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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월 6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강은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지난 2017년 연말이었습니다. 한 50대 여성이 자신의 아들과 함께 언니 동생으로 지내던 10년 지기 지인을 산 채로 텃밭에 묻어 사망케 했다는 정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보도됐죠. 여론은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을까요? 그 경위에 관심이 모아졌죠.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화가 나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 여성. 하지만 경찰이 보기엔 뭔가 다른 구석이 있는 듯 보였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의 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강은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간혹 주변에 보면 이런 말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네가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냐?그런데 감이라는 말만큼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말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오늘 살펴볼 이 사건 역시 넓게 보면 ‘감히 니가 나한테’ 가 범행 동기가 된 그런 사건 아닌가 싶은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차근히 살펴볼까요?
◇강은하: 2017년 경기도 성남의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사는 기초생활 수급자인 A씨가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이 되기 시작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A씨는 의사소통 시 약간의 어눌함이 있었지만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고, 평소 문자를 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원화: 다 큰 성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에 따라 며칠씩 연락이 안 된다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간의 상황을 살펴봤을 때 이 여성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이런 판단을 했던 것 같네요.
◇강은하: A씨는 평소 문자나 카드 사용 등을 잘 안 했지만 그런 것 치고도 생활 반응이 너무 안 나와 경찰은 살인 사건일 가능성을 열고 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A씨가 평소 경기도 성남의 모란시장에서 지인들과 자주 모임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모임에 나오는 지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요. 지인들은 A씨가 동거남 이 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이를 피해 경기도 광주로 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중 B씨는 2017년 7월 14일 A씨로부터 직접 경기도 광주로 간다고 들었다며 그 후로도 A씨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들은 경찰은 B씨를 용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10년 지기고 워낙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면 그게 크게 이상하다거나 의심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경찰에서는 왜 의심을 했던 거죠?
◇강은하: 통신 기록상 A씨의 휴대폰은 2017년 7월 14일 철원에서 꺼졌는데요. 그날과 그날 이후로 A씨를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 B씨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상한 점은 B 씨의 아들인 C 씨는 뚜렷한 직업 없이 렌터카로 B씨와 거주지인 강북에서 성남 모란시장을 오갔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C씨의 렌터카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뭐가 좀 나왔나요?
◇강은하: 경찰은 C씨가 렌터카를 타고 2017년 7월 14일 서울에서 성남으로, 성남에서 철원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일단 감금 혐의로 B씨와 C씨를 체포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왜 하필 철원이었을까요? 거기 뭐가 있었나요?
◇강은하: 철원은 B씨의 남편이자 C씨의 아버지인 D씨가 살고 있는 곳으로 B씨와 D씨는 별거 중이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왜 같이 살지도 않는 남편 집에 갔던 거죠?
◇강은하: 이는 A씨의 행방, 그리고 이 사건이 벌어지게 된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경찰은 철원에 있는 D씨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D씨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더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D씨를 찾아보니 D씨는 집 근처 헛간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였습니다.
◆이원화: 아 뭔가 이 남편도 사건과 연관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강은하: 이에 경찰은 B씨와 C씨를 체포하여 추궁한 끝에 B씨, C씨, D씨가 공모하여 A씨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습니다.
◆이원화: 결국 단순 실종이 아니라 살해를 당한 거였네요.
◇강은하: B씨는 A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우고 잠든 A씨를 C씨의 렌터카에 태워 철원의 디 씨 집에 옮긴 후 근처 밭에 생매장하여 살해했던 것입니다.
◆이원화: 수면제를 먹어서 잠들어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살아 있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그냥 묻었다고요?
◇강은하: 국과수로부터 시신의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이 있었지만 C씨는 A씨를 땅에 묻을 때 A씨의 숨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정말 너무 끔찍한 상황이 아닌가 싶은데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10년 지기고 언니 동생 사이다, 아들도 이모라고 부르면서 잘 따랐다 하지 않았나요?
◇강은하: B씨는 그렇게 10년을 앓아온 A씨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앙심을 품고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B씨는 2016년 6월 초순경 A씨 명의로 C씨가 타고 다닐 외제 중고차를 할부로 구입하려고 마음먹고 A씨에게 매매 관련 서류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A씨가 계약서에 서명 날인을 해주지 않자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걸 사람을 생매장한 이유라고 댔습니까?
◇강은하: 그리고 또 있습니다. B씨는 2016년 6월 25일 경 당시 A씨와 동거 중이던 E씨 집에
어가 현금 100만 원이 들어 있는 돼지, 저금통, 냉장고에 들어 있는 반찬 등을 절취하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는데요. B씨는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A씨의 부탁으로 E씨 집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온 것이라고 허위 진술을 하여 줄 것을 부탁했지만, A씨는 B씨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고, B씨는 이 때문에 자신이 절도 및 주거 침입 혐의로 약식 기소되어 벌금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원화: 결국 두 가지 다 사실 뭐 그렇게 요구할 만한 상황이었던 걸로 보이지도 않는데요.자신이 뭔가를 부탁했는데 안 들어주니까 화가 나서 앙심을 품고 살인을 계획했다 이런 거네요.
◇강은하: A씨와 B씨는 언뜻 보기에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하관계에 있었다고 합니다. B씨는 A씨에게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무리한 부탁도 종종 하였다고 하는데요. B씨는 A씨가 A씨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건들이 B씨가 A씨를 살해한 하나의 이유가 됐기도 했지만요. 가장 주된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이원화: 그게 뭐였죠?
◇강은하: B씨는 2009년부터 D씨에게 수 회에 걸쳐 이혼을 요구하였으나 D씨는 이를 번번이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B씨는 A씨로 하여금 D씨와 성관계를 맺게 한 후 이를 성매매나 강간 등으로 신고하여 d씨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B씨는 2015년 가을경 A씨에게 철원에 가면 용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A씨를 D씨의 주거지로 데리고 갔습니다. B씨는 D씨가 B씨의 남편인 것을 숨기고 A씨가 D씨와 성관계를 하게 했습니다.
◆이원화: 정말 여기서도 B씨가 A씨를 친한 동생으로 대했다기보다는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강은하: 네. B씨는 자신보다 지적 능력이 조금 부족한 A씨를 이용하기 편리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뒤탈이 있었죠. 2015년 B씨의 범행을 A씨의 동거남인 E씨가 알게 된 것입니다. 이 씨는 2017년 5월경 B씨에게 A를 강원도 철원으로 데려가 성매매를 시킨 사실을 알고 있다. 모두 전화번호 알아내서 죽여버리겠다 다 같이 고소하겠다고 했고, B씨는 E씨가 고소할 경우 자신과 D씨가 부부 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성매매로 인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B씨는 2017년 7월 4일 모란시장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지인과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A가 이에게 절도 사건과 성매매를 시킨 사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서 이가 모란시장 내에 아는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 B씨가 2017년 7월 9일 모란시장을 갔는데 지인들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원화: 자기 가족 평판 때문에 살인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는 건데 아들이나 남편도 다 거기에 동의를 했던 건가요?
◇강은하: B씨가 C씨에게 A씨를 살해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C씨도 이건 가족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B씨와 C씨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A씨를 차례에 실어 D씨에게 데려가 A씨가 당신과 성관계한 일을 주변에 소문 내고 있다. 지금 수면제를 먹여 데려왔으니 살해하자고 제의하자 D씨도 이에 동의하여 범행에 가담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네 재판에 넘겨졌겠죠.
◇강은하: 1심에서는 B씨에게 징역 22년, C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그런데 B씨와 C씨는 1심의 선고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항소했는데요. 특히 B씨는 비난 동기 살인 유형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D씨와 이혼하고 위자료를 많이 받아내기 위해 A씨로 하여금 D씨와 성관계를 갖도록 한 적이 없고, 우연히 A씨를 D씨에게 데리고 갔는데 A씨와D씨가 서로 눈이 맞아 성관계를 맺는 등 교제하게 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범행은 보통 동기 살인에 해당하니 1심에서 비난 동기 살인 유형에 해당된다고 보아 선고한 형이 과다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원화: 항소심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강은하: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오랫동안 친분이 있어 온 A씨를 자신의 남편에게 데려가 성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향후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 있어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려 한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B씨는 A씨 명의로 중고차를 구입하여 이득을 얻으려 하였고, 자신의 형사 사건에서 허위의 진술을 종용하는 등 A씨를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이용하였다고 하며, B씨는 A씨가 중고차를 구입 및 허위 진술을 거절하고 지 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주변에 알리자 A씨에게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고, 나아가 형사 처벌을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더해져 A씨를 살해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B씨의 살인 동기를 동기에 있어 특히 비난할 사유가 있는 살인 범행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오히려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벼워 B씨에 대해 징역 30년, C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B씨가 A씨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고 A씨가 이를 들어주지 않아 배신감과 분노를 느껴 A씨를 살해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평소 도구로 생각했던 A씨가 자신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친한 사이에서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해도 들어줄 것이다 이런 기대를 하기도 하지만요. 상대를 수단으로 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평판을 갉아먹을까 두려워 10년 지기 지인을 산 채로 암매장했던 끔찍한 사건 돌아봤습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요. 상황이 좋을 땐 마냥 잘해주는 듯하다가도 자신의 부탁을 거절했을 때 순식간에 돌변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곤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오늘 사건처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인간관계란 게 도대체 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리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게 되는 그런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1월 6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강은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지난 2017년 연말이었습니다. 한 50대 여성이 자신의 아들과 함께 언니 동생으로 지내던 10년 지기 지인을 산 채로 텃밭에 묻어 사망케 했다는 정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보도됐죠. 여론은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을까요? 그 경위에 관심이 모아졌죠.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화가 나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 여성. 하지만 경찰이 보기엔 뭔가 다른 구석이 있는 듯 보였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의 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강은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간혹 주변에 보면 이런 말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네가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냐?그런데 감이라는 말만큼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말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오늘 살펴볼 이 사건 역시 넓게 보면 ‘감히 니가 나한테’ 가 범행 동기가 된 그런 사건 아닌가 싶은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차근히 살펴볼까요?
◇강은하: 2017년 경기도 성남의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사는 기초생활 수급자인 A씨가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이 되기 시작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A씨는 의사소통 시 약간의 어눌함이 있었지만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고, 평소 문자를 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원화: 다 큰 성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에 따라 며칠씩 연락이 안 된다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간의 상황을 살펴봤을 때 이 여성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이런 판단을 했던 것 같네요.
◇강은하: A씨는 평소 문자나 카드 사용 등을 잘 안 했지만 그런 것 치고도 생활 반응이 너무 안 나와 경찰은 살인 사건일 가능성을 열고 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A씨가 평소 경기도 성남의 모란시장에서 지인들과 자주 모임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모임에 나오는 지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요. 지인들은 A씨가 동거남 이 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이를 피해 경기도 광주로 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중 B씨는 2017년 7월 14일 A씨로부터 직접 경기도 광주로 간다고 들었다며 그 후로도 A씨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들은 경찰은 B씨를 용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10년 지기고 워낙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면 그게 크게 이상하다거나 의심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경찰에서는 왜 의심을 했던 거죠?
◇강은하: 통신 기록상 A씨의 휴대폰은 2017년 7월 14일 철원에서 꺼졌는데요. 그날과 그날 이후로 A씨를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 B씨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상한 점은 B 씨의 아들인 C 씨는 뚜렷한 직업 없이 렌터카로 B씨와 거주지인 강북에서 성남 모란시장을 오갔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C씨의 렌터카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뭐가 좀 나왔나요?
◇강은하: 경찰은 C씨가 렌터카를 타고 2017년 7월 14일 서울에서 성남으로, 성남에서 철원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일단 감금 혐의로 B씨와 C씨를 체포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왜 하필 철원이었을까요? 거기 뭐가 있었나요?
◇강은하: 철원은 B씨의 남편이자 C씨의 아버지인 D씨가 살고 있는 곳으로 B씨와 D씨는 별거 중이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왜 같이 살지도 않는 남편 집에 갔던 거죠?
◇강은하: 이는 A씨의 행방, 그리고 이 사건이 벌어지게 된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경찰은 철원에 있는 D씨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D씨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더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D씨를 찾아보니 D씨는 집 근처 헛간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였습니다.
◆이원화: 아 뭔가 이 남편도 사건과 연관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강은하: 이에 경찰은 B씨와 C씨를 체포하여 추궁한 끝에 B씨, C씨, D씨가 공모하여 A씨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습니다.
◆이원화: 결국 단순 실종이 아니라 살해를 당한 거였네요.
◇강은하: B씨는 A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우고 잠든 A씨를 C씨의 렌터카에 태워 철원의 디 씨 집에 옮긴 후 근처 밭에 생매장하여 살해했던 것입니다.
◆이원화: 수면제를 먹어서 잠들어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살아 있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그냥 묻었다고요?
◇강은하: 국과수로부터 시신의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이 있었지만 C씨는 A씨를 땅에 묻을 때 A씨의 숨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정말 너무 끔찍한 상황이 아닌가 싶은데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10년 지기고 언니 동생 사이다, 아들도 이모라고 부르면서 잘 따랐다 하지 않았나요?
◇강은하: B씨는 그렇게 10년을 앓아온 A씨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앙심을 품고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B씨는 2016년 6월 초순경 A씨 명의로 C씨가 타고 다닐 외제 중고차를 할부로 구입하려고 마음먹고 A씨에게 매매 관련 서류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A씨가 계약서에 서명 날인을 해주지 않자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걸 사람을 생매장한 이유라고 댔습니까?
◇강은하: 그리고 또 있습니다. B씨는 2016년 6월 25일 경 당시 A씨와 동거 중이던 E씨 집에
어가 현금 100만 원이 들어 있는 돼지, 저금통, 냉장고에 들어 있는 반찬 등을 절취하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는데요. B씨는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A씨의 부탁으로 E씨 집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온 것이라고 허위 진술을 하여 줄 것을 부탁했지만, A씨는 B씨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고, B씨는 이 때문에 자신이 절도 및 주거 침입 혐의로 약식 기소되어 벌금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원화: 결국 두 가지 다 사실 뭐 그렇게 요구할 만한 상황이었던 걸로 보이지도 않는데요.자신이 뭔가를 부탁했는데 안 들어주니까 화가 나서 앙심을 품고 살인을 계획했다 이런 거네요.
◇강은하: A씨와 B씨는 언뜻 보기에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하관계에 있었다고 합니다. B씨는 A씨에게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무리한 부탁도 종종 하였다고 하는데요. B씨는 A씨가 A씨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건들이 B씨가 A씨를 살해한 하나의 이유가 됐기도 했지만요. 가장 주된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이원화: 그게 뭐였죠?
◇강은하: B씨는 2009년부터 D씨에게 수 회에 걸쳐 이혼을 요구하였으나 D씨는 이를 번번이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B씨는 A씨로 하여금 D씨와 성관계를 맺게 한 후 이를 성매매나 강간 등으로 신고하여 d씨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B씨는 2015년 가을경 A씨에게 철원에 가면 용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A씨를 D씨의 주거지로 데리고 갔습니다. B씨는 D씨가 B씨의 남편인 것을 숨기고 A씨가 D씨와 성관계를 하게 했습니다.
◆이원화: 정말 여기서도 B씨가 A씨를 친한 동생으로 대했다기보다는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강은하: 네. B씨는 자신보다 지적 능력이 조금 부족한 A씨를 이용하기 편리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뒤탈이 있었죠. 2015년 B씨의 범행을 A씨의 동거남인 E씨가 알게 된 것입니다. 이 씨는 2017년 5월경 B씨에게 A를 강원도 철원으로 데려가 성매매를 시킨 사실을 알고 있다. 모두 전화번호 알아내서 죽여버리겠다 다 같이 고소하겠다고 했고, B씨는 E씨가 고소할 경우 자신과 D씨가 부부 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성매매로 인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B씨는 2017년 7월 4일 모란시장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지인과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A가 이에게 절도 사건과 성매매를 시킨 사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서 이가 모란시장 내에 아는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 B씨가 2017년 7월 9일 모란시장을 갔는데 지인들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원화: 자기 가족 평판 때문에 살인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는 건데 아들이나 남편도 다 거기에 동의를 했던 건가요?
◇강은하: B씨가 C씨에게 A씨를 살해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C씨도 이건 가족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B씨와 C씨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A씨를 차례에 실어 D씨에게 데려가 A씨가 당신과 성관계한 일을 주변에 소문 내고 있다. 지금 수면제를 먹여 데려왔으니 살해하자고 제의하자 D씨도 이에 동의하여 범행에 가담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네 재판에 넘겨졌겠죠.
◇강은하: 1심에서는 B씨에게 징역 22년, C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그런데 B씨와 C씨는 1심의 선고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항소했는데요. 특히 B씨는 비난 동기 살인 유형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D씨와 이혼하고 위자료를 많이 받아내기 위해 A씨로 하여금 D씨와 성관계를 갖도록 한 적이 없고, 우연히 A씨를 D씨에게 데리고 갔는데 A씨와D씨가 서로 눈이 맞아 성관계를 맺는 등 교제하게 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범행은 보통 동기 살인에 해당하니 1심에서 비난 동기 살인 유형에 해당된다고 보아 선고한 형이 과다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원화: 항소심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강은하: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오랫동안 친분이 있어 온 A씨를 자신의 남편에게 데려가 성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향후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 있어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려 한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B씨는 A씨 명의로 중고차를 구입하여 이득을 얻으려 하였고, 자신의 형사 사건에서 허위의 진술을 종용하는 등 A씨를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이용하였다고 하며, B씨는 A씨가 중고차를 구입 및 허위 진술을 거절하고 지 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주변에 알리자 A씨에게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고, 나아가 형사 처벌을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더해져 A씨를 살해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B씨의 살인 동기를 동기에 있어 특히 비난할 사유가 있는 살인 범행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오히려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벼워 B씨에 대해 징역 30년, C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B씨가 A씨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고 A씨가 이를 들어주지 않아 배신감과 분노를 느껴 A씨를 살해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평소 도구로 생각했던 A씨가 자신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친한 사이에서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해도 들어줄 것이다 이런 기대를 하기도 하지만요. 상대를 수단으로 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평판을 갉아먹을까 두려워 10년 지기 지인을 산 채로 암매장했던 끔찍한 사건 돌아봤습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요. 상황이 좋을 땐 마냥 잘해주는 듯하다가도 자신의 부탁을 거절했을 때 순식간에 돌변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곤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오늘 사건처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인간관계란 게 도대체 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리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게 되는 그런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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