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184명 성폭행한 남자, 그의 범행을 아무도 몰랐던 이유는?

8년간 184명 성폭행한 남자, 그의 범행을 아무도 몰랐던 이유는?

2024.12.17. 오후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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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17일 (화)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김희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정태근: 택시 기사로 일하던 A 씨는 20대 딸과 아들을 둔 다정한 아버지이자 아내와의 금실도 좋은 모범적 가장이었습니다. 겉보기에 너무나도 평범했던 중년 남성이었죠. 조기 축구 클럽 회원이던 A 씨는 매일같이 새벽 운동을 나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A 씨에게 그 누구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고 하죠. 그리고 그 비밀은 무려 8년이라는 세월 동안 꽁꽁 감춰져 왔는데요. 과연 그 비밀이란 무엇이었을까요? 겉보기에 너무나도 평범했던 A 씨의 진짜 정체는 연쇄 성폭행범이었습니다. 8년이라는 세월 동안 A 씨가 범행을 저지른 피해자만 무려 184명이었다고 하죠. 그런데 아무래도 의아합니다. A 씨는 도대체 어떻게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8년 가까이 경찰에게 발각되지 않았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는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정태근 변호사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희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김희은: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김희은 변호사입니다.

◇정태근: 우리가 흔히 연쇄 성폭행범을 가리켜서 ‘발바리’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요. 이 표현의 시초가 된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김희은: 오늘 다룰 사건의 범인인 이중구를 추적하던 경찰은 이중구가 157센티미터의 작은 체구에도 민첩하게 도주하는 모습을 두고 재빠르고 날렵하다는 은어를 뜻하는 발바리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이후 언론에서는 연쇄 강간범에게 발바리라는 명칭을 붙이는 경향이 많아졌는데요. 이중구가 대전을 중심으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대전 발바리가 된 것이죠.

◇정태근: 그러니까 대전에서 있었던 일이었군요?

◆김희은: 1996년 대전 지역에선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린 연쇄 성범죄자가 있다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키 작은 남성이 늦은 밤 쫓아왔다, 택시 기사가 날 미행했다 등의 내용도 심심찮게 들려왔습니다.

◇정태근: 그게 소문이었나요? 아니면 실제 일어났던 일입니까?

◆김희은: 1998년 2월 7일 7시 30분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범인의 첫 범행이 시작됐습니다. 이중구는 당시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술 취한 여성 승객을 뒤따라가 강간했던 것이 첫 범행이었다고 합니다. 이중구는 이러한 범행에도 잡히지 않자 이후 수십 건의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1999년 10월 22일 오전 8시 10분쯤 대전 서구 탄방동 한 빌라에 가스 점검을 하러 왔다며 가정집에 침입한 이 씨는 10만 원을 강취한 후 피해자를 수건으로 결박해 강간했습니다. 2000년 9월 29일에는 대전 서구 용문동의 한 주택에 침입해 여성 4명을 결박한 후 21만 원을 강취했습니다. 1명을 강간하고 3명을 강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태근: 주로 혼자 사는 여성을 노렸던 것으로 보이네요.

◆김희은: 이중구는 택시 운행을 했기 때문에 택시 승객을 범행 대상으로 삼기도 했고, 원룸촌에 홀로 거주하는 여성들을 주로 범죄의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새벽 운동을 하며 범행 장소를 물색한 뒤 출입문이 열려 있는 여성의 집에 주로 침입했습니다. 가스 검침원이나 우유 배달원, 보일러, 수리공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속여 집에 침입했는데요. 이중구는 침입 후 집 안에 있던 수건을 칼이나 가위로 잘라 그것으로 피해 여성의 손가락을 묶는 특이한 수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태근: 우리가 흔히 처음 한 번이 어렵지 두세 번은 쉽다고들 하잖아요. 한두 번 범행에 성공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범행도 갈수록 대범해졌다면서요.

◆김희은: 맞습니다. 이어지는 범행에도 잡히지 않자 계속 성폭행을 일삼으면서 완전히 습관화가 돼 버린 것입니다. 임산부도 시부모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부녀자도 서슴지 않고 성폭행했고,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를 묶어 놓고 그 앞에서 성폭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 여성을 성폭행한 후 친구를 부르게 하고 그 피해자의 친구를 부르게 하는 식의 범죄도 이어졌습니다.

◇정태근: 그런데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도록 왜 법인을 못 잡았을까 이게 굉장히 의아하거든요. 어떻게 가능했죠?

◆김희은: 이중구가 나름대로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하기는 했습니다. 범행 후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피해 여성을 목욕시키고, 신고를 막기 위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감추는 등 지능적인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변태적 성행위를 시켰는데 수치심 때문에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 씨의 계획대로 일부 피해자는 신고를 꺼렸고, 경찰 수사도 그만큼 어려웠습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용의자의 정액과 체액을 채취해 유전자 감식을 벌였고, 수십 건의 성폭행 사건이 동일인 소행임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하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은 2004년 1월 4일 광주 사건과 2005년 6월 17일 논산 사건을 분석하면서 유력한 단서를 포착합니다.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두 사건의 현장 인근에 같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던 것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정태근: 이게 대전 지역에서만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었군요?

◆김희은: 맞습니다. 이중구는 전국으로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2003년 7월부터는 대전을 포함해 청주와 구미, 전주, 용인 등 전국으로 범행 지역을 넓혀갔습니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고 혼선을 주려고 한 것이죠. 경찰은 CCTV를 통해 차량 번호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차량 번호판 조회를 통해 명의자 집을 찾아갔는데요. 이때까지도 경찰은 이중구가 범인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았습니다.

◇정태근: 집에 있었나요?

◆김희은: 마침 밖에 맨발로 나와 있던 이 씨는 경찰을 보자 양말을 신고 나오겠다 라며 집 안으로 들어간 후 창문을 통해 도주했습니다. 경찰은 이때 이중구가 범인인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합니다.

◇정태근: 그렇죠?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범인도 아닌데 도망칠 리가 없겠죠.

◆김희은: 그렇죠 경찰은 이중구의 집을 급습해 아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확보하고 DNA 검사를 의뢰했고, 지금까지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액의 DNA와 동일하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게 됩니다. 이에 경찰은 첫 사건이 발생하고 8년이 다 되어서인 2006년 1월 13일 드디어 이중구를 전국에 지명 수배하고 이중구 체포에 총력을 쏟았습니다.

◇정태근: 정말 어렵게 용의자를 특정해 냈는데 설마 이대로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요. 어떻게 됐나요?

◆김희은: 범인 특정 3일 후 지역 언론에 관련 보도가 나갔고, 이중구의 검거 여부는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요. 경찰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중구의 얼굴 사진과 옷차림, 현상금 500만 원 내역 등이 담긴 수배 전단을 제작해 전국 경찰관서에 배포하고 공조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수배 전단 2만 매를 제작해 전국 역과 터미널,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배포하고 시민들의 제보를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6년 1월 18일 경찰은 이중구가 서울에서 대전에 있는 부인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알아냈고, 형사 20여 명을 서울로 급파해 소재를 파악하던 중 이중구가 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경찰은 1월 19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 강동구 천호동 소재의 모 피시방에서 마침내 이중구를 체포합니다.

◇정태근: 무려 8년 만에 연쇄 성폭행범을 잡아낸 건데, 우리가 보통 연쇄 성폭행범 하면 굉장히 무지막지하고 거친 이미지를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너무나도 평범한 그리고 아주 왜소한 그런 남성이었다면서요.

◆김희은: 이중구는 157cm의 왜소한 체구에 조기 축구를 즐기며 20대의 딸과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중구가 근무한 택시 회사 사람들도 그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습니다.

◇정태근: 가족들도 전혀 몰랐던 걸로 보이는데, 아무튼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김희은: 이중구는 첫 범행의 피해자였던 자신의 택시 승객이 택시 기사가 길도 잘 모르냐 요금이 많이 나왔다라며 택시비를 던지고 간 것에 심한 모욕감을 느껴 보일러 수리공이라고 속인 후 침입해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는데요.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던 여성이 살려달라라며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이자 자기가 마치 왕이라도 된 듯 한 희열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러한 범행에도 잡히지 않자 한 번 더 한 번 더 하는 식으로 계속하다가 완전히 습관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여성을 위협할 때만큼은 자신이 마치 왕이 된 듯 한 착각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여성 7명이 함께 사는 투룸에 들어가 3명을 성폭행하고 나머지 4명은 강제 추행했고, 한 번 성폭행한 여성을 3개월 만에 또다시 찾아가 성폭행하는 대범함도 보였으며, 피해 여성들에게 경찰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를 못 잡을 것이다라고 경찰을 조롱했습니다.

◇정태근: 자신의 비뚤어진 욕망을 절대 해서는 안 될 방식으로 풀었던 거네요.

◆김희은: 이중구는 1960년 충남 공주에서 5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를 잃고 부모를 대신하던 형제에게 폭행까지 당하자 학교를 중퇴하고 집을 뛰쳐나와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는데 천호동에서 구두 닦기, 롤러스케이트장 종업원, 신문 배달을 해왔고, 청소년기에는 절도로 소년원까지 들어가 특수절도 전과 2범이었습니다. 20대 초반에 고향에 돌아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작은 문구점을 열었고, 이후 1990년부터는 택시 기사로 일했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이 불우하다는 이유로 범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습니다.

◇정태근: 당연한 말씀이지 싶습니다. 재판에 넘겨졌겠죠?

◆김희은: 이중구는 1998년 2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약 8년에 걸쳐 연쇄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피해자만 무려 184명으로 파악됐는데요. 결국 성폭행, 강도, 절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127명만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 씨가 성폭력과 강도 범죄를 저질렀지만 살인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중구는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고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량이 확정됐습니다.

◇정태근: 피해 여성이 총 184명이다 이야기해 주셨지만 수사에서 잡히지 않은 피해자들이 분명히 더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희은: 그렇죠 DNA 검사로 확인된 것만 77건, 체포된 후 밝혀진 30건 등 합쳐서 184명이었으니까요. 이 중 구도 자신이 몇 차례 범죄를 저질렀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DNA 감식으로 확인한 피해자 숫자를 언급하자 “내가 그렇게 많은 성폭행을 했나요?” 라며 놀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뭐였죠? 바로 돈에 대한 남다른 집착입니다. 이중구는 범행을 저지르면서 피해자들로부터 금품도 빼앗았는데 피해자들에게서 빼앗은 돈은 유흥비로 탕진하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했다고 합니다. 검거될 당시에도 도피 자금 100만 원 중 70만 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중구는 검거되고 나서 그동안 피해자에게 빼앗아 적금해 놓은 돈 1억 4천만 원을 합의금으로 사용해 형량을 줄일 최소한의 기회가 있었는데요. 돈에 집착이 심했던 이중구는 1억 4천만 원을 주느니 징역 20년을 받겠다라며 피해자와의 합의조차 거부했습니다.

◇정태근: 합의금을 준다고 해도 지금 피해자 쪽에서 안 받을 판국인데 본인이 이걸 거절했다고요?

◆김희은: 네 본인이 합의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피해자 184명한테 나눠줘도 1명당 76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돈이거든요. 그런데도 합의를 거부한 것이죠. 결국 이중구는 징역 20년은커녕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까지 수감 중입니다.

◇정태근: 사건 X파일 오늘은 98년부터 2005년까지 약 8년간 전국을 다니면서 범행을 저지른 연쇄 성폭행범 대전 발바리 사건 짚어봤습니다. 이 사건의 범인인 이중구는 범행 당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나는 노숙자다, 고아원 출신이다 라는 거짓말은 물론 마치 공범이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잡히는 법입니다. 내후년이면 징역 20년을 채우게 돼서 산술적으로는 가석방 대상이 될 수는 있습니다만 워낙 중범죄고 최근에 들어선 성범죄자에 대한 가석방이 더욱 무겁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봤을 땐 쉽지 않아 보이네요.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기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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