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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26일 (목)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노범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정태근: 1995년의 어느 날 A씨의 가족들은 제사상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그날이 A 씨 아버지의 첫 번째 제삿날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주변에서 보기에 뭔가 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렇습니다. 그 날은 A씨 아버지의 제삿날이었지만 아버지가 정말 죽었다 라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시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실종된 상태였던 거지요. 흔히 가족이 실종되면 몇십 년이 지나 정말 가망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 끈을 놓지 않게 되는 게 일반적인데, 실종 1년 만에 아무 증거도 없이 제사상을 차렸다는 것. 이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석연치 않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가 하나 보도됐습니다. 2008년 어린 여자아이 2명을 성폭행한 후 잔인하게 토막 살해했던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체포됐습니다. 이 사건의 파장은 그야말로 대단했지요. 두 어린아이가 실종 후 잔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됐기 때문에 그동안 경찰서에 접수된 실종 사건을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빗발쳤고, 관련 제보도 폭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제보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이야기해 드린 A씨 가족의 아버지 실종 사건이었는데요. 경찰은 제보를 토대로 재수사에 돌입했죠.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정태근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노범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노범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정태근: 안양 초등학생 납치 토막 살해 사건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됐던 두 어린 아이가 토막 난 채로 발견되는 그런 끔찍한 일이었죠.
◆노범래: 네. 2007년 12월 25일에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학생들이 실종되었다가 다음 해인 2008년 3월에 시신이 발견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시신이 무려 10토막으로 잘려서 암매장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정태근: 당시 가족들은 DNA가 일치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을까 싶은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노범래: 피해자 학생들이 실종된 이후 수사가 난관에 부딪혔다가 실종 77일 만에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분석을 통해 시신을 확인하고 범인 검거에도 진전이 되었던 그런 사건입니다.
◇정태근: 그래서 당시 여론이 어땠냐면 그동안 접수된 실종 사건들 이거 제대로 다 다시 살펴봐야 되는 거 아니냐 하면서 미해결 실종 사건에 대한 제보가 그야말로 폭주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노범래: 맞습니다. 당시 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고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강력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을 우리 곁에 둘 수 없다라는 여론이 커지고 미제 실종 사건에 대한 제보가 경찰에 쏟아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사건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의 흐름에 따른 실종 사건 제보 덕분에 범죄 행위 이후 긴 시일이 지나고 나서 다시 재수사가 진행된 사건이었습니다.
◇정태근: 누가 실종된 사건이었고 어떤 제보가 들어왔던 거죠?
◆노범래: 오늘 다룰 사건의 피해자 편의상 B씨라고 하겠습니다. B 씨가 1994년 4월에 실종되었던 사건으로 경찰은 B 씨를 실종자 명단에 올리고 행방을 찾았지만 단서가 없어서 무려 1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겨졌었습니다. 그러다가 말씀드렸던 안양 초등생 토막 살인 사건 이후 경찰의 여러 실종 사건 제보가 폭주하면서 B씨의 실종 사건과 관련된 수상한 내용도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정태근: 말씀해 주신 대로라면 이 남성이 실종된 게 14년 전의 일이라는 건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가요? 아니면 범죄로 볼 만한 정황들이 있었습니까?
◆노범래: 당시 특별히 범죄로 볼 만한 정황들이 발견되지는 않았고요. 별도의 범죄 신고가 있지도 않았고 그냥 가족들이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라고 실종 선고를 했습니다.
◇정태근: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던 거네요.
◆노범래: 예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한 이후에 가족들은 바로 다음 해부터 B씨의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정태근: 시신이 발견됐다거나 이런 건 아니었죠?
◆노범래: 예 가족들은 실종 신고만 했고 사망 처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바로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 좀 의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정태근: 실종된 지 1년 만에 제사를 지냈다고 하면 그렇게 일반적이진 않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싶긴 하거든요.
◆노범래: 뭐 변호사님께서 처음에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가족이 실종되면 몇십 년이 지나 가망이 없어 보여도 끈을 놓지 못한다고 하셨는데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겠지만 또 이 가정사라는 게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실종되고 바로 제사를 지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는 있어도 아주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죠. 아무튼 그런 상태로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고 이후에 실종 관련 제보가 들어와서 경찰들이 가족들을 상대로 다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진행 중 가족들 입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태근: 어떤 것들이었죠?
◆노범래: 제가 일부러 앞에서 별 말을 안 하고 넘어갔는데요. 사건이 발생한 날 피해자 B 씨와 용의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집에서 외출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집에 돌아와 보니 피해자의 옷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부엌과 화장실에 피가 묻어 있었고 또 피해자의 방에 있던 붙박이장에서는 썩는 냄새가 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더기도 나왔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정태근: 그러니까 단순 실종이 아니라 살인 사건일 수 있겠다 라는 걸 가족들이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거네요. 그런데도 가만히 있었다는 게 굉장히 의아스러운 부분이기는 하거든요.
◆노범래: 그렇죠 저런 상황이면 당연히 단순 실종이 아니라 뭔가 사고가 있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가족들이 범행 당시에 신고를 하지 않았을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 사건의 용의자 때문인데요. 그 용의자가 누구냐 하면 바로 피해자 B 씨의 아들 A씨였습니다.
◇정태근: 아들이 그랬다고요? 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죠?
◆노범래: 아 사실 피해자 B 씨는 젊었을 때부터 외도를 하면서 가정 폭력을 행사했고 피해자의 배우자 그러니까 가해자의 어머니죠. 배우자에게도 이혼을 요구하는 등 별로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서 피해자 B 씨가 나이가 들고 가해자 아들이 성인이 되면서는 관계가 역전되어서 오히려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했고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냐면은 아버지는 아들이 무서워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방에서 소변을 볼 정도였다 뭐 이럴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들의 이러한 분노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정태근: 어떤 일이었죠?
◆노범래: 이 피해자인 아버지 B 씨에게는 내연녀가 있었습니다. B 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 임대료와 보증금 등을 합해가지고 내연녀한테 빌딩을 사줬고요. 이제 자식이 아니라 내연녀한테 재산을 넘기려고 한다라고 생각한 아들은 분노가 좀 치밀었던 걸로 생각이 됩니다.
◇정태근: 안 그래도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왔던 앙금들이 폭발하다시피 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한데요.
◆노범래: 예 뭐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결국 또 한 번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정태근: 또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노범래: 이런 분위기에서 어느 날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어머니에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괴롭히자 이 아들은 아버지와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싸움이 좀 격했는지 배우자인 어머니를 포함한 다른 가족들은 부자를 피해 가지고 집 밖으로 나갔고요.
◇정태근: 상황이 심각해지니까 오히려 가족들이 자리를 피해버렸군요.
◆노범래: 맞습니다. 가족이 자리를 피하고 아버지와 아들 둘만 있는 자리에서 아들은 아버지와 다투다가 식칼로 아버지의 목을 찔러서 살해했습니다. 즉, 법적으로는 일반적인 살인죄가 아니라 존속 살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가족들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애써 외면하고 아무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아들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버지의 시신을 일정 시간 동안 집에 보관하다가 시신을 더 이상 집에 두기 힘들게 되자 집 주변 아파트 공사 현장에 시신을 몰래 버렸습니다.
◇정태근: 참 이 상황을 뭐라고 해야 될지 함부로 말을 꺼내기가 쉽지는 않은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폭력과 살인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지 않습니까?
◆노범래: 예 맞습니다. 외도와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하더라도 그게 살인과 같은 범죄 행위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범행일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났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해야 되는데 증거가 진술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수사기관이 피해자 즉 아버지 B 씨의 시신을 찾으려고 했으나 이미 시체를 버린 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서서 시신은 결국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태근: 그러면 검찰이 기소를 못 했나요?
◆노범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진술이 있었고 또 피해자가 범행 이후 긴 시간 동안 괴로운 마음에 친구들에게도 범행 내용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이런 진술들이 있어서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소가 가능했는지와 관련해서는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공소시효입니다.
◇정태근: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아직 적용될 때였군요. 설마 공소시효 때문에 일이 틀어지기라도 했나요?
◆노범래: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는 속칭 태완이법이라고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라서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2008년에 이 사건이 기소가 된 시점에서는 과거에 저지른 살인죄는 15년에 공소시효가 적용이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범죄 행위가 1994년 4월에 있었으니까 공소시효 완성일이 2009년 4월인데 이 가해자인 아들이 2008년 5월에 기소됐으니까 11개월만 늦었다면은 불기소 처분이 됐을 겁니다.
◇정태근: 조금만 늦었더라면 기소가 되지 않을 뻔했네요.
◆노범래: 예 그렇습니다. 존속살해죄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는데 시효가 완성되어서 처벌하지 못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아까 범행 과정에서 시체를 버렸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사체 유기 혐의도 존재하는데 이 사체 유기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거든요. 그래서 시효가 완성되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정태근: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노범래: 1심에서는 징역 12년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항소했으나 항소가 기각됐습니다.
◇정태근: 늦었지만 잘못을 했으면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첫 번째로 살인인 것 같지만 차마 묻지 못하고 암묵적으로 타협을 받던 그 가족들, 그리고 두 번째로 앞서서 이 아들이 너무 괴로워서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 혹시 법적으로 문제 삼을 여지도 있습니까?
◆노범래: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범인 은닉죄가 성립할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 가족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면요. 범인 은닉죄는 범인의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라는 친족 특례가 적용됩니다. 즉 가족에 대해서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고요. 범죄 행위를 들은 친구들도 적극적인 범인 은닉죄의 행위를 한 작위범이 아니라면 즉 가해자의 행적을 밝히지 않고 침묵하는 것 정도로는 범인 은닉죄에 포섭되지 않는다 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태근: 사건 X파일 오늘은 가정폭력을 일삼은 아버지를 토막 내서 살해 유기했던 친부 토막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흔히 인생은 타이밍이다 말하곤 하는데요. 당시 다른 사건으로 실종 사건에 대한 뜨거운 여론이 있었고 또 때마침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이 사건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면서 끝내 진실을 추적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아예 폐지된 상황이지요. 지금도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실종 사건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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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근: 1995년의 어느 날 A씨의 가족들은 제사상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그날이 A 씨 아버지의 첫 번째 제삿날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주변에서 보기에 뭔가 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렇습니다. 그 날은 A씨 아버지의 제삿날이었지만 아버지가 정말 죽었다 라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시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실종된 상태였던 거지요. 흔히 가족이 실종되면 몇십 년이 지나 정말 가망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 끈을 놓지 않게 되는 게 일반적인데, 실종 1년 만에 아무 증거도 없이 제사상을 차렸다는 것. 이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석연치 않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가 하나 보도됐습니다. 2008년 어린 여자아이 2명을 성폭행한 후 잔인하게 토막 살해했던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체포됐습니다. 이 사건의 파장은 그야말로 대단했지요. 두 어린아이가 실종 후 잔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됐기 때문에 그동안 경찰서에 접수된 실종 사건을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빗발쳤고, 관련 제보도 폭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제보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이야기해 드린 A씨 가족의 아버지 실종 사건이었는데요. 경찰은 제보를 토대로 재수사에 돌입했죠.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정태근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노범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노범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정태근: 안양 초등학생 납치 토막 살해 사건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됐던 두 어린 아이가 토막 난 채로 발견되는 그런 끔찍한 일이었죠.
◆노범래: 네. 2007년 12월 25일에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학생들이 실종되었다가 다음 해인 2008년 3월에 시신이 발견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시신이 무려 10토막으로 잘려서 암매장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정태근: 당시 가족들은 DNA가 일치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을까 싶은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노범래: 피해자 학생들이 실종된 이후 수사가 난관에 부딪혔다가 실종 77일 만에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분석을 통해 시신을 확인하고 범인 검거에도 진전이 되었던 그런 사건입니다.
◇정태근: 그래서 당시 여론이 어땠냐면 그동안 접수된 실종 사건들 이거 제대로 다 다시 살펴봐야 되는 거 아니냐 하면서 미해결 실종 사건에 대한 제보가 그야말로 폭주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노범래: 맞습니다. 당시 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고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강력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을 우리 곁에 둘 수 없다라는 여론이 커지고 미제 실종 사건에 대한 제보가 경찰에 쏟아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사건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의 흐름에 따른 실종 사건 제보 덕분에 범죄 행위 이후 긴 시일이 지나고 나서 다시 재수사가 진행된 사건이었습니다.
◇정태근: 누가 실종된 사건이었고 어떤 제보가 들어왔던 거죠?
◆노범래: 오늘 다룰 사건의 피해자 편의상 B씨라고 하겠습니다. B 씨가 1994년 4월에 실종되었던 사건으로 경찰은 B 씨를 실종자 명단에 올리고 행방을 찾았지만 단서가 없어서 무려 1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겨졌었습니다. 그러다가 말씀드렸던 안양 초등생 토막 살인 사건 이후 경찰의 여러 실종 사건 제보가 폭주하면서 B씨의 실종 사건과 관련된 수상한 내용도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정태근: 말씀해 주신 대로라면 이 남성이 실종된 게 14년 전의 일이라는 건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가요? 아니면 범죄로 볼 만한 정황들이 있었습니까?
◆노범래: 당시 특별히 범죄로 볼 만한 정황들이 발견되지는 않았고요. 별도의 범죄 신고가 있지도 않았고 그냥 가족들이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라고 실종 선고를 했습니다.
◇정태근: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던 거네요.
◆노범래: 예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한 이후에 가족들은 바로 다음 해부터 B씨의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정태근: 시신이 발견됐다거나 이런 건 아니었죠?
◆노범래: 예 가족들은 실종 신고만 했고 사망 처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바로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 좀 의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정태근: 실종된 지 1년 만에 제사를 지냈다고 하면 그렇게 일반적이진 않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싶긴 하거든요.
◆노범래: 뭐 변호사님께서 처음에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가족이 실종되면 몇십 년이 지나 가망이 없어 보여도 끈을 놓지 못한다고 하셨는데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겠지만 또 이 가정사라는 게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실종되고 바로 제사를 지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는 있어도 아주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죠. 아무튼 그런 상태로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고 이후에 실종 관련 제보가 들어와서 경찰들이 가족들을 상대로 다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진행 중 가족들 입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태근: 어떤 것들이었죠?
◆노범래: 제가 일부러 앞에서 별 말을 안 하고 넘어갔는데요. 사건이 발생한 날 피해자 B 씨와 용의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집에서 외출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집에 돌아와 보니 피해자의 옷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부엌과 화장실에 피가 묻어 있었고 또 피해자의 방에 있던 붙박이장에서는 썩는 냄새가 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더기도 나왔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정태근: 그러니까 단순 실종이 아니라 살인 사건일 수 있겠다 라는 걸 가족들이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거네요. 그런데도 가만히 있었다는 게 굉장히 의아스러운 부분이기는 하거든요.
◆노범래: 그렇죠 저런 상황이면 당연히 단순 실종이 아니라 뭔가 사고가 있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가족들이 범행 당시에 신고를 하지 않았을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 사건의 용의자 때문인데요. 그 용의자가 누구냐 하면 바로 피해자 B 씨의 아들 A씨였습니다.
◇정태근: 아들이 그랬다고요? 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죠?
◆노범래: 아 사실 피해자 B 씨는 젊었을 때부터 외도를 하면서 가정 폭력을 행사했고 피해자의 배우자 그러니까 가해자의 어머니죠. 배우자에게도 이혼을 요구하는 등 별로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서 피해자 B 씨가 나이가 들고 가해자 아들이 성인이 되면서는 관계가 역전되어서 오히려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했고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냐면은 아버지는 아들이 무서워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방에서 소변을 볼 정도였다 뭐 이럴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들의 이러한 분노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정태근: 어떤 일이었죠?
◆노범래: 이 피해자인 아버지 B 씨에게는 내연녀가 있었습니다. B 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 임대료와 보증금 등을 합해가지고 내연녀한테 빌딩을 사줬고요. 이제 자식이 아니라 내연녀한테 재산을 넘기려고 한다라고 생각한 아들은 분노가 좀 치밀었던 걸로 생각이 됩니다.
◇정태근: 안 그래도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왔던 앙금들이 폭발하다시피 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한데요.
◆노범래: 예 뭐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결국 또 한 번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정태근: 또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노범래: 이런 분위기에서 어느 날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어머니에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괴롭히자 이 아들은 아버지와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싸움이 좀 격했는지 배우자인 어머니를 포함한 다른 가족들은 부자를 피해 가지고 집 밖으로 나갔고요.
◇정태근: 상황이 심각해지니까 오히려 가족들이 자리를 피해버렸군요.
◆노범래: 맞습니다. 가족이 자리를 피하고 아버지와 아들 둘만 있는 자리에서 아들은 아버지와 다투다가 식칼로 아버지의 목을 찔러서 살해했습니다. 즉, 법적으로는 일반적인 살인죄가 아니라 존속 살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가족들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애써 외면하고 아무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아들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버지의 시신을 일정 시간 동안 집에 보관하다가 시신을 더 이상 집에 두기 힘들게 되자 집 주변 아파트 공사 현장에 시신을 몰래 버렸습니다.
◇정태근: 참 이 상황을 뭐라고 해야 될지 함부로 말을 꺼내기가 쉽지는 않은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폭력과 살인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지 않습니까?
◆노범래: 예 맞습니다. 외도와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하더라도 그게 살인과 같은 범죄 행위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범행일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났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해야 되는데 증거가 진술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수사기관이 피해자 즉 아버지 B 씨의 시신을 찾으려고 했으나 이미 시체를 버린 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서서 시신은 결국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태근: 그러면 검찰이 기소를 못 했나요?
◆노범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진술이 있었고 또 피해자가 범행 이후 긴 시간 동안 괴로운 마음에 친구들에게도 범행 내용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이런 진술들이 있어서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소가 가능했는지와 관련해서는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공소시효입니다.
◇정태근: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아직 적용될 때였군요. 설마 공소시효 때문에 일이 틀어지기라도 했나요?
◆노범래: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는 속칭 태완이법이라고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라서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2008년에 이 사건이 기소가 된 시점에서는 과거에 저지른 살인죄는 15년에 공소시효가 적용이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범죄 행위가 1994년 4월에 있었으니까 공소시효 완성일이 2009년 4월인데 이 가해자인 아들이 2008년 5월에 기소됐으니까 11개월만 늦었다면은 불기소 처분이 됐을 겁니다.
◇정태근: 조금만 늦었더라면 기소가 되지 않을 뻔했네요.
◆노범래: 예 그렇습니다. 존속살해죄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는데 시효가 완성되어서 처벌하지 못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아까 범행 과정에서 시체를 버렸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사체 유기 혐의도 존재하는데 이 사체 유기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거든요. 그래서 시효가 완성되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정태근: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노범래: 1심에서는 징역 12년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항소했으나 항소가 기각됐습니다.
◇정태근: 늦었지만 잘못을 했으면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첫 번째로 살인인 것 같지만 차마 묻지 못하고 암묵적으로 타협을 받던 그 가족들, 그리고 두 번째로 앞서서 이 아들이 너무 괴로워서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 혹시 법적으로 문제 삼을 여지도 있습니까?
◆노범래: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범인 은닉죄가 성립할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 가족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면요. 범인 은닉죄는 범인의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라는 친족 특례가 적용됩니다. 즉 가족에 대해서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고요. 범죄 행위를 들은 친구들도 적극적인 범인 은닉죄의 행위를 한 작위범이 아니라면 즉 가해자의 행적을 밝히지 않고 침묵하는 것 정도로는 범인 은닉죄에 포섭되지 않는다 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태근: 사건 X파일 오늘은 가정폭력을 일삼은 아버지를 토막 내서 살해 유기했던 친부 토막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흔히 인생은 타이밍이다 말하곤 하는데요. 당시 다른 사건으로 실종 사건에 대한 뜨거운 여론이 있었고 또 때마침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이 사건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면서 끝내 진실을 추적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아예 폐지된 상황이지요. 지금도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실종 사건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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