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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4월 1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윤치웅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한 포털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던 황 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제법 잘 나가던 법조인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를 향해 서초동 인권 변호사라 부르기도 했죠. 그리고 그의 블로그에는 정치, 사회, 철학 분야를 망라하는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는 철학적 글들을 주로 올렸던 황 씨. 황 씨가 운영하던 블로그는 총 방문 누적자 수가 170만에 달할 정도로 제법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있죠. 황 씨의 삶이 딱 그랬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법률 상담까지 해주던 황 씨는 사실 변호사가 아니었죠. 그는 법무사를 꿈꾸며 10년 가까이 공부를 해온 고시생이었는데요. 그런 그가 어느 날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터져 나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윤치웅 변호사(이하 윤치웅): 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윤치웅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변호사님도 아마 기억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한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인기 검색어라는 게 있었잖아요. 기억하시죠?
◆윤치웅: 네 인기 검색어도 있었고 실시간 검색어도 있었죠. 사회적 이슈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검 순위와 그 이슈의 객관적 중요도가 꼭 같지는 않을 수 있다는 그런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2020년쯤에 네이버에서도 실검 기능을 폐지했습니다.
◇이원화: 맞아요. 그리고 이게 뭐 조작한다는 그런 의혹도 좀 있었고요. 만약 지금도 실검이 존재했다면 사건 X파일도 어떻게 한번 욕심이 좀 났을 것 같은데 아무튼 오늘 사건 이야기로 넘어가 보면요. 어느 날 이 사건의 주인공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유명인이었나 보죠?
◆윤치웅: 네 인터넷에서 상당히 유명했던 사람이에요. 혹시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들어보셨을까요?
◇이원화: 네 고양이가 살아 있을 수도 있고 죽어 있을 수도 있다 같은 양자 역학에 관련된 이야기 뭐 저는 이과는 아니라 잘 모르는데요. 이건가요?
◆윤치웅: 예 저도 문과예요. 이 사람이 운영하던 블로그의 이름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였습니다. 이 황덕하라는 분은 블로그에 무려 글을 1만 8천 개나 작성해서 올렸어요. 카테고리도 철학 문화 과학 경제 시사 한 20여 가지였고요. 누적 방문자는 173만 명이 넘었어요. 요즘 소위 파워 블로거라고 불릴 만한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법률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인터넷에서 유명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거든요.
◇이원화: 아 이분이 변호사였나요?
◆윤치웅: 그건 아닌데 변호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서초동 인권 변호사라고 불리기도 했고요.
◇이원화: 그런데 이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게 변호사로 유명해서 그랬던 건 아닌 것 같고 어떤 일이 있었던거죠?
◆윤치웅: 파워 블로거이자 인권 변호사라고 알려졌던 사람이 어느 날 살인 혐의로 공개 수배가 되고 수배 전단지가 붙었어요. 심지어 살해한 대상은 자신의 아내 정확히는 예전에 이혼했으니 이혼한 전처를 살해한 게 되겠네요. 공개 수배로 전환이 된 후에 블로그 주소도 인터넷에 공개돼서 유저들의 접속이 폭주하고 황 씨를 비난하는 댓글로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이원화: 듣다 보니까 그 사건 생각이 좀 나는데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만 대형 로펌 변호사가 자신의 아내를 살인했던 그 사건이요. 변호사님도 기억하시죠?
◆윤치웅: 네 2년 전쯤이었죠. 대형 로펌에 재직 중이던 미국 변호사가 이혼 소송을 준비하던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사건입니다. 뉴스에서 정말 크게 보도가 됐었죠. 1심과 2심에서 징역 25년이 선고됐어요. 현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도 의심을 했었기 때문인지 당시 녹음기를 켜고 있었어서 사건의 전말이 더 자세히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오늘 사건은 그 대형 로펌 변호사 살인 사건과는 결이 전혀 달라요. 사실상 변호사 살인 사건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사실 변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원화: 변호사가 아니었네요. 법률 상담을 해줬다고 하던데 그건 뭔가요?
◆윤치웅: 이 사람은 옛날에 부동산 사업을 하다가 법무사 시험을 보겠다며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아내가 있었는데 아내가 전적으로 황 씨를 부양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법무사 시험을 합격하지 못했어요. 법무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공부한 법 지식으로 상담을 해주기도 했고요. 집회에 참여해서 인권 변호사처럼 활동도 했지만 실제로는 변변치 못한 그런 삶을 살고 있었죠.
◇이원화: 아내와도 그 과정에서 이혼을 하게 됐던 거군요?
◆윤치웅: 네. 아내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거죠. 그런데 이혼하고 나서도 아내가 위자료도 2700만 원이나 주고 별도로 생활비를 한 달에 100만 원씩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황 씨가 이혼할 당시에는 위자료를 5천만 원이나 달라고 했었나 봐요. 이혼하고 나서도 5천만 원을 줄 때까지 계속해서 아내에게 찾아갔다고 합니다. 결국 아내는 나머지 위자료를 줄 테니 더 이상 찾아오지 말 것을 요구했고요. 약속을 받아내고자 황 씨의 부모님이 사는 집을 찾아갔던 겁니다.
◇이원화: 전처가 매달 100만 원씩 생활비를 보내줬는데 그게 모자랐던 모양이죠? 아이를 양육했었나요?
◆윤치웅: 아니요. 아이를 양육한 것도 아닌데 욕심이 많은 거였겠죠. 아무튼 약속을 받아내려고 황 씨의 부모님 집을 찾아가서 다 같이 만났어요. 그런데 그때 황 씨가 전처에게 재결합을 계속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다시는 안 만나고 싶어서 마지막 약속을 하러 온 건데 재결합을 하자고 하면 들어줄까요?
◇이원화: 당연히 아니겠죠.
◆윤치웅: 아내가 당연히 반대를 했고요. 황 씨는 거절당하고 나서 화가 많이 나고 좀 격하게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죠. 황 씨는 30cm 길이의 회칼로 자기 부모가 보는 앞에서 전처를 칼로 찔렀습니다.
◇이원화: 심지어 본인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이런 어떻게 보면 극악무도한 잔인한 범행인 건데 이걸 저질렀다는 겁니까?
◆윤치웅: 네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찔렀어요. 그리고 그 회칼은 집에 있던 물건이 아니라 황 씨가 미리 준비했던 그런 물건으로 확인됐습니다. 아내는 여섯 차례나 찔려서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이 정도면은 준비를 한 건데 이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도망갔나요?
◆윤치웅: 아내를 찌르고 자기도 죽겠다면서 그대로 차를 타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집에서 약 7km 거리 칠보산 산자락에 차를 버리고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요. 그것이 황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이원화: 경찰이 추적에 나섰을 것 같은데요. 이 사람을 찾는 데는 뭐 쉽지는 않았나 보죠?
◆윤치웅: 경찰은 처음에 황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거나 또는 고시원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칠보산과 원래 거주지였던 신림동 고시원을 수색을 했는데요. 무려 두 달 동안 찾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결국 공개 수배를 결정하고 전단지를 배포한 거죠. 경찰이 공개 수배를 시작하니까요. 유명 블로거였던 황 씨가 전 부인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결국 퍼졌고 얼굴 사진을 공개하고 나니 유명 블로거이면서 집회나 시위에도 자주 참여했던 황 씨를 알아보는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블로그 주소까지 공개돼서 접속자가 폭주하고 비방 댓글도 많았었죠. SNS에서 회자되고 뉴스거리로 떠오르기도 했고, 나중에는 황 씨의 실체까지 낱낱이 밝혀지게 됐습니다.
◇이원화: 살인을 저지른 당일,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도 SNS를 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윤치웅: 살인을 저지른 당일 오전, 그리고 범행 다음 날에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고 해요.
◇이원화: 그야말로 이중생활을 해왔던 건데 끝내 못 잡은 겁니까?
◆윤치웅: 아니요. 결국 황 씨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체포 방식은 아니었고요. 황 씨는 화성시 칠보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아마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보입니다. 등산로와 150m 정도 떨어진 위치여서 발견이 늦어진 걸로 보여요. 황 씨는 사건 발생 당시에 입고 있었던 검은색 등산복을 입고 있었고 그날 인출한 70만 원과 본인 명의 통장 등이 함께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부검을 의뢰했는데요.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전처 살인 같은 경우도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이 됐겠네요?
◆윤치웅: 네. 처벌을 받아야 될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을 하게 되죠. 유명세를 떨치고 싶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컸던 한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타인의 반응을 일시적으로는 이끌어냈지만 결국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져서 극단적인 사고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오랜 고시 공부 끝에 절망감을 느꼈을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오랜 시간 부양해 준 그런 아내를 살해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원화: 네 그런데 앞서도 잠시 이야기 나왔습니다만 변호사든 뭐가 됐든 직업을 사칭하는 거예요. 이 사람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지 않고 지금까지 만약에 살아있었다면 결국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그런 부분인건가요?
◆윤치웅: 그렇죠. 일단 사람들을 속이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을 속여서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면 그 자체로 사기죄가 될 여지가 크고요. 또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인 것처럼 법률 상담을 제공하면 변호사법 위반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원화: 네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 생각난 건데 변호사를 사칭했던 부부 사기단 사건 변호사님도 혹시 기억하시나요?
◆윤치웅: 네 기억납니다. 수십 년 경력의 검사 출신 변호사라고 그렇게 사칭했던 부부 말씀이시죠? 경찰이 끈질기게 수사해서 결국 6년 만에 구속됐다고 합니다.
◇이원화: 역할 분담도 진짜 치밀하게 해 놔 가지고 법적 도움이 절실한 분들 입장에서는 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거든요.
◆윤치웅: 그럼요. 부부 사기단이 남편이 먼저 자신의 아내가 유능한 변호사인 것처럼 피해자를 모집을 하면 변호사를 사칭한 아내가 피해자들에게 접근을 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했다고 해요. 자신이 검사 경력이 23년이나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데요. 사기로 무려 7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를 사칭했던 아내 임 씨는 이미 사기죄로 3차례 실형 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과정에서 배운 법 지식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범인이 재판 받으면서 관찰한 검사의 모습으로 남들을 속이다니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이야기 같은데요. 이 부부 사기단을 검거하는 과정도 영화 같았어요.
◇이원화: 맞아요. 저도 기억이 납니다. 호주던가요? 해외로 도주했죠?
◆윤치웅: 네 이 사람들이 범행 직후에 호주로 출국을 했어요. 그런데 외국으로 도주한 사람을 검거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요한데 인터폴에서는 청색 수배서를 발부해줬다고 합니다. 적색 수배를 받아야 강제 송환이 되는데 청색이라서 검거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7년에 적색 수배 기준이 변경됐는데요. 경제사범의 경우에 범행으로 인한 피해 금액 기준이 5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크게 완화가 됐어요. 이 부부 사기단 피해 금액이 7억이니까 적색 수배가 가능해져서 강제 송환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 후에 호주 경찰이 부부 사기단을 체포했거든요. 그런데 검거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 사람들이 다시 호주 이민 당국에 난민 비자를 신청을 해버린 거예요. 난민 신청을 하게 되면 만약 신청이 거부되더라도 또 소송으로 다투는 동안 신병 인도가 불가능해지게 되거든요. 부부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패소했고요. 한국 경찰이 호송팀을 보내서 제주도로 강제 송환해서 마침내 검거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원화: 참 별일이 다 있다 싶은데 그 머리를 좀 좋은 데 쓰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윤치웅: 그러게 말입니다. 재판을 몇 번 받은 경험만으로 검사를 사칭해서 돈을 벌 생각을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요? 호주에서는 또 어떻게 난민 신청을 할 생각을 했을까요? 한편으로는 머리가 참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방향으로 머리를 쓰면 결국 잡히고 죗값을 치르게 되겠죠.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은 유명 블로거로 알려졌던 한 남성이 전 부인을 살해하고 도주했던 사건 살펴봤습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요. 자신이 가진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낙담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죠.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이라면요. 그 간극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이 됩니다. 사건X파일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4월 1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윤치웅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한 포털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던 황 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제법 잘 나가던 법조인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를 향해 서초동 인권 변호사라 부르기도 했죠. 그리고 그의 블로그에는 정치, 사회, 철학 분야를 망라하는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는 철학적 글들을 주로 올렸던 황 씨. 황 씨가 운영하던 블로그는 총 방문 누적자 수가 170만에 달할 정도로 제법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있죠. 황 씨의 삶이 딱 그랬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법률 상담까지 해주던 황 씨는 사실 변호사가 아니었죠. 그는 법무사를 꿈꾸며 10년 가까이 공부를 해온 고시생이었는데요. 그런 그가 어느 날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터져 나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윤치웅 변호사(이하 윤치웅): 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윤치웅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변호사님도 아마 기억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한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인기 검색어라는 게 있었잖아요. 기억하시죠?
◆윤치웅: 네 인기 검색어도 있었고 실시간 검색어도 있었죠. 사회적 이슈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검 순위와 그 이슈의 객관적 중요도가 꼭 같지는 않을 수 있다는 그런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2020년쯤에 네이버에서도 실검 기능을 폐지했습니다.
◇이원화: 맞아요. 그리고 이게 뭐 조작한다는 그런 의혹도 좀 있었고요. 만약 지금도 실검이 존재했다면 사건 X파일도 어떻게 한번 욕심이 좀 났을 것 같은데 아무튼 오늘 사건 이야기로 넘어가 보면요. 어느 날 이 사건의 주인공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유명인이었나 보죠?
◆윤치웅: 네 인터넷에서 상당히 유명했던 사람이에요. 혹시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들어보셨을까요?
◇이원화: 네 고양이가 살아 있을 수도 있고 죽어 있을 수도 있다 같은 양자 역학에 관련된 이야기 뭐 저는 이과는 아니라 잘 모르는데요. 이건가요?
◆윤치웅: 예 저도 문과예요. 이 사람이 운영하던 블로그의 이름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였습니다. 이 황덕하라는 분은 블로그에 무려 글을 1만 8천 개나 작성해서 올렸어요. 카테고리도 철학 문화 과학 경제 시사 한 20여 가지였고요. 누적 방문자는 173만 명이 넘었어요. 요즘 소위 파워 블로거라고 불릴 만한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법률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인터넷에서 유명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거든요.
◇이원화: 아 이분이 변호사였나요?
◆윤치웅: 그건 아닌데 변호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서초동 인권 변호사라고 불리기도 했고요.
◇이원화: 그런데 이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게 변호사로 유명해서 그랬던 건 아닌 것 같고 어떤 일이 있었던거죠?
◆윤치웅: 파워 블로거이자 인권 변호사라고 알려졌던 사람이 어느 날 살인 혐의로 공개 수배가 되고 수배 전단지가 붙었어요. 심지어 살해한 대상은 자신의 아내 정확히는 예전에 이혼했으니 이혼한 전처를 살해한 게 되겠네요. 공개 수배로 전환이 된 후에 블로그 주소도 인터넷에 공개돼서 유저들의 접속이 폭주하고 황 씨를 비난하는 댓글로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이원화: 듣다 보니까 그 사건 생각이 좀 나는데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만 대형 로펌 변호사가 자신의 아내를 살인했던 그 사건이요. 변호사님도 기억하시죠?
◆윤치웅: 네 2년 전쯤이었죠. 대형 로펌에 재직 중이던 미국 변호사가 이혼 소송을 준비하던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사건입니다. 뉴스에서 정말 크게 보도가 됐었죠. 1심과 2심에서 징역 25년이 선고됐어요. 현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도 의심을 했었기 때문인지 당시 녹음기를 켜고 있었어서 사건의 전말이 더 자세히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오늘 사건은 그 대형 로펌 변호사 살인 사건과는 결이 전혀 달라요. 사실상 변호사 살인 사건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사실 변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원화: 변호사가 아니었네요. 법률 상담을 해줬다고 하던데 그건 뭔가요?
◆윤치웅: 이 사람은 옛날에 부동산 사업을 하다가 법무사 시험을 보겠다며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아내가 있었는데 아내가 전적으로 황 씨를 부양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법무사 시험을 합격하지 못했어요. 법무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공부한 법 지식으로 상담을 해주기도 했고요. 집회에 참여해서 인권 변호사처럼 활동도 했지만 실제로는 변변치 못한 그런 삶을 살고 있었죠.
◇이원화: 아내와도 그 과정에서 이혼을 하게 됐던 거군요?
◆윤치웅: 네. 아내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거죠. 그런데 이혼하고 나서도 아내가 위자료도 2700만 원이나 주고 별도로 생활비를 한 달에 100만 원씩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황 씨가 이혼할 당시에는 위자료를 5천만 원이나 달라고 했었나 봐요. 이혼하고 나서도 5천만 원을 줄 때까지 계속해서 아내에게 찾아갔다고 합니다. 결국 아내는 나머지 위자료를 줄 테니 더 이상 찾아오지 말 것을 요구했고요. 약속을 받아내고자 황 씨의 부모님이 사는 집을 찾아갔던 겁니다.
◇이원화: 전처가 매달 100만 원씩 생활비를 보내줬는데 그게 모자랐던 모양이죠? 아이를 양육했었나요?
◆윤치웅: 아니요. 아이를 양육한 것도 아닌데 욕심이 많은 거였겠죠. 아무튼 약속을 받아내려고 황 씨의 부모님 집을 찾아가서 다 같이 만났어요. 그런데 그때 황 씨가 전처에게 재결합을 계속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다시는 안 만나고 싶어서 마지막 약속을 하러 온 건데 재결합을 하자고 하면 들어줄까요?
◇이원화: 당연히 아니겠죠.
◆윤치웅: 아내가 당연히 반대를 했고요. 황 씨는 거절당하고 나서 화가 많이 나고 좀 격하게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죠. 황 씨는 30cm 길이의 회칼로 자기 부모가 보는 앞에서 전처를 칼로 찔렀습니다.
◇이원화: 심지어 본인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이런 어떻게 보면 극악무도한 잔인한 범행인 건데 이걸 저질렀다는 겁니까?
◆윤치웅: 네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찔렀어요. 그리고 그 회칼은 집에 있던 물건이 아니라 황 씨가 미리 준비했던 그런 물건으로 확인됐습니다. 아내는 여섯 차례나 찔려서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이 정도면은 준비를 한 건데 이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도망갔나요?
◆윤치웅: 아내를 찌르고 자기도 죽겠다면서 그대로 차를 타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집에서 약 7km 거리 칠보산 산자락에 차를 버리고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요. 그것이 황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이원화: 경찰이 추적에 나섰을 것 같은데요. 이 사람을 찾는 데는 뭐 쉽지는 않았나 보죠?
◆윤치웅: 경찰은 처음에 황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거나 또는 고시원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칠보산과 원래 거주지였던 신림동 고시원을 수색을 했는데요. 무려 두 달 동안 찾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결국 공개 수배를 결정하고 전단지를 배포한 거죠. 경찰이 공개 수배를 시작하니까요. 유명 블로거였던 황 씨가 전 부인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결국 퍼졌고 얼굴 사진을 공개하고 나니 유명 블로거이면서 집회나 시위에도 자주 참여했던 황 씨를 알아보는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블로그 주소까지 공개돼서 접속자가 폭주하고 비방 댓글도 많았었죠. SNS에서 회자되고 뉴스거리로 떠오르기도 했고, 나중에는 황 씨의 실체까지 낱낱이 밝혀지게 됐습니다.
◇이원화: 살인을 저지른 당일,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도 SNS를 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윤치웅: 살인을 저지른 당일 오전, 그리고 범행 다음 날에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고 해요.
◇이원화: 그야말로 이중생활을 해왔던 건데 끝내 못 잡은 겁니까?
◆윤치웅: 아니요. 결국 황 씨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체포 방식은 아니었고요. 황 씨는 화성시 칠보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아마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보입니다. 등산로와 150m 정도 떨어진 위치여서 발견이 늦어진 걸로 보여요. 황 씨는 사건 발생 당시에 입고 있었던 검은색 등산복을 입고 있었고 그날 인출한 70만 원과 본인 명의 통장 등이 함께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부검을 의뢰했는데요.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전처 살인 같은 경우도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이 됐겠네요?
◆윤치웅: 네. 처벌을 받아야 될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을 하게 되죠. 유명세를 떨치고 싶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컸던 한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타인의 반응을 일시적으로는 이끌어냈지만 결국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져서 극단적인 사고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오랜 고시 공부 끝에 절망감을 느꼈을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오랜 시간 부양해 준 그런 아내를 살해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원화: 네 그런데 앞서도 잠시 이야기 나왔습니다만 변호사든 뭐가 됐든 직업을 사칭하는 거예요. 이 사람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지 않고 지금까지 만약에 살아있었다면 결국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그런 부분인건가요?
◆윤치웅: 그렇죠. 일단 사람들을 속이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을 속여서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면 그 자체로 사기죄가 될 여지가 크고요. 또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인 것처럼 법률 상담을 제공하면 변호사법 위반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원화: 네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 생각난 건데 변호사를 사칭했던 부부 사기단 사건 변호사님도 혹시 기억하시나요?
◆윤치웅: 네 기억납니다. 수십 년 경력의 검사 출신 변호사라고 그렇게 사칭했던 부부 말씀이시죠? 경찰이 끈질기게 수사해서 결국 6년 만에 구속됐다고 합니다.
◇이원화: 역할 분담도 진짜 치밀하게 해 놔 가지고 법적 도움이 절실한 분들 입장에서는 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거든요.
◆윤치웅: 그럼요. 부부 사기단이 남편이 먼저 자신의 아내가 유능한 변호사인 것처럼 피해자를 모집을 하면 변호사를 사칭한 아내가 피해자들에게 접근을 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했다고 해요. 자신이 검사 경력이 23년이나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데요. 사기로 무려 7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를 사칭했던 아내 임 씨는 이미 사기죄로 3차례 실형 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과정에서 배운 법 지식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범인이 재판 받으면서 관찰한 검사의 모습으로 남들을 속이다니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이야기 같은데요. 이 부부 사기단을 검거하는 과정도 영화 같았어요.
◇이원화: 맞아요. 저도 기억이 납니다. 호주던가요? 해외로 도주했죠?
◆윤치웅: 네 이 사람들이 범행 직후에 호주로 출국을 했어요. 그런데 외국으로 도주한 사람을 검거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요한데 인터폴에서는 청색 수배서를 발부해줬다고 합니다. 적색 수배를 받아야 강제 송환이 되는데 청색이라서 검거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7년에 적색 수배 기준이 변경됐는데요. 경제사범의 경우에 범행으로 인한 피해 금액 기준이 5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크게 완화가 됐어요. 이 부부 사기단 피해 금액이 7억이니까 적색 수배가 가능해져서 강제 송환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 후에 호주 경찰이 부부 사기단을 체포했거든요. 그런데 검거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 사람들이 다시 호주 이민 당국에 난민 비자를 신청을 해버린 거예요. 난민 신청을 하게 되면 만약 신청이 거부되더라도 또 소송으로 다투는 동안 신병 인도가 불가능해지게 되거든요. 부부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패소했고요. 한국 경찰이 호송팀을 보내서 제주도로 강제 송환해서 마침내 검거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원화: 참 별일이 다 있다 싶은데 그 머리를 좀 좋은 데 쓰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윤치웅: 그러게 말입니다. 재판을 몇 번 받은 경험만으로 검사를 사칭해서 돈을 벌 생각을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요? 호주에서는 또 어떻게 난민 신청을 할 생각을 했을까요? 한편으로는 머리가 참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방향으로 머리를 쓰면 결국 잡히고 죗값을 치르게 되겠죠.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은 유명 블로거로 알려졌던 한 남성이 전 부인을 살해하고 도주했던 사건 살펴봤습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요. 자신이 가진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낙담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죠.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이라면요. 그 간극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이 됩니다. 사건X파일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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