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 이웃 부탁 들어줬다 목숨 잃은 여자, 범인은 우표 없는 편지 부친 사람?

야심한 밤 이웃 부탁 들어줬다 목숨 잃은 여자, 범인은 우표 없는 편지 부친 사람?

2025.01.31. 오후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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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월 31일 (금)
■ 진행 : 송영은 변호사
■ 대담 : 정승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송영은 변호사 (이하 송영은) : 때는 2004년 5월 2일이었습니다. 새벽 2시가 다 된 시간 경찰서로 제보 전화가 한 통 걸려왔죠. 내용인 즉, 동네 카센터에서 불이 났다는 전화였습니다. 전소된 카센터에는 총 3명의 사망자가 발견됐습니다. 2명의 어린아이와 성인 여성 1명이었죠. 밤늦은 시각에 발생한 화재였기에 당연히 카센터 여주인과 그녀의 아이들이 화를 당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어쩐 일인지 이웃 농기계 점포 사장이 달려와서 아무래도 숨진 여성이 본인의 아내인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대체 이 이웃 주민은 왜 그런 주장을 했던 걸까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정말 이웃 주민의 말대로 카센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은 카센터 여주인이 아닌 이웃 주민이었을까요? 유전자 감식 결과 그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카센터 여주인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요?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은 진짜였을까요? 그녀의 행방은 사건이 벌어진 지 무려 8일이 지나서야 드러났습니다. 도대체 이날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저는 변호사 송영은입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이원화 변호사를 대신해 잠시 진행을 맡게 됐는데요. 워낙 좋아하는 방송이다 보니 책임감이 무척 큰 것 같습니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청취자 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함께해 주실 변호사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정승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정승은 변호사 (이하 정승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정승은 변호사입니다.

◆ 송영은 :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태완이법 발효 이후에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었다 싶은데 오늘 다뤄볼 사건 역시 2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장기 미제 사건이죠.

◇ 정승은 : 그렇습니다. 일명 서천 카센터 방화 살해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인데요. 사건이 발생한 때는 무려 21년 전인 2004년인데 풀릴 듯 여전히 풀리지 못하고 있는 그런 사건이기도 합니다. 2004년 5월 2일 새벽 1시 52분경 서천군의 한 자동차 오디오 가게 주인은 누군가 벽을 긁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상한 소리의 정체는 바로 옆에 붙어 있던 카센터 내부에 그 불이 타는 소리였습니다. 밖으로 나간 자동차 오디오 가게 주인은 카센터에 불이 난 것을 보고 카센터의 후문을 열려고 했지만 불길이 치솟아 접근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자동차 오디오 가게 주인은 카센터 내부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 가게 주인이 카센터 정문으로 뛰어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정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 송영은 : 불이 정말 무서운 게 굉장히 삽시간에 퍼져 버리잖아요.

◇ 정승은 : 맞습니다. 카센터에서 시작된 불은 새벽 1시 56분경에 이미 상점 전체로 번졌습니다. 건물 소재가 화재에 취약했던 데다가 5개 상점이 일렬로 붙어 있는 조립식 단층 건물 구조여서 이 건물의 전소가 불가피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사망자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 송영은 : 카센터 안에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 정승은 : 네 해당 카센터는 8살 난 쌍둥이 남매를 슬하에 둔 주인 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요. 화재 이후 카센터 내부에서는 카센터 주인집 쌍둥이 남매와 그리고 신원을 알 수 없는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이 40대 여성은 카센터 여주인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웃 주민인 농기계 점포 사장이 달려와 숨진 여성이 자신의 아내인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 송영은 : 왜 그런 주장을 했을까요? 보면 시간도 새벽 때고 아이들과 함께 발견됐다고 하면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게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이거든요.

◇ 정승은 : 그렇죠. 그런데 농기계 점포 사장이 이런 주장을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농기계 점포 사장의 아내가 화재 발생 1시간 전인 12시 54분쯤에 카센터 여주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 후 카센터 아주머니가 본인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카센터로 가봐야겠다고 하면서 나간 뒤로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 송영은 :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러면 이 숨진 여성은 누구였죠?

◇ 정승은 :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 감식 결과 카센터 화재로 인해 숨진 이 여성은 실제로 농기계 점포 주인의 아내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송영은 : 사실 그 새벽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남의 집 아이를 돌봐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안타까운 일까지 당하고 말았나 싶네요.

◇ 정승은 : 맞습니다. 이웃 간의 따뜻한 호의로 한 일이 안타까운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었습니다. 국과수에서는 당시 이 방화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 송영은 : 그럼 누군가 일부러 불을 냈다고 봤다는 거죠. 왜 그렇게 본 거죠?

◇ 정승은 : 통상 화재가 발생해서 탈출하려면 몸을 움직이게 되는 것이 당연한데 당시 현장에서는 그러한 대피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쌍둥이 남매의 옷에서 등유 성분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들의 의식을 잃게 만들고 나서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당시 현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농기계 점포 사장의 아내를 부검한 결과 화재 발생 전 이미 살해당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송영은 : 그렇다면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 사건이라고 봐야 될 것 같은데 그러면 누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심지어 사망한 사람이 옆집 여성과 카센터 주인의 아이들이란 말이죠. 연결점이 썩 없어 보이거든요.

◇ 정승은 : 그렇죠.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카센터 주인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내인 카센터 여주인이 전화를 했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런데 카센터 주인에게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었습니다.

◆ 송영은 :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다고요? 거짓말을 했던 겁니까?

◇ 정승은 : 카센터 여주인이 거짓말을 한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교통사고 자체는 난 적이 없었던 것이 카센터 주인은 사건 당일 동네 주민과 함께 낚시를 하던 중에 경찰에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 송영은 : 굉장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싶은데 그러면 카센터 여주인 그러니까 옆집 주민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좀 봐달라, 요청했다던 이 여성은 그럼 어디로 간 겁니까?

◇ 정승은 : 네. 경찰 역시 이 카센터 여주인을 찾는 게 사건 해결의 키라고 생각하고 소재 파악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카센터 여주인의 행적은 묘연하였고 경찰에서 발견한 거라고는 이 카센터 여주인의 상의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이 상의 일부가 발견된 곳은 카센터에서 10킬
미터가량 떨어진 한 저수지 주변이었고, 이 옷의 일부분이 흉기에 찍힌 상태로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 송영은 : 참 옷이 찢기고 피가 묻어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까 걱정이 됩니다만 그래도 시신이 발견되거나 한 건 아니잖아요.

◇ 정승은 : 경찰도 혹시 몰라서 이 옷에서 DNA를 채취해서 분석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화재 사건 발생일로부터 8일 뒤 결국 이 여성을 찾아냈습니다.

◆ 송영은 : 결국 찾아냈군요.

◇ 정승은 : 카센터 여주인은 카센터로부터 4킬로미터 떨어진 한 대형 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목 부분에 예리한 흉기로 찔려서 숨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 송영은 : 사실 처음에 얘기를 듣고는 혹시 카센터 주인 여성이 이 일을 꾸민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잠시 했었거든요. 그런데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러면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그 전화가 이 여성을 살해하기 위해서 범인이 꾸민 전화일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 정승은 : 경찰도 열심히 수사하면서 이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서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화재 현장에서는 카센터 주인 가족의 것이 아닌 남성용 허리띠 버클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무궁화 문양 안에 태극기가 새겨진 버클이었는데 경찰은 이 발견된 버클을 제작한 업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그 버클이 사건으로부터 한 7,8년 전 단종된 제품이어서 제조사나 유통망 등의 출처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 송영은 : 혹시 그러면 CCTV는 주변에 없었나요? 카센터 내부에 있을 만도 하다 싶은데요.

◇ 정승은 : 당시 카센터 주변에는 CCTV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목격자 진술이 좀 있었습니다. 화재가 나기 전에 카센터 앞에서 서너 명의 낯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센터 안에서 여주인과 어떤 남자들이 얘기하는 것을 봤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농기계 점포 아들도 카센터에 간다는 어머니를 배웅하러 나갔을 때 카센터 앞에 있던 낯선 사람들을 봤다고 진술했습니다.

◆ 송영은 : 범행 발생 시각이 새벽 1시가 넘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왜 그 시간에 거기에 모여 있었을까? 이상하긴 하거든요. 카센터라고는 하지만 새벽 1시에 운영을 하는 건 아니니깐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찾아냈나요?

◇ 정승은 : 경찰이 이 낯선 방문객들도 용의 선상에 올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수사에서 이들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 목격자들의 기억이 정확한 게 아니다 보니 당시 현장에서 목격된 낯선 사람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 송영은 : 참 상황이 답답하다 싶은데 그러면 추가적인 단서는 전혀 없었던 겁니까?

◇ 정승은 : 사실 이 사건에서 정말 특이한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카센터 여주인이 발견된 날인 10일 오전 우체통에서 편지를 수거하던 한 집배원이 우표가 붙여지지 않은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서천 경찰서와 한 지역 언론사 앞으로 쓰여진 편지였습니다. 이 편지에는 두 여자 사이에서 사랑을 한 제 잘못입니다. 시신은 개천에 있습니다. 저는 시신을 날라준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 내용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 송영은 : 갑자기 사랑이라고 하니 참. 혹시 DNA나 지문 같은 게 나오진 않았나요?

◇ 정승은 : 편지에서는 총 3점의 지문이 나왔습니다. 이 중 한 점은 편지를 발견한 집배원 것이었고, 이 두 점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쪽지문이었습니다. 현재 경찰은 주기적으로 국과수에 해당 쪽지문에 대한 조회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 송영은 : 이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든 어디까지가 진실이건 간에 카센터 여주인 시체가 개천에 있다 이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는 말이죠. 그렇다는 건 이 사건과 완전히 분리된 사람은 아니라는 건데, 범인의 정체를 추적할 만한 그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을까요?

◇ 정승은 : 편지에 관해서는 우선 수사 방향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치정으로 몰고 갔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또 프로파일러에 따르면 이 편지를 쓴 사람은 수사 선상에 올랐던 사람일 것이고, 수사를 지켜보다가 시신이 빨리 발견됨으로써 자기에게 있는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이 편지에 전문가들이 주목한 또 다른 점은 편지 수신인 중 한 명이 형사과장이었다는 겁니다. 당시 서천 경찰서는 3급지 경찰서이기 때문에 형사 과장 없이 수사과장이 지휘하는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형사과장이란 직책은 대도시 경찰서나 혹은 1급지 경찰서에만 존재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이 편지를 쓴 사람은 대도시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편지를 쓴 자가 전과자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 송영은 : 그럼 여전히 범인은 잡지 못한 건가요?

◇ 정승은 : 네, 이 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미제로 남겨진 후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끈 적이 있습니다. 2009년도 당시 여성 연쇄 성폭행 살인범인 강호순이 검거되었는데 하필 이 사건이 일어났을 무렵에 강호순이 서천군에 소재한 고향 집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도 강호순이 저지른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됐던 겁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벌어진 기간 동안 강호순은 다른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용의자가 특정되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현재 증거와 제보가 부족해 수사가 답보 상태라고 합니다. 이 사건의 진범을 지금이라도 잡는다면 형법상 살인죄 및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현재 경찰의 이 사건 수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소한 이야기 하나도 중요한 단서가 되는 상황인 만큼 당시 상황에 대한 제보가 있으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송영은 : 사건 X파일 오늘은 21년 전 충남 서천의 한 카센터에서 발생한 방화 살인 사건을 짚어봤습니다. 지금 이 사건 역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제보가 절실한 상황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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