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뺑소니' 운전자 음주운전 시인…피해 초등생 의식불명

뺑소니 사고 직전 상황 ⓒ 연합뉴스

경기 남양주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치고 달아난 50대 운전자가 경찰 추궁 끝에 음주 운전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아동은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중태에 빠져 있다.

15일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일 오후 7시 40분쯤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사거리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몰다 우회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B군을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경찰은 차량 번호를 추적했지만, 해당 차량이 법인 리스 차량이어서 운전자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경찰은 리스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A씨를 특정했고, 경찰 연락을 받은 A씨는 사고 다음 날인 10일 오후 5시 55분쯤 경찰에 출석했다.

A씨는 "운전은 했지만, 사고가 난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 CCTV,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추적해 사고 당일 A씨가 지인 2명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정황을 확인했다. A씨는 경찰의 추궁 끝에 결국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음주량 및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사고 차량에 함께 탑승했던 동승자 2명도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역시 "사고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차량은 B군을 좌측 범퍼로 1차 충격한 뒤 역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B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얼굴 골절 등으로 1차 수술을 받은 상태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아이 가방에서도 타이어 자국이 발견됐는데, 운전자가 사고를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음주 사실을 인정했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아봐야 한다"며 "구속 여부도 전체 수사 결과를 종합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 아동 가족은 엄중 처벌을 촉구하며 "이 사건에서 A씨가 구속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모든 뺑소니 음주 운전자의 '비구속 모범답안'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