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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27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정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2015년 11월, 그러니까 딱 이맘때쯤이었을 겁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남성 A 씨가 자신이 사실 밀항에 들어온 불법 체류자라며 자수를 한 일이 발생했죠. 이후 중국법에 따라 A 씨는 곧바로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습니다. 그리고 한국 경찰로부터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죠. A 씨는 본인이 스스로 불법 체류자라며 자수해 왔지만 정작 본인이 왜 중국으로 밀항했는지에 대해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A 씨의 행동은 경찰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죠. A 씨는 경찰의 수사 결과, 1996년 그러니까 19년 전 배수로에서 불탄 채로 발견된 한 남성을 살해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A 씨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다 결국 자백했는데 이상한 건 자백을 하는 A 씨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퍼져나갔다는 점이었죠.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A 씨의 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이정민 변호사(이하 이정민)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지금은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습니다만 오늘 이야기 나눠볼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살인죄 공소시효가 아직 폐지되기 전이거든요. 그래서 범인을 언제 잡느냐가 정말 중요한 시점인데, 일단 처음부터 차근히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중국에 살던 남성 A 씨가 나 사실 불법 체류자다 자수를 해오는 그런 일이 있었던 거죠.
◇ 이정민 : 네 언뜻 이해는 잘 안 가는, 너무 양심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 발생했었는데요. 2015년 11월 A 씨가 중국 상하이시 공안국에 가서 ‘나는 한국에서 밀항해 중국에 입국했다’고 자수를 한 겁니다. 그리고 그 자수범은 A 씨만은 아니었습니다.
◆ 이원화 : 누가 또 있었나요?
◇ 이정민 : 네. 여성 B 씨가 같이 있었는데요. B 씨 역시 나는 밀입국한 사람이다 라면서 공화국에 같이 자수합니다.
◆ 이원화 : A 씨와 B 씨가 서로 아는 사이였었나요?
◇ 이정민 : 네 너무나 잘 아는 사이였었는데요. 자세한 건 뒤에서 따로 말씀을 드릴 수 있겠지만 중국으로 밀항도 같이 했었고요. A 씨와 B 씨가 그리고 자수도 또 같이 할 정도로 엄청 친한 사이였던 겁니다. 둘의 자수는 게다가 진짜였는데요. 둘 모두 중국에서 밀항법 위반으로 한국으로 강제 추방당하고 그렇게 한국으로 추방당하게 되면 한국에서 밀항 단속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둘은 함께 자수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숨어 살다가 들켰으면 모를까 어쨌든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한국으로 와서 밀항 단속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자수를 했을까 이게 좀 의아하긴 하거든요. 중국에서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던 걸까요?
◇ 이정민 : 그렇죠. 우리나라 밀항 단속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거든요. 이제 만약에 중국에서 그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차라리 중국에서 쫓겨나고 한국에서 처벌받는 게 시쳇말로 싸게 먹힌다, 이렇게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고요. 당시에 A 씨를 조사하던 경찰은 A 씨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뭔가에 쫓기듯 불안한 기색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좀 과해 보였다. 손과 발을 계속 떨고 있었다. 밀항을 왜 했느냐는 물음에 아예 입을 닫았고 지금 우리 대통령이 누군지조차 말하지 못했는데 간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라고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A 씨 B 씨의 신상부터 하나하나 파악하던 경찰은 A 씨가 아니라 B 씨에 대해서 이상한 사실을 하나 확인하게 됩니다.
◆ 이원화 : 뭐였죠?
◇ 이정민 : B 씨는 1996년, 그러니까 자수한 날로부터 19년 전에 장기 실종에 따른 사망자로 처리가 돼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같은 해, 그러니까 1996년 B 씨가 실종되기 직전에 B 씨의 남편이 사망합니다.
◆ 이원화 : 이 여성의 남편도 장기 실종으로 사망 처리됐던 상황이었나요?
◇ 이정민 : 아니요. 남편은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구마 고속도로 그러니까 지금 이름은 중부내륙 고속도로인데요. 그 고속도로의 한 배수로에서 1996년 남편의 시신이 버려져 있었는데 그다음 해인 97년 여름에 비가 오면서 그 남편의 시신이 드러나고 때마침 배수로 옆에 산을 지나가던 등산객이 그 남편의 변사체를 발견하고 신고했던 겁니다. 뭐 짐작되시겠지만 B 씨와 B 씨의 남편은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남편은 맨날 B 씨를 구타하는 등의 가정폭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이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살해했던 건가요?
◇ 이정민 : 그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살해한 사람은 아까 같이 자수했던 수염이 덥수룩하고 너무나 불안해하던 그 A 씨였습니다. A 씨는 대구의 한 구청 소속의 프로 양궁 선수였는데요. B 씨와 함께 중국으로 밀항했다가 이번에 한국으로 같이 추방된 겁니다.
◆ 이원화 : A 씨가 이 여성 그리고 남편과는 어떤 연관이 있었죠?
◇ 이정민 : 정확히는 B 씨는 대구에서 동네 슈퍼를 운영하던 유부녀였고 A 씨는 그 슈퍼의 손님이자 B 씨의 상간남이었습니다. 아까 남편이 B 씨를 너무 구타 했었다, 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것도 사실은 B 씨가 A 씨와 불륜을 했기 때문에 남편이 A 씨에게 왜 불륜을 저지르냐 라는 식으로 했던 폭행이었거든요. B 씨가 남편에게 나는 절대 A 씨와 헤어지지 않겠다 고 이야기를 하니까 원래 집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는 강수까지 두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뭐 15km면 사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 이정민 : 그렇죠. 사실 뭐 차로 10분 15분 정도면 가는 거리니까요. 그러니까 계속 불륜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B 씨는 남편에 대한 분노를 점점 더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가 구타 사실, 학대 사실을 알게 되고서 1996년 12월 8일에 B 씨의 남편을 찾아갑니다. 찾아가서 나는 B 씨랑 너무 사랑하는 관계이다. 우리는 이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다. 당신이 B씨와 이혼을 해달라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당연히 남편 거절했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A 씨와 남편이 싸우게 됩니다. A 씨는 남편에게 화가 너무나 몸싸움을 벌이게 됐고, 둘이 몸싸움을 하던 중 A 씨가 그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합니다.
◆ 이원화 : 본인의 불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결국 남편이라는 사람을 무참히 살해 했다.이건데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거네요.
◇ 이정민 : 사실 해서는 안 될 짓이라는 게 이전에 있었던 불륜이라든가 불륜이 걸려서 자기가 좋아했던 B 씨가 구타를 당하는데도 계속 불륜을 이어가는 거라든가 다짜고짜 찾아가서 우리가 좋아하니까 너는 이혼해라 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렇고 사실 전부 다 잘못한 짓이긴 할 거예요.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살해에 이른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겠죠. A 씨는 트럭에 그 남편의 시신을 싣고 나서 아까 말씀드린 중부내륙고속도로 배수로에 남편의 시신을 버리고 거기에 불을 지릅니다. 다음 날 A 씨는 경찰이었던 A 씨의 친누나에게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라고 자백을 합니다. 그런데 누나는 이제 A 씨의 말을 믿지 않고 아 돈이 필요해서 거짓말하나 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통장과 돈을 전해줬다고 해요. 근데 정작 그 돈을 받았던 A 씨는 그 뒤로 연락이 두절되고 친누나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서 자신이 근무하고 있던 경찰서에 A 씨의 행적을 보고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그 남편이었던 분의 아버지도 남편과 남편의 아내 그러니까 아버지의 며느리였겠죠. B 씨가 모두 보이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었고요.
◆ 이원화 : 시신이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 이정민 : 네.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 남편, A 씨, B 씨 셋 다 동시에 사라진 상황이니까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남편이 살해당한 것은 1996년 12월이고, 이 남편의 시체가 지나가던 등산객에게 발견된 건 다음해 1997년 6월, 그러니까 6개월이나 지나서였습니다. 남편의 변사체를 유전자 감식한 경찰은 A 씨와 B 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공개 수배했었지만 A 씨와 B 씨 둘 다 1997년 1월부터 전혀 국내에 흔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이 있었는데 그 15년은 속절없이 지나갔고요. 2011년 12월 8일 공소시효 15년이 완성됩니다. 결국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었고요. 그런데 공소시효가 완성하고 4년 뒤인 2015년에 A 씨와 B 씨가 자진 입국을 희망하며 들어오게 된 겁니다.
◆ 이원화 : 그러면 더 이해가 안 되네요. 사람을 죽이고 잠적했던 거라면 더 꽁꽁 숨어 있어야 했던 거 아닙니까? 왜 굳이 한국으로 오려고 했던 걸까요?
◇ 이정민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남편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짜리였거든요. 당시 형사소송법으로는 그러니까 2011년 12월 8일에 원칙적으로는 공소시효가 완성되고 자신들은 처벌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죠.
◆ 이원화 : 아니 그런데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에 도피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잖아요. 그 법을 몰랐던 모양이죠?
◇ 이정민 : 형사소송법 제253조인데 A 씨와 B 씨는 그 법 조항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A 씨와 B 씨는 중국에서 조선족 변호사의 조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변호사가 ‘법알못’ 한국 법을 잘 모르시는 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형사소송법 제253조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해외로 도피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공소시효는 정지하는 조항이 있는데 중국에는 이런 법이 없나 봐요. 그래서 조선족 변호사는 해외로 가더라도 공소시효는 진행합니다,라는 식으로 조언을 해준 게 아닌가 싶고요. 실제로 한국에서 조사받으면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었는지 ‘왜 수사가 계속 진행되지? 왜 처벌할 것처럼 얘기하지?’라고 하다가 아마 확인을 했던 거겠죠. 사실은 나는 2011년까지 한국에 있어서 공소시효 완성이 있었고 그 뒤로 해외로 도피했다,라는 식으로 말을 번복하게 됩니다.
◆ 이원화 : 경찰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이정민 : 사실 누구라도 안 믿겠죠. 처음에는 97년이라고 얘기했다가 ‘수사가 계속되네?’ “저 2014년에 사실 나갔어요.” 라고 말을 하면 설득력이 없잖아요. 실제로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A 씨와 B 씨 모두 1997년 이후로 국내 기록이 전혀 없기도 했고요. B 씨는 실종 선고로 사망 처리가 되기도 했었으니까요. 물론 이론적으로는 산속에 숨어서 97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 숨어 있었을 수도 있는 거고 실제로 찾아보더라도 A 씨와 B 씨는 97년이 아니라 98년 4월이 돼서야 출국을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014년까지 국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사기관이 증명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었거든요. 다만 특별한 증거가 없던 상황에서 아까 A 씨의 누나 있었잖아요. A 씨가 처음에 자백했던 그 경찰이 관련해서 검찰이 A 씨의 누나 집을 압수수색하게 됩니다. 거기서 1998년 4월 1일에 일본에 입국했다라고 하는 입국 도장이 찍힌 A 씨와 B 씨의 위조 여권과 19년간 외국에서 계속 찍었던 사진들을 검찰이 모두 확보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1998년부터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게 맞았고요. 입국한 시점부터 14년 정도 공소시효가 여전히 남아 있었던 거죠.
◆ 이원화 : 추억으로 남기고자 했던 그 사진 때문에 결국 덜미를 잡히게 된. 진짜 영화 같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데요. 이 사건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요?
◇ 이정민 : 영화라고 하기에는 주인공들의 머리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면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연의 머리가 조금 안 좋았거나... 실제로 A 씨와 B 씨는 결국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A 씨는 그 시체를 버렸잖아요. 거기에 대한 사체 유기 혐의도 추가가 됐었고요. A 씨는 모든 범죄가 인정되어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습니다. 그런데 B 씨, 아까 그 남편의 배우자였던 분은 남편 살해에 직접 가담했다고 보기 어려워서 밀항죄에 대해서 징역 2년만을 선고받게 됩니다. A 씨,B 씨 검사 모두 항소하고 상고했었는데요. 2심과 대법원 모두 1심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해서 A 씨는 현재 징역을 마저 살고 있고요. B 씨는 현재 출소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해외로 도주했던 두 남녀의 사건 살펴봤습니다. 앞서도 이야기가 나온 것처럼 살인죄 공소시효는 2015년 전격 폐지됐습니다. 그리고 이 덕에 하마터면 처벌하지 못할 뻔했던 수많은 살인범들이 기소돼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죠. 그런데 오늘 살펴본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폐지되기 전에 발생했던 일입니다. 그러니 범인이 잡혔더라도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죠. 하지만 참 재밌게도요.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범인의 잘못된 계산법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건데요. 참 통쾌한 대목이 아닐 수 없죠.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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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 : 2024년 11월 27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정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2015년 11월, 그러니까 딱 이맘때쯤이었을 겁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남성 A 씨가 자신이 사실 밀항에 들어온 불법 체류자라며 자수를 한 일이 발생했죠. 이후 중국법에 따라 A 씨는 곧바로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습니다. 그리고 한국 경찰로부터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죠. A 씨는 본인이 스스로 불법 체류자라며 자수해 왔지만 정작 본인이 왜 중국으로 밀항했는지에 대해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A 씨의 행동은 경찰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죠. A 씨는 경찰의 수사 결과, 1996년 그러니까 19년 전 배수로에서 불탄 채로 발견된 한 남성을 살해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A 씨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다 결국 자백했는데 이상한 건 자백을 하는 A 씨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퍼져나갔다는 점이었죠.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A 씨의 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이정민 변호사(이하 이정민)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지금은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습니다만 오늘 이야기 나눠볼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살인죄 공소시효가 아직 폐지되기 전이거든요. 그래서 범인을 언제 잡느냐가 정말 중요한 시점인데, 일단 처음부터 차근히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중국에 살던 남성 A 씨가 나 사실 불법 체류자다 자수를 해오는 그런 일이 있었던 거죠.
◇ 이정민 : 네 언뜻 이해는 잘 안 가는, 너무 양심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 발생했었는데요. 2015년 11월 A 씨가 중국 상하이시 공안국에 가서 ‘나는 한국에서 밀항해 중국에 입국했다’고 자수를 한 겁니다. 그리고 그 자수범은 A 씨만은 아니었습니다.
◆ 이원화 : 누가 또 있었나요?
◇ 이정민 : 네. 여성 B 씨가 같이 있었는데요. B 씨 역시 나는 밀입국한 사람이다 라면서 공화국에 같이 자수합니다.
◆ 이원화 : A 씨와 B 씨가 서로 아는 사이였었나요?
◇ 이정민 : 네 너무나 잘 아는 사이였었는데요. 자세한 건 뒤에서 따로 말씀을 드릴 수 있겠지만 중국으로 밀항도 같이 했었고요. A 씨와 B 씨가 그리고 자수도 또 같이 할 정도로 엄청 친한 사이였던 겁니다. 둘의 자수는 게다가 진짜였는데요. 둘 모두 중국에서 밀항법 위반으로 한국으로 강제 추방당하고 그렇게 한국으로 추방당하게 되면 한국에서 밀항 단속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둘은 함께 자수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숨어 살다가 들켰으면 모를까 어쨌든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한국으로 와서 밀항 단속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자수를 했을까 이게 좀 의아하긴 하거든요. 중국에서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던 걸까요?
◇ 이정민 : 그렇죠. 우리나라 밀항 단속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거든요. 이제 만약에 중국에서 그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차라리 중국에서 쫓겨나고 한국에서 처벌받는 게 시쳇말로 싸게 먹힌다, 이렇게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고요. 당시에 A 씨를 조사하던 경찰은 A 씨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뭔가에 쫓기듯 불안한 기색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좀 과해 보였다. 손과 발을 계속 떨고 있었다. 밀항을 왜 했느냐는 물음에 아예 입을 닫았고 지금 우리 대통령이 누군지조차 말하지 못했는데 간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라고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A 씨 B 씨의 신상부터 하나하나 파악하던 경찰은 A 씨가 아니라 B 씨에 대해서 이상한 사실을 하나 확인하게 됩니다.
◆ 이원화 : 뭐였죠?
◇ 이정민 : B 씨는 1996년, 그러니까 자수한 날로부터 19년 전에 장기 실종에 따른 사망자로 처리가 돼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같은 해, 그러니까 1996년 B 씨가 실종되기 직전에 B 씨의 남편이 사망합니다.
◆ 이원화 : 이 여성의 남편도 장기 실종으로 사망 처리됐던 상황이었나요?
◇ 이정민 : 아니요. 남편은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구마 고속도로 그러니까 지금 이름은 중부내륙 고속도로인데요. 그 고속도로의 한 배수로에서 1996년 남편의 시신이 버려져 있었는데 그다음 해인 97년 여름에 비가 오면서 그 남편의 시신이 드러나고 때마침 배수로 옆에 산을 지나가던 등산객이 그 남편의 변사체를 발견하고 신고했던 겁니다. 뭐 짐작되시겠지만 B 씨와 B 씨의 남편은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남편은 맨날 B 씨를 구타하는 등의 가정폭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이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살해했던 건가요?
◇ 이정민 : 그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살해한 사람은 아까 같이 자수했던 수염이 덥수룩하고 너무나 불안해하던 그 A 씨였습니다. A 씨는 대구의 한 구청 소속의 프로 양궁 선수였는데요. B 씨와 함께 중국으로 밀항했다가 이번에 한국으로 같이 추방된 겁니다.
◆ 이원화 : A 씨가 이 여성 그리고 남편과는 어떤 연관이 있었죠?
◇ 이정민 : 정확히는 B 씨는 대구에서 동네 슈퍼를 운영하던 유부녀였고 A 씨는 그 슈퍼의 손님이자 B 씨의 상간남이었습니다. 아까 남편이 B 씨를 너무 구타 했었다, 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것도 사실은 B 씨가 A 씨와 불륜을 했기 때문에 남편이 A 씨에게 왜 불륜을 저지르냐 라는 식으로 했던 폭행이었거든요. B 씨가 남편에게 나는 절대 A 씨와 헤어지지 않겠다 고 이야기를 하니까 원래 집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는 강수까지 두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뭐 15km면 사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 이정민 : 그렇죠. 사실 뭐 차로 10분 15분 정도면 가는 거리니까요. 그러니까 계속 불륜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B 씨는 남편에 대한 분노를 점점 더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가 구타 사실, 학대 사실을 알게 되고서 1996년 12월 8일에 B 씨의 남편을 찾아갑니다. 찾아가서 나는 B 씨랑 너무 사랑하는 관계이다. 우리는 이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다. 당신이 B씨와 이혼을 해달라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당연히 남편 거절했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A 씨와 남편이 싸우게 됩니다. A 씨는 남편에게 화가 너무나 몸싸움을 벌이게 됐고, 둘이 몸싸움을 하던 중 A 씨가 그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합니다.
◆ 이원화 : 본인의 불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결국 남편이라는 사람을 무참히 살해 했다.이건데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거네요.
◇ 이정민 : 사실 해서는 안 될 짓이라는 게 이전에 있었던 불륜이라든가 불륜이 걸려서 자기가 좋아했던 B 씨가 구타를 당하는데도 계속 불륜을 이어가는 거라든가 다짜고짜 찾아가서 우리가 좋아하니까 너는 이혼해라 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렇고 사실 전부 다 잘못한 짓이긴 할 거예요.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살해에 이른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겠죠. A 씨는 트럭에 그 남편의 시신을 싣고 나서 아까 말씀드린 중부내륙고속도로 배수로에 남편의 시신을 버리고 거기에 불을 지릅니다. 다음 날 A 씨는 경찰이었던 A 씨의 친누나에게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라고 자백을 합니다. 그런데 누나는 이제 A 씨의 말을 믿지 않고 아 돈이 필요해서 거짓말하나 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통장과 돈을 전해줬다고 해요. 근데 정작 그 돈을 받았던 A 씨는 그 뒤로 연락이 두절되고 친누나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서 자신이 근무하고 있던 경찰서에 A 씨의 행적을 보고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그 남편이었던 분의 아버지도 남편과 남편의 아내 그러니까 아버지의 며느리였겠죠. B 씨가 모두 보이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었고요.
◆ 이원화 : 시신이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 이정민 : 네.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 남편, A 씨, B 씨 셋 다 동시에 사라진 상황이니까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남편이 살해당한 것은 1996년 12월이고, 이 남편의 시체가 지나가던 등산객에게 발견된 건 다음해 1997년 6월, 그러니까 6개월이나 지나서였습니다. 남편의 변사체를 유전자 감식한 경찰은 A 씨와 B 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공개 수배했었지만 A 씨와 B 씨 둘 다 1997년 1월부터 전혀 국내에 흔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이 있었는데 그 15년은 속절없이 지나갔고요. 2011년 12월 8일 공소시효 15년이 완성됩니다. 결국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었고요. 그런데 공소시효가 완성하고 4년 뒤인 2015년에 A 씨와 B 씨가 자진 입국을 희망하며 들어오게 된 겁니다.
◆ 이원화 : 그러면 더 이해가 안 되네요. 사람을 죽이고 잠적했던 거라면 더 꽁꽁 숨어 있어야 했던 거 아닙니까? 왜 굳이 한국으로 오려고 했던 걸까요?
◇ 이정민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남편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짜리였거든요. 당시 형사소송법으로는 그러니까 2011년 12월 8일에 원칙적으로는 공소시효가 완성되고 자신들은 처벌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죠.
◆ 이원화 : 아니 그런데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에 도피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잖아요. 그 법을 몰랐던 모양이죠?
◇ 이정민 : 형사소송법 제253조인데 A 씨와 B 씨는 그 법 조항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A 씨와 B 씨는 중국에서 조선족 변호사의 조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변호사가 ‘법알못’ 한국 법을 잘 모르시는 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형사소송법 제253조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해외로 도피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공소시효는 정지하는 조항이 있는데 중국에는 이런 법이 없나 봐요. 그래서 조선족 변호사는 해외로 가더라도 공소시효는 진행합니다,라는 식으로 조언을 해준 게 아닌가 싶고요. 실제로 한국에서 조사받으면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었는지 ‘왜 수사가 계속 진행되지? 왜 처벌할 것처럼 얘기하지?’라고 하다가 아마 확인을 했던 거겠죠. 사실은 나는 2011년까지 한국에 있어서 공소시효 완성이 있었고 그 뒤로 해외로 도피했다,라는 식으로 말을 번복하게 됩니다.
◆ 이원화 : 경찰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이정민 : 사실 누구라도 안 믿겠죠. 처음에는 97년이라고 얘기했다가 ‘수사가 계속되네?’ “저 2014년에 사실 나갔어요.” 라고 말을 하면 설득력이 없잖아요. 실제로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A 씨와 B 씨 모두 1997년 이후로 국내 기록이 전혀 없기도 했고요. B 씨는 실종 선고로 사망 처리가 되기도 했었으니까요. 물론 이론적으로는 산속에 숨어서 97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 숨어 있었을 수도 있는 거고 실제로 찾아보더라도 A 씨와 B 씨는 97년이 아니라 98년 4월이 돼서야 출국을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014년까지 국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사기관이 증명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었거든요. 다만 특별한 증거가 없던 상황에서 아까 A 씨의 누나 있었잖아요. A 씨가 처음에 자백했던 그 경찰이 관련해서 검찰이 A 씨의 누나 집을 압수수색하게 됩니다. 거기서 1998년 4월 1일에 일본에 입국했다라고 하는 입국 도장이 찍힌 A 씨와 B 씨의 위조 여권과 19년간 외국에서 계속 찍었던 사진들을 검찰이 모두 확보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1998년부터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게 맞았고요. 입국한 시점부터 14년 정도 공소시효가 여전히 남아 있었던 거죠.
◆ 이원화 : 추억으로 남기고자 했던 그 사진 때문에 결국 덜미를 잡히게 된. 진짜 영화 같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데요. 이 사건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요?
◇ 이정민 : 영화라고 하기에는 주인공들의 머리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면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연의 머리가 조금 안 좋았거나... 실제로 A 씨와 B 씨는 결국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A 씨는 그 시체를 버렸잖아요. 거기에 대한 사체 유기 혐의도 추가가 됐었고요. A 씨는 모든 범죄가 인정되어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습니다. 그런데 B 씨, 아까 그 남편의 배우자였던 분은 남편 살해에 직접 가담했다고 보기 어려워서 밀항죄에 대해서 징역 2년만을 선고받게 됩니다. A 씨,B 씨 검사 모두 항소하고 상고했었는데요. 2심과 대법원 모두 1심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해서 A 씨는 현재 징역을 마저 살고 있고요. B 씨는 현재 출소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해외로 도주했던 두 남녀의 사건 살펴봤습니다. 앞서도 이야기가 나온 것처럼 살인죄 공소시효는 2015년 전격 폐지됐습니다. 그리고 이 덕에 하마터면 처벌하지 못할 뻔했던 수많은 살인범들이 기소돼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죠. 그런데 오늘 살펴본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폐지되기 전에 발생했던 일입니다. 그러니 범인이 잡혔더라도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죠. 하지만 참 재밌게도요.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범인의 잘못된 계산법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건데요. 참 통쾌한 대목이 아닐 수 없죠.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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