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불' 70만원 구호품 열어보니 '쓰레기'…"거지도 아니고" 이재민 울분

구호물품으로도 도착한 기름때 묻은 국자 / TBC 보도화면 캡처

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상태가 나빠 쓰기조차 어려운 물건을 구호품으로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TBC에 따르면,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온 이재민들을 위해 최근 기부 물품이 잇따라 도착하고 있는 가운데, 해진 옷이나 기름때 묻은 국자, 먼지 가득한 이불,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 등의 물품들이 기부 명목으로 보내져 이재민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주고 있다.

청송군에 도착한 구호품 중 사용 불가능한 물품이 무려 11톤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이에 따른 처리 비용은 지자체와 비영리단체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구호물품 중 보풀이 가득 붙은 헌옷(왼쪽)과 코팅이 다 벗겨진 냄비(오른쪽) / TBC 보도화면 캡처

심지어 청송군의 한 비영리단체에는 헌 옷 상자가 착불로 배송되면서 70만 원 이상의 택배비를 부담해야 했다.

일부 주민들은 "도와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2019년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에도 헌 옷 53톤 중 30톤이 사용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이때도 주민들은 "헌 옷을 보내지 말아달라"는 공식 요청을 했으나, 여전히 불필요한 물품들이 밀려들었다.

2023년 2월 튀르키예 강진 피해 당시에도 중고 물품이 위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은 "중고물품은 받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경북 지역 산불 피해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모인 성금은 1,124억 원을 돌파했고, 이는 2022년 동해안 산불 당시 성금 800억 원을 초과한 수치로 역대 재난 구호 성금 모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