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엔 못 잡았던 주택 강도 살인마, 법정 세울 수 있었던 '두 가지'는?

23년 전엔 못 잡았던 주택 강도 살인마, 법정 세울 수 있었던 '두 가지'는?

2025.01.17. 오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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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월 17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전수련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너무나도 고요하던 밤이었습니다. 한밤중 단잠에 빠져 있던 30대 A 씨 부부에게도 그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그런 밤이었을 겁니다. 꿈에서라도 예상치 못했던 강도가 들이닥치기 전까진 말이죠. 2명의 강도는 당시 빌라 외벽 가스 배관을 타고 2층 집에 살던 A씨 부부의 집에 침입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그것도 아주 무자비하게 말이죠. 해당 사건으로 남성 A씨는 사망하고 A 씨의 아내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2명의 강도가 챙긴 현금은 고작 100만 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자신들의 족적과 지문을 감출 만큼 치밀했던 두 강도. 하지만 숨진 A씨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자신들이 준비해 온 절연 테이프를 소파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죠. 경찰은 범인이 남기고 간 유일한 증거인 절연 테이프에서 그들의 DNA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의 기술로는 역부족이었죠. 그렇게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요. 최근 해당 사건의 범인 중 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나머지 1명의 범인의 행방은 어떻게 된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전수련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전수련: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전수련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영화 제목 같기도 하고요. 이번 사건의 이 말을 좀 대입해 보자면 그때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안 통한다 이야기를 해보고 싶거든요. 사건이 벌어진 당시로 돌아가 보면 무려 24년 전의 일이죠.

◇전수련: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2001년 9월 8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연립주택의 2인조 강도단 A씨와 B씨가 건물 외벽에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서 주택에 침입했습니다. 이들은 자고 있던 한 부부를 미리 준비해 간 회칼로 위협하다가 부부가 저항하자 남편 C씨를 회칼로 난자하여 잔인하게 살해하고 아내 D씨에게도 중상을 입힌 뒤 돈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입니다.

◆이원화: 저희도 한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만 빌라 외벽에 배관을 타고 강도가 침입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잖아요.

◇전수련: 이 사건도 역시 일면식도 없던 강도들이 배관을 타고 집에 침입한 후에 100만 원을 훔쳐서 달아난 건인데요. 단돈 100만 원을 훔치기 위해서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가정을 파괴한 아주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범행 현장 감식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으나 용의자들을 파악할 만한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CCTV 같은 게 없었던 것 같고요. 범행 현장에서 범인을 특정할 만한 그런 예를 들면 지문이라든지 머리카락이라든지 뭐 이런 것들이 나온 게 없나 보네요.

◇전수련: 당시 범인들은 프로처럼 지문이나 족적을 전혀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변호사님 말씀처럼 근처 CCTV도 없었어서 범인을 특정하는 데 아주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네요. 그러던 중에 경찰은 단 하나 유의미한 증거를 드디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단 하나 뭐였죠?

◇전수련: 바로 범행 도구인 피해자 부부를 묶었을 때 사용했던 절연 테이프였습니다. 아무래도 테이프라면 손으로 잡거나 뜯는 과정에서 범인의 DNA가 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찰은 범인을 찾는 데 아주 유의미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혹시 이 절연 테이프에서 쓸 만한 게 좀 나왔을까요?

◇전수련: 만약 지금의 DNA 분석 기술이 있었다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검출이 가능했을 텐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24년 전의 기술로는 DNA 증거를 감식해내지 못했고 결국 범인을 식별하지 못해서 이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 말씀 들어보니까 DNA 분석만 했던 거 보면 지문이라든지 쪽지문이라든지 이런 거는 없었던 것 같네요. 범인들이 장갑을 끼고 있거나 했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근데 24년 전이라고 해도 2001년이거든요. 그때를 돌이켜 보면 그 정도 기술력은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근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전수련: 말씀하신 대로 당시에도 물론 DNA 감식 기술이 있었긴 했지만 아무래도 좀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는 건데요. 그래도 해당 증거물은 계속 보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하긴 요즘에는요, 워낙 기술이 발달해서 그때는 혈흔이나 아주 명확한 무언가가 있었어야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 아주 미세한 땀에서 나오는 그런 DNA도 추출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거니까 증거물을 보관을 하고 있었다면 범인 DNA를 특정을 할 수 있었겠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전수련: 그렇습니다. 지금이야 DNA 분석 기술이 워낙 좋아졌기 때문에 진짜 말씀 주신 대로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게 특정이 가능했을 텐데요. 이처럼 DNA 분석 기술의 발전이 이 사건의 해결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죠. 다만 이 사건 단순히 DNA 기술만으로는 사건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 해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두 가지 더 있었습니다.

◆이원화: 두 가지요? 어떤 거였을까요?

◇전수련: 첫 번째는 바로 DNA법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DNA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인데요. 이 법은 2010년도에 대한민국에서 시행되었고 성폭력이나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DNA를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 덕분에 해당 사건의 범인 DNA가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한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비슷한 사례로 기억하시겠지만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해진 연쇄 살인범 이춘재를 이 DNA법을 이용해서 검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원화: DNA법 덕에 이춘재라는 희대의 살인마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죠.

◇전수련: 맞습니다. 이춘재 사건의 진범이 잡히자 이제는 경찰도 DNA 기술을 이용해서 어쩌면 안산 강도 사건을 다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미제 사건만을 전담하는 팀은 따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이 스스로 나서서 수사를 재개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근데 이게 도움이 되려면요, 24년 전에 강도 살인을 했던 그 범인들이 성폭력이라든지 중대 범죄를 저질렀어야 하는 거잖아요?

◇전수련: 그렇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제로 당시의 진범 2명 중 1명이 이 사건 이후에도 성폭력 범죄를 또다시 저질러서 이로 인해서 그 진범의 DNA가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그런 속담이 생각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전수련: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서 이 사건 해결에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중 하나가 이 DNA법이었고요.

◆이원화: 맞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셨죠. 그럼 또 하나는 뭐였죠?

◇전수련: 두 번째는 바로 공소시효입니다. 일명 태완이법이라고 알려진 법이죠. 살인죄를 저질러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경우에는 기존 공소시효가 25년이었는데 이를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 있게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서 2015년부터 이게 시행이 되었습니다. 즉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후에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도 처벌이 가능해진 겁니다. 다만 강도 상해죄와 같은 일부 범죄에는 기존과 같은 공소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에 물론 아쉬운 점도 좀 있습니다.

◆이원화: 일명 태완이법에 대해서는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었는데 정말 많은 역할들을 하고 있는 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말씀해 주신 대로 강도 상해죄를 적용할 수 없는 점은 안타깝습니다만 강도 살인죄는 적용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요.

◇전수련: 그렇습니다. 현재 검찰은 잡힌 진범에 대해서는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를 진행했으며 구형량 자체는 법정 최고형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재판 일정은 올해 초 예정되어 있으며 사건의 증거와 DNA 분석의 결과가 바로 재판의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그런데 범인이 순순히 자백했나요?

◇전수련: 범인이 검거된 것은 2021년인데 당시에는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 범인은 DNA 결과를 받은 뒤에도 자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사건이 발생했던 지역에 있는 안산에는 생전 가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범인은 경찰이나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고까지 반발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증거를 조작했다라는 말은 도대체 뭘 말하는 걸까요? 자신의 DNA 결과를 바꿔치기라도 했다 이런 걸까요?

◇전수련: 하지만 당연하게도 검찰과 국과수가 검증한 바에 따르면 DNA 분석 과정에는 아무런 결함도 없었고 더구나 범인이 과거에 안산시에 전입신고를 했던 기록도 찾아냈고요.사건 당시에 사용했던 자동차의 이전 등록 자료 등 수사기관이 보강 증거도 명확히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럼에도 끝까지 부인하는 건 법정에서 유리해서 이런 겁니까? 왜 그러는 걸까요?

◇전수련: 피의자가 법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면 증거를 통해서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검찰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범인 입장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관련성을 부정하는 전략이 자신의 방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원화: 그런데 또 하나 걱정인 건 공범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만약에 ‘나도 현장에 있긴 했지만 죽인 건 내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전수련: 그 경우에도 공범의 행위가 강도 살인 과정에 기여했음이 입증된다면 동일하게 강도 살인죄로 모두 다 같이 처벌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형법 제30조에서 규정하는 공동정범 이론이 있기 때문에 그 이론에 따라서 범행에 가담한 모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원화: 그런데 공범은 왜 특정이 안 되는 건가요?

◇전수련: 범인으로 붙잡힌 사람이 뭐 공범에 대해서는 진술을 안 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뭐 추가적인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경찰은 다른 증거를 통해서 공범을 추적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원화: 공범 역시 시간이 아무리 늦더라도 붙잡기만 하면 처벌 가능한 상황이죠?

◇전수련: 맞습니다. 공소시효가 폐지된 살인죄가 적용이 되기만 한다면 아무리 시간이 얼마나 흘렀든 뭐 검거만 된다고 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원화: 경찰 역시 남은 공범 1명도 끝까지 추적해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 아주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나머지 1명의 공범도 붙잡혔다라는 그런 소식 꼭 전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습니다만 DNA 기술과 더불어 DNA 법으로 정말 수많은 미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 상황이잖아요.

◇전수련: 맞습니다. DNA 법과 과학 수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말 범죄 해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뭐 성폭력 미제 사건 범인 2명이 각각의 다른 범죄로 구속이 되어 있다가 출소 직전에 그들의 DNA가 과거의 미제 범죄 증거랑 일치하면서 다시 구속되는 그런 쾌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DNA 법 때문에 과거의 미제 사건들이 하나둘씩 해결되고 있고 피해자나 가족들한테는 이렇게 뭐 늦게라도 정의를 실현할 기회들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과 과학 기술이 잘 맞물려서 이렇게 장기 미제 사건들이 해결되고 있다는 점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연립주택에 침입해 남성 한 명을 흉기로 찔러 사망케 했던 안산 강도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24년 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장기 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 경찰의 집요한 추적과 기술 발달 그리고 촘촘해진 법망으로 결국 피의자 중 한 명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게 됐죠.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닙니다. 아직 공범 한 명이 잡히질 않았는데요. 수사 당국도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만큼 꼭 범인을 잡아냈다는 소식 들려오길 바라겠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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