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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4월 12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재활용 분리배출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인데요. 매일 하는 일이지만 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 헷갈리는 정보들이 온라인에 참 많이 떠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살펴볼 내용은 이번 주 굉장히 보도가 많이 됐던 내용인데요. "고무장갑을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과태료 10만원?" 입니다. 이건 사실입니까?
◇ 선정수 : 네 많은 언론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한 SNS 사용자가 경험담이라면서 글을 하나 올렸는데. 굉장히 화제가 됐습니다. 고무장갑을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었다고 벌금 10만원이 나왔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사용자는 서울시 방침은 가정용 고무장갑은 일반 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거라고 했다고 주장했고요. 이어 강남구청 공무원의 답변이라면서 "서울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전체적인 관리를 하는곳이고 25개 자치구는 각 자치구별로 폐기물관리법 및 자치구 조례로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또 강남구 공무원이 고무장갑은 불연성이므로 특수마대를 구입해서 버려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 사실 여부를 따져봐야겠네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건가요?
◇ 선정수 : 글을 올린 SNS 사용자와 접촉을 시도했는데요. 성사되지는 않았고요. 이 SNS사용자가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글을 올렸기 때문에 신빙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워낙 관심 끌기를 목적으로 한 허위 글이 많아서 또 100% 믿을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강남구청에 문의를 해봤는데요. 강남구에선 비슷한 과태료 부과사례는 있는데 SNS의 글과는 좀 내용이 다르다고 합니다.
◆ 최휘 :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있지만 글을 올린 내용과는 다르다. 그럼 강남구청은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 선정수 :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에서 여태껏 고무장갑을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단속을 한 사례는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글을 올린 분의 단속 사유는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버려서 단속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습니다. SNS에 글을 올린 분이 억울한 마음에 음식물 쓰레기 부분은 공개하지 않고 고무장갑 부분만 부각시킨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강남구청의 주장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 최휘 :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으면 안 되겠죠. 그런데 고무장갑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것 아닌가요?
◇ 선정수 : 강남구청은 <강남구 폐기물 관리조례>에 따라 가정용 고무장갑은 비닐류로 분리배출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해당 조례를 찾아봤는데요. 조례 <재활용가능품목 및 배출요령> 별표에 가정용 고무장갑은 비닐류로 분리배출하라는 내용이 진짜로 포함이 돼 있었습니다.
비닐류는 다들 아시겠지만 플라스틱을 종잇장처럼 얇게 가공한 것을 말하는데요. 고무장갑은 플라스틱이 아닌 라텍스 재질로 성형합니다. 이게 플라스틱이 아니다 보니까 비닐류 분리배출에 섞여 들어가면 선별장에서 쓰레기로 골라내지고요. 만약에 선별장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다른 비닐류와 함께 재생공장으로 넘겨지면 공정을 방해하는 이물질로 작용하게 됩니다. 비닐류는 열을 가해 압축한 뒤 고형연료로 만들거나 열분해 과정을 거쳐서 재생플라스틱 원료로 가공되는데요. 불순물이 들어가면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죠.
◆ 최휘 : 그렇다면 고무장갑은 비닐류로 분리배출 하면 안 되는 것이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따라서 환경부나 서울시는 분리배출 지침에 고무장갑은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배출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강남구 조례만 따로 놀고 있는 셈인데요. 관련 내용을 전달했더니 강남구 관계자는 "조례를 제정할 때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해당 내용을 반영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 최휘 : SNS에선 지자체마다 분리배출 지침이 달라 헷갈린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주민 불편을 고려해 통일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선정수 : 큰 방향은 그게 맞는데요. 현실은 좀 다릅니다. 폐기물 운반과 수집 분리 재활용을 직접 맡아서 하는 지자체가 별로 없거든요. 대부분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위탁을 하는데요. 문제는 이 업체들마다 선별 기준이 다르다는 겁니다. 지방 소규모 도시의 경우엔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해도 수거되는 재활용 자원의 물량이 충분하지 못해서 재활용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닐류를 분리배출 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로 버리게 한다든지, 종이팩을 종이와 함께 수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해당 지자체에서 위탁을 맡기는 재활용 업체가 그걸 분리해서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량이 충분치 않거나 단가가 맞지 않는다든지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거죠. 시민 편의를 위해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전국적으로 또는 광역단체 별로 분리배출 기준을 통일시키는 것은 자원 재활용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정이든 사업장이든 새로 전입할 때 해당 지자체의 분리배출 지침을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홍보하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자원재활용 체계를 통일시켜 효율화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긴 할 것 같은데요. 그러려면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원 재활용에 비용을 지불하려고 할지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 최휘 : 토마토 꼭지를 일반 쓰레기로 버렸다고 과태료를 받았다, 닭뼈에 살이 붙어 있다고 과태료를 받았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어떤가요?
◇ 선정수 :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의 경계선에 있는 애매한 것들이 참 많은데요. 육류의 뼈, 조개 소라 껍데기, 호두 밤 땅콩 등의 딱딱한 껍데기, 달걀 등 알 껍데기 등 딱딱한 것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파뿌리, 마늘대, 옥수수 껍질 등 섬유질이 질긴 것들도 음식물 쓰레기에 버리면 안 됩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기계를 파손시키거나 부품에 엉키면서 고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태껏 우리나라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 또는 비료로 만들었는데요. 주로 돼지와 개 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확산하면서 잔반 사료를 돼지에게 주는 게 금지 됐고요. 개 사육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이제는 잔반이 들어갈 개 사육장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음식물쓰레기가 사료로 쓰일 수 있는 것은 동애등에 등 곤충 사육 정도가 있고요.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액체 비료를 만들고 하는데요. 이게 음식물쓰레기의 염도가 높아서 농가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가스를 만드는 바이오가스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요. 지자체에서 관련 시설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닭 뼈에 고기가 조금 붙어 있는 채로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고 해서 단속이 됐다면, 행정소송 감입니다. 그런 이유만으로 단속될 일은 없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그런 사례가 있다면 저한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토마토 꼭지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라고 하는 지자체들이 있는데요. 이것도 종량제봉투에 조금 넣었다고 해서 단속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태로 보입니다. 종량제봉투에 음식물쓰레기를 넣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음식물쓰레기, 그러니까 젖은 쓰레기가 대량으로 투입되면 소각장의 소각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토마토 꼭지를 종량제 봉투에 대량으로 넣는다든지 하지 않으면 단속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 최휘 : 쓰레기 파파라치가 활동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사실입니까?
◇ 선정수 : 절반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지자체에 따라 조례로 불법투기 신고 포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를 예로 들어 보면요.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는 행위를 신고해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되면 포상금 5000원이 지급됩니다. 비닐봉지나 보자기를 이용해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신고해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되면 3만원의 포상금을 받게 되고요. 그런데 버린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어떻게 버렸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신고해야 되고, 증거도 확보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신고포상금으로 정해진 예산이 다 소진되면 아무리 신고를 해도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 최휘 : 사무실에서 포장 음식을 먹은 뒤에 종이 도시락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고 알고 있어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더니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런 이야기도 있던데요?
◇ 선정수 : SNS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고 안 헹궈서 버렸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날아왔다. 오염된 건 분리수거 안하고 일반 쓰레기로 분류한다고 해서 그냥 버렸더니 버리는 쓰레기도 주방세제로 헹궈서 버리라고 했다...> 이런 내용입니다.
◆ 최휘 : 종이 도시락을 음식물이 묻은 채로 버렸는데 과태료가 부과됐다는 얘긴데요. 관련 지침은 어떤가요?
◇ 선정수 : 음식물이 묻은 종이 도시락은 종이류로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아니면 음식물이 묻었으니 일반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할까요. SNS 글 작성자는 수원시 영통구에서 과태료를 부과받은 걸로 추정되는데요. 영통구청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코팅된 종이는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버리도록 돼 있습니다. 치킨박스는 재활용 종이류로 버리게 돼 있는데 기름에 오염된 내부 종이는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안내하고 있고요. 분리배출이 알쏭달쏭할 때는 환경부가 만든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참고하면 도움이 되는데요. 이 앱에선 이물질 등으로 오염된 종이는 종량제봉투로 배출하라고 안내합니다. 기름오염이나 음식물오염이라고 적시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오염된 종이가 다른 종이와 함께 재생공장으로 가면 재생종이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하는 겁니다.
음식이 묻은 종이도시락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됐다면 공무원이 일을 잘못 처리한 것이죠. 이의제기 또는 행정소송으로 다툴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그런데 영통구청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와 혼합 배출 등이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음식물이 묻은 도시락을 제대로 헹구지 않았다거나 부적합 쓰레기가 일부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과태료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부적합 쓰레기가 종량제 봉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과도하게 혼합 배출을 한 경우 부과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최휘 : 쓰레기 분리배출은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런 논란도 잊을만 하면 한번씩 계속되고요.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 선정수 :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거의 모든 국민이 쓰레기 분리배출에 동참하게 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모두가 신경써서 참여를 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를 노출하고 있기도 한데요. 일단 일반 시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게 문제로 꼽힙니다.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기 때문인데요. 재활용할 수 없는 것들만 버리고 나머지는 뭉뚱그려서 내놓으면 재활용 선별장에서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재활용하게 되면 분리배출이 굉장히 간편해집니다. 이미 기술도 있고요. 자동 선별기도 개발이 돼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비용과 기존 산업인데요. 재활용 업체들이 굉장히 영세하기 때문에 고가의 자동선별기를 구입할 수 없는 문제가 있고요. 재활용 분야를 공영화해서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자동선별기를 도입한다면 기존 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문제가 있죠.
우리가 애써 분리배출해서 폐자원을 내놓으면 선별장에서 재활용 공장으로 가지 못하고 쓰레기로 분류되는 양이 40%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게 또 적정하게 처리되지 못하고 쓰레기산으로 이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고요. 결국 우리 사회가 이 분리배출 재활용 자원순환 문제를 좀 더 우선순위에 놓고 머리를 싸매고 고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최휘 : 정부 차원에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일 것 같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선정수 :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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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재활용 분리배출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인데요. 매일 하는 일이지만 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 헷갈리는 정보들이 온라인에 참 많이 떠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살펴볼 내용은 이번 주 굉장히 보도가 많이 됐던 내용인데요. "고무장갑을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과태료 10만원?" 입니다. 이건 사실입니까?
◇ 선정수 : 네 많은 언론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한 SNS 사용자가 경험담이라면서 글을 하나 올렸는데. 굉장히 화제가 됐습니다. 고무장갑을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었다고 벌금 10만원이 나왔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사용자는 서울시 방침은 가정용 고무장갑은 일반 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거라고 했다고 주장했고요. 이어 강남구청 공무원의 답변이라면서 "서울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전체적인 관리를 하는곳이고 25개 자치구는 각 자치구별로 폐기물관리법 및 자치구 조례로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또 강남구 공무원이 고무장갑은 불연성이므로 특수마대를 구입해서 버려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 사실 여부를 따져봐야겠네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건가요?
◇ 선정수 : 글을 올린 SNS 사용자와 접촉을 시도했는데요. 성사되지는 않았고요. 이 SNS사용자가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글을 올렸기 때문에 신빙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워낙 관심 끌기를 목적으로 한 허위 글이 많아서 또 100% 믿을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강남구청에 문의를 해봤는데요. 강남구에선 비슷한 과태료 부과사례는 있는데 SNS의 글과는 좀 내용이 다르다고 합니다.
◆ 최휘 :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있지만 글을 올린 내용과는 다르다. 그럼 강남구청은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 선정수 :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에서 여태껏 고무장갑을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단속을 한 사례는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글을 올린 분의 단속 사유는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버려서 단속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습니다. SNS에 글을 올린 분이 억울한 마음에 음식물 쓰레기 부분은 공개하지 않고 고무장갑 부분만 부각시킨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강남구청의 주장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 최휘 :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으면 안 되겠죠. 그런데 고무장갑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것 아닌가요?
◇ 선정수 : 강남구청은 <강남구 폐기물 관리조례>에 따라 가정용 고무장갑은 비닐류로 분리배출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해당 조례를 찾아봤는데요. 조례 <재활용가능품목 및 배출요령> 별표에 가정용 고무장갑은 비닐류로 분리배출하라는 내용이 진짜로 포함이 돼 있었습니다.
비닐류는 다들 아시겠지만 플라스틱을 종잇장처럼 얇게 가공한 것을 말하는데요. 고무장갑은 플라스틱이 아닌 라텍스 재질로 성형합니다. 이게 플라스틱이 아니다 보니까 비닐류 분리배출에 섞여 들어가면 선별장에서 쓰레기로 골라내지고요. 만약에 선별장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다른 비닐류와 함께 재생공장으로 넘겨지면 공정을 방해하는 이물질로 작용하게 됩니다. 비닐류는 열을 가해 압축한 뒤 고형연료로 만들거나 열분해 과정을 거쳐서 재생플라스틱 원료로 가공되는데요. 불순물이 들어가면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죠.
◆ 최휘 : 그렇다면 고무장갑은 비닐류로 분리배출 하면 안 되는 것이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따라서 환경부나 서울시는 분리배출 지침에 고무장갑은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배출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강남구 조례만 따로 놀고 있는 셈인데요. 관련 내용을 전달했더니 강남구 관계자는 "조례를 제정할 때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해당 내용을 반영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 최휘 : SNS에선 지자체마다 분리배출 지침이 달라 헷갈린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주민 불편을 고려해 통일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선정수 : 큰 방향은 그게 맞는데요. 현실은 좀 다릅니다. 폐기물 운반과 수집 분리 재활용을 직접 맡아서 하는 지자체가 별로 없거든요. 대부분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위탁을 하는데요. 문제는 이 업체들마다 선별 기준이 다르다는 겁니다. 지방 소규모 도시의 경우엔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해도 수거되는 재활용 자원의 물량이 충분하지 못해서 재활용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닐류를 분리배출 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로 버리게 한다든지, 종이팩을 종이와 함께 수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해당 지자체에서 위탁을 맡기는 재활용 업체가 그걸 분리해서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량이 충분치 않거나 단가가 맞지 않는다든지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거죠. 시민 편의를 위해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전국적으로 또는 광역단체 별로 분리배출 기준을 통일시키는 것은 자원 재활용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정이든 사업장이든 새로 전입할 때 해당 지자체의 분리배출 지침을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홍보하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자원재활용 체계를 통일시켜 효율화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긴 할 것 같은데요. 그러려면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원 재활용에 비용을 지불하려고 할지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 최휘 : 토마토 꼭지를 일반 쓰레기로 버렸다고 과태료를 받았다, 닭뼈에 살이 붙어 있다고 과태료를 받았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어떤가요?
◇ 선정수 :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의 경계선에 있는 애매한 것들이 참 많은데요. 육류의 뼈, 조개 소라 껍데기, 호두 밤 땅콩 등의 딱딱한 껍데기, 달걀 등 알 껍데기 등 딱딱한 것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파뿌리, 마늘대, 옥수수 껍질 등 섬유질이 질긴 것들도 음식물 쓰레기에 버리면 안 됩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기계를 파손시키거나 부품에 엉키면서 고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태껏 우리나라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 또는 비료로 만들었는데요. 주로 돼지와 개 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확산하면서 잔반 사료를 돼지에게 주는 게 금지 됐고요. 개 사육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이제는 잔반이 들어갈 개 사육장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음식물쓰레기가 사료로 쓰일 수 있는 것은 동애등에 등 곤충 사육 정도가 있고요.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액체 비료를 만들고 하는데요. 이게 음식물쓰레기의 염도가 높아서 농가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가스를 만드는 바이오가스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요. 지자체에서 관련 시설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닭 뼈에 고기가 조금 붙어 있는 채로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고 해서 단속이 됐다면, 행정소송 감입니다. 그런 이유만으로 단속될 일은 없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그런 사례가 있다면 저한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토마토 꼭지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라고 하는 지자체들이 있는데요. 이것도 종량제봉투에 조금 넣었다고 해서 단속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태로 보입니다. 종량제봉투에 음식물쓰레기를 넣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음식물쓰레기, 그러니까 젖은 쓰레기가 대량으로 투입되면 소각장의 소각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토마토 꼭지를 종량제 봉투에 대량으로 넣는다든지 하지 않으면 단속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 최휘 : 쓰레기 파파라치가 활동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사실입니까?
◇ 선정수 : 절반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지자체에 따라 조례로 불법투기 신고 포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를 예로 들어 보면요.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는 행위를 신고해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되면 포상금 5000원이 지급됩니다. 비닐봉지나 보자기를 이용해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신고해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되면 3만원의 포상금을 받게 되고요. 그런데 버린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어떻게 버렸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신고해야 되고, 증거도 확보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신고포상금으로 정해진 예산이 다 소진되면 아무리 신고를 해도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 최휘 : 사무실에서 포장 음식을 먹은 뒤에 종이 도시락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고 알고 있어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더니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런 이야기도 있던데요?
◇ 선정수 : SNS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고 안 헹궈서 버렸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날아왔다. 오염된 건 분리수거 안하고 일반 쓰레기로 분류한다고 해서 그냥 버렸더니 버리는 쓰레기도 주방세제로 헹궈서 버리라고 했다...> 이런 내용입니다.
◆ 최휘 : 종이 도시락을 음식물이 묻은 채로 버렸는데 과태료가 부과됐다는 얘긴데요. 관련 지침은 어떤가요?
◇ 선정수 : 음식물이 묻은 종이 도시락은 종이류로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아니면 음식물이 묻었으니 일반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할까요. SNS 글 작성자는 수원시 영통구에서 과태료를 부과받은 걸로 추정되는데요. 영통구청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코팅된 종이는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버리도록 돼 있습니다. 치킨박스는 재활용 종이류로 버리게 돼 있는데 기름에 오염된 내부 종이는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안내하고 있고요. 분리배출이 알쏭달쏭할 때는 환경부가 만든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참고하면 도움이 되는데요. 이 앱에선 이물질 등으로 오염된 종이는 종량제봉투로 배출하라고 안내합니다. 기름오염이나 음식물오염이라고 적시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오염된 종이가 다른 종이와 함께 재생공장으로 가면 재생종이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하는 겁니다.
음식이 묻은 종이도시락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됐다면 공무원이 일을 잘못 처리한 것이죠. 이의제기 또는 행정소송으로 다툴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그런데 영통구청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와 혼합 배출 등이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음식물이 묻은 도시락을 제대로 헹구지 않았다거나 부적합 쓰레기가 일부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과태료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부적합 쓰레기가 종량제 봉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과도하게 혼합 배출을 한 경우 부과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최휘 : 쓰레기 분리배출은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런 논란도 잊을만 하면 한번씩 계속되고요.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 선정수 :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거의 모든 국민이 쓰레기 분리배출에 동참하게 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모두가 신경써서 참여를 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를 노출하고 있기도 한데요. 일단 일반 시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게 문제로 꼽힙니다.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기 때문인데요. 재활용할 수 없는 것들만 버리고 나머지는 뭉뚱그려서 내놓으면 재활용 선별장에서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재활용하게 되면 분리배출이 굉장히 간편해집니다. 이미 기술도 있고요. 자동 선별기도 개발이 돼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비용과 기존 산업인데요. 재활용 업체들이 굉장히 영세하기 때문에 고가의 자동선별기를 구입할 수 없는 문제가 있고요. 재활용 분야를 공영화해서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자동선별기를 도입한다면 기존 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문제가 있죠.
우리가 애써 분리배출해서 폐자원을 내놓으면 선별장에서 재활용 공장으로 가지 못하고 쓰레기로 분류되는 양이 40%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게 또 적정하게 처리되지 못하고 쓰레기산으로 이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고요. 결국 우리 사회가 이 분리배출 재활용 자원순환 문제를 좀 더 우선순위에 놓고 머리를 싸매고 고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최휘 : 정부 차원에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일 것 같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선정수 :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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