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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27일 (금)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노범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정태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영농기가 찾아오면 농촌의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해지곤 하지요. 강원도의 약천 마을 역시 그랬습니다. 평소에는 콸콸 시원하게 잘만 나오던 우물물이 그날따라 무슨 일인지 찔끔찔끔 이에 답답함을 느낀 A 씨는 물이 나오는 입구에 나뭇가지라든지 뭔가 걸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우물 뚜껑을 열었는데요. 정말 A 씨의 생각대로 나뭇가지라도 걸려 있었던 걸까요? 놀랍게도 우물 안에서 발견된 그것은 나뭇가지가 아닌 웅크린 채 발견된 여성의 시체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조용하던 마을이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죠. 하지만 용의자가 남긴 흔적이 없어서 수사는 계속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죠. 과연 경찰은 약천마을에서 발생한 우물 살인 사건의 진범을 뒤늦게나마 잡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정태근 변호사입니다. 오늘 잘생긴 노범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노범래: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정태근: 오늘 청취자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은 강원도 동해시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우물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는 그런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알려졌는데요. 정말 얼마나 놀라셨을까 싶습니다.
◆노범래: 네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어느덧 18년 전인 2006년 3월 14일 봄에 있었던 일입니다. 친척의 농사 업무를 돕기 위해서 동해시 심곡동의 약천마을을 찾았던 A 씨는 작업 중 목이 말라서 우물을 찾았는데요. 평소에 시원하게 잘 나오던 물줄기가 약한 것을 좀 이상하게 여겨 우물에 뚜껑을 열었다가 알몸으로 웅크린 작고 가냘픈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정태근: 우물이라고 하셨으니까 혹시 발을 헛디디면서 빠졌다거나 익사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노범래: 경찰도 처음엔 익사를 의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을 우물의 깊이가 70cm에 불과해 가지고 실수로라도 익살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거기다가 피해자 발견 당시에는 우물의 뚜껑도 덮여 있었거든요. 사고였다면 우물 뚜껑이 열려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익사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습니다.
◇정태근: 그러면 누군가 잔인하게 살해한 후에 유기했다 이런 이야기일 텐데 일단 피해자의 신원 확인이 먼저일 것 같거든요.
◆노범래: 예 일단 피해자의 시신을 확인한 결과 누군가가 목을 졸라서 살해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그 외에 피해자의 음부 쪽에만 경미한 흔적이 있을 뿐 체액은 발견되지는 않았고, 큰 외상이 없이 알몸으로 발견된 것에 비추어 경찰은 누군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가 실패한 뒤에 살해하고 피해자를 약천마을 우물에 유기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우물에서 6km 정도 떨어진 시내에서 동일 연령대 여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었는데요. 실종된 여성은 우물에서 숨진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시신으로 발견되기 일주일 전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는데요. 같은 날 오후 8시쯤 동해시 부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 방문 학습지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연락이 두절됐다고 합니다.
◇정태근: 딸이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을 가족들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렸을까 생각만 해도 너무 속상한데요. 가족들의 응어리를 풀어줄 길은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샅샅이 밝혀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사인을 알아야 할 텐데 부검 진행했겠죠?
◆노범래: 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로 밝혀졌고, 피해자의 위장에는 마지막 수업을 하는 학생의 어머니가 대접한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보통 위장에 음식물이 머무는 시간은 한 5시간에서 6시간 정도인데, 피해자의 위장에 음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실종 당일에 살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태근: 피해자가 가정 방문 교육을 했다는 장소와 시체가 발견된 장소가 다르잖아요. 범행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가 어떻게 시체가 약천마을에서 발견된 건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CCTV 같은 게 발견이 됐나요?
◆노범래: 예 확인을 하기는 했는데요. 일단 시신 발견 다음 날 오후에 시신이 발견되었던 약천 마을에서 한 7~8km 정도 떨어진 주차장 수돗가에서 피해자의 빨간색 마티즈 승용차가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범인이 동해시 부곡동에서 가정 방문 수업을 마치고 승용차에 오르던 피해자를 납치해서 살해한 뒤에 4km 정도 떨어진 약천마을까지 이동해서 시신을 유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이 이동 경로에 설치된 CCTV를 모두 확인을 했고, 약천마을 인근 산불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이 피해자의 자동차를 확인했지만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습니다. 2006년 당시에는 CCTV가 보편화되기 전이어서 절대적인 CCTV의 숫자가 좀 부족했던 데다가 겨우 확보한 CCTV 영상조차 늦은 밤에 촬영돼 가지고 이 운전자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뭐 가해자인지조차 식별할 수가 없는 해상도가 떨어지는 영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차량도 샅샅이 수색을 했습니다만 피해자의 속옷과 옷가지 등은 발견했지만 DNA 등 범인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범인이 물걸레로 승용차의 내부와 외부를 꼼꼼하게 닦아냈기 때문인데요. 승용차가 발견된 곳이 주차장 수돗가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범인이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용의주도한 선택이었던 겁니다.
◇정태근: 범인이 남긴 흔적도 없고 피해 여성의 승용차는 또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고 하는 걸 보니까 이 범인이 굉장히 계획적이었고, 범행 이후에도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머리를 쓴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노범래: 네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처음 납치된 부곡동을 기준으로 시신이 발견된 약천마을은 북쪽으로 4km 정도 지점에 있었고, 차량이 발견된 주차장은 남쪽으로 4km정도 지점에 있었는데 이는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교묘하게 머리를 쓴 범인의 술책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게다가 약천마을에 뚜껑이 있는 우물이 있다는 걸 알고 대담하게 시신을 우물에 유기한 것을 비추어 보면 범인은 지역 지리에 밝은 지역 주민일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차량용 블랙박스도 또 방범용 CCTV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여서 더 이상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부터 3개월 정도 지난 2006년 6월 1일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부곡동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태근: 어떤 사건이었죠? 우물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었나요?
◆노범래: 예. 동해시 부곡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자신의 차량에 탑승하려던 40대 여성이 어느 괴한의 습격을 받았던 사건입니다. 당시 범인은 이 여성을 성폭행하려다가 여성이 격렬하게 반응하자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여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범인은 피해자를 도로변에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이 유기된 장소가 바로 피해자가 발견된 약천마을 우물 근처였고요. 또 특이하게도 해당 여성의 차 역시 몇 개월 전에 살해당한 피해자의 차와 색깔이 똑같은 빨간색 차량이었습니다. 그리고 생사의 기로에서 이 여성은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정태근: 피해 여성이 목숨을 건져서 너무 다행이다 싶은데 범인의 얼굴은 혹시 봤다고 하던가요?
◆노범래: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의 피해 여성 역시 한밤중에 등 뒤에서 습격을 당한 것이어서 인상차기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범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에 미뤄 보아서 일면식이 없는 남성일 거라고 추측을 했고, 범인의 흔적을 찾아서 또다시 피해자의 승용차를 샅샅이 뒤졌지만 이번에도 범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주 후에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태근: 이번에도 빨간색 차를 노린 범죄였나요?
◆노범래: 예 맞습니다. 이번에도 빨간색 자동차를 노린 범죄였습니다. 그리고 앞선 사건과 마찬가지로 체구가 작고 혼자 있는 여성들을 노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승용차에서 내리려던 40대 여성을 차 안으로 밀어 넣으며 무차별 폭행을 가했는데요. 피해 여성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소리를 지르자 범인은 재빨리 인근 골목으로 달아났습니다. 이때에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던 현역 군인이 여성의 비명을 듣고 뛰쳐나와서 범인을 추격했음에도 또다시 범인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정태근: 이번에는 목격자가 있었군요?
◆노범래: 예. 앞선 사건과는 다르게 목격자가 있었지만 사건 발생 시간이 늦은 밤이었던 탓에 목격자에게서도 피해자에게서도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경찰은 피해자와 범인이 몸싸움을 벌였던 빨간색 자동차에 대해 정밀 감식에 들어가 이번에는 단서를 확보했습니다.
◇정태근: 도움이 될 만한 단서 좀 나왔습니까?
◆노범래: 룸미러 프레임에 끼어 있던 머리카락 한올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요. 자신을 승용차 안으로 밀어넣는 범인에 저항하면서 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는 피해 여성의 진술을 미뤄봤을 때 이 발견된 머리카락 한 올은 몸싸움 과정에서 빠진 범인의 것일 가능성이 아주 컸습니다. 수사는 활기를 좀 뛰었고, 경찰은 지역 내 동일 범죄자나 강력 범죄자는 물론이고 또 최초 피해자 사건 수사할 때 용의선상에 올렸던 인물들과도 유전자를 대조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 일치한 유전자도 없었고 별다른 범인의 흔적도 찾지 못했는데요. 역시나 유사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에는 CCTV나 뭐 차량 블랙박스도 보편화되지 않았고, 또 늦은 밤에 사건이 발생해서 목격자가 거의 없었던 점도 사건 해결을 더 어렵게 했습니다.
◇정태근: 요즘엔 정말 블랙박스가 없는 차를 찾기가 힘들 정도잖아요. 아쉽고 답답한 마음인데 그러면 아직까지도 사건 해결은 물론이고 용의자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건가요?
◆노범래: 네.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18년이 흘렀는데도 진범은 물론이고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로 이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데요. 현재는 강원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으로 이 사건이 이관된 상태이고 지금도 이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미제 사건 전담팀은 2019년 3월 11일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활용해서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브레인 스토밍은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여러 사람이 생각나는 대로 마구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그런 방법입니다.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으로부터 프로파일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관 등 20여 명이 수사에 참여했고, 강원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을 경찰 사건 심사 시민위원회의 안건으로도 상정했습니다.
◇정태근: 진전은 있었나요?
◆노범래: 안타깝게도 경찰청에서 이렇게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여전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고 현재도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정태근: 그래도 이 범인의 DNA가 남아 있는 거잖아요. 요즘은 범죄자들의 DNA 데이터베이스화가 워낙 잘 돼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노범래: 네 DNA법을 통해 DNA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과학 수사 기법의 발전으로 증거물에서 확보한 DNA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 만큼 반드시 범인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리라 믿습니다.
◇정태근: 변호사님 말씀대로 지금이라도 범인을 찾으면 어떤 처벌받게 될까요?
◆노범래: 일단 살인죄가 성립을 할 것이고, 사망과 성폭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습니다만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실패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에는 강간 살인죄도 적용을 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간 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가장 중하게 처벌되는 범죄 중 하나입니다.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이동해서 우물에 은닉한 점에 대해서는 사체 은닉죄도 성립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만, 안타깝게도 사체은닉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이 되어서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마음 아픈 사건인 만큼 수사에 진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태근: 사건 X파일 오늘은 지난 2006년 동해시 약천마을의 우물에서 한 여성의 시신으로 발견된 동해 학습지 여교사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4년 12월 27일 (금)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노범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정태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영농기가 찾아오면 농촌의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해지곤 하지요. 강원도의 약천 마을 역시 그랬습니다. 평소에는 콸콸 시원하게 잘만 나오던 우물물이 그날따라 무슨 일인지 찔끔찔끔 이에 답답함을 느낀 A 씨는 물이 나오는 입구에 나뭇가지라든지 뭔가 걸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우물 뚜껑을 열었는데요. 정말 A 씨의 생각대로 나뭇가지라도 걸려 있었던 걸까요? 놀랍게도 우물 안에서 발견된 그것은 나뭇가지가 아닌 웅크린 채 발견된 여성의 시체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조용하던 마을이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죠. 하지만 용의자가 남긴 흔적이 없어서 수사는 계속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죠. 과연 경찰은 약천마을에서 발생한 우물 살인 사건의 진범을 뒤늦게나마 잡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정태근 변호사입니다. 오늘 잘생긴 노범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노범래: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정태근: 오늘 청취자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은 강원도 동해시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우물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는 그런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알려졌는데요. 정말 얼마나 놀라셨을까 싶습니다.
◆노범래: 네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어느덧 18년 전인 2006년 3월 14일 봄에 있었던 일입니다. 친척의 농사 업무를 돕기 위해서 동해시 심곡동의 약천마을을 찾았던 A 씨는 작업 중 목이 말라서 우물을 찾았는데요. 평소에 시원하게 잘 나오던 물줄기가 약한 것을 좀 이상하게 여겨 우물에 뚜껑을 열었다가 알몸으로 웅크린 작고 가냘픈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정태근: 우물이라고 하셨으니까 혹시 발을 헛디디면서 빠졌다거나 익사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노범래: 경찰도 처음엔 익사를 의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을 우물의 깊이가 70cm에 불과해 가지고 실수로라도 익살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거기다가 피해자 발견 당시에는 우물의 뚜껑도 덮여 있었거든요. 사고였다면 우물 뚜껑이 열려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익사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습니다.
◇정태근: 그러면 누군가 잔인하게 살해한 후에 유기했다 이런 이야기일 텐데 일단 피해자의 신원 확인이 먼저일 것 같거든요.
◆노범래: 예 일단 피해자의 시신을 확인한 결과 누군가가 목을 졸라서 살해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그 외에 피해자의 음부 쪽에만 경미한 흔적이 있을 뿐 체액은 발견되지는 않았고, 큰 외상이 없이 알몸으로 발견된 것에 비추어 경찰은 누군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가 실패한 뒤에 살해하고 피해자를 약천마을 우물에 유기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우물에서 6km 정도 떨어진 시내에서 동일 연령대 여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었는데요. 실종된 여성은 우물에서 숨진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시신으로 발견되기 일주일 전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는데요. 같은 날 오후 8시쯤 동해시 부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 방문 학습지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연락이 두절됐다고 합니다.
◇정태근: 딸이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을 가족들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렸을까 생각만 해도 너무 속상한데요. 가족들의 응어리를 풀어줄 길은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샅샅이 밝혀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사인을 알아야 할 텐데 부검 진행했겠죠?
◆노범래: 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로 밝혀졌고, 피해자의 위장에는 마지막 수업을 하는 학생의 어머니가 대접한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보통 위장에 음식물이 머무는 시간은 한 5시간에서 6시간 정도인데, 피해자의 위장에 음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실종 당일에 살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태근: 피해자가 가정 방문 교육을 했다는 장소와 시체가 발견된 장소가 다르잖아요. 범행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가 어떻게 시체가 약천마을에서 발견된 건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CCTV 같은 게 발견이 됐나요?
◆노범래: 예 확인을 하기는 했는데요. 일단 시신 발견 다음 날 오후에 시신이 발견되었던 약천 마을에서 한 7~8km 정도 떨어진 주차장 수돗가에서 피해자의 빨간색 마티즈 승용차가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범인이 동해시 부곡동에서 가정 방문 수업을 마치고 승용차에 오르던 피해자를 납치해서 살해한 뒤에 4km 정도 떨어진 약천마을까지 이동해서 시신을 유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이 이동 경로에 설치된 CCTV를 모두 확인을 했고, 약천마을 인근 산불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이 피해자의 자동차를 확인했지만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습니다. 2006년 당시에는 CCTV가 보편화되기 전이어서 절대적인 CCTV의 숫자가 좀 부족했던 데다가 겨우 확보한 CCTV 영상조차 늦은 밤에 촬영돼 가지고 이 운전자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뭐 가해자인지조차 식별할 수가 없는 해상도가 떨어지는 영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차량도 샅샅이 수색을 했습니다만 피해자의 속옷과 옷가지 등은 발견했지만 DNA 등 범인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범인이 물걸레로 승용차의 내부와 외부를 꼼꼼하게 닦아냈기 때문인데요. 승용차가 발견된 곳이 주차장 수돗가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범인이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용의주도한 선택이었던 겁니다.
◇정태근: 범인이 남긴 흔적도 없고 피해 여성의 승용차는 또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고 하는 걸 보니까 이 범인이 굉장히 계획적이었고, 범행 이후에도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머리를 쓴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노범래: 네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처음 납치된 부곡동을 기준으로 시신이 발견된 약천마을은 북쪽으로 4km 정도 지점에 있었고, 차량이 발견된 주차장은 남쪽으로 4km정도 지점에 있었는데 이는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교묘하게 머리를 쓴 범인의 술책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게다가 약천마을에 뚜껑이 있는 우물이 있다는 걸 알고 대담하게 시신을 우물에 유기한 것을 비추어 보면 범인은 지역 지리에 밝은 지역 주민일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차량용 블랙박스도 또 방범용 CCTV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여서 더 이상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부터 3개월 정도 지난 2006년 6월 1일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부곡동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태근: 어떤 사건이었죠? 우물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었나요?
◆노범래: 예. 동해시 부곡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자신의 차량에 탑승하려던 40대 여성이 어느 괴한의 습격을 받았던 사건입니다. 당시 범인은 이 여성을 성폭행하려다가 여성이 격렬하게 반응하자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여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범인은 피해자를 도로변에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이 유기된 장소가 바로 피해자가 발견된 약천마을 우물 근처였고요. 또 특이하게도 해당 여성의 차 역시 몇 개월 전에 살해당한 피해자의 차와 색깔이 똑같은 빨간색 차량이었습니다. 그리고 생사의 기로에서 이 여성은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정태근: 피해 여성이 목숨을 건져서 너무 다행이다 싶은데 범인의 얼굴은 혹시 봤다고 하던가요?
◆노범래: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의 피해 여성 역시 한밤중에 등 뒤에서 습격을 당한 것이어서 인상차기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범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에 미뤄 보아서 일면식이 없는 남성일 거라고 추측을 했고, 범인의 흔적을 찾아서 또다시 피해자의 승용차를 샅샅이 뒤졌지만 이번에도 범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주 후에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태근: 이번에도 빨간색 차를 노린 범죄였나요?
◆노범래: 예 맞습니다. 이번에도 빨간색 자동차를 노린 범죄였습니다. 그리고 앞선 사건과 마찬가지로 체구가 작고 혼자 있는 여성들을 노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승용차에서 내리려던 40대 여성을 차 안으로 밀어 넣으며 무차별 폭행을 가했는데요. 피해 여성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소리를 지르자 범인은 재빨리 인근 골목으로 달아났습니다. 이때에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던 현역 군인이 여성의 비명을 듣고 뛰쳐나와서 범인을 추격했음에도 또다시 범인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정태근: 이번에는 목격자가 있었군요?
◆노범래: 예. 앞선 사건과는 다르게 목격자가 있었지만 사건 발생 시간이 늦은 밤이었던 탓에 목격자에게서도 피해자에게서도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경찰은 피해자와 범인이 몸싸움을 벌였던 빨간색 자동차에 대해 정밀 감식에 들어가 이번에는 단서를 확보했습니다.
◇정태근: 도움이 될 만한 단서 좀 나왔습니까?
◆노범래: 룸미러 프레임에 끼어 있던 머리카락 한올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요. 자신을 승용차 안으로 밀어넣는 범인에 저항하면서 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는 피해 여성의 진술을 미뤄봤을 때 이 발견된 머리카락 한 올은 몸싸움 과정에서 빠진 범인의 것일 가능성이 아주 컸습니다. 수사는 활기를 좀 뛰었고, 경찰은 지역 내 동일 범죄자나 강력 범죄자는 물론이고 또 최초 피해자 사건 수사할 때 용의선상에 올렸던 인물들과도 유전자를 대조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 일치한 유전자도 없었고 별다른 범인의 흔적도 찾지 못했는데요. 역시나 유사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에는 CCTV나 뭐 차량 블랙박스도 보편화되지 않았고, 또 늦은 밤에 사건이 발생해서 목격자가 거의 없었던 점도 사건 해결을 더 어렵게 했습니다.
◇정태근: 요즘엔 정말 블랙박스가 없는 차를 찾기가 힘들 정도잖아요. 아쉽고 답답한 마음인데 그러면 아직까지도 사건 해결은 물론이고 용의자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건가요?
◆노범래: 네.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18년이 흘렀는데도 진범은 물론이고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로 이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데요. 현재는 강원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으로 이 사건이 이관된 상태이고 지금도 이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미제 사건 전담팀은 2019년 3월 11일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활용해서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브레인 스토밍은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여러 사람이 생각나는 대로 마구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그런 방법입니다.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으로부터 프로파일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관 등 20여 명이 수사에 참여했고, 강원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을 경찰 사건 심사 시민위원회의 안건으로도 상정했습니다.
◇정태근: 진전은 있었나요?
◆노범래: 안타깝게도 경찰청에서 이렇게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여전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고 현재도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정태근: 그래도 이 범인의 DNA가 남아 있는 거잖아요. 요즘은 범죄자들의 DNA 데이터베이스화가 워낙 잘 돼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노범래: 네 DNA법을 통해 DNA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과학 수사 기법의 발전으로 증거물에서 확보한 DNA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 만큼 반드시 범인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리라 믿습니다.
◇정태근: 변호사님 말씀대로 지금이라도 범인을 찾으면 어떤 처벌받게 될까요?
◆노범래: 일단 살인죄가 성립을 할 것이고, 사망과 성폭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습니다만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실패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에는 강간 살인죄도 적용을 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간 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가장 중하게 처벌되는 범죄 중 하나입니다.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이동해서 우물에 은닉한 점에 대해서는 사체 은닉죄도 성립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만, 안타깝게도 사체은닉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이 되어서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마음 아픈 사건인 만큼 수사에 진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태근: 사건 X파일 오늘은 지난 2006년 동해시 약천마을의 우물에서 한 여성의 시신으로 발견된 동해 학습지 여교사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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