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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11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수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영화 제목인데요. 오늘 다뤄볼 이 사건을 듣고 나면 아마 이 영화 제목에 공감하면서도 씁쓸한 마음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귀가하려던 여성 A씨. A씨는 자신을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남성 B씨를 택시기사로 착각하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의 차에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그는 택시기사가 아니었죠. 그는 잠들어 있던 A씨를 인근 야산으로 데리고 갔고, 그 와중에 근처 편의점에도 잠시 들렀습니다. 과연 그가 편의점에서 사려고 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건 엑스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수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수민 변호사 (이하 김수민) : 네 안녕하세요. 김수민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원화 : 그렇게 오래된 사건은 아닙니다. 한 4년 전쯤 있었던 사건이죠.
◆ 김수민 : 20대 여성 A씨가 2020년 7월 19일 새벽 술에 취해 부산 서면 번화가 길거리에 앉아 있었는데요. 이를 본 30대 남성 B씨는 집이 어디냐 태워주겠다라며 A씨에게 접근하였고, 택시기사로 한 A 씨가 00동이라며 차에 올라타자 B씨는 차를 00동이 아닌 6km가량 떨어진 연제구 황령산으로 돌려 납치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술 취한 여성을 보고 나쁜 마음을 먹었었던 것 같긴 한데요.
◆ 김수민 : 남성 B씨가 몬 차가 황령산 산길에 도착한 오전 9시 25분쯤은 출근 시간이 지난 관계로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차량도 뜸했고, B 씨가 조수석에 잠들어 있는 A씨를 두고 인근 편의점으로 가 청테이프, 소주 콘돔을 구매해 돌아온 다음 A씨 몸을 청테이프로 묶은 뒤 강제 키스를 시도한 범행 경위만 보더라도 납치할 당시부터 여성을 상대로 나쁜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 이원화 : 여성이 술에 취한 상태지만 혹시라도 깨서 반항할까 봐 청테이프까지 준비한 걸로 보이는데 굉장히 치밀하고 악질이다 싶습니다.
◆ 김수민 : 그렇습니다. B씨는 경찰 조사 때 편의점에서 음료수, 소주, 청테이프 외에 다른 물건을 구입한 적이 없다라며 발뺌을 했는데요.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 서면에서 황령산까지 설치된 CCTV, 편의점, CCTV 등을 살핀 결과 B씨는 A씨가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를 명확하게 확인하였고, 이후 B씨가 콘돔을 구매한 걸 보면 애초부터 성폭력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보여 혹시나 성관계 중 피해자 여성이 술에 깨서 반항할 것을 대비하여 청테이프까지 구매한 걸 보면 굉장히 치밀하게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황당하게도 이 남성은 오히려 이 여성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점에서 악질적이기라고도 평가할 수 있는데요.
◇ 이원화 : 본인이 한 짓이 있는데 경찰에 본인이 뭘 신고했어요?신고를 할 게 있어요?
◆ 김수민 : 피해 여성이 자다가 이상한 느낌에 깜짝 놀라면서 깼고 방어 본능으로 무의식적으로 가해 남성의 혀를 물어버리면서 남성의 혀끝 3cm가량이 떨어져 나갔는데요.이걸로 남성은 피를 흘리면서 인근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저 사람이 내 혀를 잘랐다 라며 피해 여성을 중상해죄로 신고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여성은 납치에 강간 미수에 누가 보다 완벽한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수사를 받게 된 건가요?
◆ 김수민 : 아무래도 남성이 혀끝이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피를 흘리며 경찰에 신고를 하다 보니 일단 사건 경위 파악을 하기 위해 피해 여성을 가해자로 수사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얼마 뒤 여성도 남성을 강간치사 혐의로 맞고소해서 남성도 가해자로 수사를 받게 되긴 하였습니다.
◇ 이원화 : 관건은 여성의 행동, 그러니까 청테이프로 몸이 결박된 상태에서 남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혀를 깨물었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걸 정당방위로 볼 수 있냐 없냐 이 부분일 것 같은데 이게 정당방위가 안 될 수도 있나요?
◆ 김수민 : 일단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 그러니까 위법이 있어야 되고요. 그리고 그에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어야 되는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CCTV 등으로 남성이 유사 성매매 업소인 키스방에 가려다가 비용 문제로 길거리 헌팅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차량을 몰며 거리를 배회하다가 여성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피해 여성의 행위가 다행히 위법에 대한 방어 행위였음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방위 행위가 상당한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아닌 과잉 방위 라고 해서 처벌될 수도 있는데요. 경찰은 2020년 11월 2일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열고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방어인지 판단을 해봤는데요. 다만 과잉 방어에는 해당하고 그 형법 제21조 제3항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당황해 이루어진 행위는 벌할 수 없다를 적용해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넘겼습니다.
◇ 이원화 : 조금 찜찜한 게요. 불기소 의견으로 넘기기는 했지만 어쨌든 여성의 행위가 정당방위가 아니었다라는 게 경찰의 입장인 거잖아요. 제가 만약 이 여성이었으면 좀 황당했을 것 같거든요.
◆ 김수민 : 그렇죠. 경찰은 어쨌든 혀가 잘려나갈 정도의 방위 행위는 상당한 정도를 초과해서 다소간의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인데요. 성범죄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가해자라고 본 것이 좀 황당했을 겁니다. 부산동부지검에서는 A씨가 혀를 깨문 것은 자기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2021년 2월 여성 A씨에 대해 중상해죄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한편, 남성 B씨를 강간 치상 및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은 A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간주하고 자신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21조 제1항을 적용한 것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경찰은 혀 절단 행위를 위법성이 있다고 본 것이고, 검찰은 위법성이 없다고 본 것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 김수민 : 그렇죠. 법원도 2021년 8월 3일 검찰 기소 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남성 B씨에게 징역 3년형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내렸습니다.당시 재판부는 B씨는 피해자가 혀를 깨물어 저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치고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입 부위를 때리는 등 상해를 입혔음에도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죄질이 나쁘다고 질타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 이원화 : 사실 충격적인 범행 경위에 비해서는 형량이 좀 낮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아마 가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결과를 어느 정도 참작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다시금 주목받게 된 그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1964년 경남 김해에서 일어났던 사건인데요. 방금 이야기 나눠본 사건과 굉장히 닮아있는 그런 사건이죠?
◆ 김수민 : 이 사건 이후 1964년 5월 6일 경남 김해에서 일어난 혀 절단 사건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18세이던 최말자 씨는 당시 21세의 동네 청년인 C 씨가 강제 키스를 시도하자 본능적으로 혀를 깨물었고, 혀가 1.5cm가량 잘린 C씨는 이후 친구들을 몰고 최 씨의 집으로 가 집안 살림을 박살낸 사건이죠.
◇ 이원화 : 사건 발생 이유가 궁금한데요. 앞 사건과 비슷하게 진행이 됐나요?
◆ 김수민 :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성 C씨에 대해 강간 미수가 아닌 특수 주거 침입으로 오히려 여성 최 씨에 대해서는 중상해죄로 검찰에 송치되었고, 최 씨는 심지어 검찰에 구속된 상태로 수사를 받았어야 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당시 검찰은 여성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 이렇게 판단했던 거네요.
◆ 김수민 : 그렇습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강제 키스를 시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보복성으로 친구들을 몰고 여러 명이서 성범죄 피해자 집에 급습을 하고 집안 살림까지 박살낸 C씨를 일방적인 가해자로도 볼 수가 있는데 당시 오히려 최 씨가 중상해죄로 기소되고, C 씨는 단순히 주거침입죄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최 씨의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것이었고, 오히려 C 씨의 성폭행 혐의도 인정되지 않아서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형량이 무거운 죄로 심판을 받게 된 것이죠. 그리고 최 씨 증언에 따르면 당시 수사한 검찰은 최 씨에게 왜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질타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판부도 피해자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 같이 살 생각은 없었는가라고 되묻는 등 최 씨에게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언론도 이 사건을 두고 키스 한 번에 벙어리, 혀 자른 키스 등의 제목으로 남성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하고요.
◇ 이원화 :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 김수민 : 1965년 1월 법원은 최 씨의 집이 범행 장소와 불과 100m 떨어졌음에도 소리를 지르지 않은 점, 언어 구사가 힘들 정도로 상해를 입은 것으로 봐 방어의 정도를 넘어섰다라며 피해자 최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가해자 C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는데, 판결 내용을 보면 시대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그리고 구속 수사를 받은 최 씨는 6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폐해져서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씀하시고 죄인이라는 주홍 글씨를 달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며 산 인생이었다고 밝힌 부분이 마음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남성 C 씨는 이 사건 이후 병역의 의무를 마친 뒤 결혼하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했고요. 그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억울함을 묻고 살아왔던 채 씨는 우리 사회에 미투 바람이 불었던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하기는 했습니다.
◇ 이원화 : 재심을 청구하셨네요?
◆ 김수민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재심 재판부는 청구인에 대한 공소와 재판은 반세기 전에 오늘날과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당시의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다라며 당시 법원의 성차별적인 인식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1심, 2심 재판부 모두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현재 최 씨가 2023년 5월 31일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고요. 최 씨 사건의 경우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 자체를 상당히 남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이와 같은 성범죄 사건에 한정하여서라도 성별이 다르고 신체 조건도 다르고 처해진 환경이 다른데 절대 공격 행위와 방어 행위가 똑같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좀 더 성인지 감수성을 견지하여 사건을 다시 한 번 판단해보면 어떨까 하는 소견입니다.
◇ 이원화 : 60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기 위해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던 피해 여성, 그리고 4년 전 같은 이유로 같은 행동을 했던 피해 여성. 두 여성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도 비슷했지만 중상해죄와 무혐의로 사건 이후의 상황은 180도 달랐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던 걸까요?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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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수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영화 제목인데요. 오늘 다뤄볼 이 사건을 듣고 나면 아마 이 영화 제목에 공감하면서도 씁쓸한 마음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귀가하려던 여성 A씨. A씨는 자신을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남성 B씨를 택시기사로 착각하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의 차에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그는 택시기사가 아니었죠. 그는 잠들어 있던 A씨를 인근 야산으로 데리고 갔고, 그 와중에 근처 편의점에도 잠시 들렀습니다. 과연 그가 편의점에서 사려고 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건 엑스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수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수민 변호사 (이하 김수민) : 네 안녕하세요. 김수민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원화 : 그렇게 오래된 사건은 아닙니다. 한 4년 전쯤 있었던 사건이죠.
◆ 김수민 : 20대 여성 A씨가 2020년 7월 19일 새벽 술에 취해 부산 서면 번화가 길거리에 앉아 있었는데요. 이를 본 30대 남성 B씨는 집이 어디냐 태워주겠다라며 A씨에게 접근하였고, 택시기사로 한 A 씨가 00동이라며 차에 올라타자 B씨는 차를 00동이 아닌 6km가량 떨어진 연제구 황령산으로 돌려 납치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술 취한 여성을 보고 나쁜 마음을 먹었었던 것 같긴 한데요.
◆ 김수민 : 남성 B씨가 몬 차가 황령산 산길에 도착한 오전 9시 25분쯤은 출근 시간이 지난 관계로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차량도 뜸했고, B 씨가 조수석에 잠들어 있는 A씨를 두고 인근 편의점으로 가 청테이프, 소주 콘돔을 구매해 돌아온 다음 A씨 몸을 청테이프로 묶은 뒤 강제 키스를 시도한 범행 경위만 보더라도 납치할 당시부터 여성을 상대로 나쁜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 이원화 : 여성이 술에 취한 상태지만 혹시라도 깨서 반항할까 봐 청테이프까지 준비한 걸로 보이는데 굉장히 치밀하고 악질이다 싶습니다.
◆ 김수민 : 그렇습니다. B씨는 경찰 조사 때 편의점에서 음료수, 소주, 청테이프 외에 다른 물건을 구입한 적이 없다라며 발뺌을 했는데요.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 서면에서 황령산까지 설치된 CCTV, 편의점, CCTV 등을 살핀 결과 B씨는 A씨가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를 명확하게 확인하였고, 이후 B씨가 콘돔을 구매한 걸 보면 애초부터 성폭력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보여 혹시나 성관계 중 피해자 여성이 술에 깨서 반항할 것을 대비하여 청테이프까지 구매한 걸 보면 굉장히 치밀하게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황당하게도 이 남성은 오히려 이 여성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점에서 악질적이기라고도 평가할 수 있는데요.
◇ 이원화 : 본인이 한 짓이 있는데 경찰에 본인이 뭘 신고했어요?신고를 할 게 있어요?
◆ 김수민 : 피해 여성이 자다가 이상한 느낌에 깜짝 놀라면서 깼고 방어 본능으로 무의식적으로 가해 남성의 혀를 물어버리면서 남성의 혀끝 3cm가량이 떨어져 나갔는데요.이걸로 남성은 피를 흘리면서 인근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저 사람이 내 혀를 잘랐다 라며 피해 여성을 중상해죄로 신고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여성은 납치에 강간 미수에 누가 보다 완벽한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수사를 받게 된 건가요?
◆ 김수민 : 아무래도 남성이 혀끝이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피를 흘리며 경찰에 신고를 하다 보니 일단 사건 경위 파악을 하기 위해 피해 여성을 가해자로 수사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얼마 뒤 여성도 남성을 강간치사 혐의로 맞고소해서 남성도 가해자로 수사를 받게 되긴 하였습니다.
◇ 이원화 : 관건은 여성의 행동, 그러니까 청테이프로 몸이 결박된 상태에서 남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혀를 깨물었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걸 정당방위로 볼 수 있냐 없냐 이 부분일 것 같은데 이게 정당방위가 안 될 수도 있나요?
◆ 김수민 : 일단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 그러니까 위법이 있어야 되고요. 그리고 그에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어야 되는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CCTV 등으로 남성이 유사 성매매 업소인 키스방에 가려다가 비용 문제로 길거리 헌팅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차량을 몰며 거리를 배회하다가 여성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피해 여성의 행위가 다행히 위법에 대한 방어 행위였음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방위 행위가 상당한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아닌 과잉 방위 라고 해서 처벌될 수도 있는데요. 경찰은 2020년 11월 2일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열고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방어인지 판단을 해봤는데요. 다만 과잉 방어에는 해당하고 그 형법 제21조 제3항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당황해 이루어진 행위는 벌할 수 없다를 적용해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넘겼습니다.
◇ 이원화 : 조금 찜찜한 게요. 불기소 의견으로 넘기기는 했지만 어쨌든 여성의 행위가 정당방위가 아니었다라는 게 경찰의 입장인 거잖아요. 제가 만약 이 여성이었으면 좀 황당했을 것 같거든요.
◆ 김수민 : 그렇죠. 경찰은 어쨌든 혀가 잘려나갈 정도의 방위 행위는 상당한 정도를 초과해서 다소간의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인데요. 성범죄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가해자라고 본 것이 좀 황당했을 겁니다. 부산동부지검에서는 A씨가 혀를 깨문 것은 자기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2021년 2월 여성 A씨에 대해 중상해죄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한편, 남성 B씨를 강간 치상 및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은 A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간주하고 자신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21조 제1항을 적용한 것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경찰은 혀 절단 행위를 위법성이 있다고 본 것이고, 검찰은 위법성이 없다고 본 것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 김수민 : 그렇죠. 법원도 2021년 8월 3일 검찰 기소 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남성 B씨에게 징역 3년형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내렸습니다.당시 재판부는 B씨는 피해자가 혀를 깨물어 저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치고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입 부위를 때리는 등 상해를 입혔음에도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죄질이 나쁘다고 질타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 이원화 : 사실 충격적인 범행 경위에 비해서는 형량이 좀 낮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아마 가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결과를 어느 정도 참작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다시금 주목받게 된 그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1964년 경남 김해에서 일어났던 사건인데요. 방금 이야기 나눠본 사건과 굉장히 닮아있는 그런 사건이죠?
◆ 김수민 : 이 사건 이후 1964년 5월 6일 경남 김해에서 일어난 혀 절단 사건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18세이던 최말자 씨는 당시 21세의 동네 청년인 C 씨가 강제 키스를 시도하자 본능적으로 혀를 깨물었고, 혀가 1.5cm가량 잘린 C씨는 이후 친구들을 몰고 최 씨의 집으로 가 집안 살림을 박살낸 사건이죠.
◇ 이원화 : 사건 발생 이유가 궁금한데요. 앞 사건과 비슷하게 진행이 됐나요?
◆ 김수민 :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성 C씨에 대해 강간 미수가 아닌 특수 주거 침입으로 오히려 여성 최 씨에 대해서는 중상해죄로 검찰에 송치되었고, 최 씨는 심지어 검찰에 구속된 상태로 수사를 받았어야 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당시 검찰은 여성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 이렇게 판단했던 거네요.
◆ 김수민 : 그렇습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강제 키스를 시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보복성으로 친구들을 몰고 여러 명이서 성범죄 피해자 집에 급습을 하고 집안 살림까지 박살낸 C씨를 일방적인 가해자로도 볼 수가 있는데 당시 오히려 최 씨가 중상해죄로 기소되고, C 씨는 단순히 주거침입죄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최 씨의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것이었고, 오히려 C 씨의 성폭행 혐의도 인정되지 않아서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형량이 무거운 죄로 심판을 받게 된 것이죠. 그리고 최 씨 증언에 따르면 당시 수사한 검찰은 최 씨에게 왜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질타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판부도 피해자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 같이 살 생각은 없었는가라고 되묻는 등 최 씨에게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언론도 이 사건을 두고 키스 한 번에 벙어리, 혀 자른 키스 등의 제목으로 남성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하고요.
◇ 이원화 :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 김수민 : 1965년 1월 법원은 최 씨의 집이 범행 장소와 불과 100m 떨어졌음에도 소리를 지르지 않은 점, 언어 구사가 힘들 정도로 상해를 입은 것으로 봐 방어의 정도를 넘어섰다라며 피해자 최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가해자 C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는데, 판결 내용을 보면 시대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그리고 구속 수사를 받은 최 씨는 6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폐해져서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씀하시고 죄인이라는 주홍 글씨를 달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며 산 인생이었다고 밝힌 부분이 마음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남성 C 씨는 이 사건 이후 병역의 의무를 마친 뒤 결혼하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했고요. 그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억울함을 묻고 살아왔던 채 씨는 우리 사회에 미투 바람이 불었던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하기는 했습니다.
◇ 이원화 : 재심을 청구하셨네요?
◆ 김수민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재심 재판부는 청구인에 대한 공소와 재판은 반세기 전에 오늘날과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당시의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다라며 당시 법원의 성차별적인 인식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1심, 2심 재판부 모두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현재 최 씨가 2023년 5월 31일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고요. 최 씨 사건의 경우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 자체를 상당히 남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이와 같은 성범죄 사건에 한정하여서라도 성별이 다르고 신체 조건도 다르고 처해진 환경이 다른데 절대 공격 행위와 방어 행위가 똑같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좀 더 성인지 감수성을 견지하여 사건을 다시 한 번 판단해보면 어떨까 하는 소견입니다.
◇ 이원화 : 60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기 위해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던 피해 여성, 그리고 4년 전 같은 이유로 같은 행동을 했던 피해 여성. 두 여성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도 비슷했지만 중상해죄와 무혐의로 사건 이후의 상황은 180도 달랐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던 걸까요?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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