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파시스트'를 키우고있다" 김누리 교수,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

"우리는 지금 '파시스트'를 키우고있다" 김누리 교수,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

2024.12.16. 오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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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4년 12월 16일 (월)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중앙대 김누리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박귀빈아나운서(이하 박귀빈): 지난 주말 탄핵 집회에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모였습니다.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을 외쳤고요.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지요.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다시 한 번 예전 과거 군부독재 시대로 역행하는 것 아닌가 이런 위기에 처했었는데요. 광장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열망했고요. 국회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습니다. 4.19 혁명부터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2016년 촛불집회 그리고 이번 응원봉 집회까지. 현 시점에서 다시 보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독문학자이신데요. 민주주의 교육의 1인자로 불리는 분입니다. 중앙대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 전화 연결해 봅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중앙대 김누리 교수(이하 김누리): 안녕하세요.

◆박귀빈: 교수님도 지난 토요일에 집회에 참석하셨을까요?

◇김누리: 제가 한 3시경에 갔는데 도저히 사람들이 너무 많아가지고 결국 앞으로 나가는 데 실패했고요. 여의도 공원인가요? 그 무렵에 서 있었습니다. 아주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박귀빈: 어떤 부분이 특히 감동적이셨어요?

◇김누리: 예전과는 달리 이번엔 굉장히 유쾌하게 옛날 같으면 운동 가요들이 나오는 장면에 젊은 세대가 부르는 노래들, 유쾌한 노래들이 많이 나온 게 인상적이었고요. 그다음에 젊은 여성들이 많다는 데 굉장히 놀랐고요. 또 가족 단위로 아이들 데리고 나오신 분들이 많아서 아 한국 민주주의가 이제 성숙해 가는구나 이런 걸 느꼈습니다.

◆박귀빈: 그러셨군요. 예전의 집회의 모습과 많이 다른 거를 보고 느끼셨는데 거기서 울려 퍼진 노래들, 뭐 떼창이라고 해서 함께 다 같이 부르는 거요. 걸그룹의 노래 이런 노래를 했대요. 다시 만난 세계라든가 교수님도 좀 따라 부르고 그러셨어요?

◇김누리: 못 따라 불렀습니다.

◆박귀빈: 미리 연습을 해 가셨어야 되는데.

◇김누리: 모르는 노래라서요. 그러나 그냥 몸으로 이렇게 흥겹게 몸을 움직였습니다.

◆박귀빈: 그렇습니다. 사실 집회 이야기를 하면서 되게 유쾌한 자리였다 이렇게 표현을 하셨지만 사실은 이것은 오늘 그래서 저희가 이 시간을 준비했는데 이게 국민이 뽑은 대통령 또 한 번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리는 일이 벌어진 거거든요.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고 되게 엄중히 바라봐야 하는 심각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대해서 좀 교수님과 짚어보려고 하는데요. 교수님, 이런 일이 왜 또 다시 반복됐을까요?

◇김누리: 한국 민주주의는 분명 아주 위대한 민주주의예요. 지금 아시아에서 우리처럼 이 정도 수준의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제 가까운 친구 중에 도쿄대, 베이징대 교수들이 많이 있는데요. 이분들이 정말 부러워해요. 어떻게 이런 다이나믹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걸 부러워하고요. 그 부분은 분명 우리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아주 자랑스러운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동시에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 반복되는 것은 결함이 있다는 얘기죠. 어디에 결함이 있을까요? 저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지금 이번 경우는 특히 한국 교육이 배출한 이른바 최고의 엘리트라고 하는 그러한 인물이 벌인 일이지요. 저는 이것이 우연이라고 생각 안 해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한국 교실에서 12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될까요? 아니면 위험한 파시스트가 될까요? 이건 저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봐요. 그래서 지금 이른바 한국 교육이 길러낸 최고의 모범생이다 하는 집단일수록 훨씬 더 민주적이지 않다는 거죠. 그것을 윤석열이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박귀빈: 앞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이런 수준의 민주주의는 외국에서도 부러워한다라고 표현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좀 이것 좀 여쭤볼게요. 먼저 민주주의의 정확한 정의를 한번 해 주시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이기에 해외의 부러움을 사는가 그것 좀 여쭤볼게요.

◇김누리: 민주주의라는 건 사실은 서양 정치사상에서 들어온 측면이 강하지요. 데모크라시 하는데요. 데모라고 하는 것이 민중, 인민, 국민, 대중, 시민. 뭐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가 있어요. 영어로 하면은 피플 정도가 되겠습니다. 크라시라고 하는 건 지배라는 뜻이에요.그러니까 데모크라시 하면 민중의 지배, 국민의 지배, 시민의 지배 뭐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데모크라시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지배이기도 하지만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의 지배예요. 우두머리가 지배하는 게 아니고 그 집단이 국가가 됐던 사회가 됐던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지배하는 것. 이게 민주주의죠. 그러니까 국가 단위에서 보면 국민의 지배가 되겠죠. 그런데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실은 결함이 있는 거죠. 정치 민주화는 한국이 굉장히 잘 된 나라예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정치 민주화만 이야기를 하는데 정치 민주화는 비교적 잘 돼 있지만 사회 민주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사회 각 기관, 조직 안에서 과연 구성원들의 뜻에 의해서 운영이 되나요? 거의 안 돼 있죠. 사회민주화 돼 있지 않고요. 경제민주화, 경제 조직. 특히 기업에서 과연 기업이 그 구성원들 노동자와 주주들의 의사에 의해서 기업이 운영이 되나요? 문화 민주화도 생각해 보세요. 문화 민주화. 과연 문화의 영역에서 그러한 문화의 세계를 이루는 시민들의 뜻에 의해서 이루어지나요? 아니면 한국의 문화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문화가 지배하나요? 이렇게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비교적 정치 민주화는 잘 이루어졌음에 반해서 사회민주화, 경제민주화, 문화 민주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사회 개별 기관 안에서 또 경제기구 안에서 다시 말하면 노동자들이 그러한 기업 내에서 가지고 있는 능력과 지배력을 더 확장시키는 것 이것이 현실의 민주주의의 중요한 부분이죠. 제가 다른 말로 하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한국은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의 민주주의가 괴리돼 있다. 저는 그렇게 얘기해요. 광장에서는 막 민주주의를 외치는데 이제 시위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집에 돌아갈 때부터 서서히 변신해요. 집에 도착하면 평소에 그런 아주 가부장적인 아빠가 돼 있고요. 그다음 날 학교에 가면 아이들을 아주 권위주의적으로 들들 볶는 교사가 돼 있고요. 혹은 회사에 가면 갑질을 일삼는 상사가 돼 있어요. 그럼 민주주의 어디서 해요? 우리의 경우는 이 광장의 민주주의와 일상의 민주주의가 너무 괴리돼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봤지만 우리 광장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대해요? 이 위대한 광장 민주주의가 일상에 확산되고 일상에서 심화되고 뿌리 내리도록 하는 것. 이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이렇게 생각해요.

◆박귀빈: 그렇군요. 지금 말씀하셨지만 광장 민주주의는 굉장히 수준이 높고 세상을 바꾸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 힘이 있는데 일상의 민주주의 그리고 아까 사회 민주화, 경제 민주화, 문화 민주화 이런 것은 아직 취약하다고 말씀을 하셨고 실제 저희가 느끼는 것도 삶의 현장에서 학교라든가 직장에서의 어떤 조직 문화라든가요. 그러니까 경직된 군대 문화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여전히 그렇게 민주화가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일상은요. 그거 왜 그럴까요?

◇김누리: 그러니까요. 지금 그런 부분은 무엇보다도 교육과 관계가 많죠. 우리가 12년 동안 학교 교육 공교육을 받으면서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되는 게 불가능해요. 왜냐하면 지금 한국의 학교를 지배하는 원리가 뭔가요? 아이들을 무한히 경쟁시키고요. 끊임없이 아이들을 우열을 나누지요.

◆박귀빈: 네.

◇김누리: 그리고 우월한 자가 지배하는 걸 당연한 질서라고 생각해요. 잘 생각해 보세요. 경쟁, 우열, 지배. 이것은 민주주의의 원리가 아니에요. 이건 파시즘의 원리예요. 민주주의자들은 세상을 그렇게 안 봐요. 민주주의자들은 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세상을 보지 않고요. 이 세상은 다양한 고유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존중받는 곳이죠. 이 세상은 우열을 나누는 그러한 곳이 아니죠. 그러한 다양한 능력들이 서로 존중받고 그것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이러한 곳이고요. 이 세계가 지배와 복종의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죠. 평등한 가운데 다양성이 인정받는 곳. 이렇게 보는 게 민주주의자의 관점이죠.

◆박귀빈: 네.

◇김누리: 한국에서 12년 교육을 받으면 과연 민주주의자가 될까요? 파시스트가 될까요? 한국 교육의 문제는 한국 교육의 어디에 결함이 있어서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 교육은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경쟁, 우열, 지배 이런 것들 자체가 잘못된 거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것을 정상성의 병리성 이런 개념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정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병들어 있을 때 그러한 사회에 너무나 잘 적응하는 자는 병자인가요? 정상적인 자 인가요? 이런 물음이에요. 아주 근원적인 물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교육의 원리 자체를 바꿔야 된다. 이제는 더 이상 경쟁 교육 우열을 나누는 교육, 지배와 복종을 가르치는 교육. 이런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제가 교육 혁명을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박귀빈: 결국 교육이 바뀌어야 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김누리: 그게 이제 근원적인 문제라는 거죠.

◆박귀빈: 그렇군요. 무한 경쟁을 가르치는 그 교육이 이번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어떤 취약한 고리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다라고 지적을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 솔직히 우리나라는 무한 경쟁 주입식 교육 예전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라든가 또 이제 독일 문화를 전공을 하셨으니까요. 그런 독일 같은 경우는 선진 민주주의라는 말도 합니다. 그런 데는 그럼 우리와 교육이 다른가요? 그래서 민주주의가 선진 민주주의 이렇게 표현이 되는 걸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누리: 그렇죠. 맞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지금 학교 교육에 있어서 학교 교육의 기본적인 이념이 바로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라는 거예요.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그러한 모토 하에 1970년에 교육 개혁을 했고요. 70년이니까 벌써 한 50년이 넘었죠. 반세기 이상 그런 교육을 해왔고요. 그렇게 해서 학교 안에 일체의 경쟁이 없어요. 예 등수도 없고 석차도 없고요.우열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금지돼 있어요. 학교 간의 경쟁도 없고요. 대학 입학 시험도 없어요. 고등학교 졸업 시험만 보고 거기엔 90% 이상이 붙습니다. 거기에 붙은 아이들은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도록 다 열어놨어요. 그런 교육을 50년 동안 하니까 지금 독일인들은 어떤 인간이 됐나요? 지금 가장 성숙한 민주시민이 사는 곳이라고 인정받고 있어요. 지금 한국에서는 교육만 올바로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광장 민주주의의 잠재력이 있잖아요. 그걸 통해서 아주 폼 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박귀빈: 그러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고 단단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김누리: 예. 그런데 교육만은 물론 아니지요.

◆박귀빈: 백년지대계지 않습니까? 교육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까? 뭘 어떻게 함께 해야 될까요?

◇김누리: 예. 그것도 이제 함께 가야 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는 당연히 정치 구조에 문제가 있는 거죠. 지금 한국의 정치 구조의 문제는 뭘까요? 우리가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됐다고 하지만 잘못된 정치 구조 정치 제도 때문에 그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거죠. 지금 이번에 우리가 배운 건 뭐예요? 분명한 게 우리의 대통령제. 이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건 민주주의와 같이 가기 어렵구나 하는 걸 배웠죠?

◆박귀빈: 네.

◇김누리: 너무나 결함이 많은 거예요. 지금 사실 윤석열의 경우는 이건 뭐 대통령 이라기보다는 제왕이죠, 제왕. 누구도 견제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건 윤석열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반드시 지금 다음 무슨 대통령을 뽑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잘못된 제도를 바꾸는 것이죠. 그래서 권력 구조의 문제 반드시 바꿔야 되고요. 분권형 대통령제라든가 아니면 의원내각제, 여기에 대한 아주 진지한 검토가 필요해요. 현재의 대통령제는 반민주주의를 조장한다. 이것을 분명히 이번에 배운 것이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선거 제도예요.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루었지만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거제도는 국민의 뜻을 포용하는 반영하는 이런 제도가 아니에요. 완전히 왜곡시키는 제도예요. 이게 지금 잘못된 정치를 만들어내는 원인이지.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잖아요? 결국은 우리가 우리를 대신할 국회의원을 뽑아서 보내는 것인데요. 이 대의 과정이 완전히 왜곡돼 있는 게 지금 한국의 선거 제도예요. 지금 한번 보세요. 지금 여성들 지금 해방 이후에 한 번도 20% 이상 의회에 대변된 적이 없어요. 지난번 선거의 19.7%가 역대 가장 여성 비율이 많다는 거죠. 어처구니없는 거예요.

◆박귀빈: 예.

◇김누리: 올바른 대의가 된다면, 이상적인 대의가 된다면 남성의 50% 여성이 50% 들어가야 되는 거죠.

◆박귀빈: 알겠습니다. 참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되고 교수님 저희가 준비된 시간이 여기까지여서 말씀 중에 죄송하고요. 다음에 이 자리에 꼭 모셔서 한번 특집으로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김누리: 알겠습니다.

◆박귀빈: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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