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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19일 (목)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김희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정태근 변호사 (이하 정태근) : 경기도 동두천의 한 사찰에서 행자승으로 있던 A씨는 해당 사찰의 주지 스님인 B씨를 신처럼 떠받들었던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B씨의 말이라면 그야말로 껌뻑 죽을 정도였다고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인 B씨가 A씨에게 아주 간곡하게 부탁을 하나 하게 됐는데요. 스승이었던 B씨는 자신의 아내를 죽여달라고 사죄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A씨는 B씨를 신처럼 여겨왔기 때문에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죠. 그렇게 A씨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상황이 뭔가 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죠. 행자승이던 A씨는 아마도 B씨가 자신을 지켜줄 거라 철석같이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어김없이 무너져 버리고야 말았죠. 그리고 그 이후 열린 재판에서도 A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반해 B씨는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그렇게 7년이 지나고 무죄로 풀렸던 B씨에게 정말 드라마틱한 반전이 발생했는데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정태근 변호사입니다. 로엘 법무법인의 김희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희은 변호사 (이하 김희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김희은 변호사입니다.
◇ 정태근 : 오늘 살펴볼 이 사건. 죄를 지으면 그 대가를 언젠가는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되는 그런 사건이 아닐까 싶은데요. 한 사찰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죠.
◆ 김희은 :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한 사철에서 벌어진 사건인데요. 9년 전 절 앞마당에서 대처승의 아내인 조 모 씨가 살해당합니다. 범인은 행자승인 김 모 씨였는데요. 운전석에 있는 조 씨를 노끈으로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붙잡힌 김 씨는 여자 문제로 아내와 불화를 겪던 주지스님이 시킨 일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대처승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둔 불교의 남자 승려를 가리키고, 행자승은 스님이 되기 전 속인으로 절의 여러 일을 돕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행자승 김 씨는 스승인 대처승을 평소 부처처럼 여기고 따랐습니다.
◇ 정태근 : 아주 평범한 사제지간으로 보이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희은 : 경찰은 행자승을 수사하던 중 자신이 대처승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조사를 받던 행자승이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평소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대처승이 행자승에게 아내를 죽여달라고 사주했다는 겁니다.
◇ 정태근 : 스님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스님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해서는 안 될 부탁이긴 합니다만 무슨 스님이라는 사람이 그런 부탁을 했답니까?
◆ 김희은 : 그렇죠. 대처승은 아내 말고도 내연녀가 있었는데 아내에게 들키면서 부부 간 갈등이 극에 치달아 있었습니다. 행자승은 스승인 대처승을 평소 부처처럼 여기고 따랐습니다. 대처승은 “살생하지 말라”라는 말을 하면서 청빈한 삶을 강조했는데요. 그런데 어느 날 놀랍게도 대처승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라고 말합니다. 도저히 아내와 살 수 없으니 아내만 없애주면 해외로 도피시켜주고, 사건이 잠잠해지면 큰 스님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거죠. 그래서 행자승이 노끈을 준비했다가 틈을 보아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 정태근 : 정말 신처럼 여기긴 했나 보네요. 그걸 시킨다고 하는 걸 보니까.
◆ 김희은 : 그런데 체포 후 대처승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오히려 행자승을 몰아 붙였던 것이죠. 배신감을 느낀 행자승은 대처승이 사주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 정태근 : 배신감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검찰의 판단은 어땠나요?
◆ 김희은 : 결국 행자승의 증언으로 2004년 8월 대처승과 행자승은 각각 살인 교사와 살인 혐의로 공판을 받게 되는데요.
◇ 정태근 : 그래도 살인 교사 혐의로 재판을 넘겨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 김희은 : 1심은 대처승에 대하여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특수절도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 정태근 : 왜죠?
◆ 김희은 : 대처승이 사주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행자승의 진술을 재판부가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처승에 대한 무죄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어졌습니다. 살인 교사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행자승의 진술이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대처승이 아내를 살해한 행자승에게 적개심을 표현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습니다. 행자승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대처승이 당장 아내를 죽여야 할 만큼 급박한 사정이 있다거나 그로 인해 얻을 재산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대처승은 파기환송심 끝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 정태근 : 참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이게 가능하군요.
◆ 김희은 : 아내를 직접 살해한 행자승은 살인 혐의가 인정되어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정말 답답한 것은 대처승의 경우는 나중에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살인 혐의로 다시 처벌받을 수 없다는 점인데요.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한 번 확정 판결이 나면 그 사건으로 다시 공소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정태근 : 무죄를 받고 풀려나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 김희은 : 더 황당한 것은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돼 풀려난 대처승이 바로 보험사를 찾아가 보험금 8억 원을 챙긴 것입니다.
◇ 정태근 : 아내 이름으로 사망 보험금이 들어져 있었다는 건가요? 아니 그러면 재판 과정에서 살인 교사 증거로 충분히 참작할 만할 그런 증거가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 김희은 : 재판에서는 보험과 관련된 정황은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다행인 것이 이 사건은 8년 후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떤 거였죠? 발단은 한 보험사 직원의 제보였는데요. 보험사 직원은 피해자 보험 서류 특약 사항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일반 병사나 자연사가 아니고 사건 사고를 당해 사망했을 때 사망 보험금을 3배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처승은 매달 몇 만 원의 보험료를 굳이 더 내면서 그 특약을 추가했는데요. 마치 자신이 사건 사고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 같죠. 더구나 계약자인 대처승이 아내는 가입한 지 수개월 뒤 실제로 피살됐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지방경찰청 장기 미제 강력 사건 전담팀을 만나 이런 내용을 전했습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 대처승은 2003년 3, 4월경, 그러니까 아내가 살해되기 전에 약 6개월 전 아내 명의로 대형 보험회사 2곳과 종신보험을 더 계약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역시나 같은 특약이 부과되어 있었는데요. 그리고 아내가 사망한 후 대처승은 보험회사 3곳으로부터 8억 원을 받아냈습니다.
◇ 정태근 : 그 보험사 직원도 진짜 대단하다 싶은데 문제는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미 무죄가 나버렸고 내가 계약한 거 아니라고 말해 줄 장본인은 이미 사망했으니까 이거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있나요?
◆ 김희은 : 비록 의심스럽다고 하더라도 보험 계약에 하자가 없다면 민사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는데요. 살해된 부인이 직접 가입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경찰은 청약서에 남아 있는 서명과 부인의 필체가 같은 것인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부인의 필체가 있는 유품은 남아 있지 않지만 부인이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늦깎이 입학해 공부한 사실이 확인되어 자필로 쓴 입학 원서를 입수했습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일인 필체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자료가 확보되어야 가능하다며 판별 불가 의견을 내놨습니다. 경찰은 유족들로부터 자필은 아니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남겨진 기록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생전에 남편이 여신도들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한 부인이 의심 가는 여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인터넷 포털의 주소록에 따로 정리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주소록을 살펴보던 경찰은 부인 명의의 보험 청약서에 기록된 전화번호와 동일한 번호를 발견했습니다.
◇ 정태근 : 그 번호 누구 거였나요?
◆ 김희은 : 바로 앞서 말씀드렸던 대처승의 내연녀의 전화번호였는데요. 경찰은 내연녀를 긴급 체포해 대처승의 요구로 보험사기에 가담했다는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곧장 대처승의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대처승은 이미 2006년 아이들을 데리고 캄보디아로 떠나고 없는 상태였습니다. 출입국 기록을 살펴보니 중간 입국한 기록도 나왔습니다.
◇ 정태근 : 외국으로 갔던 모양이군요.
◆ 김희은 : 경찰은 가장 최근의 항공기 탑승 기록을 근거로 캄보디아 현지 영사관의 협조를 받아 실제 거주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또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을 찾아내 IP 추적도 병행했습니다. 대처승이 캄보디아에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 이상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대처승의 여권을 말소시키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 정태근 : 정말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 김희은 :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일까요? 대처승은 캄보디아 밀림에서 굴러온 통나무에 발을 다쳤습니다. 현지에서 병원을 다녔지만 잘 낫지 않자 한국에 치료차 입국하게 되었는데요. 대처승은 인천공항에서 체포되었습니다.
◇ 정태근 :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살인 교사 혐의 이건 다시 적용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 김희은 : 네 맞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대처승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두 달 남긴 시점이었는데요. 아내 살인 교사 혐의는 이미 무죄가 확정되었기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제외됐습니다.
◇ 정태근 : 그래서 징역형이 나왔습니까?
◆ 김희은 : 대처승은 결국 보험사기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살인 혐의는 있지만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서 살인죄로 의율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런 만큼 법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사기 혐의로는 이례적으로 중형인 징역 7년을 확정 지었습니다. 대처승은 과연 아내를 살해했을까요? 물론 위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으니 대처승은 법률적으로는 아내의 살인범이 아닙니다. 그래도 사기죄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으니 피해자의 원한이 조금이나마 갚아진 것 같습니다.
◇ 정태근 : 사건X파일. 오늘은 행자승을 시켜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아내 이름으로 된 보험금까지 챙겼던 한 대처승의 사건 살펴봤습니다. 살인 교사 혐의는 비록 무죄가 나왔지만 뒤늦게나마 보험사기 혐의로 처벌받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징역 7년이라는 숫자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4년 12월 19일 (목)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김희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정태근 변호사 (이하 정태근) : 경기도 동두천의 한 사찰에서 행자승으로 있던 A씨는 해당 사찰의 주지 스님인 B씨를 신처럼 떠받들었던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B씨의 말이라면 그야말로 껌뻑 죽을 정도였다고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인 B씨가 A씨에게 아주 간곡하게 부탁을 하나 하게 됐는데요. 스승이었던 B씨는 자신의 아내를 죽여달라고 사죄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A씨는 B씨를 신처럼 여겨왔기 때문에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죠. 그렇게 A씨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상황이 뭔가 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죠. 행자승이던 A씨는 아마도 B씨가 자신을 지켜줄 거라 철석같이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어김없이 무너져 버리고야 말았죠. 그리고 그 이후 열린 재판에서도 A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반해 B씨는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그렇게 7년이 지나고 무죄로 풀렸던 B씨에게 정말 드라마틱한 반전이 발생했는데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정태근 변호사입니다. 로엘 법무법인의 김희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희은 변호사 (이하 김희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김희은 변호사입니다.
◇ 정태근 : 오늘 살펴볼 이 사건. 죄를 지으면 그 대가를 언젠가는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되는 그런 사건이 아닐까 싶은데요. 한 사찰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죠.
◆ 김희은 :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한 사철에서 벌어진 사건인데요. 9년 전 절 앞마당에서 대처승의 아내인 조 모 씨가 살해당합니다. 범인은 행자승인 김 모 씨였는데요. 운전석에 있는 조 씨를 노끈으로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붙잡힌 김 씨는 여자 문제로 아내와 불화를 겪던 주지스님이 시킨 일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대처승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둔 불교의 남자 승려를 가리키고, 행자승은 스님이 되기 전 속인으로 절의 여러 일을 돕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행자승 김 씨는 스승인 대처승을 평소 부처처럼 여기고 따랐습니다.
◇ 정태근 : 아주 평범한 사제지간으로 보이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희은 : 경찰은 행자승을 수사하던 중 자신이 대처승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조사를 받던 행자승이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평소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대처승이 행자승에게 아내를 죽여달라고 사주했다는 겁니다.
◇ 정태근 : 스님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스님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해서는 안 될 부탁이긴 합니다만 무슨 스님이라는 사람이 그런 부탁을 했답니까?
◆ 김희은 : 그렇죠. 대처승은 아내 말고도 내연녀가 있었는데 아내에게 들키면서 부부 간 갈등이 극에 치달아 있었습니다. 행자승은 스승인 대처승을 평소 부처처럼 여기고 따랐습니다. 대처승은 “살생하지 말라”라는 말을 하면서 청빈한 삶을 강조했는데요. 그런데 어느 날 놀랍게도 대처승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라고 말합니다. 도저히 아내와 살 수 없으니 아내만 없애주면 해외로 도피시켜주고, 사건이 잠잠해지면 큰 스님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거죠. 그래서 행자승이 노끈을 준비했다가 틈을 보아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 정태근 : 정말 신처럼 여기긴 했나 보네요. 그걸 시킨다고 하는 걸 보니까.
◆ 김희은 : 그런데 체포 후 대처승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오히려 행자승을 몰아 붙였던 것이죠. 배신감을 느낀 행자승은 대처승이 사주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 정태근 : 배신감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검찰의 판단은 어땠나요?
◆ 김희은 : 결국 행자승의 증언으로 2004년 8월 대처승과 행자승은 각각 살인 교사와 살인 혐의로 공판을 받게 되는데요.
◇ 정태근 : 그래도 살인 교사 혐의로 재판을 넘겨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 김희은 : 1심은 대처승에 대하여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특수절도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 정태근 : 왜죠?
◆ 김희은 : 대처승이 사주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행자승의 진술을 재판부가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처승에 대한 무죄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어졌습니다. 살인 교사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행자승의 진술이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대처승이 아내를 살해한 행자승에게 적개심을 표현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습니다. 행자승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대처승이 당장 아내를 죽여야 할 만큼 급박한 사정이 있다거나 그로 인해 얻을 재산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대처승은 파기환송심 끝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 정태근 : 참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이게 가능하군요.
◆ 김희은 : 아내를 직접 살해한 행자승은 살인 혐의가 인정되어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정말 답답한 것은 대처승의 경우는 나중에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살인 혐의로 다시 처벌받을 수 없다는 점인데요.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한 번 확정 판결이 나면 그 사건으로 다시 공소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정태근 : 무죄를 받고 풀려나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 김희은 : 더 황당한 것은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돼 풀려난 대처승이 바로 보험사를 찾아가 보험금 8억 원을 챙긴 것입니다.
◇ 정태근 : 아내 이름으로 사망 보험금이 들어져 있었다는 건가요? 아니 그러면 재판 과정에서 살인 교사 증거로 충분히 참작할 만할 그런 증거가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 김희은 : 재판에서는 보험과 관련된 정황은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다행인 것이 이 사건은 8년 후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떤 거였죠? 발단은 한 보험사 직원의 제보였는데요. 보험사 직원은 피해자 보험 서류 특약 사항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일반 병사나 자연사가 아니고 사건 사고를 당해 사망했을 때 사망 보험금을 3배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처승은 매달 몇 만 원의 보험료를 굳이 더 내면서 그 특약을 추가했는데요. 마치 자신이 사건 사고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 같죠. 더구나 계약자인 대처승이 아내는 가입한 지 수개월 뒤 실제로 피살됐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지방경찰청 장기 미제 강력 사건 전담팀을 만나 이런 내용을 전했습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 대처승은 2003년 3, 4월경, 그러니까 아내가 살해되기 전에 약 6개월 전 아내 명의로 대형 보험회사 2곳과 종신보험을 더 계약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역시나 같은 특약이 부과되어 있었는데요. 그리고 아내가 사망한 후 대처승은 보험회사 3곳으로부터 8억 원을 받아냈습니다.
◇ 정태근 : 그 보험사 직원도 진짜 대단하다 싶은데 문제는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미 무죄가 나버렸고 내가 계약한 거 아니라고 말해 줄 장본인은 이미 사망했으니까 이거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있나요?
◆ 김희은 : 비록 의심스럽다고 하더라도 보험 계약에 하자가 없다면 민사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는데요. 살해된 부인이 직접 가입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경찰은 청약서에 남아 있는 서명과 부인의 필체가 같은 것인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부인의 필체가 있는 유품은 남아 있지 않지만 부인이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늦깎이 입학해 공부한 사실이 확인되어 자필로 쓴 입학 원서를 입수했습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일인 필체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자료가 확보되어야 가능하다며 판별 불가 의견을 내놨습니다. 경찰은 유족들로부터 자필은 아니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남겨진 기록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생전에 남편이 여신도들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한 부인이 의심 가는 여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인터넷 포털의 주소록에 따로 정리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주소록을 살펴보던 경찰은 부인 명의의 보험 청약서에 기록된 전화번호와 동일한 번호를 발견했습니다.
◇ 정태근 : 그 번호 누구 거였나요?
◆ 김희은 : 바로 앞서 말씀드렸던 대처승의 내연녀의 전화번호였는데요. 경찰은 내연녀를 긴급 체포해 대처승의 요구로 보험사기에 가담했다는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곧장 대처승의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대처승은 이미 2006년 아이들을 데리고 캄보디아로 떠나고 없는 상태였습니다. 출입국 기록을 살펴보니 중간 입국한 기록도 나왔습니다.
◇ 정태근 : 외국으로 갔던 모양이군요.
◆ 김희은 : 경찰은 가장 최근의 항공기 탑승 기록을 근거로 캄보디아 현지 영사관의 협조를 받아 실제 거주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또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을 찾아내 IP 추적도 병행했습니다. 대처승이 캄보디아에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 이상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대처승의 여권을 말소시키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 정태근 : 정말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 김희은 :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일까요? 대처승은 캄보디아 밀림에서 굴러온 통나무에 발을 다쳤습니다. 현지에서 병원을 다녔지만 잘 낫지 않자 한국에 치료차 입국하게 되었는데요. 대처승은 인천공항에서 체포되었습니다.
◇ 정태근 :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살인 교사 혐의 이건 다시 적용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 김희은 : 네 맞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대처승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두 달 남긴 시점이었는데요. 아내 살인 교사 혐의는 이미 무죄가 확정되었기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제외됐습니다.
◇ 정태근 : 그래서 징역형이 나왔습니까?
◆ 김희은 : 대처승은 결국 보험사기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살인 혐의는 있지만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서 살인죄로 의율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런 만큼 법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사기 혐의로는 이례적으로 중형인 징역 7년을 확정 지었습니다. 대처승은 과연 아내를 살해했을까요? 물론 위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으니 대처승은 법률적으로는 아내의 살인범이 아닙니다. 그래도 사기죄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으니 피해자의 원한이 조금이나마 갚아진 것 같습니다.
◇ 정태근 : 사건X파일. 오늘은 행자승을 시켜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아내 이름으로 된 보험금까지 챙겼던 한 대처승의 사건 살펴봤습니다. 살인 교사 혐의는 비록 무죄가 나왔지만 뒤늦게나마 보험사기 혐의로 처벌받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징역 7년이라는 숫자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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