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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25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누군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공감하게 되는 일. 이게 가능할까요? ‘에이 그게 어떻게 가능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이 사건 듣고 다시 한 번 판단해 보시길 바랍니다. 1970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54년 전이었습니다. 김부남 씨는 당시 9살의 아주 어린 소녀였죠. 평소 밝고 명랑했다던 부남 씨.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부남 씨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늘 우울해 보였고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죠. 그렇게 21년이라는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습니다. 1991년 8월 김부남 씨는 한 남성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리고 재판장에서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다는 말을 남겼는데요. 도대체 부남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변호사 (이하 임흥준)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인권 문제 때문이라도 누군가의 이름 실명이 붙은 사건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오늘 살펴볼 이 사건은 김부남 사건이라고 누군가의 실명이 사건 이름으로 붙어 있네요.
◆ 임흥준 : 김부남 씨가 오늘 알아볼 사건의 피의자이자 피고인이시고요. 예전에는 강력범죄 등 주요 사건의 피의자 인적사항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사건 앞에 붙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1998년 7월 14일이죠, 대법원이 신상 공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뒤부터는 피의자 인적사항 공개에 제동이 걸렸고요. 2003년 3월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경찰이 피의자 신상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김 모 씨 아니면 A씨라고 표현 많이 하죠.
◇ 이원화 : 김부남 씨가 피고인, 그러니까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였다는 건데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 임흥준 : 김 씨가 피해자 송 씨 집 문을 박차고 방 안으로 들어가 부엌칼로 송 씨의 생식기와 낭심을 집중적으로 난도질 했습니다. 피해자 송 씨는 사건 당시 나이가 55세로 연세가 좀 있으셨고요. 중풍까지 앓고 계셔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이니 제대로 대응도 못하시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김 씨는 송 씨를 살해하기 위해 시장에 가서 부엌칼과 과도도 샀고요. 칼집을 만들어 허리띠 양쪽에 찬 뒤 코트 자락을 제치고 빠르게 칼을 뽑아드는 연습도 여러 차례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원화 : 여기까지만 들으면 피해자분이 굉장히 불쌍하고 가해자분이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면 나쁜 사람이다 이런 생각까지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해자랑 피해자랑 혹시 서로 아는 사이였던 건가요?
◆ 임흥준 : 네. 이 사건 당시로부터 21년 전인 1970년, 피해자는 가해자의 이웃집에 살고 있던 아저씨였습니다. 두 분이 또 모를 수도 없었던 게 김 씨 집에 우물이 없어서 김 씨는 자주 송 씨네 집에 물을 길으러 갔다고도 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왜 21년 만에 갑자기 송 씨를 살해한 건가요?
◆ 임흥준 : 제가 살인을 정당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럴 만한 동기가 있긴 했습니다. 그날도 김 씨가 물을 길으러 송 씨네 집에 갔던 날인데요. 송 씨가 심부름 시킬 일이 있다며 잠시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김 씨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김 씨가 방에 들어가자 송 씨는 돌변해서 김 씨 옷을 강제로 벗기고 입을 틀어막은 뒤 강간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 때문에 김 씨가 송 씨를 결국 21년이 지나 살해하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 이원화 : 9살이면 초등학교 2학년 정도거든요. 정말 어린 나이인 건데 사건 이후 제대로 된 신체적 정신적 치료는 받았을까요?
◆ 임흥준 :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송 씨가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말하면 너도 죽고 니 부모와 오빠도 다 죽는다”라고 김 씨에게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 씨는 아래의 상처에서 계속 피가 나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도 자신과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봐 절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가족과 이웃, 학교 선생님에게는 “그냥 좀 다쳐서 아픈데 괜찮아요”라고 하며 얼버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열흘 정도가 지나자 아래의 상처는 거의 아물고 걷는 것도 편해졌습니다. 신체적인 상처는 자연 치유된 것이겠죠. 근데 김 씨는 매번 물을 길으러 송 씨네에 가야 했기 때문에 그 정신적 트라우마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나치게 화장실을 자주 찾는다거나 밤에 오줌을 싼다거나 툭하면 멍하니 정신줄을 놓는다거나 하는 그런 이상 행동도 잦아졌고요.
◇ 이원화 : 어린아이가 부모님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거든요.
◆ 임흥준 : 일단 시대가 1970년대입니다. 치료는커녕 말도 어디다 할 수 없는 시대죠. 결국 김 씨가 그렇게 스스로 상처를 감내하면서 성인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김 씨는 20살이 되자 고향집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김 씨는 남들처럼 평범한 행복을 꿈꿨지만 성폭행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었고, 남편과 부부관계를 갖기라도 할 시에는 남편이 송 씨처럼 느껴져 관계를 가질 수 없었죠.
◇ 이원화 :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각했네요.
◆ 임흥준 : 네 맞습니다. 김 씨가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는데요. 남편은 이해나 공감을 해주기는커녕 어린 나이에 겪은 일을 왜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냐라고 타박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남편이 처갓집에 전화해 이러한 피해 사실을 알리며 결혼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결국 김 씨가 정신과 진료도 받아가면서 극복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혼은 두 달 만에 파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후 김 씨는 또 결혼을 하게 되는데요. 두 번째 남편과는 부부관계를 정상적으로 갖는가 싶다가도 역시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어 혼인 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김 씨는 평범한 행복을 찾기 위해 고민하게 됐고, 모든 고통의 원인은 1970년 송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때문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 이원화 : 너무 안타까운 사건입니다만 감정과는 상관없이 너무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 문제가 걸리거든요.
◆ 임흥준 : 여기서 첫 번째 법률적 쟁점이 공소시효입니다. 당시에는 아동을 성폭행해도 성인을 성폭행한 것과 같이 처벌했었기 때문에 일반 형법상의 공소시효가 적용됐을 겁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21년이 지났으니 공소시효가 완성됐을 수밖에 없고요. 또 두 번째 법률적 쟁점은 친고죄입니다. 친고죄는 청취자분들도 좀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당시 강간죄는 친고죄였고 친고죄의 고소 기한이 6개월이다 보니까 이미 고소 기한이 지나 고소를 진행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무튼 김 씨가 법률적으로 해결을 할 수 없으니 도의적으로라도 송 씨에게 책임을 묻죠. 근데 송 씨가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김 씨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유는 김 씨의 오빠가 송 씨로부터 40만 원을 합의금 쪽으로 지급받았기 때문입니다. 송 씨는 더 이상 자신에게는 21년 전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결국 김 씨는 극단적인 결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극단적인 결심이라는 게 뭐 자신을 해하는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거였죠?
◆ 임흥준 : 네. 앞서 언급 드렸었는데 김 씨가 시장에 가서 부엌칼과 과도를 샀고요. 칼집을 만들어 허리띠 양쪽에 찬 뒤 칼을 뽑는 연습도 합니다. 즉, 송 씨를 죽일 결심을 했다는 것이죠. 아무튼 김 씨는 송 씨 집으로 찾아가 문 밖에 서서 할 말이 있으니 친정집으로 오라라고 요구를 합니다. 근데 송 씨는 이미 40만 원 주고 합의 봐서 다 끝난 일 가지고 왜 또 그러냐라고 하면서 오히려 욕설을 퍼붓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김 씨가 문을 박차고 방 안으로 들어가 코트 자락을 제치고 부엌 칼을 뽑아든 뒤에 중풍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였던 송 씨의 생식기를 향해 칼을 휘둘렀고 송 씨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김 씨는 멈추지 않고 찔렀고요. 송 씨가 필사적으로 방어하자 김 씨는 허리춤에서 과도를 꺼내 재차 송 씨의 하복부를 마구 찌릅니다. 비명 소리에 놀라 이웃들이 달려와 김 씨를 말려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하네요.
◇ 이원화 : 그랬을 것 같아요. 경찰이 출동했을 때 도망가려 하지도 않고 흉기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하더라고요.
◆ 임흥준 : 네. 완전히 체념한 것이겠죠. 어떻게 보면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좀 허망하기도 했을 겁니다. 제가 정확히 김 씨의 기분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요. 어쨌든 김 씨는 당연히 경찰한테 현행범으로 체포됐고요. 검찰은 당연히 살인 혐의로 김 씨를 기소합니다. 다만 살인죄의 징역형 형량은 5년 이상인데 검찰은 가장 적은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 이원화 : 피고인인 김부남 씨가 재판 과정에서 남긴 말이 지금까지도 굉장히 유명하죠.
◆ 임흥준 : 김 씨가 여기서 그 유명한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다”라는 발언을 하게 됩니다. 이 발언 덕에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아동 성폭력 문제를 처음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짐승보다 못한 아동 성폭행이 낯선 괴물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나 친척, 가족 등 아는 사람에 의해 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었는데 그 틀을 깨버린 것이죠. 어쨌든 재판부는 “김 씨의 9살 때의 강간 경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했고, 김 씨는 이상한 행동, 부적절한 정서 흥미의 결여, 심한 사회적 고립과 위축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잠재형 정신분열증 환자로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이와 같은 증상이 갑자기 발현되면서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의한 행동의 장애를 보였던 것이다.“ 라고 판단하며 징역 2년 6월의 집행유예 3년 1년의 치료 감호 명령을 내립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각 항소 및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고요.
◇ 이원화 : 계획 범죄에 피해자가 사망을 했는데 이 정도 판결이면 굉장히 이례적이다라고 볼 수 있는 거잖아요.
◆ 임흥준 : 일반적으로 계획적인 범죄이고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이 있다면 특별양형 인자 중 가중 요소로서 살인죄의 피고인이 더 엄하게 다스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최소 15년에서 20년 정도 보장을 해야 되죠.
◆ 임흥준 : 그런데 재판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김 씨가 그간 받은 고통 내지 피해를 고려해서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살인죄에서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손에 꼽죠. 근데 또 그만큼 김 씨의 피해가 재판부에 잘 어필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일로 아동에 대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고요.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면도 상당히 많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이유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나올 때마다 항상 회자되곤 하는 사건이기도 한데요. 성폭력특별법 제정에도 이 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죠.
◆ 임흥준 : 네. 이 사건을 계기로 1994년 1월 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의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1997년에는 13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을 비친고죄로 변경했고요.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고발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또 친족에 의한 성폭행의 경우 친족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으로 확대해 의붓 아버지 등의 성폭력도 처벌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2011년엔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앴고요. 아울러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성폭력 전과자에 대하여는 영원히 교육 공무원이 되는 길을 막는 등 다방면에서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는 직접적인 영향이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어린 시절 당했던 성폭행 피해에 평생 시달리다 21년 만에 결국 성폭행범을 살해한 김부남 사건 살펴봤습니다. 당시 판결을 내렸던 1심 재판부의 서태웅 전 판사는 김부남 씨를 어떻게 처벌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느냐를 고심했다 전하기도 했는데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 이 자체는 절대 용서될 수 없는 범죄입니다만 어떤 사건에서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정말 흔치 않은 케이스임은 분명한 것 같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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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누군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공감하게 되는 일. 이게 가능할까요? ‘에이 그게 어떻게 가능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이 사건 듣고 다시 한 번 판단해 보시길 바랍니다. 1970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54년 전이었습니다. 김부남 씨는 당시 9살의 아주 어린 소녀였죠. 평소 밝고 명랑했다던 부남 씨.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부남 씨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늘 우울해 보였고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죠. 그렇게 21년이라는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습니다. 1991년 8월 김부남 씨는 한 남성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리고 재판장에서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다는 말을 남겼는데요. 도대체 부남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변호사 (이하 임흥준)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인권 문제 때문이라도 누군가의 이름 실명이 붙은 사건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오늘 살펴볼 이 사건은 김부남 사건이라고 누군가의 실명이 사건 이름으로 붙어 있네요.
◆ 임흥준 : 김부남 씨가 오늘 알아볼 사건의 피의자이자 피고인이시고요. 예전에는 강력범죄 등 주요 사건의 피의자 인적사항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사건 앞에 붙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1998년 7월 14일이죠, 대법원이 신상 공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뒤부터는 피의자 인적사항 공개에 제동이 걸렸고요. 2003년 3월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경찰이 피의자 신상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김 모 씨 아니면 A씨라고 표현 많이 하죠.
◇ 이원화 : 김부남 씨가 피고인, 그러니까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였다는 건데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 임흥준 : 김 씨가 피해자 송 씨 집 문을 박차고 방 안으로 들어가 부엌칼로 송 씨의 생식기와 낭심을 집중적으로 난도질 했습니다. 피해자 송 씨는 사건 당시 나이가 55세로 연세가 좀 있으셨고요. 중풍까지 앓고 계셔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이니 제대로 대응도 못하시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김 씨는 송 씨를 살해하기 위해 시장에 가서 부엌칼과 과도도 샀고요. 칼집을 만들어 허리띠 양쪽에 찬 뒤 코트 자락을 제치고 빠르게 칼을 뽑아드는 연습도 여러 차례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원화 : 여기까지만 들으면 피해자분이 굉장히 불쌍하고 가해자분이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면 나쁜 사람이다 이런 생각까지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해자랑 피해자랑 혹시 서로 아는 사이였던 건가요?
◆ 임흥준 : 네. 이 사건 당시로부터 21년 전인 1970년, 피해자는 가해자의 이웃집에 살고 있던 아저씨였습니다. 두 분이 또 모를 수도 없었던 게 김 씨 집에 우물이 없어서 김 씨는 자주 송 씨네 집에 물을 길으러 갔다고도 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왜 21년 만에 갑자기 송 씨를 살해한 건가요?
◆ 임흥준 : 제가 살인을 정당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럴 만한 동기가 있긴 했습니다. 그날도 김 씨가 물을 길으러 송 씨네 집에 갔던 날인데요. 송 씨가 심부름 시킬 일이 있다며 잠시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김 씨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김 씨가 방에 들어가자 송 씨는 돌변해서 김 씨 옷을 강제로 벗기고 입을 틀어막은 뒤 강간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 때문에 김 씨가 송 씨를 결국 21년이 지나 살해하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 이원화 : 9살이면 초등학교 2학년 정도거든요. 정말 어린 나이인 건데 사건 이후 제대로 된 신체적 정신적 치료는 받았을까요?
◆ 임흥준 :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송 씨가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말하면 너도 죽고 니 부모와 오빠도 다 죽는다”라고 김 씨에게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 씨는 아래의 상처에서 계속 피가 나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도 자신과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봐 절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가족과 이웃, 학교 선생님에게는 “그냥 좀 다쳐서 아픈데 괜찮아요”라고 하며 얼버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열흘 정도가 지나자 아래의 상처는 거의 아물고 걷는 것도 편해졌습니다. 신체적인 상처는 자연 치유된 것이겠죠. 근데 김 씨는 매번 물을 길으러 송 씨네에 가야 했기 때문에 그 정신적 트라우마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나치게 화장실을 자주 찾는다거나 밤에 오줌을 싼다거나 툭하면 멍하니 정신줄을 놓는다거나 하는 그런 이상 행동도 잦아졌고요.
◇ 이원화 : 어린아이가 부모님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거든요.
◆ 임흥준 : 일단 시대가 1970년대입니다. 치료는커녕 말도 어디다 할 수 없는 시대죠. 결국 김 씨가 그렇게 스스로 상처를 감내하면서 성인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김 씨는 20살이 되자 고향집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김 씨는 남들처럼 평범한 행복을 꿈꿨지만 성폭행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었고, 남편과 부부관계를 갖기라도 할 시에는 남편이 송 씨처럼 느껴져 관계를 가질 수 없었죠.
◇ 이원화 :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각했네요.
◆ 임흥준 : 네 맞습니다. 김 씨가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는데요. 남편은 이해나 공감을 해주기는커녕 어린 나이에 겪은 일을 왜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냐라고 타박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남편이 처갓집에 전화해 이러한 피해 사실을 알리며 결혼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결국 김 씨가 정신과 진료도 받아가면서 극복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혼은 두 달 만에 파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후 김 씨는 또 결혼을 하게 되는데요. 두 번째 남편과는 부부관계를 정상적으로 갖는가 싶다가도 역시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어 혼인 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김 씨는 평범한 행복을 찾기 위해 고민하게 됐고, 모든 고통의 원인은 1970년 송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때문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 이원화 : 너무 안타까운 사건입니다만 감정과는 상관없이 너무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 문제가 걸리거든요.
◆ 임흥준 : 여기서 첫 번째 법률적 쟁점이 공소시효입니다. 당시에는 아동을 성폭행해도 성인을 성폭행한 것과 같이 처벌했었기 때문에 일반 형법상의 공소시효가 적용됐을 겁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21년이 지났으니 공소시효가 완성됐을 수밖에 없고요. 또 두 번째 법률적 쟁점은 친고죄입니다. 친고죄는 청취자분들도 좀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당시 강간죄는 친고죄였고 친고죄의 고소 기한이 6개월이다 보니까 이미 고소 기한이 지나 고소를 진행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무튼 김 씨가 법률적으로 해결을 할 수 없으니 도의적으로라도 송 씨에게 책임을 묻죠. 근데 송 씨가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김 씨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유는 김 씨의 오빠가 송 씨로부터 40만 원을 합의금 쪽으로 지급받았기 때문입니다. 송 씨는 더 이상 자신에게는 21년 전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결국 김 씨는 극단적인 결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극단적인 결심이라는 게 뭐 자신을 해하는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거였죠?
◆ 임흥준 : 네. 앞서 언급 드렸었는데 김 씨가 시장에 가서 부엌칼과 과도를 샀고요. 칼집을 만들어 허리띠 양쪽에 찬 뒤 칼을 뽑는 연습도 합니다. 즉, 송 씨를 죽일 결심을 했다는 것이죠. 아무튼 김 씨는 송 씨 집으로 찾아가 문 밖에 서서 할 말이 있으니 친정집으로 오라라고 요구를 합니다. 근데 송 씨는 이미 40만 원 주고 합의 봐서 다 끝난 일 가지고 왜 또 그러냐라고 하면서 오히려 욕설을 퍼붓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김 씨가 문을 박차고 방 안으로 들어가 코트 자락을 제치고 부엌 칼을 뽑아든 뒤에 중풍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였던 송 씨의 생식기를 향해 칼을 휘둘렀고 송 씨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김 씨는 멈추지 않고 찔렀고요. 송 씨가 필사적으로 방어하자 김 씨는 허리춤에서 과도를 꺼내 재차 송 씨의 하복부를 마구 찌릅니다. 비명 소리에 놀라 이웃들이 달려와 김 씨를 말려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하네요.
◇ 이원화 : 그랬을 것 같아요. 경찰이 출동했을 때 도망가려 하지도 않고 흉기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하더라고요.
◆ 임흥준 : 네. 완전히 체념한 것이겠죠. 어떻게 보면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좀 허망하기도 했을 겁니다. 제가 정확히 김 씨의 기분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요. 어쨌든 김 씨는 당연히 경찰한테 현행범으로 체포됐고요. 검찰은 당연히 살인 혐의로 김 씨를 기소합니다. 다만 살인죄의 징역형 형량은 5년 이상인데 검찰은 가장 적은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 이원화 : 피고인인 김부남 씨가 재판 과정에서 남긴 말이 지금까지도 굉장히 유명하죠.
◆ 임흥준 : 김 씨가 여기서 그 유명한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다”라는 발언을 하게 됩니다. 이 발언 덕에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아동 성폭력 문제를 처음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짐승보다 못한 아동 성폭행이 낯선 괴물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나 친척, 가족 등 아는 사람에 의해 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었는데 그 틀을 깨버린 것이죠. 어쨌든 재판부는 “김 씨의 9살 때의 강간 경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했고, 김 씨는 이상한 행동, 부적절한 정서 흥미의 결여, 심한 사회적 고립과 위축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잠재형 정신분열증 환자로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이와 같은 증상이 갑자기 발현되면서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의한 행동의 장애를 보였던 것이다.“ 라고 판단하며 징역 2년 6월의 집행유예 3년 1년의 치료 감호 명령을 내립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각 항소 및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고요.
◇ 이원화 : 계획 범죄에 피해자가 사망을 했는데 이 정도 판결이면 굉장히 이례적이다라고 볼 수 있는 거잖아요.
◆ 임흥준 : 일반적으로 계획적인 범죄이고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이 있다면 특별양형 인자 중 가중 요소로서 살인죄의 피고인이 더 엄하게 다스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최소 15년에서 20년 정도 보장을 해야 되죠.
◆ 임흥준 : 그런데 재판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김 씨가 그간 받은 고통 내지 피해를 고려해서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살인죄에서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손에 꼽죠. 근데 또 그만큼 김 씨의 피해가 재판부에 잘 어필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일로 아동에 대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고요.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면도 상당히 많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이유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나올 때마다 항상 회자되곤 하는 사건이기도 한데요. 성폭력특별법 제정에도 이 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죠.
◆ 임흥준 : 네. 이 사건을 계기로 1994년 1월 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의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1997년에는 13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을 비친고죄로 변경했고요.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고발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또 친족에 의한 성폭행의 경우 친족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으로 확대해 의붓 아버지 등의 성폭력도 처벌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2011년엔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앴고요. 아울러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성폭력 전과자에 대하여는 영원히 교육 공무원이 되는 길을 막는 등 다방면에서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는 직접적인 영향이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어린 시절 당했던 성폭행 피해에 평생 시달리다 21년 만에 결국 성폭행범을 살해한 김부남 사건 살펴봤습니다. 당시 판결을 내렸던 1심 재판부의 서태웅 전 판사는 김부남 씨를 어떻게 처벌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느냐를 고심했다 전하기도 했는데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 이 자체는 절대 용서될 수 없는 범죄입니다만 어떤 사건에서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정말 흔치 않은 케이스임은 분명한 것 같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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