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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12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서창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지난 2015년 2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60대 여성 A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아주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A씨의 집 수색에 나서게 됐죠. A 씨가 살던 집은 본체와 그 옆에 작게 딸린 별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별채에는 세입자인 남성 B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세입자인 B씨는 경찰의 협조 요청에 바쁘다며 계속해서 일정을 미루고 또 미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죠. 그렇게 약속한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어렵사리 B 씨의 집을 탐문하기로 한 바로 그날 B 씨의 집에 불이 났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B 씨의 태도가 영 수상했죠. 경찰은 이때 직감했다고 합니다. 억지로 감식을 미루던 B 씨의 모습. 그리고 감식을 진행하기로 한 날 난데없이 난 불까지 그렇게 B 씨는 A씨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는데요. 과연 진실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서창곤: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이 방송 듣고 나시면 다들 공감하실 것 같은데 굉장히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거든요. 일단 처음은 경기도 화성시의 한 마을에서 여성 A씨가 사라지는 사건으로부터 시작이 됐죠.
◆서창곤: 네 2015년 2월 4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외진 마을에서 저녁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 A씨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A씨는 새벽 예배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깊은 신앙생활을 해왔었는데요. A씨가 실종된 다음 날 A씨가 교회에 나오지 않자 마을 교회 관계자들은 이를 의아해하였고, 같은 날 아침 병원에 함께 가기로 했던 같은 마을에 사는 교인이 A씨의 집으로 찾아왔지만 A씨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A 씨의 아들이 오후 7시 20분경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게 됩니다.
◇이원화: A씨가 사라질 만한 또는 잠적할 만한 그런 사연이 혹시 있었을까요?
◆서창곤: 네 A 씨는 실종되기 약 5개월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 자택에서 홀로 살고 있었는데요. A씨는 평소 여행을 즐겨하지도 않았고 교회를 다녀오는 것 외에는 외출도 많이 하지 않았기에 평소 A씨의 생활 패턴으로 보면 A씨는 갑자기 사라질 만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A씨가 실종된 지 나흘 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A씨의 집부터 먼저 수색에 들어갔는데요. 경찰이 A씨 자택을 감식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그곳에는 A 씨의 집 마당 한 켠에 위치한 별채에 15년째 세들어 살고 있던 세입자 B씨가 있었습니다.
◇이원화: 세입자가 있었군요.
◆서창곤: 네. 경찰은 A 씨가 머물던 본체에 이어 B씨가 살고 있던 별채를 수색하려고 하였지만 B 씨는 협조하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감식을 미뤄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미룰 수 없었기에 다음 날인 2월 9일에 별채를 수색하겠다고 B 씨에게 통보하였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수색을 예고한 2월 9일 오후 2시 50분경 갑자기 B씨의 별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인근 논밭을 수색하던 경찰이 이를 발견하고 달려가 보았지만 이미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손을 쓸 수 없었고, 본체 일부와 B 씨가 살던 별채의 전부가 타버렸습니다.
◇이원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보이네요.
◆서창곤: 맞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B 씨가 사는 별채를 수색하겠다고 통보한 바로 그날에 불이 난 것인데요. 당시 B씨는 화재 발생 약 1시간이 지난 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경찰은 화재의 원인을 방화로 추정하고 B씨를 추궁하였으나 이에 B씨는 가스 히터를 틀어 놓고 나갔다가 불이 났다며 태연하게 변명하였습니다. 그런데 별채에 대한 화재 감식 결과 인화 물질이 검출되었고, 인근 CCTV에서는 화재 발생 약 2분 전인 9일 오후 2시 47분경 별채에서 나오는 B 씨의 모습이 포착되는 등 방화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경찰이 처음 B 씨를 찾아왔던 2월 8일 저녁 B 씨가 지인에게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포맷을 의뢰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은 B씨가 A씨의 실종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방화를 저질렀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이원화: 그러면 경찰은 A씨가 사라진 게 단순 실종이 아니라 납치 혹은 최악인 경우에는 살인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 이렇게 본 걸까요?
◆서창곤: 네 이후 경찰은 A씨 사건을 단순 실종이 아닌 살인 등 강력 사건으로 판단하여 여성 청소년 수사팀에서 강력팀으로 넘겼습니다. 경찰은 B씨를 방화 혐의로 검거한 뒤 A씨에 대한 살인 등 혐의를 밝혀내기로 하였고, 12일 B씨를 체포해 곧바로 구속하였습니다. 하지만 B 씨는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었는데요. 경찰은 B 씨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여 마을 인근 CCTV를 수차례 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A씨의 집으로 향해 나 있는 골목 입구에 설치된 CCTV에서는 A씨가 실종되기 직전 교회 버스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모습이 보였고, 그보다 약 1시간 전에 B씨가 흰색 트럭을 몰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B씨의 모습이 같은 CCTV 화면에 등장하였는데요. B 씨는 자신의 트럭을 몰고 집을 나서고 있었는데, 해당 트럭의 뒷좌석에 전날에는 보이지 않았던 상자가 실려 있는 것이 경찰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트럭 짐칸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도 있었습니다. 이후 B 씨가 향한 곳은 인근의 지인이 운영하는 공장이었는데요. B 씨는 도착 후 트럭 짐칸에서 기계를 내린 뒤 이를 들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고, B 씨가 다시 공장 밖으로 나왔을 땐 빈손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계가 육절기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육절기요? 정육점에서 고기 썰 때 쓰는 그 기계 말씀하시는 거죠?
◆서창곤: 네, 맞습니다. B 씨의 트럭 짐칸에 실려 있던 해당 기계는 정육점에서 쓰이는 높이 60cm, 무게 40kg의 육절기였습니다. 이후 경찰은 B씨가 사용한 트럭과 B 씨가 방문한 공장을 모두 수색하였는데요. B씨가 의문스러운 상자를 싣고 다녔던 트럭 뒷좌석과 육절기를 내려놓았던 공장에서 모두 혈흔이 발견되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긴급 감정 결과 A씨의 DNA가 모두 검출되었습니다. 즉 B씨가 A씨를 살해하였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B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육절기는 정작 찾지 못했었습니다.
◇이원화: 만약에 살인 사건이라고 한다면 이 육절기가 범행 도구가 되니까 이걸 발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대목인거죠?
◆서창곤: 네 맞습니다. 이후 경찰은 B씨를 긴급 체포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는데요. 하지만 B 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B씨가 이렇게 오리발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은 A씨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살인이 의심돼도 시신이 없으면 유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에 경찰은 A씨의 시신 유기 장소로 추정되는 하천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의 마지막 희망은 범행 도구로 의심되는 육절기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B씨가 육절기를 어디에 버렸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B씨의 행적은 확인되었으나 워낙 지역이 넓어 모든 구간을 수색할 수는 없었는데요. 그러나 경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B 씨의 동선을 분석해 의왕시 및 수원시 일대를 유력한 유기 장소로 보고 집중 수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경기도 의왕시 청계산 인근에서 육절기에 끼워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길이 165cm의 띠톱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A씨의 DNA가 검출되었습니다. 또한 경찰은 육절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버릴 수 있는 곳은 고물상이라고 판단하여 수사의 방향을 고물상으로 돌렸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고물상이 뭐 한두 군데도 아닐 테고, 또 실제 B씨가 육절기를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서창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B 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육절기를 반드시 찾아야 했기에 경찰은 수원과 화성 지역 일대의 고물상을 전부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건 발생 20일 만인 2월 24일경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물상에서 사장님이 눈에 익숙한 육절기를 막 해체하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인근 현장을 수색하던 형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고물상으로 뛰어들어갔고, 고물상 사장님이 범행 도구인 육절기를 해체하려는 것을 간신히 제지해냈습니다.
◇이원화: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은데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혔네요.
◆서창곤: 네, 그렇습니다. 당시 고물상 사장님이 말하기를 2주 전에 누군가 해당 기계를 고물상 문앞에 버려놓고 갔길래 혹시 몰라 주인을 기다리다가 이제 막 처분을 위해 해체를 시작하던 참이었기에 조금만 늦었더라면 사건이 완전히 꼬여버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해당 육절기에는 A씨의 DNA와 일치하는 약 90여 점의 인체 조직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B 씨가 거주하던 별채 화장실 배수관을 정밀 감식한 결과 역시 A씨의 DNA와 혈흔이 검출되어 B씨가 1차적으로 자택에서 시신을 토막낸 뒤 육절기를 사용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원화: 아니길 바랐습니다만 결국 살인 사건이었던거네요.
◆서창곤: 그렇습니다. 결국 경찰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이원화: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범행 동기가 나왔나요?
◆서창곤: 범행 동기에 대해서 B 씨는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었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을 토대로 범행 동기를 추정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평소 B씨는 A씨에게 일방적으로 애정을 표현하였고, A씨의 남편이 사망하자 B씨는 더 노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사실상 스토킹 수준이었던 것이죠. 이에 A씨는 계속 거절의 뜻을 밝혔고, 결국 B씨에게 집을 비워줄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1월 말 A씨는 도로 편입 토지 보상금으로 2억 6천만 원을 받았는데요.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경찰은 당시 파산 선고를 받아 돈이 절실했던 B씨가 토지 보상금을 받은 A씨가 자신에게 퇴거할 것을 요청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A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원화: 엇나간 애정 문제에 돈까지 얽혀 있었다는 건데 당연히 재판에 넘겨졌을 테고요. 걱정되는 건 어쨌든 간에 시신은 나오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리고 피의자도 계속해서 재판으로 온 피고인도 계속해서 부인을 하고 있었다는 거고요.
◆서창곤: 네 검찰은 B 씨를 살인 방화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그럼에도 B 씨는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였는데요. 자신은 A 씨가 행방불명된 것도 몰랐고, 불을 지르지도 A씨를 살해하지도 않았으며, 경찰에 체포된 뒤 살인, 사체 유기 방화 혐의가 씌워져 짜맞춰진 대로 조사를 받았다고 결백을 호소하였습니다. 당시 B 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것이 육절기에서 나온 혈흔과 같은 간접 증거가 전부라는 점, 살인의 방법과 장소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제3자의 범행의 가능성도 검토해 봐야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B 씨의 무죄를 주장하였습니다.
◇이원화: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서창곤: B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 씨의 사망 추정 시간에 B 씨가 별채에 있었고, 이튿날 상자 여러 개를 트럭에 싣고 나간 점과 B씨의 트럭 뒷좌석에서 A씨의 혈흔이 검출된 점, 그리고 B씨가 구매한 육절기 본체와 띠톱에서 A씨의 혈흔과 인체 조직이 다수 발견된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B씨가 포맷 하려고 했던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B씨가 인체 해부도를 내려받은 기록과 인터넷에서 육절기, 띠톱 등을 검색한 흔적도 나와 B 씨의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2015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벌어졌던 육절기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다른 여느 사건도 그렇습니다만 무엇보다 경찰의 수사력이 빛을 발했던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시신도 발견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수십km를 직접 걷고 일일이 확인하며 주요 증거인 육절기를 찾아낸 그 집념 칭찬할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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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서창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지난 2015년 2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60대 여성 A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아주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A씨의 집 수색에 나서게 됐죠. A 씨가 살던 집은 본체와 그 옆에 작게 딸린 별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별채에는 세입자인 남성 B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세입자인 B씨는 경찰의 협조 요청에 바쁘다며 계속해서 일정을 미루고 또 미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죠. 그렇게 약속한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어렵사리 B 씨의 집을 탐문하기로 한 바로 그날 B 씨의 집에 불이 났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B 씨의 태도가 영 수상했죠. 경찰은 이때 직감했다고 합니다. 억지로 감식을 미루던 B 씨의 모습. 그리고 감식을 진행하기로 한 날 난데없이 난 불까지 그렇게 B 씨는 A씨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는데요. 과연 진실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서창곤: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이 방송 듣고 나시면 다들 공감하실 것 같은데 굉장히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거든요. 일단 처음은 경기도 화성시의 한 마을에서 여성 A씨가 사라지는 사건으로부터 시작이 됐죠.
◆서창곤: 네 2015년 2월 4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외진 마을에서 저녁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 A씨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A씨는 새벽 예배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깊은 신앙생활을 해왔었는데요. A씨가 실종된 다음 날 A씨가 교회에 나오지 않자 마을 교회 관계자들은 이를 의아해하였고, 같은 날 아침 병원에 함께 가기로 했던 같은 마을에 사는 교인이 A씨의 집으로 찾아왔지만 A씨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A 씨의 아들이 오후 7시 20분경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게 됩니다.
◇이원화: A씨가 사라질 만한 또는 잠적할 만한 그런 사연이 혹시 있었을까요?
◆서창곤: 네 A 씨는 실종되기 약 5개월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 자택에서 홀로 살고 있었는데요. A씨는 평소 여행을 즐겨하지도 않았고 교회를 다녀오는 것 외에는 외출도 많이 하지 않았기에 평소 A씨의 생활 패턴으로 보면 A씨는 갑자기 사라질 만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A씨가 실종된 지 나흘 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A씨의 집부터 먼저 수색에 들어갔는데요. 경찰이 A씨 자택을 감식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그곳에는 A 씨의 집 마당 한 켠에 위치한 별채에 15년째 세들어 살고 있던 세입자 B씨가 있었습니다.
◇이원화: 세입자가 있었군요.
◆서창곤: 네. 경찰은 A 씨가 머물던 본체에 이어 B씨가 살고 있던 별채를 수색하려고 하였지만 B 씨는 협조하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감식을 미뤄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미룰 수 없었기에 다음 날인 2월 9일에 별채를 수색하겠다고 B 씨에게 통보하였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수색을 예고한 2월 9일 오후 2시 50분경 갑자기 B씨의 별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인근 논밭을 수색하던 경찰이 이를 발견하고 달려가 보았지만 이미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손을 쓸 수 없었고, 본체 일부와 B 씨가 살던 별채의 전부가 타버렸습니다.
◇이원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보이네요.
◆서창곤: 맞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B 씨가 사는 별채를 수색하겠다고 통보한 바로 그날에 불이 난 것인데요. 당시 B씨는 화재 발생 약 1시간이 지난 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경찰은 화재의 원인을 방화로 추정하고 B씨를 추궁하였으나 이에 B씨는 가스 히터를 틀어 놓고 나갔다가 불이 났다며 태연하게 변명하였습니다. 그런데 별채에 대한 화재 감식 결과 인화 물질이 검출되었고, 인근 CCTV에서는 화재 발생 약 2분 전인 9일 오후 2시 47분경 별채에서 나오는 B 씨의 모습이 포착되는 등 방화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경찰이 처음 B 씨를 찾아왔던 2월 8일 저녁 B 씨가 지인에게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포맷을 의뢰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은 B씨가 A씨의 실종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방화를 저질렀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이원화: 그러면 경찰은 A씨가 사라진 게 단순 실종이 아니라 납치 혹은 최악인 경우에는 살인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 이렇게 본 걸까요?
◆서창곤: 네 이후 경찰은 A씨 사건을 단순 실종이 아닌 살인 등 강력 사건으로 판단하여 여성 청소년 수사팀에서 강력팀으로 넘겼습니다. 경찰은 B씨를 방화 혐의로 검거한 뒤 A씨에 대한 살인 등 혐의를 밝혀내기로 하였고, 12일 B씨를 체포해 곧바로 구속하였습니다. 하지만 B 씨는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었는데요. 경찰은 B 씨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여 마을 인근 CCTV를 수차례 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A씨의 집으로 향해 나 있는 골목 입구에 설치된 CCTV에서는 A씨가 실종되기 직전 교회 버스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모습이 보였고, 그보다 약 1시간 전에 B씨가 흰색 트럭을 몰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B씨의 모습이 같은 CCTV 화면에 등장하였는데요. B 씨는 자신의 트럭을 몰고 집을 나서고 있었는데, 해당 트럭의 뒷좌석에 전날에는 보이지 않았던 상자가 실려 있는 것이 경찰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트럭 짐칸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도 있었습니다. 이후 B 씨가 향한 곳은 인근의 지인이 운영하는 공장이었는데요. B 씨는 도착 후 트럭 짐칸에서 기계를 내린 뒤 이를 들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고, B 씨가 다시 공장 밖으로 나왔을 땐 빈손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계가 육절기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육절기요? 정육점에서 고기 썰 때 쓰는 그 기계 말씀하시는 거죠?
◆서창곤: 네, 맞습니다. B 씨의 트럭 짐칸에 실려 있던 해당 기계는 정육점에서 쓰이는 높이 60cm, 무게 40kg의 육절기였습니다. 이후 경찰은 B씨가 사용한 트럭과 B 씨가 방문한 공장을 모두 수색하였는데요. B씨가 의문스러운 상자를 싣고 다녔던 트럭 뒷좌석과 육절기를 내려놓았던 공장에서 모두 혈흔이 발견되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긴급 감정 결과 A씨의 DNA가 모두 검출되었습니다. 즉 B씨가 A씨를 살해하였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B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육절기는 정작 찾지 못했었습니다.
◇이원화: 만약에 살인 사건이라고 한다면 이 육절기가 범행 도구가 되니까 이걸 발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대목인거죠?
◆서창곤: 네 맞습니다. 이후 경찰은 B씨를 긴급 체포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는데요. 하지만 B 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B씨가 이렇게 오리발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은 A씨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살인이 의심돼도 시신이 없으면 유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에 경찰은 A씨의 시신 유기 장소로 추정되는 하천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의 마지막 희망은 범행 도구로 의심되는 육절기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B씨가 육절기를 어디에 버렸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B씨의 행적은 확인되었으나 워낙 지역이 넓어 모든 구간을 수색할 수는 없었는데요. 그러나 경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B 씨의 동선을 분석해 의왕시 및 수원시 일대를 유력한 유기 장소로 보고 집중 수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경기도 의왕시 청계산 인근에서 육절기에 끼워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길이 165cm의 띠톱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A씨의 DNA가 검출되었습니다. 또한 경찰은 육절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버릴 수 있는 곳은 고물상이라고 판단하여 수사의 방향을 고물상으로 돌렸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고물상이 뭐 한두 군데도 아닐 테고, 또 실제 B씨가 육절기를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서창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B 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육절기를 반드시 찾아야 했기에 경찰은 수원과 화성 지역 일대의 고물상을 전부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건 발생 20일 만인 2월 24일경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물상에서 사장님이 눈에 익숙한 육절기를 막 해체하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인근 현장을 수색하던 형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고물상으로 뛰어들어갔고, 고물상 사장님이 범행 도구인 육절기를 해체하려는 것을 간신히 제지해냈습니다.
◇이원화: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은데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혔네요.
◆서창곤: 네, 그렇습니다. 당시 고물상 사장님이 말하기를 2주 전에 누군가 해당 기계를 고물상 문앞에 버려놓고 갔길래 혹시 몰라 주인을 기다리다가 이제 막 처분을 위해 해체를 시작하던 참이었기에 조금만 늦었더라면 사건이 완전히 꼬여버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해당 육절기에는 A씨의 DNA와 일치하는 약 90여 점의 인체 조직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B 씨가 거주하던 별채 화장실 배수관을 정밀 감식한 결과 역시 A씨의 DNA와 혈흔이 검출되어 B씨가 1차적으로 자택에서 시신을 토막낸 뒤 육절기를 사용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원화: 아니길 바랐습니다만 결국 살인 사건이었던거네요.
◆서창곤: 그렇습니다. 결국 경찰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이원화: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범행 동기가 나왔나요?
◆서창곤: 범행 동기에 대해서 B 씨는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었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을 토대로 범행 동기를 추정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평소 B씨는 A씨에게 일방적으로 애정을 표현하였고, A씨의 남편이 사망하자 B씨는 더 노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사실상 스토킹 수준이었던 것이죠. 이에 A씨는 계속 거절의 뜻을 밝혔고, 결국 B씨에게 집을 비워줄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1월 말 A씨는 도로 편입 토지 보상금으로 2억 6천만 원을 받았는데요.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경찰은 당시 파산 선고를 받아 돈이 절실했던 B씨가 토지 보상금을 받은 A씨가 자신에게 퇴거할 것을 요청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A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원화: 엇나간 애정 문제에 돈까지 얽혀 있었다는 건데 당연히 재판에 넘겨졌을 테고요. 걱정되는 건 어쨌든 간에 시신은 나오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리고 피의자도 계속해서 재판으로 온 피고인도 계속해서 부인을 하고 있었다는 거고요.
◆서창곤: 네 검찰은 B 씨를 살인 방화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그럼에도 B 씨는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였는데요. 자신은 A 씨가 행방불명된 것도 몰랐고, 불을 지르지도 A씨를 살해하지도 않았으며, 경찰에 체포된 뒤 살인, 사체 유기 방화 혐의가 씌워져 짜맞춰진 대로 조사를 받았다고 결백을 호소하였습니다. 당시 B 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것이 육절기에서 나온 혈흔과 같은 간접 증거가 전부라는 점, 살인의 방법과 장소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제3자의 범행의 가능성도 검토해 봐야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B 씨의 무죄를 주장하였습니다.
◇이원화: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서창곤: B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 씨의 사망 추정 시간에 B 씨가 별채에 있었고, 이튿날 상자 여러 개를 트럭에 싣고 나간 점과 B씨의 트럭 뒷좌석에서 A씨의 혈흔이 검출된 점, 그리고 B씨가 구매한 육절기 본체와 띠톱에서 A씨의 혈흔과 인체 조직이 다수 발견된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B씨가 포맷 하려고 했던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B씨가 인체 해부도를 내려받은 기록과 인터넷에서 육절기, 띠톱 등을 검색한 흔적도 나와 B 씨의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2015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벌어졌던 육절기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다른 여느 사건도 그렇습니다만 무엇보다 경찰의 수사력이 빛을 발했던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시신도 발견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수십km를 직접 걷고 일일이 확인하며 주요 증거인 육절기를 찾아낸 그 집념 칭찬할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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