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담소] "학자금대출 숨겼으니 사기결혼"...아내의 황당 주장, 혼인 취소 될까

□ 방송일시 : 2025년 01월 23일 (목)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신고운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신고운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신고운 변호사(이하 신고운)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신고운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오늘 상담소를 찾은 분은 어떤 고민이 있으신지, 사연으로 먼저 만나보겠습니다.

■ 사연자 : 아내와 저는 인터넷 방송인으로 합동 방송을 하다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뛰어난 외모에 반해서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고가의 가방 선물도 하면서 환심을 샀습니다. 결국 저희는 반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결혼한 지 10개월 만에 성격 차이가 너무 심해서 별거 중입니다. 도저히 아내와는 함께 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서로 부부로서의 신뢰 관계도 깨졌고 앞으로도 아내와는 절대 함께 살아갈 수 없다고 느낍니다. 방송에서 나오는 아내는 아름답고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지만 방송이 끝나면 제멋대로인 본색을 드러냅니다. 아내는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제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습니다. 같이 있으면 사사건건 부딪치고 자기 성질대로 하려고 해서 저는 질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ADHD가 있고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왔기 때문에 저보고 다 이해하고 견디라고 했습니다. 이런 이기적인 발언이 매일 같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저는 침묵을 지키며 생활 중입니다. 이런 생활이 결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아내는 저에게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는 것을 알고서는
사기 결혼을 당했다면서 괜한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 저는 혼인을 취소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결혼생활이라고 해봤자, 겨우 10개월밖에 안 됩니다. 너무 억울해서 들어간 결혼식 및 신혼여행 비용, 예물, 신혼집 공사비, 가전, 가구에 들어간 비용 전부를 돌려받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결혼을 취소하고 싶다는 분의 사연이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된다면 참 좋을텐데, 나와 잘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게 참 어렵죠.

◇ 신고운 : 네,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 조인섭 : 혼인취소사유에는 어떤 경우가 포함되나요?

◇ 신고운 : 네, 우리 민법 제816조에서 정하고 있는 혼인취소 사유를 말씀드리자면, 제1호는 ‘혼인적령이 되지 못한 경우, 미성년자여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받지 않은 경우, 근친혼인 경우’이고, 제2호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입니다.

◆ 조인섭 : 혼인취소사유 중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에 해당하는 상황은 무엇인가요?

◇ 신고운 : ‘악질’이란 고치기 힘든 나쁜 병, 악병을 말합니다. 제2호 소정의 사유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이 무엇인지, ‘기타 중대사유’에는 무엇이 포함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 조인섭 : 우리 판례는 어떻게 나와있나요?

◇ 신고운 : 우리 판례는 “혼인의 본질이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임신가능 여부’는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판례는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법률문언을 살펴보면, 그 표현이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와는 다르게 되어 있다면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인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제840조 제6호 이혼사유 :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제816조 제2호 취소사유 :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 조인섭 : 딱 들었을 땐, 어딘지 모호한 느낌이 드는데요,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 신고운 :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부생활에 배우자의 성기능 장애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고, 설령 배우자에게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혼인의 본질은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혼인취소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의 경우...배우자분이 성인 ADHD... 주의력결핍과다활동증후군이라고 하시네요? ADHD나 우울증 같은 경우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는지?

◇ 신고운 : 사연자의 경우, 혼인 전에는 몰랐는데 상대방 배우자가 장기간 ADHD나 우울증 등의 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질병은 불치 혹은 치료가능성이 없는 병이 아니므로 ‘악질’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사유’로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안의 경우 질병으로 인하여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였다기보다는단지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았던 것이 더욱 큰 원인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의 경우 학자금 대출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될 수도 있나요?

◇ 신고운 : 혼인취소 사유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인데요. 여기의 ‘사기’에는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만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당사자들의 연령이나 초혼인지 아니면 재혼인지도 따져보구요.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나 혼인 전까지 형성되었던 생활 관계는 어땠는지, 상대방에게 고지를 하였다면 혼인의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지, 당사자는 이러한 사정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 제3자는 어떻게 보는지, 해당 사실을 아는 것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이러한 사정이 당사자의 명예/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상대방이 여기에 대해서 질문을 한 적은 있었는지 등등 이런 점들이 고려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 661 판결 참조). 사연자의 경우, 학자금대출이 있었는데 이를 아내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이런 경우, 상대방이 묻지도 않았는데 빚이 있다는 것을 먼저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혼인취소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채무액수의 과다, 채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인지 등 당해 사안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정도, 상대방이 채무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등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 조인섭 : 혼인 취소가 인정되지 않고 이혼할 경우, 결혼식 비용이나 예물 등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나요?

◇ 신고운 : 일단 혼인이 성립되어 지속된 이상, 부부공동체로서 의미 있는 혼인생활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혼인관계가 파탄이 되거나 당초부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등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에 준하여 처리함이 타당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방 당사자는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외에 결혼식 등 혼인 생활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 또는 예물·예단 등의 반환을 구하거나 그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 아래에서 유효한 혼인의 합의가 이루어져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의 혼인이 성립되면 부부공동체로서의 동거·부양·협조 관계가 형성되고 그 혼인관계의 해소는 민법에서 정한 이혼 절차에 따라야 하므로 쉽게 그 실체를 부정하여 혼인 불성립에 준하여 법률관계를 처리하여서는 안됩니다. 결국, 사연자의 경우에는 이혼시 재산분할 절차를 통하여 기여도를 다투어 재산을 나누어가지게 되는 것일 뿐, 원상회복을 구하면서 투입한 금원 전부를 되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혼인취소사유 중 사연자분이 살펴봐야 할 부분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와 사기나 강박에 의한 혼인의 의사표시가 있습니다.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사유는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ADHD나 우울증은 혼인취소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연자분의 학자금 대출을 아내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곧바로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며 채무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겁니다. 사연자분의 경우 이혼할 때 재산분할은 가능하지만 결혼식 비용이나 예물 등을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신고운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신고운 : 감사합니다.


YTN 서지훈 (seojh0314@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