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혈과 범인 DNA 안 섞여" 16년 장기 미제 해결한 실험의 결과는

"생리혈과 범인 DNA 안 섞여" 16년 장기 미제 해결한 실험의 결과는

2025.04.18. 오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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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4월 18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수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누군가 자신에게 감정이 있어 허위 진술을 해 억울하다. 정말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울부짖는 이 남성. 그는 나주 드들강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진 김도룡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16년여 만의 일이었죠. 그런데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 과연 어떻게 해결될 수 있었을까요? 사건 해결의 키가 된 건 피해자의 일기장 그리고 김도룡을 만났다던 한 남성의 편지였습니다. 김도룡은 한때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죠. 이후 김도룡은 또 다른 범죄를 저질러 결국 교도소에 들어가게 됐는데 거기서 만난 다른 제소자에게 해당 사건 재수사가 시작됐다며 이런저런 조언을 구해왔다고 하죠. 그리고 사건 해결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던 건 법의학이었는데요. 과연 장기미제 살인 사건의 진범을 어떻게 잡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수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수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이수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살펴볼 사건 전라남도 나주에서 발생했던 일명 나주 드들강 살인 사건입니다. 꽤 오랜 시간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그런 사건이었죠.

◆이수현: 무려 16년을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입니다. 2001년 2월 전라남도 나주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에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인데요. 당시 피해 여고생은 2월 4일 오전 7시쯤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고 몸에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의 DNA를 확보했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던 사건입니다.

◇이원화: 도대체 범인이 누구냐인지 알려면 일단 피해 여고생이 누구였는지 또 어떻게 사망하게 된 건지 이것부터 알아봐야 될 것 같거든요.

◆이수현: 당시 피해 여고생은 17세로 드들강에서 벌거벗겨진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피해 여고생은 박 양인데요. 박 양은 성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린 흔적이 확인됐고요.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습니다.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지만 이 박 양은 목이 졸렸을 때까지 살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에는 범인이 박 양을 드들강에 던져서 익사했던 겁니다. 이 사건은 경찰 수사 초기에 용의자가 검거되지 않으면서 장기 미제로 남게 됐습니다. 경찰은 시신 발견 직후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을 해결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광주에 살던 박 양이 어떤 경로로 나주에 가게 됐는지부터 확인이 되지 않았고, 옷이 다 벗겨져 있는 데다가 물 속에서 발견되는 등의 이유로 지문 채취도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박 양이 사건 발생 전날 밤 11시 30분경에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정육점 앞에서 2명의 남자와 있는 것을 본 17세 A군이 마지막 목격자였고 사건 범행 현장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박 양의 신체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을 발견했는데요. 그래서 DNA를 검사를 했습니다만 그리고 피해자 주변 인물과 인근 거주지 약 200명과 대조했습니다만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건은 결국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께서 이 사건이 2001년에 발생했다 말씀해 주셨잖아요. 아마 지금이었다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수현: 그랬을 겁니다. 요즘은 과학 수사 기술이나 아니면 CCTV가 그때보다 훨씬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실제 범인을 훨씬 빨리 측정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어 있다가 이 사건이 2010년에 DNA법이 개정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이 DNA법은 살인, 강간 방화 등 강력범들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법인데요. 이를 위해서 전과자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 2012년에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어 있던 박 양의 시신에서 검출된 그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발견된 겁니다. 용의자는 목포 교도소에서 강도 살인 등의 죄명으로 이미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35세의 김도룡으로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김도룡은 사건 당시에 박 양의 집 인근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원화: 이미 무기수로 복역 중이었던 거네요

◆이수현: 네 사건은 2001년에 이루어졌지만 2003년에 김도룡이 전당포 주인을 살인하면서 강도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겁니다. 김도룡은 복역 기간 동안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요. 아마도 모범수로 가석방 출소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질 경우에 가석방은 당연히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검찰 결국에는 김도룡을 기소하지 못하고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왜죠? DNA가 일치한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이수현: 먼저 김도룡이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맞지만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또 그리고 범인이 아닌 것 같다는 목격자 A군의 진술이 있었고요.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김도룡이 박 양과 자신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여서 성관계를 했다라는 이 진술이 진실로 판정되기도 했습니다. 거기다가 중요한 것은 DNA는 여성의 몸에서 3일 정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관계 후에 3일 내에 다른 사람이 박 양을 살해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에는 성관계와 살인의 그 간극이 중요한 관건이 됐습니다만 당시에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김도룡에 대해서는 살인죄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없어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아무리 사귀던 사이였다 주장을 했다고 해도 좀 더 디테일하게 수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아쉬움이 들긴 합니다.

◆이수현: 그렇습니다. 당시 김도룡의 행적 등을 좀 더 상세히 조사했으면 했던 아쉬움이 있습
니다. 그래도 다행히 2015년경에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재수사 여론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그리고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영구 미제 사건이 될 뻔했습니다만 태원 입법이 시행되면서 경찰과 검찰의 합동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재수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두 가지 나오게 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게 됐습니다. 일단 첫 번째부터 말씀드리면 박양의 일기장 내 일기장을 다시 분석한 겁니다. 사건 직전 박 양의 일기장에서 매직이란 단어가 적혀 있었는데요. 이 매직은 여자들이 월경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만약 당시에 박 양이 월경 중이었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김 씨가 주장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라는 말은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렇게 결국 국과수에서 사진 100여 장을 분석해서 시신에 있던 혈흔이 생리혈이라는 것을 밝혀 박 양의 친구와 인터뷰를 통해 실종 하루 전에도 박 양이 월경을 했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또한 박 양이 월경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의 혈액 체액 혼합 실험이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사건은 성관계 후 피해자가 죽은 시점이 언제인지인가가 문제됐던 사건입니다. 성관계 후 남성 정액의 DNA가 피해자 몸 내에 3일간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성관계 직후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성관계를 한 상대방 남성이 범인일 것이었고요. 그렇지 않다면 그 3일 내 제3자가 피해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정빈 교수의 실험을 통해서 용의자의 정액과 생리혈이 섞이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김도룡이 박 양을 강간한 직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학적 소견이 나온 겁니다.

◇이원화: 그래서 결과는 어땠습니까?

◆이수현: 이정빈 교수는 범인이 강간 직후 2~3분 내에 박 양을 목 졸라 죽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습니다. 재수사 의뢰를 받은 이정빈 교수는 수사관들이 기록한 체액 채취 과정을 다시 주목했는데요. 그중 이정빈 교수가 유심히 들여다본 것은 질의 입구와 가까운 쪽에서 정액을 채취할 때는 희멀건 정액만 묻어 나왔고, 깊숙한 곳에서는 생리혈과 정액이 섞이지 않은 상태로 묻어 나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정빈 교수는 직접 실험에 나섰습니다. 이정빈 교수 본인의 혈액에 이정빈 교수 아들의 정액을 넣었는데요. 가만히 둔 상태에서 6시간 반을 기다려도 섞이지 않던 두 액체가 위생 봉투를 잠시 흔드니 바로 섞여버리는 순간을 확인한 것입니다. 김도룡의 주장대로 성관계만 했다면 피해자는 당연히 이후 몸을 움직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생리혈과 정액이 섞일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실제 기록은 전혀 섞이지 않은 채로 정반대의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겁니다. 이에 이정빈 교수는 성관계 이후 정액이 배출되고 피해자는 앉거나 서는 등의 생존 반응이 없었다. 즉 성관계 후 사망까지 시간은 매우 짧았고 따라서 성관계를 한 사람이 살인범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는 감정서를 제출했고 이는 김도룡이 진범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 주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원화: 법의학의 승리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앞서 변호사님께서 결정적 증거가 두 가지였다라고 해주셨잖아요. 또 다른 하나는 어떤 거였죠?

◆이수현: 당시 처음 현장을 살폈던 수사관들이 수중에서 증거가 씻겨 내려갈 것을 우려해서 모든 과정을 매우 꼼꼼히 기록해 줬다고 합니다. 이때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 검사에게 한 통의 제보 편지가 왔는데요. 김도룡과 교도소에서 알게 된 송 씨가 보낸 편지였고, 김 씨가 드들강 사건 당시 범행을 자백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송 씨는 김 씨와 교도소에서 알게 된 경위를 시작으로 김 씨가 송 씨에게 상담을 요청해 온 내용들을 5차례의 편지에 걸쳐 제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도룡은 송 씨에게 드들강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고 하면서 구속 수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는데요. 그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김도룡이 피해자와는 게임 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이였고 그날도 불러대서 만났는데 반항을 해 제압을 했고 일이 벌어졌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때 김도룡이 범인임을 직감한 송 씨가 이후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자 뻔한 상황을 왜 자꾸 물어보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한 장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습니다. 범행 이후에 친척 집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예전에 만났던 애인과 조카를 친척 집 인근으로 데려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송 씨는 김도룡이 구정 때 친척집에 갔었는데 며칠 지나 다시 갔다. 알리바이를 만들 목적이 아니었으면 뭐 하러 갔겠냐고도 말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김도룡은 알리바이를 위해 사진을 찍었지만 정작 제출은 자기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사진을 숨기면서 제출은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검찰 조사에서 그 사진을 이용해 유리한 진술을 준비하기 위해서 김도룡은 송 씨에게 검사 입장에서 물어볼 것을 질문해 달라 라고 했고, 송 씨는 질문지를 전달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건네받는 식으로 사건의 정황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이후 송 씨는 알게 된 모든 내용을 사건을 수사하던 박 검사에게 제보한 겁니다.

◇이원화: 그 사진이 김도룡의 보관함에 진짜 있냐 이것도 관건이다 싶은데요.

◆이수현: 네 검찰은 김도룡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사진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도룡이 송 씨에게 수사나 재판 과정을 상담한 메모지까지 발견됐습니다.

◇이원화: 일이 이렇게까지 밝혀졌는데 사건 발생하고 몇 년 후에도 사귀는 사이였긴 했지만 내가 그런 건 아니다 이렇게 발뺌했었잖아요. 인정을 하던가요?

◆이수현: 아닙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꾸준히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김도룡은 박 양과의 성관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DNA가 검출됐다고 해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송 씨의 증언에 대해서도 송 씨가 자신에게 악감정이 있어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이다 라고 하며 범행 사실을 여전히 부인했습니다. 그렇지만 검찰은 김도룡을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1심, 2심, 3심 전부 김도룡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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