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을 공포에 떨게 한 일곱 통의 편지, 살인범 소행일까 "결정적 단서는"

산골 마을을 공포에 떨게 한 일곱 통의 편지, 살인범 소행일까 "결정적 단서는"

2024.12.30. 오전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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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30일 (월)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노범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정태근 변호사 (이하 정태근) : 오늘 들려드릴 이 사건은 강원도 화천군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아주 끔찍한 살인 사건입니다. 어느 날 70대 여성 A씨가 자신의 집에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머리와 얼굴을 가격당해 베테랑 형사들이 보기에도 아주 참담한 모습이었다고 하지요. 범행을 추정해 볼 만한 물적, 심적 증거가 단 하나도 없던 사건. 경찰은 그야말로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살해된 지 열흘쯤 지났을까요? 이 여성의 집으로 의문의 편지가 한 통씩 배달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로 숨진 70대 여성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던 이 편지는 드물긴 하지만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5년 동안 총 7통의 편지가 도착했지요. 그런데 이 7통의 편지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바로 숨진 여성의 아들이었는데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정태근입니다. 오늘 로엘 법무법인 노범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노범래 변호사 (이하 노범래)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 정태근 : 변호사님 혹시 행운의 편지라고 아세요?

◆ 노범래 : 예 압니다. 어린 시절에 많이 돌았던 그 편지 이야기 말씀하시는 거죠?저도 받아본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괜히 무서워가지고 다른 사람한테 꼭 전달해야 된다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나네요.

◇ 정태근 : 저 어릴 때 행운의 편지라고 해서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돼 이런 문구로 시작하는데 이걸 열어보면 제목은 행운의 편지라지만 실제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그래서 아는 사람 몇 명에게 무조건 이걸 보내야만 한다 이런 괴담 같은 게 있었거든요.그런데 이것과는 다르지만 오늘 살펴볼 사건이 편지 덕분에 자칫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그런 케이스잖아요.

◆ 노범래 : 맞습니다. 미제로 빠질 뻔했던 사건에서 특이하게도 편지가 강력한 실마리가 되어서 해결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강원도 화천군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2007년 10월, 70대의 최 모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머리와 얼굴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상태로 끔찍하게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사건 발생 당일에 피해자 할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한 자녀들이 이웃 주민에게 안부를 물었고 이웃은 불이 켜져 있으니 안심해라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렇게 사망 사실이 이후에 밝혀졌다는 점입니다.

◇ 정태근 : 도대체 누가 그랬을까요?

◆ 노범래 : 경찰도 초기에는 상당히 난항을 겪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는 도구나 기타 물증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요. 피해자의 머리나 얼굴에 여러 번 가격된 외상 정도를 볼 때 강도가 아닌 원한에 의한 살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지만 마을이 워낙 외지고 CCTV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정태근 : 잔인함의 정도가 단순 강도로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네요.뭐 훔쳐가거나 그런 것도 없었던 모양이죠?

◆ 노범래 : 네 아무것도 훔쳐간 것도 없었고 피해자는 평소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도 원만했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그래서 수사 초점은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과거 인연이 있던 외부인으로 좁혀지게 됐죠.

◇ 정태근 : 시골 마을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CCTV 같은 게 있을까 이것도 걱정인데요.

◆ 노범래 : 그렇습니다. 현장이 너무 외진 곳이라 주변에 CCTV는커녕 사건 당일에도 그 지역을 방문하거나 지나간 사람을 목격한 주민도 전혀 없었습니다. 마을 자체가 외딴 곳인 데다가 바로 옆에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서 평소 치안에 대해 걱정이 없었던 것도 경찰이 단서를 찾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 정태근 : 그러면 유력 용의자로 볼 만한 사람을 한 명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이야기인가요?

◆ 노범래 : 예 마을 사람들의 알리바이도 다 입증이 되고 뭐 특별히 할머니가 원하는 살만한 일을 했던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 정태근 : 미제 사건이 돼버렸네요.

◆ 노범래 : 네 그렇죠. 그러다가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새로운 단서를 잡게 됩니다.

◇ 정태근 : 뭐가 나온 게 있었나요?

◆ 노범래 : 피해자 할머니가 숨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그 집으로 발송된 의문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이 아니라 편지가 몇 년에 걸쳐서 7번이나 발송된 수상한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 정태근 : 어떤 내용이기 때문에 그랬죠? 누가 보낸 건가요? 이 여성이 숨진 걸 알고 보낸 건가요?

◆ 노범래 : 편지에는 발신인이 자신을 화천의 이만성이라고 하면서 피해자와 한때 연인 관계였으나 피해자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내용을 담고 또 피해자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내용 등이 담긴 편지였습니다.

◇ 정태근 : 숨진 여성과 연인 관계였다. 그러면 치정에 의한 살인 이런 건가요?

◆ 노범래 :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이 7통의 편지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피해자 할머니 이름이 아니라 피해자의 아들의 이름이 나오는 겁니다. 즉 할머니의 연인이 보낸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들의 지인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 편지에는 발신인이 아들에게 ‘이 괘씸한 놈아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자’ 등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즉 아들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이 가해자였을 확률이 높았다는 겁니다.

◇ 정태근 :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경찰이 방향성도 제대로 못 잡고 있고 단서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살인범이 굳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나 좀 잡아가시오 하고 편지를 보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 노범래 : 저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이게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이라는 거를 생각해 보면 또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가해자는 살인 행위를 한 이후에도 계속 원한이 남아 있었고 또 계속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었다는 거죠. 어쨌거나 말씀하신 대로 경찰이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가 이 편지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게 됩니다.

◇ 정태근 : 편지에서 DNA가 나왔군요.

◆ 노범래 : 맞습니다. 요즘 편지를 보내면서 우표를 직접 붙여본 지가 정말 오래된 것 같기는 한데요. 우표를 붙일 때 풀로 붙여도 되지만 이미 접착제가 우표 뒷면에 발라져 있어 가지고 물을 묻히면 붙거든요. 물 묻히기가 귀찮은 경우에는 침을 좀 발라서 붙이기도 하잖아요. 범인도 우표에다가 침을 발라가지고 우표를 붙였고 거기에서 DNA가 추출되었습니다. 요즘 과학 수사 기술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DNA가 있다고 해서 바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범죄 기록에 있어서 DNA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사람이 아니라면 이것만으로는 가해자를 바로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정태근 : 그렇죠. 이미 저지른 범죄가 있어서 등록이 돼 있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사실 찾아내기가 힘들잖아요.

◆ 노범래 : 그렇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편지의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이 편지 속 표현들을 보면요. 군부대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피해자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언급됐습니다. 또 그런데 피해자의 아들이 육군 장교 출신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좀 더 떠오를 만한 사람의 범위가 좁혀진 거죠. 그래서 경찰은 피해자의 아들한테 가가지고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혹시 군 생활 중에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게 됩니다.

◇ 정태근 : 쉽지는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긴 한데요. 어떻게 됐죠? 누구를 좀 떠올려냈나요?

◆ 노범래 : 아들은 편지를 보고 한참의 기억을 더듬은 끝에 자신이 과거에 군대에서 연대장으로 복무하던 시절에 인사 조치를 취한 조 씨를 떠올리게 됩니다. 당시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조 씨는 피해자의 아들로부터 인사 조치를 당하고 사표를 제출했던 사람입니다.

◇ 정태근 : 그러면 경찰이 그 사람을 찾아갔나요?

◆ 노범래 : 예. 경찰은 조 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찾아갔으나 조 씨가 DNA 채취를 거부했기 때문에 체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조 씨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서 조 씨가 마시고 버린 음료수 캔을 취득해 DNA를 확보하게 됩니다.

◇ 정태근 : DNA 결과 어떻게 나왔죠? 일치하던가요?

◆ 노범래 : 분석 결과, 음료수 캔에서 확보된 DNA와 편지의 우표 침에서 나온 DNA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하마터면 영구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사건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 정태근 : 그러니까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범인은 맞는데 자신의 편지에서 밝혔던 대로 이만성이라는 인물은 아니었던 거네요.

◆ 노범래 : 그렇죠. 조 씨는 이만성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편지를 작성했지만 이건 그냥 가명이었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 정태근 :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 노범래 : 아까 말씀을 드렸던 것처럼 가해자 조 씨는 할머니의 아들이 지휘관으로 있던 부대의 부사관으로 재직하다가 인사 문책을 당하고 전역을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1993년이었는데 본인 생각에 의하면 좀 불합리한 징계를 받은 것에 분개해서 군대를 떠났고, 그에 대한 울분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정신과 치료도 받는 등 인생이 좀 잘 안 풀렸다고 합니다. 결국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지나서까지도 원한을 가지고 있다가 본인을 징계한 사람의 어머니. 그러니까 피해자 할머니를 찾아간 거죠. 그래서 할머니한테 아들이 자신한테 했던 문책에 대해서 말하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조 씨한테 화를 냈고, 조 씨는 그에 격분한 나머지 할머니를 살해했다고 합니다.

◇ 정태근 : 그러면 편지는 도대체 왜 보냈을까요? 들키고 싶었던 것도 아닐 거고 편지로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을 거다 확신했던 건가요?

◆ 노범래 : 편지를 아예 보내지 않았으면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텐데도 보냈던 이유는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마 20년 전 못 다 풀었던 응어리가 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그러고 나서도 편지를 보내서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고 했던 거는 아닌가 싶습니다.

◇ 정태근 : 어떤 처벌받았나요?

◆ 노범래 : 조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과 치료 감호를 선고받았고, 범행이 사전에 계획되지는 않았던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과 조 씨의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되어서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징역 7년으로 감형됐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 모두를 파괴한 씁쓸하고 좀 비극적인 사건인 것 같습니다.

◇ 정태근 : 누군가로부터 무시 받았다는 마음의 응어리. 그것이 진실이건 아니건 간에 20년이 다 되도록 가슴속에 담아왔다는 점 한편으로는 참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누군가를 해코지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이 가해자는 본인이 앙심을 품었던 해당 인물도 아닌 무고한 여성을 살해했지요. 단지 자신을 무시한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잘못된 원망과 한이 자신의 인생은 차치하고라도 다른 무고한 이의 삶까지 완전히 망가뜨려 버린 너무나도 끔찍한 비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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