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버스 정류장에 가지런히 놓인 운동화, 그 속에 '이것' 덩그러니…황당 살인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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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버스 정류장에 가지런히 놓인 운동화, 그 속에 '이것' 덩그러니…황당 살인 전말은

2025.03.24. 오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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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3월 24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때는 2012년 걷기 열풍과 함께 치유와 힐링의 명소로 꼽히는 제주 올레길이 전국민적으로 큰 인기를 끌던 그 당시였습니다. 그렇게 제주 올레길이 여성들의 로망의 장소가 되어 가던 그때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만장굴 근처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범죄 혐의점으로 보이는 단서가 하나 포착됐습니다. 그건 바로 날카로운 흉기로 절단된 여성의 오른쪽 손목이었죠.그렇게 사건 발생 3일 만에 경찰은 해당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했습니다. 용의자는 특수 강도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제주도민 강모 씨였죠. 강 씨는 처음엔 자신이 한 게 아니다 부인했습니다. 결국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야 말았는데 사람들은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왜 살인을 했고 그보다도 도대체 왜 오른쪽 손목을 절단해 굳이 버스 정류장까지 가져다 놨는지를 말이죠. 그렇게 절단된 채 발견됐던 여성의 손목은 이후 열린 재판에서도 첨예한 논쟁거리가 되었다고 하죠.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남채은: 안녕하세요.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지금도 여전히 찾는 분들 많으십니다만 2012년 이때는 그 인기가 정말 어마어마했거든요. 휴가에 가고 싶은 제1의 여행 코스라고 손꼽힐 만큼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이 열풍에 찬물을 확 끼얹었던 그런 사건이 발생했죠.

◇남채은: 2007년 9월 올레 1코스가 개장한 이래 올레는 국내 도보 여행의 대명사로 떠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런데 2012년 7월 20일 제주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인근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절단된 오른쪽 손목과 운동화가 발견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원화: 저희가 살인 사건을 많이 다루게 됩니다만 손목만 덩그러니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고요. 일반적인 토막살인 사건과 비교해 봐도 버스 정류장에서 발견됐다는 건 꼭 누구 보라고 놔둔 것 같아서 사이코패스의 행각은 아닐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채은: 버스 정류장 의자 위에 운동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안에 절단된 손목이 들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사이코패스에 의한 전시 살인의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당시 한 공공 근로자가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지문 대조와 유전자 감식 결과 실종된 한 40대 여성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피해 여성은 2012년 7월 11일 15년 동안 함께한 반려견이 숨진 후 마음을 달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홀로 올레길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올레길 1코스 주변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올레길을 걷기 위해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고, 돌아오기로 한 날이었던 13일을 지나 14일까지도 행방을 알 수 없자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이원화: 올레길을 걷고자 홀로 제주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는 건데 이것만으로 범행을 유추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남채은: 네. 경찰은 피해 여성의 이성 문제, 금전 관계 등을 확인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해 동네 주민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했습니다. 경찰은 발견된 운동화에 흙이 많이 묻어 있는 점을 미뤄볼 때 피해 여성이 실제 올레길을 걸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피해 여성의 통화 내역에는 제주에 도착한 뒤인 11일 오후 네 차례에 걸쳐 숙소 업주와 통화한 기록이 있었고 실종 당일인 12일에는 오전 7시 38분부터 38초간, 오전 8시 12분부터 6분 11초간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이 확인됐는데요. 접속 위치는 피해 여성의 신체 일부가 발견된 장소와 18킬로미터가량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추적 결과 피해 여성의 금융 거래 내역도 통장에 잔액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신용카드 역시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고 버스비를 지불한 것 외에 다른 사용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경찰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던 주민 강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게 됩니다.

◆이원화: 손목이 발견된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네요.

◇남채은: 네. 올레길은 강 씨의 거주지에서 도보로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웠다고 합니다. 사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실종된 12일 오전 올레 1코스 안내소 부근에서 강 씨가 쉬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해 강 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불러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했는데 진술의 신빙성은 없었으나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일단 풀어줬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피해자의 오른손이 발견되기 전날인 19일 강 씨가 다른 사람의 농사용 차량을 빌린 사실을 확인했는데, 강 씨가 참고인 조사 직후 잠적까지 하자 강 씨를 용의자로 보고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전과가 있던 인물이었다면서요?

◇남채은: 네. 용의자는 이 사건 이전에도 2003년과 2008년에 특수강도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었는데, 2008년에는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후 누범 기간 중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충격적이긴 한데요. 범인이 범행을 인정을 했나요?

◇남채은: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그의 차량에서 혈흔이 발견되고 CCTV 조사 결과 및 목격자의 진술이 나오면서 일부 범행을 인정했으나 경찰이 나머지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추궁하자 대나무 숲에 묻었다고 했다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등 혼선을 빚었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결국 찾아냈나요?

◇남채은: 범인은 결국 범행을 시인하며 나머지 시신은 시흥리 두산봉 말미오름 대나무 밭에 유기했다고 진술했고, 범인의 자백을 토대로 2시간 동안 현장을 수색한 결과 피해 여성이 실종된 지 12일 만인 24일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상의가 벗겨진 채 흙으로 덮여 있었고, 얼굴 부분이 심하게 부패돼 있었는데 오른쪽 손목 부분을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훼손된 흔적은 없었습니다.

◆이원화: 도대체 근데 왜 그랬다는 겁니까?

◇남채은: 당초 범인은 경찰 진술에서 당뇨병이 있어 올레길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피해자가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오인해 신고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려다가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원화: 근데 경찰에서는 우발적 살인이 아니고 강간 살인이다 이렇게 봤다는데 그건 왜 그랬던 거죠?

◇남채은: 발견 당시 시신의 상의가 벗겨져 있었는데 범인이 그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특히 경찰은 현장 검증 당시 범인이 범행 장소로 지목한 곳이 올레 1코스 출발 지점에서 도보로 30분가량 떨어져 있다는 점에 주목해 범인이 피해자를 일부러 뒤따라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강간 후 살해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원화: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겠습니다만 이 지점을 그냥 간과할 수가 없는 게 혐의 적용이나 그보다 형량에 있어서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죠.

◇남채은: 형법 제250조에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어 이 법정형을 기준으로 형량을 결정하게 되는데요. 단순 살인을 저지른 경우 10년 내외의 실형이 선고되지만 강도 살인, 강간 살인 등 다른 범죄와 결합되는 경우 최소 20년 내외에서 무기징역 이상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특히 강간죄를 범한 사람이 사람을 살해까지 한 경우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는데 그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했지만 부패 정도가 너무 심해 성폭행 여부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원화: 과연 향후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잠시 후에 다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고요. 일단은 이거 하나 더요. 앞서 이야기 나왔던 절단된 손목 이거 말입니다. 이건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어떤 메시지가 있는 행동이죠?

◇남채은: 어처구니가 없게도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체를 훼손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 유족에게 신체의 일부라도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절단한 손목을 공개된 장소에 버리면 피해자 가족이 연락처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 것으로 생각해 그때 연락처를 보고 시신이 있는 곳을 가족에게 알려주려 했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 사건 범행이 전시살인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는데요. 전시살인은 살인을 저지른 뒤 시신이나 시신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것을 알리는 방식의 범죄로 주로 사이코패스형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를 과시하기 위해 하는 행위입니다. 이번 올레길 사건의 범인은 범행 장소인 올레길에서 18킬로미터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 절단한 피해자의 오른손과 운동화를 두고 갔는데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보인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원화: 재판에 넘겨졌겠죠?

◇남채은: 네. 검찰은 범인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살인 및 사체 유기 사체 손괴 혐의로 기소했고,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면서 감형에 대비해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습니다.

◆이원화: 앞서도 잠시 언급했던 강간 살인이냐 아니면 우발적 살인이냐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남채은: 공판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이 강간을 목적으로 피해 여성을 살인했는지 여부였는데요. 재판 과정에서도 강간 살인 적용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검찰 측은 사건 정황상 피고인이 올레길에서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한 것이라며 피고인과 함께 유치장에 있던 사람들을 증인으로 내세우기도 했는데요. 증인들은 피고인이 유치장에서 올레길 여성 살인 사건을 이야기하며 여성의 중요 신체 부위를 만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검찰은 피고인이 검찰 조사 당시 너도 당해봐라라고 말한 뒤 살인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이후 자백을 번복했으나 증인들의 진술 등을 미뤄 봤을 때 강간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인에 대한 보호관찰관 소견을 토대로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는 소시오패스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피고인이 특수강도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누범 기간 중 피해자로부터 성추행범으로 오해를 받게 되자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홧김에 살인을 저지른 것이고, 피고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강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폭행하려 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해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라 주장하지만, 당시 행적과 피해자의 옷을 벗기게 된 경위를 설명하지 못하는 등에 미루어 봤을 때 경찰에 자백한 것과 같이 강간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원화: 손목을 굳이 왜 버스 정류장에 갖다 놨냐 이 이유를 놓고도 검찰과 변호인이 설전을 벌였다 들었는데, 피고인 강 씨는 유족들에게 돌려주려고 그랬다 이렇게 진술하지 않았었나요? 어떤 부분에서 논쟁이 오갔던 거죠?

◇남채은: 맞습니다. 피고인 강 씨는 당초 유족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절단한 손목을 가져다 둔 것이라 진술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측의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살인 후 자살 또는 자수할 생각에 시간을 벌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손목을 갖다 놓았고, 실제 22일 자택 인근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줄이 끊겨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검찰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손목을 잘라 갖다 놓은 것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시신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유류품을 제시하는 등 다른 방법들이 많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원화: 왜 재판 과정에서 이렇게 말을 바꿨을까 궁금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이것도 법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거든요.

◇남채은: 네. 피고인은 처음 혐의를 부인했다가 죄를 인정한 이후에는 충동적으로 우발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계획적 살인 또는 다른 범죄와 결합된 살인에 비해 우발적 살인의 경우 선고형이 더 낮기 때문에 변호인 측은 우발적 살인의 기준으로 양형 판단을 받기 위해 이와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강간 살인, 사체 유기 및 퇴손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하면서 출소 후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여지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하여 원심이 선고한 형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원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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