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지옥"...전투기 오폭 마을은 아직 전쟁통

"하루하루가 지옥"...전투기 오폭 마을은 아직 전쟁통

2025.03.16. 오전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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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맞은 주택, 천장 무너져…주변 집도 오폭 피해
주민 "피해 산정·보상 협의만 반년 이상…막막해"
주민, 불면·우울 등 호소…270여 명 심리상담 신청
40여 명 다쳐…주택 170여 곳 파손되고 가축 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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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투기 오폭 사고 이후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마을은 여전히 전쟁통입니다.

하나둘씩 복구 절차가 이뤄지고 있지만, 손해사정 등 제대로 된 피해 규모 산정에만 수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은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습니다.

유서현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마을 한 편으로 파란색 트럭 한 대가 지나가는 순간 오른편에서 하얀 물체가 날아들더니,

폭발이 일어나고 일대가 화염과 연기로 뒤덮입니다.

강한 충격에 근처 주택의 창문과 창고 벽면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갑니다.

폭탄이 떨어졌던 경기 포천시의 한 마을입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폭탄을 직접 맞은 집은 서까래가 부서져 지붕이 주저앉았고,

코앞에서 폭탄이 터진 집도 바닥부터 벽, 천장까지 성한 데가 없습니다.

"충격파 때문에 천장이 다 주저앉은 상태고…."

생활 터전을 잃은 주민은 '피해 산정과 보상 협의에만 반년 이상 걸린다'고 들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A 씨 / 전투기 오폭사고 피해 마을 주민 : 그냥 보고 있으면 갑자기 눈물이 흐르고…. 하루하루가 지옥인데, 지옥 같은 시간들을 계속 기다리고 기다려야 하는 부분들이라 ….]

집이 부서진 주민 일부는 마을에서 8km가량 떨어진 숙박시설을 임시 거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급한 대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이런 생활이 불편하지만 부서진 집이 무너질까 봐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인성·오성희 / 전투기 오폭사고 피해 마을 주민 : 집 안에 있던 천장이 주저앉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고요. 왜 이렇게 오늘은 (고도가) 낮게 느껴지지? '너무 가깝다'고 느끼던 그 순간 '펑' 했거든요.]

폭격 당시 상황이 떠올라 잠도 제대로 못 잔다는 주민들.

마을회관에 마련된 재난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심리 상담에 이미 270여 명이 신청할 정도로 많은 주민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합니다.

[김진옥 / 전투기 오폭사고 피해 마을 주민 : 괜찮을 일이 있어? 죽겠지. 아주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무서워. 약도 주고 링거도 맞고 여기서….]

[김명순 / 전투기 오폭사고 피해 마을 주민 : (사고 당시를) 생각하면 이렇게 (움찔하게) 되는데…. 뭐가 돋는다고 할까? 잠자다가도 소리 나면 벌떡 일어나게 되고, 천장 쳐다보게 되고….]

지난 13일 기준,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로 부서진 민가는 170여 채, 폐사한 가축은 200마리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부상자도 4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군 훈련이 잦은 이곳 주민들은 이런 일이 반복될까 봐 불안한 마음입니다.

[B 씨 / 전투기 오폭사고 피해 마을 주민 : 주민들이 무슨 죄가 있어. 비행기가 지나가든, 포를 쏘면 아 포 쏘는가 보다 하고 일상 생활하는 거예요. 그렇게 감내하면서 살아온 거지.]

마을 곳곳에 난 상흔이 완전히 치료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유서현입니다.


촬영기자 : 이승준



YTN 유서현 (ryu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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