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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09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서창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때는 2003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신촌 대학가에서는 아주 흉흉한 하지만 제법 구체적인 괴담이 떠돌고 있었는데요. 내용인 즉, 비 오는 밤 홀로 다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마가 있다. 심지어 특정 대학의 여학생을 타깃으로 삼는데 경찰의 갖은 노력에도 몇 개월째 잡히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듣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이 괴담. 과연 한 여름밤의 더위를 날릴 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실이었을까요?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당시 신촌 대학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홍대 괴담 역시 그랬습니다. 강도 폭행 사건이 연이어 이어지던 가운데 끝내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야 만 것이죠. 경찰은 이 범인이 당시 대히트를 쳤던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본 후 저지른 모방 범죄는 아니었을까 이 부분도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하죠. 그리고 수개월에 걸친 잠복수사 끝에 결국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는데요. 도대체 누가 그리고 왜 그랬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서창곤: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제가 이때 신촌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 같아요. 당시 여학생들 사이에서 밤에 절대 혼자 다녀서는 안 된다. 특히 비 오는 날을 조심해라 이런 이야기가 진짜 있었단 말이죠. 당시에 어떤 괴담이 떠돌았었던 건지 소개를 한번 해 주시죠.
◆서창곤: 과거 2003년경 인터넷에는 신촌 대학가 인근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마가 출몰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비가 오는 날에 당했다는 홍대 괴담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것인데요. 연세대와 홍익대 등 주변 대학에서는 여학생들에게 혼자 밤거리를 돌아다니지 말라는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었습니다.
◇이원화: 도시괴담 같은 거 있잖아요. 이 경우도 처음에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다거나 이런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게 진짜인지 아니면 정말 도시괴담 같은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더 답답하고 공포감을 줬었던 것 같거든요.
◆서창곤: 네 이 사건의 경우도 공식적으로는 살인 사건 발생 사실이 보도되지는 않았기에 여름철 무더위를 쫓기에 흔히 만들어내는 괴담에 머무는 듯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 괴담에 그치지 않았었는데요. 괴담처럼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홍대 부근과 신촌 일대에서 비 오는 날 새벽에 여성을 상대로 한 퍽치기 강도 사건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그러면 돈이 목적이었던 건가요?
◆서창곤: 당시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의 가방과 지갑, 장신구 등이 발견되지 않자 담당 형사들은 돈을 노린 강도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범인 특정에 애를 먹었었는데요. 범인이 피해자들에게 은밀하게 다가와 순식간에 뒤에서 내려치고 도망갔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범인 얼굴을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인적이 드물고 후미진 골목길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목격자도 그 흔한 CCTV도 없었습니다. 또한 범인은 비가 내린 날만 골라서 범행을 저질러 족적이나 지문 같은 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원한이라거나 이런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인 거잖아요. 사실 이런 경우 용의자를 특정하는게 더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서창곤: 네 그렇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이다 보니 원한 관계나 지인을 조사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습니다. 답답했던 경찰은 먼저 피해자들 두개골이 함몰된 모양과 상처를 분석해 범인이 매번 같은 둔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당시 피해자들의 상처를 분석해 보니 넓게 함몰된 흔적과 깊게 파인 흔적이 동시에 보였는데요. 범인이 장도리 혹은 벽돌공들이 사용하는 다용도 해머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자 경찰은 우선 흉기 출처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을지로 등 철물점이 모여 있는 곳을 며칠이나 수소문하고 다녔음에도 허탕을 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사건 현장 일대에서 행인이나 노점상, 노숙인 등으로 가장한 형사들의 잠복 수사는 범인이 잡힐 때까지 비번 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이원화: 당시 수사를 하던 경찰분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습니다만 그보다 더 걱정인 거는 둔기로 내려친 정도가 꽤 거칠다. 피해자들이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상처가 제법 심하다 이런 이야기해 주셨잖아요. 그래서 혹시 살인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이게 더 걱정이긴 하거든요.
◆서창곤: 네 당시 경찰도 잘못하면 다음에는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러한 경찰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군요.
◆서창곤: 2023년 9월 14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새벽 5시쯤 서대문구 연희 3동 기찻길 옆 골목길에서 귀가하던 여대생 한 씨가 동일한 수법의 공격을 받았는데요. 사건 발생 직후 한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범인이 한 씨를 살해하고 뺏어간 것은 현금 1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이원화: 그동안은 단순 강도 아니면 뭐 강도 상해 정도였다면 이제는 강도 살인죄로 넘어가게 된 거잖아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서창곤: 네 강도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그 중한 정도가 단순 강도와는 차원이 다른데요. 실제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홍대 괴담, 신촌 괴담은 사실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대대적으로 쏟아져 나왔고,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은 괴담이 진짜가 되었다며 패닉 상태에 빠졌었습니다. 이후 경찰은 형사들을 추가 배치해 잠복근무 대상 지역을 확대했고, 인근에 거주하는 퍽치기 수법 광도 전과자들과 우범자들을 대상으로 한 탐문 수사의 강도도 높여 나갔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동네에 비디오 가게를 모두 샅샅이 뒤지고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이원화: 이 비디오 가게라는 말 정말 오래간만이 아닌가 싶은데, 근데 비디오 가게는 왜 뒤지고 다닌 거죠?
◆서창곤: 네 당시 수사진 일부에서 비 오는 날의 살인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 그리고 미리 준비한 도구로 연쇄 퍽치기 범죄를 하는 수법은 영화 와일드카드에 등장하는 내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마포와 서대문 일대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 두 영화를 대여해 간 남성들 약 300여 명의 신원을 파악해 내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성과가 좀 있었나요?
◆서창곤: 안타깝게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경찰의 잠복 수사는 계속되었고 해당 사건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후미진 골목길에는 혼자 걸어가는 여성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4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홍대 근처인 마포구 동교동 로터리 부근 골목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분위기를 보니까 드디어 범인이 나타났네요.
◆서창곤: 네 마침 근처에는 마포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흩어져 잠복하고 있었는데요. 그리고 우산을 받쳐 든 한 젊은 여성이 걸어오다가 한 건물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 건물 앞에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차 뒤에 숨어 있던 남자가 튀어나왔고, 그 남자가 손에 쥔 흉기를 휘두르려고 하기 직전에 형사 한 명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순간 남자는 멈칫했고, 어둠 속에서 형사들이 뛰어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무전 연락을 받고 반대편에서 잠복하고 있던 형사들에게 결국 붙잡혔습니다.
◇이원화: 이게 이 직전에 있었던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기 전에 검거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긴 한데요. 어쨌든 잡혔다고 하니까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서창곤: 검거된 범인 김 씨는 경찰에서 사업 실패 때문에 생긴 2억 5천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그로 인해 가정불화까지 생긴 뒤 채권자들의 집요한 빚 독촉에 시달린 나머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8번의 범행으로 그가 손에 쥔 돈은 총 89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원화: 겨우 그 정도 돈 때문에 그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나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대목인 것 같거든요.
◆서창곤: 네 그래서 범인의 내면에 있는 공격 욕구와 파괴 욕구가 범행의 진정한 동기였다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프로파일러의 분석도 있었습니다. 거듭된 범행으로 소액밖에 탈취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피해 여성에게 치명적인 살인적 공격을 계속 감행하여 결국 한 씨를 사망케 한 연쇄 범행의 특성으로 보아 범행 동기가 돈보다는 심리적인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 조사 결과 다용도 해머로 추정되는 범행 도구는 김 씨가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직접 주문 제작한 쇠로 된 야구방망이였습니다. 범인은 이 5kg가량 되는 방망이를 항상 2개씩 가방에 넣어 다녔는데요. 누군가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면 야구 연습하러 간다는 핑계를 대려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원화: 굉장히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던 걸로 보이는데, 그런데 궁금한 건 왜 굳이 살인까지 했답니까? 그전에는 심각한 상처를 남기긴 했어도 죽이지는 않았었잖아요.
◆서창곤: 당시 범인은 보통 피해자들이 한 대만 때려도 순순히 가방을 주는데 끝까지 가방을 안 놓고 버티길래 몇 대 더 때렸다고 진술했었습니다. 그러나 범인은 한 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씨에 대한 살인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했습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추궁해도 발뺌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이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을 해야 되는데 법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서창곤: 네 맞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한 씨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범인을 집요하게 추궁한 끝에 김 씨로부터 범행 직후 한 씨의 지갑과 핸드폰을 연희동 철길 옆 풀숲에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풀숲을 샅샅이 뒤져 철길 아래 반쯤 부서진 폴더형 핸드폰 조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핸드폰의 액정 부분은 사라져서 없고 아래쪽 기판 부분만 남아 있었는데요. 이러한 상태로 풀숲에 한 달이나 방치되었음에도 해당 핸드폰을 충전 후 전원 버튼을 눌러보니 다행히 작동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핸드폰의 마지막 통화자가 사망한 한 씨의 아버지인 것이 확인되어 한 씨의 핸드폰임이 드러나게 되었고, 범인 김 씨는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원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서창곤: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해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김 씨가 사업 실패 뒤 빚 독촉에 시달리며 생활비가 떨어지자 범행을 저지르게 됐고, 범행 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는 이유로 징역 15년을 선고하였습니다. 김 씨는 이미 2019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2003년 신촌 대학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홍대 괴담의 진실 퍽치기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형사 가운데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살아남은 피해자 중 누군가는 여전히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데, 범인이란 사람은 15년만 지나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니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다. 아마도 이 사건을 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 아닐까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화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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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서창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때는 2003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신촌 대학가에서는 아주 흉흉한 하지만 제법 구체적인 괴담이 떠돌고 있었는데요. 내용인 즉, 비 오는 밤 홀로 다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마가 있다. 심지어 특정 대학의 여학생을 타깃으로 삼는데 경찰의 갖은 노력에도 몇 개월째 잡히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듣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이 괴담. 과연 한 여름밤의 더위를 날릴 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실이었을까요?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당시 신촌 대학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홍대 괴담 역시 그랬습니다. 강도 폭행 사건이 연이어 이어지던 가운데 끝내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야 만 것이죠. 경찰은 이 범인이 당시 대히트를 쳤던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본 후 저지른 모방 범죄는 아니었을까 이 부분도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하죠. 그리고 수개월에 걸친 잠복수사 끝에 결국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는데요. 도대체 누가 그리고 왜 그랬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서창곤: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제가 이때 신촌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 같아요. 당시 여학생들 사이에서 밤에 절대 혼자 다녀서는 안 된다. 특히 비 오는 날을 조심해라 이런 이야기가 진짜 있었단 말이죠. 당시에 어떤 괴담이 떠돌았었던 건지 소개를 한번 해 주시죠.
◆서창곤: 과거 2003년경 인터넷에는 신촌 대학가 인근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마가 출몰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비가 오는 날에 당했다는 홍대 괴담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것인데요. 연세대와 홍익대 등 주변 대학에서는 여학생들에게 혼자 밤거리를 돌아다니지 말라는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었습니다.
◇이원화: 도시괴담 같은 거 있잖아요. 이 경우도 처음에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다거나 이런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게 진짜인지 아니면 정말 도시괴담 같은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더 답답하고 공포감을 줬었던 것 같거든요.
◆서창곤: 네 이 사건의 경우도 공식적으로는 살인 사건 발생 사실이 보도되지는 않았기에 여름철 무더위를 쫓기에 흔히 만들어내는 괴담에 머무는 듯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 괴담에 그치지 않았었는데요. 괴담처럼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홍대 부근과 신촌 일대에서 비 오는 날 새벽에 여성을 상대로 한 퍽치기 강도 사건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그러면 돈이 목적이었던 건가요?
◆서창곤: 당시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의 가방과 지갑, 장신구 등이 발견되지 않자 담당 형사들은 돈을 노린 강도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범인 특정에 애를 먹었었는데요. 범인이 피해자들에게 은밀하게 다가와 순식간에 뒤에서 내려치고 도망갔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범인 얼굴을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인적이 드물고 후미진 골목길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목격자도 그 흔한 CCTV도 없었습니다. 또한 범인은 비가 내린 날만 골라서 범행을 저질러 족적이나 지문 같은 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원한이라거나 이런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인 거잖아요. 사실 이런 경우 용의자를 특정하는게 더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서창곤: 네 그렇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이다 보니 원한 관계나 지인을 조사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습니다. 답답했던 경찰은 먼저 피해자들 두개골이 함몰된 모양과 상처를 분석해 범인이 매번 같은 둔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당시 피해자들의 상처를 분석해 보니 넓게 함몰된 흔적과 깊게 파인 흔적이 동시에 보였는데요. 범인이 장도리 혹은 벽돌공들이 사용하는 다용도 해머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자 경찰은 우선 흉기 출처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을지로 등 철물점이 모여 있는 곳을 며칠이나 수소문하고 다녔음에도 허탕을 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사건 현장 일대에서 행인이나 노점상, 노숙인 등으로 가장한 형사들의 잠복 수사는 범인이 잡힐 때까지 비번 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이원화: 당시 수사를 하던 경찰분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습니다만 그보다 더 걱정인 거는 둔기로 내려친 정도가 꽤 거칠다. 피해자들이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상처가 제법 심하다 이런 이야기해 주셨잖아요. 그래서 혹시 살인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이게 더 걱정이긴 하거든요.
◆서창곤: 네 당시 경찰도 잘못하면 다음에는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러한 경찰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군요.
◆서창곤: 2023년 9월 14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새벽 5시쯤 서대문구 연희 3동 기찻길 옆 골목길에서 귀가하던 여대생 한 씨가 동일한 수법의 공격을 받았는데요. 사건 발생 직후 한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범인이 한 씨를 살해하고 뺏어간 것은 현금 1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이원화: 그동안은 단순 강도 아니면 뭐 강도 상해 정도였다면 이제는 강도 살인죄로 넘어가게 된 거잖아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서창곤: 네 강도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그 중한 정도가 단순 강도와는 차원이 다른데요. 실제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홍대 괴담, 신촌 괴담은 사실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대대적으로 쏟아져 나왔고,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은 괴담이 진짜가 되었다며 패닉 상태에 빠졌었습니다. 이후 경찰은 형사들을 추가 배치해 잠복근무 대상 지역을 확대했고, 인근에 거주하는 퍽치기 수법 광도 전과자들과 우범자들을 대상으로 한 탐문 수사의 강도도 높여 나갔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동네에 비디오 가게를 모두 샅샅이 뒤지고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이원화: 이 비디오 가게라는 말 정말 오래간만이 아닌가 싶은데, 근데 비디오 가게는 왜 뒤지고 다닌 거죠?
◆서창곤: 네 당시 수사진 일부에서 비 오는 날의 살인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 그리고 미리 준비한 도구로 연쇄 퍽치기 범죄를 하는 수법은 영화 와일드카드에 등장하는 내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마포와 서대문 일대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 두 영화를 대여해 간 남성들 약 300여 명의 신원을 파악해 내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성과가 좀 있었나요?
◆서창곤: 안타깝게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경찰의 잠복 수사는 계속되었고 해당 사건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후미진 골목길에는 혼자 걸어가는 여성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4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홍대 근처인 마포구 동교동 로터리 부근 골목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분위기를 보니까 드디어 범인이 나타났네요.
◆서창곤: 네 마침 근처에는 마포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흩어져 잠복하고 있었는데요. 그리고 우산을 받쳐 든 한 젊은 여성이 걸어오다가 한 건물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 건물 앞에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차 뒤에 숨어 있던 남자가 튀어나왔고, 그 남자가 손에 쥔 흉기를 휘두르려고 하기 직전에 형사 한 명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순간 남자는 멈칫했고, 어둠 속에서 형사들이 뛰어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무전 연락을 받고 반대편에서 잠복하고 있던 형사들에게 결국 붙잡혔습니다.
◇이원화: 이게 이 직전에 있었던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기 전에 검거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긴 한데요. 어쨌든 잡혔다고 하니까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서창곤: 검거된 범인 김 씨는 경찰에서 사업 실패 때문에 생긴 2억 5천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그로 인해 가정불화까지 생긴 뒤 채권자들의 집요한 빚 독촉에 시달린 나머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8번의 범행으로 그가 손에 쥔 돈은 총 89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원화: 겨우 그 정도 돈 때문에 그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나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대목인 것 같거든요.
◆서창곤: 네 그래서 범인의 내면에 있는 공격 욕구와 파괴 욕구가 범행의 진정한 동기였다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프로파일러의 분석도 있었습니다. 거듭된 범행으로 소액밖에 탈취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피해 여성에게 치명적인 살인적 공격을 계속 감행하여 결국 한 씨를 사망케 한 연쇄 범행의 특성으로 보아 범행 동기가 돈보다는 심리적인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 조사 결과 다용도 해머로 추정되는 범행 도구는 김 씨가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직접 주문 제작한 쇠로 된 야구방망이였습니다. 범인은 이 5kg가량 되는 방망이를 항상 2개씩 가방에 넣어 다녔는데요. 누군가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면 야구 연습하러 간다는 핑계를 대려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원화: 굉장히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던 걸로 보이는데, 그런데 궁금한 건 왜 굳이 살인까지 했답니까? 그전에는 심각한 상처를 남기긴 했어도 죽이지는 않았었잖아요.
◆서창곤: 당시 범인은 보통 피해자들이 한 대만 때려도 순순히 가방을 주는데 끝까지 가방을 안 놓고 버티길래 몇 대 더 때렸다고 진술했었습니다. 그러나 범인은 한 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씨에 대한 살인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했습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추궁해도 발뺌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이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을 해야 되는데 법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서창곤: 네 맞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한 씨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범인을 집요하게 추궁한 끝에 김 씨로부터 범행 직후 한 씨의 지갑과 핸드폰을 연희동 철길 옆 풀숲에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풀숲을 샅샅이 뒤져 철길 아래 반쯤 부서진 폴더형 핸드폰 조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핸드폰의 액정 부분은 사라져서 없고 아래쪽 기판 부분만 남아 있었는데요. 이러한 상태로 풀숲에 한 달이나 방치되었음에도 해당 핸드폰을 충전 후 전원 버튼을 눌러보니 다행히 작동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핸드폰의 마지막 통화자가 사망한 한 씨의 아버지인 것이 확인되어 한 씨의 핸드폰임이 드러나게 되었고, 범인 김 씨는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원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서창곤: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해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김 씨가 사업 실패 뒤 빚 독촉에 시달리며 생활비가 떨어지자 범행을 저지르게 됐고, 범행 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는 이유로 징역 15년을 선고하였습니다. 김 씨는 이미 2019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2003년 신촌 대학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홍대 괴담의 진실 퍽치기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형사 가운데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살아남은 피해자 중 누군가는 여전히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데, 범인이란 사람은 15년만 지나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니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다. 아마도 이 사건을 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 아닐까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화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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