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픈데, 임신 오해는 싫어"…산부인과 기피, 명칭 바뀐다면?

"배 아픈데, 임신 오해는 싫어"…산부인과 기피, 명칭 바뀐다면?

2025.04.15. 오전 11:1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이미지 확대 보기
"배 아픈데, 임신 오해는 싫어"…산부인과 기피, 명칭 바뀐다면?
ⓒ 게티이미지뱅크
AD
청소년과 미혼 여성 사이에서 산부인과에 대한 진료 기피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하자는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신과 출산 중심으로 인식되는 '산부인과'라는 명칭이 미혼 여성에게는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조사를 보면, '월경 이상'을 경험한 청소년(13~18세) 중 병원을 찾은 비율은 8.7%, 초기 성인 여성(19~39세)은 25.3%에 그쳤다. 또한 청소년 응답자의 22.1%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않은 이유로 '임신 등 주변의 오해'를 우려한다고 답해, 사회적 인식이 진료 회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났다.

10대 성 모 양은 "시험 기간 생리 조절을 위해 약을 먹고 싶었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병원을 가지 못하고 약국을 찾았다"며 "눈치 안 보고 병원에 갔다면 더 좋았겠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생리불순(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없는 것)을 겪고 있지만 산부인과 진료를 미루고 있는 20대 김 모 씨는 "산부인과에 가면 '사고 쳤나'는 생각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부모님께 아무렇지 않게 산부인과에 간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산부인과학교실 이마리아 교수는 "산과는 임신과 출산, 부인과는 결혼한 여성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해, 젊은 미혼 여성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려대 최승아 교수는 "비뇨기과를 남성의학과로 바꾸지 않는 이유처럼, 생식기관이 여성 건강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은 의료계 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발표한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은 산부인과 명칭 변경에 찬성한 반면, 서울시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내과학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학문적인 관점에서 이견도 있고 다른 과 반발도 심하다"면서 "우선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의료 취약 지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