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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25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정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포천시의 한 빌라에 살던 주민 김 씨는 좀처럼 멈추지 않는 아이의 울음과 비명 소리에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소리도 소리거니와 그 집에서 분명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죠. 그렇게 김 씨는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아이가 큰소리로 울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대로 기다리고 있을 수 없겠다 생각한 경찰은 결국 2층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진입했는데요. 경찰의 눈앞에 펼쳐진 집안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고 하죠. 고무통 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었기에 그들은 그토록 놀랐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정민 변호사(이하 이정민):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2014년에 포천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질 않자 이웃 주민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면서 경찰에 신고를 했었죠.
◆이정민: 네 2014년 7월 29일 밤 9시 40분 정도 112에 신고 하나가 접수됩니다. 포천 모 빌라의 2층에서 어린아이의 비명에 가깝게 악을 쓰는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이웃들의 신고였는데요. 경찰은 해당 신고를 접수해 119 구조대와 함께 신고된 빌라로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계단으로 진입하려고 하니 안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결국 밖에서 사다리를 놓고 2층 창문을 통해서 진입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창문을 통해 집 안에 들어간 경찰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원화: 왜죠? 뭐 때문이죠?
◆이정민: 방문은 부서져 있었고 장판이나 벽지도 곳곳이 뜯겨져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쓰레기 봉지들이 어른 키만큼이나 쌓여 있었고, 다른 가구들에도 먼지와 곰팡이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그런 집의 안방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던 한 남자아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집에 보호자가 없었던 겁니까?
◆이정민: 없었습니다. 경찰은 당시에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아이의 눈 흰자위가 탁하다 못해 시퍼렇게 보일 정도였다라고 했는데요. 실제로도 아이는 두 달 가까이 안방에 방치돼서 굶어죽기 직전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아동보호기관에 협조를 요청해서 그 아이를 인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는데요. 출동한 경찰은 빌라 계단에서부터 나던 이상한 냄새가 이 집에서 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 안을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은 방에서 높이는 약 80cm 정도, 그리고 지름이 84cm 정도 되는 빨간 고무통과 그 고무통이 벗겨지지 않도록 그 고무통의 뚜껑 위에 놓여진 10kg가량의 소금 포대를 확인하게 됩니다. 경찰이 소금 포대를 치우고 고무통 뚜껑을 열었더니 그 이상한 냄새가 강하게 퍼졌다고 합니다. 냄새는 그 고무통에서 났던 거죠.
◇이원화: 빨간 고무통 고무통이 또 굉장히 커요. 그 고무통에서 썩은 듯한 냄새가 났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요.
◆이정민: 네 그런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단순히 좋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는데요. 고무통 안에는 이불에 덮인 무언가가 있었는데 경찰이 이불을 들추자 백골화, 그러니까 뼈가 드러나기 시작한 시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보다 더 놀랄 만한 일이 있었다는 건데요.
◇이원화: 백골화된 시체보다 더 놀랄 일이 남았습니까?
◆이정민: 경찰은 시신의 상태 보존을 위해서 고무통을 통째로 영안실로 들고 갔습니다. 그 고무통을 그대로 들이붓자 시체가 나온 다음 어떤 끈적한 액체가 더 쏟아졌는데 그 액체에서 또 다른 머리뼈와 손이 나온 겁니다.
◇이원화: 시신이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던 거예요?
◆이정민: 네 맞습니다. 시체는 모두 2구였던 거죠. 실제로 위쪽에 있던 시신은 고무통 안쪽에 있는 장판 위에 있었는데 이 액체와 다른 머리뼈는 그 장판의 아래에 있었던 겁니다. 그 끈적한 액체는 장판 아래에서 오랜 기간 썩고 녹았던 시체였던 것이죠. 경찰은 시신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로 그 시신들을 보냈습니다. 사실은 백골화가 되더라도 지문이 있던 범위만 온전하게 남아 있으면 그 시신으로부터 지문을 추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장판 아래에 있었던 이미 썩어서 액체가 된 아래쪽 시신의 신원 파악이 가능할지였었죠.
◇이원화: 그렇죠 그 부분이 확인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래서 끝내 신원 파악을 못했나요?
◆이정민: 다행히도 그 액체 안에서 지문에 남아 있는 손가락 그리고 손바닥 일부를 찾아낼 수 있었고 복원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액체를 뒤적였던 경찰은 그 당시를 나름대로 비위에 자신이 있었고 시신도 많이 접해봤는데 이때는 정말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기억하더라고요.
◇이원화: 도대체 시체로 발견된 그 두 명이 누구일지 어떤 관계가 있을지 이거 너무 궁금하거든요.
◆이정민: 사실 그 둘 사이에는 아무 인연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제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A라는 여성이었습니다. 그 위에 있었던 아까 백골화되었던 시신은 A씨 의 연인이었고, 아래에 있었던 액체화된 시신이 A씨의 남편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맨 처음 나왔었던 그 울고 있던 아이는 그 A씨의 아들이었는데요. 다만 이 아이는 지금 나온 이 두 남성과는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남자의 아이였다고 합니다.
◇이원화: 이거 확언 할 수는 없지만 말씀해 주신 A씨라는 그 여성이 굉장히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기는 합니다.
◆이정민: 네 그렇습니다. 경찰도 그렇게 생각을 해서 A씨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A씨를 지명수배하고 A씨의 통화 내역을 조회해서 자주 연락하던 남성의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경찰은 그 남성이 살고 있는 곳을 확인해 출동했고 실제로 거기에 숨어 있던 A씨를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남성이 처음 나온 그 아이의 아빠였던 겁니다.
◇이원화: 어떻게 된 일인지가 궁금한데 여성은 경찰한테 뭐라던가요?
◆이정민: A씨는 그 위에 있던 백골화되었던 시신 그러니까 연인의 살해는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래에 있던 시신 남편에 대해서는 10년 전에 행방불명되었다라고 주장을 하다가 어느 날 베란다에서 자연사했는데 수사받는 게 무서워서 그냥 고무통에 숨겨뒀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어쨌든 간에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라면서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원화: 들어와 보니 사망해 있었는데 수사받는 게 무서워서 고무통에 그냥 넣어놨다 이 얘기인가요? 몇 년을요? 변호사님 이게 이해가 가시나요?
◆이정민: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그러니까 행방불명됐다라고 처음에 얘기를 하다가 자연사했다라고 말을 번복한 것도 사실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 남편의 시신을 10년간 방치했다라고 하는 게 상식적이지가 않잖아요. 근데 재밌는 게 A씨에게는 사실 신고된 아이들 말고도 당시 28살 된 큰아들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이 큰아들도 처음에는 아버지는 10여 년 전 집을 나갔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연사한 아버지 시신을 어머니와 함께 옮겼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그 어머니와 아들 둘 모두 처음에는 행방불명되었다 그러다가 조금 있다가 아니다, 사실은 자연사했다라고 진술을 번복을 똑같이 했던 겁니다.
◇이원화: 전남편은 그렇다 치고요. 그러면 다른 남성은 도대체 왜 죽였답니까?
◆이정민: 사실 A씨가 이 부분은 처음에 자백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최초의 조사에서는 이 연인에 대한 살해도 부인했었습니다. 처음에는 길에서 우연히 외국인을 만났는데 그 외국인이 돈을 요구하길래 내가 살해했다라고 주장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 연인이 한국인이고 A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도 드러나자 그 연인을 죽인 것을 그제서야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A씨는 남편이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이 연인은 외도를 했던 A씨의 상관남이였던 겁니다. A씨와 연인은 직장 동료였는데 내연관계가 회사에 알려지면서 사이가 틀어졌었고, A씨가 연인에게 빌려준 돈 문제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그 직장에 있었던 사장이 이 둘의 내연관계를 용납하지 못해서 A 씨를 해고했었습니다. 그래서 연인에 대한 감정이 격해져 있던 A 씨는 연인에게 수면제를 술에 타 먹인 뒤에 목을 졸라서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그쯤에 연인과 남편의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 갑자기 상황이 좀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원화: 어떤 것 때문이죠?
◆이정민: 아까 A씨가 연인에게 수면제를 술에 타서 먹였다 라고 자백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이게 정확히는 독시라민이라는 수면 유도제 성분이었고 이게 연인의 몸에서 실제로 검출이 됩니다. 문제는 아까 자연사했다라고 하던 남편의 몸에서도 이 독시라민 같은 수면 유도제 성분이 검출이 된 겁니다. A씨가 10년 전 인근 약국에서 남편이 사망할 즈음에 독시라민이 들어있던 수면 유도제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고요.
◇이원화: 결정적이네요.
◆이정민: 그래서 경찰과 검찰은 이걸 토대로 A 씨가 남편 연인을 모두 살해했다. 그 살인 수단은 둘 다 독시라민이었다라고 생각을 하고 이 2명을 살해한 혐의로 A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그 A씨라는 여성이 이 정도 나왔으면 진술 번복했습니까? 인정했나요?
◆이정민: 아니요. A 씨는 끝까지 남편을 살해하지 않았다 라는 입장을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죽인 것은 아까 그 연인 한 명뿐이다 라고 하는 거죠.
◇이원화: 이게 피해자가 1명이냐 2명이냐에 따라서 형량 차이가 제법 날 수 있죠.
◆이정민: 그렇죠 이제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게 살인의 대법원 양형 기준 제5유형인데요.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면 이제 2인 이상을 살해한 경우는 1명을 죽였을 때보다 선고형이 1.5배에서 최대 3배까지 가중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원화: 재판부가 누구의 주장을 받아들였을지가 궁금해지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이정민: 2015년 1월 21일 1심에서 A가 2명의 살해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징역 24년을 선고했었습니다. 근데 이제 같은 해에 있었던 9월의 항소심에서 남편의 사망 원인은 불분명하다라면서 A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 징역 24년이 18년으로 감형됩니다. 대법원에서도 그 항소심의 판단이 맞다고 판결을 확정해서 그때부터 A씨는 구감되었고요. A씨는 2032년 출소할 예정입니다.
◇이원화: 이거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재판부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하시나요?아니면 아쉬운 대목이 좀 있을까요?
◆이정민: 이게 심정적으로는 1심에 대한 의심이 조금 더 컸을 텐데요. 아마 다들 마찬가지일 건데 항소심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원래 공소사실은 이제 남편에 대해서 A 씨가 독시라민을 먹여서 호흡이 정지되게 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연인은 독시라민을 먹이고 목을 졸라 죽였다라고 했는데 이 부분이 빠졌어요. 국과서 결과에서도 사실 독시라민을 먹기만 해서는 죽기는 조금 어렵다. 독시라민 단독 복용에 대한 사망은 조금 드물다라고 하는 결과가 있었고요. 그러니까 사실 검찰도 원래 연인을 목을 졸라 죽였으니까 남편도 목을 졸랐을 것이다 라고 주장을 하기는 했었는데 지금 이미 10년이나 지나갔던 그 살해 당시 현장에서 자백하지도 않는 A씨가 목을 졸랐다라고 하는 증명을 할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형사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충분한 증거가 조금 없었다. 그래서 심적으로 공감가는 결론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재판부가 논리적인 판단이다. 형사소송의 원칙을 지킨 판단을 하기는 했다라고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판결문을 보면요. 항소심에서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그러니까 약을 먹이고 목을 졸라서 그렇게 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라고 하는 부분이 판결문에 써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판부에서도 그렇게 의심하지만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라고 하는 거는 조금 다르게 봐야 된다라고 하는 형사소송의 원칙을 설시했던 건데요. 그러니까 민사라든가 다른 책임을 지게 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그렇게 형사 판결이 진행이 됐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큰아들, 그러니까 "아버지가 행방불명됐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자연사해서 엄마랑 고무통에 아빠 시신을 숨겼습니다" 라고 말을 했던 큰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게 원칙적으로 사체은닉, 시체유기죄가 되거든요. 근데 아까 말씀드렸지만 그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는지 실제로 자연사를 했는지 어쨌든 간에 10년 전 일이잖아요. 근데 사체 은닉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서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시체를 어떻게 했던 거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큰아들은 처벌받지 않았고요. A씨가 남편을 이제 고무통에 옮겼던 행위도 10년 전 행위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A 씨의 판결에서도 사체은닉죄로 처벌받지는 않았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4년 11월 25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정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포천시의 한 빌라에 살던 주민 김 씨는 좀처럼 멈추지 않는 아이의 울음과 비명 소리에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소리도 소리거니와 그 집에서 분명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죠. 그렇게 김 씨는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아이가 큰소리로 울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대로 기다리고 있을 수 없겠다 생각한 경찰은 결국 2층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진입했는데요. 경찰의 눈앞에 펼쳐진 집안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고 하죠. 고무통 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었기에 그들은 그토록 놀랐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정민 변호사(이하 이정민):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2014년에 포천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질 않자 이웃 주민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면서 경찰에 신고를 했었죠.
◆이정민: 네 2014년 7월 29일 밤 9시 40분 정도 112에 신고 하나가 접수됩니다. 포천 모 빌라의 2층에서 어린아이의 비명에 가깝게 악을 쓰는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이웃들의 신고였는데요. 경찰은 해당 신고를 접수해 119 구조대와 함께 신고된 빌라로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계단으로 진입하려고 하니 안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결국 밖에서 사다리를 놓고 2층 창문을 통해서 진입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창문을 통해 집 안에 들어간 경찰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원화: 왜죠? 뭐 때문이죠?
◆이정민: 방문은 부서져 있었고 장판이나 벽지도 곳곳이 뜯겨져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쓰레기 봉지들이 어른 키만큼이나 쌓여 있었고, 다른 가구들에도 먼지와 곰팡이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그런 집의 안방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던 한 남자아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집에 보호자가 없었던 겁니까?
◆이정민: 없었습니다. 경찰은 당시에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아이의 눈 흰자위가 탁하다 못해 시퍼렇게 보일 정도였다라고 했는데요. 실제로도 아이는 두 달 가까이 안방에 방치돼서 굶어죽기 직전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아동보호기관에 협조를 요청해서 그 아이를 인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는데요. 출동한 경찰은 빌라 계단에서부터 나던 이상한 냄새가 이 집에서 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 안을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은 방에서 높이는 약 80cm 정도, 그리고 지름이 84cm 정도 되는 빨간 고무통과 그 고무통이 벗겨지지 않도록 그 고무통의 뚜껑 위에 놓여진 10kg가량의 소금 포대를 확인하게 됩니다. 경찰이 소금 포대를 치우고 고무통 뚜껑을 열었더니 그 이상한 냄새가 강하게 퍼졌다고 합니다. 냄새는 그 고무통에서 났던 거죠.
◇이원화: 빨간 고무통 고무통이 또 굉장히 커요. 그 고무통에서 썩은 듯한 냄새가 났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요.
◆이정민: 네 그런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단순히 좋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는데요. 고무통 안에는 이불에 덮인 무언가가 있었는데 경찰이 이불을 들추자 백골화, 그러니까 뼈가 드러나기 시작한 시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보다 더 놀랄 만한 일이 있었다는 건데요.
◇이원화: 백골화된 시체보다 더 놀랄 일이 남았습니까?
◆이정민: 경찰은 시신의 상태 보존을 위해서 고무통을 통째로 영안실로 들고 갔습니다. 그 고무통을 그대로 들이붓자 시체가 나온 다음 어떤 끈적한 액체가 더 쏟아졌는데 그 액체에서 또 다른 머리뼈와 손이 나온 겁니다.
◇이원화: 시신이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던 거예요?
◆이정민: 네 맞습니다. 시체는 모두 2구였던 거죠. 실제로 위쪽에 있던 시신은 고무통 안쪽에 있는 장판 위에 있었는데 이 액체와 다른 머리뼈는 그 장판의 아래에 있었던 겁니다. 그 끈적한 액체는 장판 아래에서 오랜 기간 썩고 녹았던 시체였던 것이죠. 경찰은 시신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로 그 시신들을 보냈습니다. 사실은 백골화가 되더라도 지문이 있던 범위만 온전하게 남아 있으면 그 시신으로부터 지문을 추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장판 아래에 있었던 이미 썩어서 액체가 된 아래쪽 시신의 신원 파악이 가능할지였었죠.
◇이원화: 그렇죠 그 부분이 확인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래서 끝내 신원 파악을 못했나요?
◆이정민: 다행히도 그 액체 안에서 지문에 남아 있는 손가락 그리고 손바닥 일부를 찾아낼 수 있었고 복원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액체를 뒤적였던 경찰은 그 당시를 나름대로 비위에 자신이 있었고 시신도 많이 접해봤는데 이때는 정말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기억하더라고요.
◇이원화: 도대체 시체로 발견된 그 두 명이 누구일지 어떤 관계가 있을지 이거 너무 궁금하거든요.
◆이정민: 사실 그 둘 사이에는 아무 인연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제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A라는 여성이었습니다. 그 위에 있었던 아까 백골화되었던 시신은 A씨 의 연인이었고, 아래에 있었던 액체화된 시신이 A씨의 남편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맨 처음 나왔었던 그 울고 있던 아이는 그 A씨의 아들이었는데요. 다만 이 아이는 지금 나온 이 두 남성과는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남자의 아이였다고 합니다.
◇이원화: 이거 확언 할 수는 없지만 말씀해 주신 A씨라는 그 여성이 굉장히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기는 합니다.
◆이정민: 네 그렇습니다. 경찰도 그렇게 생각을 해서 A씨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A씨를 지명수배하고 A씨의 통화 내역을 조회해서 자주 연락하던 남성의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경찰은 그 남성이 살고 있는 곳을 확인해 출동했고 실제로 거기에 숨어 있던 A씨를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남성이 처음 나온 그 아이의 아빠였던 겁니다.
◇이원화: 어떻게 된 일인지가 궁금한데 여성은 경찰한테 뭐라던가요?
◆이정민: A씨는 그 위에 있던 백골화되었던 시신 그러니까 연인의 살해는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래에 있던 시신 남편에 대해서는 10년 전에 행방불명되었다라고 주장을 하다가 어느 날 베란다에서 자연사했는데 수사받는 게 무서워서 그냥 고무통에 숨겨뒀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어쨌든 간에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라면서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원화: 들어와 보니 사망해 있었는데 수사받는 게 무서워서 고무통에 그냥 넣어놨다 이 얘기인가요? 몇 년을요? 변호사님 이게 이해가 가시나요?
◆이정민: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그러니까 행방불명됐다라고 처음에 얘기를 하다가 자연사했다라고 말을 번복한 것도 사실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 남편의 시신을 10년간 방치했다라고 하는 게 상식적이지가 않잖아요. 근데 재밌는 게 A씨에게는 사실 신고된 아이들 말고도 당시 28살 된 큰아들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이 큰아들도 처음에는 아버지는 10여 년 전 집을 나갔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연사한 아버지 시신을 어머니와 함께 옮겼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그 어머니와 아들 둘 모두 처음에는 행방불명되었다 그러다가 조금 있다가 아니다, 사실은 자연사했다라고 진술을 번복을 똑같이 했던 겁니다.
◇이원화: 전남편은 그렇다 치고요. 그러면 다른 남성은 도대체 왜 죽였답니까?
◆이정민: 사실 A씨가 이 부분은 처음에 자백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최초의 조사에서는 이 연인에 대한 살해도 부인했었습니다. 처음에는 길에서 우연히 외국인을 만났는데 그 외국인이 돈을 요구하길래 내가 살해했다라고 주장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 연인이 한국인이고 A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도 드러나자 그 연인을 죽인 것을 그제서야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A씨는 남편이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이 연인은 외도를 했던 A씨의 상관남이였던 겁니다. A씨와 연인은 직장 동료였는데 내연관계가 회사에 알려지면서 사이가 틀어졌었고, A씨가 연인에게 빌려준 돈 문제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그 직장에 있었던 사장이 이 둘의 내연관계를 용납하지 못해서 A 씨를 해고했었습니다. 그래서 연인에 대한 감정이 격해져 있던 A 씨는 연인에게 수면제를 술에 타 먹인 뒤에 목을 졸라서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그쯤에 연인과 남편의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 갑자기 상황이 좀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원화: 어떤 것 때문이죠?
◆이정민: 아까 A씨가 연인에게 수면제를 술에 타서 먹였다 라고 자백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이게 정확히는 독시라민이라는 수면 유도제 성분이었고 이게 연인의 몸에서 실제로 검출이 됩니다. 문제는 아까 자연사했다라고 하던 남편의 몸에서도 이 독시라민 같은 수면 유도제 성분이 검출이 된 겁니다. A씨가 10년 전 인근 약국에서 남편이 사망할 즈음에 독시라민이 들어있던 수면 유도제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고요.
◇이원화: 결정적이네요.
◆이정민: 그래서 경찰과 검찰은 이걸 토대로 A 씨가 남편 연인을 모두 살해했다. 그 살인 수단은 둘 다 독시라민이었다라고 생각을 하고 이 2명을 살해한 혐의로 A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그 A씨라는 여성이 이 정도 나왔으면 진술 번복했습니까? 인정했나요?
◆이정민: 아니요. A 씨는 끝까지 남편을 살해하지 않았다 라는 입장을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죽인 것은 아까 그 연인 한 명뿐이다 라고 하는 거죠.
◇이원화: 이게 피해자가 1명이냐 2명이냐에 따라서 형량 차이가 제법 날 수 있죠.
◆이정민: 그렇죠 이제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게 살인의 대법원 양형 기준 제5유형인데요.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면 이제 2인 이상을 살해한 경우는 1명을 죽였을 때보다 선고형이 1.5배에서 최대 3배까지 가중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원화: 재판부가 누구의 주장을 받아들였을지가 궁금해지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이정민: 2015년 1월 21일 1심에서 A가 2명의 살해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징역 24년을 선고했었습니다. 근데 이제 같은 해에 있었던 9월의 항소심에서 남편의 사망 원인은 불분명하다라면서 A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 징역 24년이 18년으로 감형됩니다. 대법원에서도 그 항소심의 판단이 맞다고 판결을 확정해서 그때부터 A씨는 구감되었고요. A씨는 2032년 출소할 예정입니다.
◇이원화: 이거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재판부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하시나요?아니면 아쉬운 대목이 좀 있을까요?
◆이정민: 이게 심정적으로는 1심에 대한 의심이 조금 더 컸을 텐데요. 아마 다들 마찬가지일 건데 항소심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원래 공소사실은 이제 남편에 대해서 A 씨가 독시라민을 먹여서 호흡이 정지되게 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연인은 독시라민을 먹이고 목을 졸라 죽였다라고 했는데 이 부분이 빠졌어요. 국과서 결과에서도 사실 독시라민을 먹기만 해서는 죽기는 조금 어렵다. 독시라민 단독 복용에 대한 사망은 조금 드물다라고 하는 결과가 있었고요. 그러니까 사실 검찰도 원래 연인을 목을 졸라 죽였으니까 남편도 목을 졸랐을 것이다 라고 주장을 하기는 했었는데 지금 이미 10년이나 지나갔던 그 살해 당시 현장에서 자백하지도 않는 A씨가 목을 졸랐다라고 하는 증명을 할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형사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충분한 증거가 조금 없었다. 그래서 심적으로 공감가는 결론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재판부가 논리적인 판단이다. 형사소송의 원칙을 지킨 판단을 하기는 했다라고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판결문을 보면요. 항소심에서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그러니까 약을 먹이고 목을 졸라서 그렇게 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라고 하는 부분이 판결문에 써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판부에서도 그렇게 의심하지만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라고 하는 거는 조금 다르게 봐야 된다라고 하는 형사소송의 원칙을 설시했던 건데요. 그러니까 민사라든가 다른 책임을 지게 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그렇게 형사 판결이 진행이 됐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큰아들, 그러니까 "아버지가 행방불명됐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자연사해서 엄마랑 고무통에 아빠 시신을 숨겼습니다" 라고 말을 했던 큰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게 원칙적으로 사체은닉, 시체유기죄가 되거든요. 근데 아까 말씀드렸지만 그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는지 실제로 자연사를 했는지 어쨌든 간에 10년 전 일이잖아요. 근데 사체 은닉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서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시체를 어떻게 했던 거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큰아들은 처벌받지 않았고요. A씨가 남편을 이제 고무통에 옮겼던 행위도 10년 전 행위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A 씨의 판결에서도 사체은닉죄로 처벌받지는 않았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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