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에 묶여서"...산불 속 홀로 남겨져 떠는 동물들

위액트 인스타그램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영남권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동물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전해졌다.

23일부터 산불이 발생한 경북 지역에서 동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위액트(WEACT)'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산불 현장에서 진행한 구조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빈 창고 안에 목줄이 채워진 채 갇힌 개가 사람의 기척에 구조를 요청하는 듯 계속해서 짖어대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발견한 활동가들이 개를 구조했고, 자막에는 구조한 개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문구가 적혔다.

단체는 "불길이 무서운 속도로 마을을 집어삼켰다. 절체절명의 순간 어디선가 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도 데려가라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며 "눈앞에서 놓칠 뻔한 소중한 생명을 가까스로 품에 안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집에서는 피투성이가 된 채 고무통에 홀로 남겨진 개가 발견됐다. 지쳐 쓰러져 있던 개는 사람을 보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목에는 목줄이 채워져 있어, 긴박한 상황에서도 대피하지 못한 이유를 보여줬다.

한 농장에서는 이미 불에 탄 동물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영상에 나온 활동가는 "얘네들 다 탔다. 어떡해"라며 흐느끼기도 했다.

단체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 구조 작업은 밤까지 이어졌고, 목줄에 묶여 있어 도망칠 수 없었던 아이들을 구조했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누군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죽어가던 아이들은 곧바로 병원에 보내졌다"고 전했다.

이어 "급박한 재난 상황 속에서도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고 다 타버린 마을을 수시로 드나들며 밥과 물을 챙겨주는 사람들, 차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옮겨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긴급 재난 대피 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동물이 불에 타 죽거나 굶어 죽는 경우가 많다.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는 최소한 동물의 목줄을 풀어주거나 사육되고 있는 우리의 문을 열어두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