그날의 기억이 그랬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흔히들 국과수라고 부르죠. 국과수는 1992년부터 첨단 장비와 시약을 도입해 변사체는 물론 범죄자 등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DNA 검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땐 국과수의 DNA 분석이 용의자 검거에 정말 큰 도움이 되곤 하죠. 92년부터 이 제도가 도입됐다고 하니 벌써 3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긴 세월 동안 국과수의 DNA 분석 기법 역시 눈부시게 발전했죠. 어쩌면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제 전담팀의 끈질긴 수사와 국과수의 기술력으로 사건 발생 12년 만에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는데요. 용의자는 과연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남채은 변호사 (이하 남채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무려 12년 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2012년 하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12년 전이에요. 사실 영구미제로 남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의 목소리 많이 나왔던 사건이기도 했는데 일단 사건 개요부터 들어볼게요.

◆ 남채은 : 2012년 1월 12일 오후 11시 26분 무렵 울산 남구의 한 다방에서 업주인 피해 여성이 다방 계산대 앞에 쓰러져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발견 당시 피해자의 옷은 벗겨져 있었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의 목에서 졸린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 이원화 : 어떻게 발견됐던 거죠?

◆ 남채은 : 피해자의 사위가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했는데, 사건 당일 피해자는 다방 영업을 끝낸 뒤 딸의 집에 들르기로 약속했는데 밤이 늦도록 오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위가 장모가 운영하는 다방을 찾았고 문이 잠겨 있는 상태여서 열쇠공을 불러 다방문을 개방하고 들어갔는데 피해자가 출입문 바로 앞 계산대 앞에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 이원화 : 그래도 자주 연락하던 가족이 있어서 다행히 빨리 찾았던 것 같네요. 그러면 경찰은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 진행했던 겁니까?

◆ 남채은 : 네. 경찰은 피해자의 목에서 졸린 흔적을 발견하고 사인을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하여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 문이 잠겨 있던 다방에는 열쇠 뭉치가 사라졌을 뿐 통장이나 금품은 그대로 있었고, 현장에 있던 술잔이나 찻잔 등에서 별다른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장갑을 낀 범인이 다방에 들어와 여주인을 살해한 뒤 밖에서 문을 잠그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어떤 점이죠?

◆ 남채은 : 발견 당시 시신의 몸에는 설탕이 뿌려져 있었는데,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의 옷을 벗기고 주방에 있던 설탕통을 가져와 시신을 몸에 통째로 들이부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겠지만, 대전 갈마동 빌라 살인 사건이라고 이 사건 범인이 자신의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부침가루였던가요? 이걸 시신에 뿌리고 도주했던 그런 일이 있기도 했고요. 사실 살인 사건에서 이런 일들이 좀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사건을 해봤던 적이 있고요. 예전에 공공의적이라는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었잖아요. 아마 이제 그런 장면을 모방한 범죄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쨌든 용의자가 나왔습니까?

◆ 남채은 : 경찰은 우선 사망 추정 당일 다방을 출입한 것으로 확인된 손님들을 조사했지만 모두 알리바이가 있었고, 인력사무소, 다방 주변 가게 등을 탐문해 500여 명을 조사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사체 검안을 통해 추정된 사망 시각이 1월 9일 밤 시간 된 것을 감안해 1월 9일 저녁 9시 30분부터 10일 오전 6시 30분 사이에 찍힌 인근 CCTV 화면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다만 다방 내부에는 CCTV가 없었으며, 사건 현장 입구에 CCTV 카메라는 10초마다 촬영 각도가 바뀌게 돼 있어 이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서 범행 증거가 될 만한 장면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는 사망한 피해자의 손톱 밑에서 채취한 DNA 시료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장면도 영화의 한 장면 같네요. 그 사건 발생한 게 2012년이라고 했으니까 DNA 식별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 남채은 : 네. 경찰은 피해자의 손톱에서 채취한 DNA 시료를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남녀의 DNA가 섞여 있어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후에도 경찰은 다방 간판 불이 꺼지기 5분 전 그 건물에서 나온 남성이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건물 앞 CCTV에 찍힌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찾는 전단지 5천여 장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으나 수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 이원화 : 저희가 매주 금요일 미제 사건 다루고 있습니다만 미제 사건의 공통적인 특징이 사건 초반에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 이게 제법 클 것 같은데 결국 이 사건도 장기 미제로 분류됐죠.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결국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장기 미제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7년 뒤 이 사건은 반전을 맞게 됩니다.

◇ 이원화 : 어떤 반전이었죠?

◆ 남채은 : 사건을 인계받은 울산 경찰청 미제사건 전담 수사팀은 국과수 원주 본원의 미재협력분석실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여 피해자의 손톱에서 확보한 DNA 시료를 재감정하기로 한 겁니다. 수사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남아 있던 피해자 손톱이 혼합 DNA 샘플 잔량을 확보하여 국과수 본원에서 사건 발생 당시보다 더 발달된 DNA 분석 기술로 재감정을 진행했고, DNA 증폭 감식 기술로 2012년 당시 확인하지 못했던 유전자 정보의 인적 사항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이원화 : 2012년 당시에는 남녀 DNA가 섞여 있어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 이야기했었잖아요. 그러면 섞여 있다던 DNA를 각각 분리해낸 건가요?

◆ 남채은 : 국과수는 2019년 10월 혼합 유전자 중 남성 DNA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재감정에서 추출된 DNA 정보는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남성의 것과 동일했습니다.

◇ 이원화 : DNA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한 범죄가 살인이라든지 성폭행이라든지 몇몇 강력 범죄에 한해서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거든요. 맞습니까?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DNA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방화, 살인, 강도, 성범죄, 약취유인, 체포, 감금, 마약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뒤 형이 확정된 수영인 등을 대상으로 검찰이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DNA 감식 시료 채취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모두 11개 유형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유전자 정보를 확인한 남성은 2013년 1월 울주군 언양읍의 한 다방에서 재떨이로 여주인을 폭행해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 이원화 :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저희가 이야기 나누고 있는 다방 여주인 살인 사건과 굉장히 흡사해 보이기는 하네요.

◆ 남채은 : 네. 남성은 울주군 언양읍의 한 다방에서 착한 문제로 여주인과 다투다, 재떨이 등으로 심하게 폭행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이 사건 발생 1여년 만에 벌어진 언양읍 다방 폭행 사건도 다방에 여주인만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 우연히 다른 손님들이 다방에 들어오면서 남성의 폭행 현장을 목격하고 신고해 경찰에 바로 체포됐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러면 DNA도 나왔고 경찰이 바로 체포를 했나요?

◆ 남채은 : 경찰이 바로 체포하지는 못했습니다. DNA로 인적 사항을 특정했다고 해서 바로 체포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경찰은 추가적인 보강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사건 관계인 300여 명을 만나고 남성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되는 행선지 500여 곳을 탐문하여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남성이 2012년 1월쯤 신정동 다방 인근 여관을 전전했습니다. 단골이었던 남성이 다방 살인 사건 발생한 다음 날부터 오지 않았다..라는 주변인과 다른 다방 주인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무려 4년간 재수사가 이어지면서 남성이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 경찰은 추적 끝에 2023년 12월 27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양산의 한 여관에서 사건 발생일로부터 12년 만에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 이원화 : 국과수의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경찰의 끈질긴 수사 의지가 결국 빛을 발한 그런 사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경찰이 근성 어린 수사를 이어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범행 12년 만에 검거된 범인은 범행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경찰이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심리적인 압박과 회유에 들어가자 결국 범행 전부를 자백했습니다. 남성은 2012년 1월 9일 처음으로 사건이 벌어진 다방을 찾았고, 이날 밤 9시 27분경 술을 마신 상태에서 다른 손님들이 모두 귀가한 것을 확인한 뒤 다방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술김에 다방 여주인인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자신을 격멸하는 것 같다는 모욕감에 화가 나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원화 : 저는 궁금한 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까 말한 설탕 뿌린 부분 이거 왜 그랬는지 밝혀졌나요?

◆ 남채은 : 남성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설탕을 뿌린 이유에 대해서는 설탕을 뿌린 것은 인정하나 그 이유는 모르겠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이원화 : 아마 자신의 DNA라든지 이런 게 혹시라도 남아 있을까 봐 그러지 않았을까..? 라는 범행 현장을 어쨌든 훼손하려는 그런 의도는 있었던 것 같아요.

◆ 남채은 : 아무튼 울산지방검찰청은 남성을 살인죄로 기소했고, 재판부는 남성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손님에게 친절했을 뿐인 피해자를 살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를 했다며 유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12년간 슬픔의 시간을 보냈다..라고 다만 계획적 범죄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늦게나마 자백한 점 등을 참작했다라며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범행 현장의 DNA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이 대목이 여기 등록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좀 더 넓힐 수는 없나 이런 생각도 드는 것 같습니다.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죠?

◆ 남채은 : 네. 현재는 11개 유형의 강력 범죄만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범죄 유형을 넓히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DNA 데이터베이스화는 현재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70여 개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2010년 7월부터 DNA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강력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DNA를 채취했고 이들의 DNA 신원 확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여 관리하고 있는데요.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장기 미제로 남겨져 있던 5천여 건 강력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DNA는 미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에 해외 국가들 역시 DNA 정보를 확보해 활용하고 있는데요. 오스트리아나 덴마크, 스위스 등은 수사 기록이 남는 모든 범죄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이들의 DNA 정보를 저장해 두고 있고, 핀란드와 포르투갈은 3년 이상 징역 선고를 받은 경우,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 등은 법이 정한 심각한 범죄에 해당할 경우 DNA 정보를 DB로 만들어 확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독일의 경우에는 발생한 범죄를 둘러싸고 구금된 자 이외에도 체포 또는 기소된 자, 가석방 및 보호관찰 대상자 등 그리고 독일의 경우는 제3자에 대해서도 DNA 정보와 관련하여 신체 조직 세포 채취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이게 왜 그러냐면 지금 이 사건도 그렇지만 강력범죄가 반드시 처음부터 강력범죄로 시작이 되는 건 아니고 다른 폭력범죄라든지 이런 것들이 누적이 되면서 반복되다가 나중에 종국적으로 강력범죄로 발현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다면 초기부터 좀 관리를 해야 될 필요가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건 X파일 오늘은 2012년 울산에서 발생한 다방 여주인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국과수의 DNA 분석 기법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사건 당시만 해도 불가능했던 범인 특정이 이젠 하나둘 가능해지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용의자를 특정 못해 장기 미제로 남아야만 했던 다른 사건들 역시 이 사건과 같은 결말 맺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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