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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4월 21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수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우리는 모두 자신이 살아온 궤적 안에서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내리곤 합니다.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말이죠. 60대 어르신을 둘이나 강간하고 살해한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자 충청남도 연기군의 한 마을은 발칵 뒤집혔습니다.해당 사건의 범인은 첫 번째 사건이 발생하고 무려 8개월여가 지나서야 붙잡혔는데 범인의 신원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사람들의 편견이 사건의 진실과는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케이스였습니다. 해당 사건의 범인이었던 오이균은 당시 동네에서 예의 바르다 순하다 소문이 자자했죠. 그리고 당시 그의 나이 17살 미성년자가 60대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겁니다.의심조차 안 했죠. 그렇게 18년이 지났을 즈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사건의 엑스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수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수현 변호사(이하 이수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이수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다뤄볼 이 사건 자칫 미제로 남을 뻔했던 그런 사건입니다. 그런데 과학 수사로 극적으로 범인을 밝혀냈던 대한민국 최초의 수사 기법이 적용됐던 그런 사건인데 저도 사실 이거 보면서 이걸로 범인이 특정된다고 놀라기도 했던 그런 사건인데요.
◆이수현: 저도 그렇습니다. 이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 과학 수사 기법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요. 청취자 분들께서 도대체 무슨 기법이길래 그러냐 굉장히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이야기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 대전의 한 다방에서 여종업원이 살해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건입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는 종업원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됐었고요. 현장은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싶은데 일단 피해자가 2명이다 얘기를 해 주셨는데요. 두 분 모두 사망하셨나요?
◆이수현: 다행히 한 분은 생존했습니다. 사건 현장은 다방으로 다방에 들어선 손님이 현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되게 됐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살인 직후 밖으로 달아났고 도망자가 부딪히며 목격한 목격자도 나타났습니다.
◇이원화: 혹시 그 남성이 부딪혔다던 그 사람이 범인이었을까요?
◆이수현: 그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경찰은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30대 후반 가량의 키는 175cm 스포츠형 머리 검정테 안경이라는 단편적인 정보로 몽타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한 명의 피해자 A씨로부터 증언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려 했습니다만 이 A씨가 사건 당시의 충격으로 검은색 상의를 입은 남성이라는 것 외에는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원화: 그러니까요. 살아남았다고 해도 트라우마라든지 뭐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수현: 그렇습니다. A 씨는 사건 당시 상황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현장에서 나온 증거들로 수사를 진행했는데요. 폴리스 라인이 쳐지고 과학 수사대도 출동했는데 다방 안에 있던 담배꽁초와 머리카락 혈흔은 물론 의경 150여 명을 동원하여 반경 1.5킬로미터 주변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증거물을 수집했습니다. 또 경찰은 백합 다방 주변의 CCTV 분석을 통해 범인이 금강 주변을 따라 도주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주변 지역에 대한 수색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도로에서 피 묻은 휴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물증과 그리고 현장이 워낙 잔인하게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원한 관계에 있는 자의 범행으로 추정을 하고 종업원 주변 인물들을 샅샅이 조사했는데요. 그렇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수사에 난관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품이 하나 발견되면 수사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방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금강천변에 떠다니고 있던 검은색 점퍼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며칠간 물 위에 떠다녔던 점퍼에서 핏자국은 깨끗이 지워져 있었지만 루미놀 시약을 분무하자 점퍼에 가득한 핏자국이 나타났고, 휴지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범위 내 DNA를 검출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점퍼에서는 사망한 B씨의 혈흔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그 점퍼의 주인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가리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이원화: DNA가 발견됐군요.
◆이수현: 네, DNA 검출에 사용되는 루미놀은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접해 우리에게 익숙하고 흔한 수사 기법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과학 수사 기법이 막 시작됐던 그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획기적인 발견이었죠. 하지만 당시에는 DNA 데이터베이스가 없던 시절이었어서 용의자의 DNA만 확보한 것으로는 대조할 DNA가 없어서 수사가 진척될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범인의 점퍼에서 발견된 안약인 크라비트 점안액에 집중했습니다.이 크라비트 점안액은 전문 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입니다. 이에 경찰은 전국적으로 병원 기록을 추적하면서 포위망을 좁혀 나갔는데요. 사건 발생 19일째가 되던 때에 전국에 크라비트 점안액을 처방받은 사람이 천여 명이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경찰의 수사가 다시 발목을 잡혔습니다.
◇이원화: 근데 이게 천여 명의 DNA를 전부 다 전수조사하기도 좀 애매하고요. 사실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수현: 그렇습니다. 당시 경찰도 그래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과수의 조남수 연구원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논문을 내밀면서 깜짝 놀랄 만한 DNA 수사를 제안했고요. 결국 이 방법을 통해 범인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국과수와의 합동 세미나에서 조남수 연구원이 Y염색체를 분석하고 성 씨를 추정해서 범인을 체포한 외국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분석 기법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그 Y염색체는 부계를 통해서 전해지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부성주의인 한국에서는 같은 조상을 모신 남성 후손들 즉 본관이 같은 성씨들은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해서 Y염색체가 달라지는 그런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한 Y염색체를 갖게 됩니다. 이 Y염색체를 추적해서 본관 즉 성씨를 찾아낼 수 있는 수사 기법입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저도 진짜 신기했던 게 DNA를 통해서 남녀의 성이 아니라 사람의 성 그러니까 제가 이원화잖아요. 이 씨다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놀랍더라고요.
◆이수현: 놀랍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원화 변호사님의 성 씨는 추적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씨는 본관이 워낙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부계 유전의 일관성이 결여된다고 합니다. 당시 국과수에서는 검출된 DNA와 대조할 후보군 추리기에 이제 나설 수가 있게 된 거죠. 그래서 국과수에서 먼저 자체 보관하고 있던 전과자 천여 명의 Y염색체와 범인의 Y염색체를 대조했고, 국과수 분석 결과 백합다방 범인의 Y염색체가 오 씨 성을 가진 2명의 남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만으로는 오 씨 성이라고 확신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마침 사건 현장 인근에 오 씨 집성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오씨 집성촌에 주민 19명의 동의를 얻어서 상피 세포를 분석하는 2차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이때 역시 Y염색체가 특정 부위에서 공통점을 나타냈고, 국과수는 용의자는 오 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렇게 경찰은 크라비트 점안액 처방자 중 20대에서 40대 남자의 오 씨성을 가진 사람 전국 50여 명을 확보했습니다. 이 중 25번째 오 모 씨의 DNA가 용의자의 DNA와 일치했고 그 자가 바로 오이균이었습니다. 이렇게 사건 발생 50여 일 만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고,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성 씨의 추적으로 해결한 사건입니다.
◇이원화: 본인이 그랬다 인정은 하던가요?
◆이수현: 인정은 했다고 합니다. 이제 사건 당일 백합 다방에서는 영업 준비가 한창이었는데요. 이때 오이균이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현금 3만 원을 훔쳤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이제 다방 외부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던 종업원 B 씨와 오이균은 마주치게 됐는데요. B 씨는 곧바로 도둑이야를 외치면서 화장실 방향으로 달렸는데 오이균이 B 씨를 등산용 칼로 B 씨의 등을 찔렀고, B 씨가 쓰러지자 칼로 다시 목을 갈라서 확인 사살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이균이 변태 성욕이 있어서 B 씨의 시신에 수차례 칼질을 하면서 시신을 훼손했다고도 합니다. 그러고 얼마 후에 에 씨가 다방으로 출근했는데요. 느낌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방 안을 살펴보는 순간 오이균을 발견했고, 오이균은 다시 칼을 휘둘러서 A씨의 배 부위를 찌른 뒤에 급하게 도주했던 겁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것처럼 그냥 살해한 정도가 아니라 시신 훼손의 정도가 워낙 심하다 보니까 원한이 있는 사이 아니겠냐 이런 분석도 나왔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왜 그랬답니까? 뭐 아는 사이였나요?
◆이수현: 놀랍게도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습니다. 검거 당시에 오이균은 경기도 광명시에 숨어
있었는데요. 조사를 받으며 밝혀진 범행 동기가 황당할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범행 전날 오이균은 충청북도의 아버지 묘소에 들렀다가 대전에서 집으로 갈 차를 기다리던 중에 우연히 찾은 성인용 PC방에서 게임에 빠져서 막차를 놓쳤다고 합니다. 오이균은 돈마저 떨어지니까 신탄진역에서 하룻밤을 노숙했고요. 사건 당일 아침에는 대전에서 서울 영등포로 갈 차이 3천 원을 구하기 위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겁니다. 그깟 3천 원 몇 푼 때문에 살인과 살인 미수를 저지르고 시신까지 훼손하면서 잔혹한 범행에 이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서 수사가 이루어지면서 더 분노할 만한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오이균이 이전에 이미 사람을 3명이나 죽인 사실이 있는 연쇄 살인 전과자였던 겁니다.
◇이원화: 사람을 3명이나 죽인 전과가 있었다고요? 그러면 뭐 가석방이라도 나왔던 건가요? 앞서 오이균이 35살이라고 하셨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가거든요?
◆이수현: 오이균은 1989년에 여성 3명을 성폭행한 후 살해했는데요. 당시 오이균은 만 17세였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촉법소년에 대해서 최대 형량인 15년의 징역을 받아서 이때 나올 수 있었던 거죠. 15년의 형량은 당시 미성년자에게 내릴 수 있었던 최대 형량이었습니다.
◇이원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보니까 촉법소년 살인에 대한 형량 문제라든지 출소 이후에 관리 감독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이수현: 오이균에 대해서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습니다만 재판부가 죄를 반성하고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앓는 점이 고려한다라고 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형수는 가석방이 불가능해서 평생을 감옥에 갇혀 살아야 되지만 무기징역은 형기 20년을 채우면 가석방 신청이 가능합니다. 물론 오이균은 워낙 흉악한 중범죄자이기에 가석방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강력 범죄, 특히 강간을 동반한 연쇄 살인은 약자에 대한 지배, 과시욕 충동 조절, 아니면 과학적인 성격 장애로 비롯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인데요. 그리고 이런 재범 우려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데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조두순이 아이들 하교 시간에 무단 외출돼서 심각한 우려가 발생하기도 했죠. 결국에는 이런 죄들은 이제 형량을 내릴 때 있어서도 교화 가능성보다는 재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서 판결이 내려져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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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수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우리는 모두 자신이 살아온 궤적 안에서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내리곤 합니다.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말이죠. 60대 어르신을 둘이나 강간하고 살해한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자 충청남도 연기군의 한 마을은 발칵 뒤집혔습니다.해당 사건의 범인은 첫 번째 사건이 발생하고 무려 8개월여가 지나서야 붙잡혔는데 범인의 신원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사람들의 편견이 사건의 진실과는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케이스였습니다. 해당 사건의 범인이었던 오이균은 당시 동네에서 예의 바르다 순하다 소문이 자자했죠. 그리고 당시 그의 나이 17살 미성년자가 60대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겁니다.의심조차 안 했죠. 그렇게 18년이 지났을 즈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사건의 엑스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수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수현 변호사(이하 이수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이수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다뤄볼 이 사건 자칫 미제로 남을 뻔했던 그런 사건입니다. 그런데 과학 수사로 극적으로 범인을 밝혀냈던 대한민국 최초의 수사 기법이 적용됐던 그런 사건인데 저도 사실 이거 보면서 이걸로 범인이 특정된다고 놀라기도 했던 그런 사건인데요.
◆이수현: 저도 그렇습니다. 이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 과학 수사 기법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요. 청취자 분들께서 도대체 무슨 기법이길래 그러냐 굉장히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이야기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 대전의 한 다방에서 여종업원이 살해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건입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는 종업원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됐었고요. 현장은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싶은데 일단 피해자가 2명이다 얘기를 해 주셨는데요. 두 분 모두 사망하셨나요?
◆이수현: 다행히 한 분은 생존했습니다. 사건 현장은 다방으로 다방에 들어선 손님이 현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되게 됐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살인 직후 밖으로 달아났고 도망자가 부딪히며 목격한 목격자도 나타났습니다.
◇이원화: 혹시 그 남성이 부딪혔다던 그 사람이 범인이었을까요?
◆이수현: 그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경찰은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30대 후반 가량의 키는 175cm 스포츠형 머리 검정테 안경이라는 단편적인 정보로 몽타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한 명의 피해자 A씨로부터 증언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려 했습니다만 이 A씨가 사건 당시의 충격으로 검은색 상의를 입은 남성이라는 것 외에는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원화: 그러니까요. 살아남았다고 해도 트라우마라든지 뭐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수현: 그렇습니다. A 씨는 사건 당시 상황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현장에서 나온 증거들로 수사를 진행했는데요. 폴리스 라인이 쳐지고 과학 수사대도 출동했는데 다방 안에 있던 담배꽁초와 머리카락 혈흔은 물론 의경 150여 명을 동원하여 반경 1.5킬로미터 주변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증거물을 수집했습니다. 또 경찰은 백합 다방 주변의 CCTV 분석을 통해 범인이 금강 주변을 따라 도주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주변 지역에 대한 수색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도로에서 피 묻은 휴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물증과 그리고 현장이 워낙 잔인하게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원한 관계에 있는 자의 범행으로 추정을 하고 종업원 주변 인물들을 샅샅이 조사했는데요. 그렇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수사에 난관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품이 하나 발견되면 수사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방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금강천변에 떠다니고 있던 검은색 점퍼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며칠간 물 위에 떠다녔던 점퍼에서 핏자국은 깨끗이 지워져 있었지만 루미놀 시약을 분무하자 점퍼에 가득한 핏자국이 나타났고, 휴지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범위 내 DNA를 검출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점퍼에서는 사망한 B씨의 혈흔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그 점퍼의 주인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가리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이원화: DNA가 발견됐군요.
◆이수현: 네, DNA 검출에 사용되는 루미놀은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접해 우리에게 익숙하고 흔한 수사 기법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과학 수사 기법이 막 시작됐던 그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획기적인 발견이었죠. 하지만 당시에는 DNA 데이터베이스가 없던 시절이었어서 용의자의 DNA만 확보한 것으로는 대조할 DNA가 없어서 수사가 진척될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범인의 점퍼에서 발견된 안약인 크라비트 점안액에 집중했습니다.이 크라비트 점안액은 전문 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입니다. 이에 경찰은 전국적으로 병원 기록을 추적하면서 포위망을 좁혀 나갔는데요. 사건 발생 19일째가 되던 때에 전국에 크라비트 점안액을 처방받은 사람이 천여 명이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경찰의 수사가 다시 발목을 잡혔습니다.
◇이원화: 근데 이게 천여 명의 DNA를 전부 다 전수조사하기도 좀 애매하고요. 사실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수현: 그렇습니다. 당시 경찰도 그래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과수의 조남수 연구원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논문을 내밀면서 깜짝 놀랄 만한 DNA 수사를 제안했고요. 결국 이 방법을 통해 범인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국과수와의 합동 세미나에서 조남수 연구원이 Y염색체를 분석하고 성 씨를 추정해서 범인을 체포한 외국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분석 기법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그 Y염색체는 부계를 통해서 전해지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부성주의인 한국에서는 같은 조상을 모신 남성 후손들 즉 본관이 같은 성씨들은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해서 Y염색체가 달라지는 그런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한 Y염색체를 갖게 됩니다. 이 Y염색체를 추적해서 본관 즉 성씨를 찾아낼 수 있는 수사 기법입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저도 진짜 신기했던 게 DNA를 통해서 남녀의 성이 아니라 사람의 성 그러니까 제가 이원화잖아요. 이 씨다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놀랍더라고요.
◆이수현: 놀랍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원화 변호사님의 성 씨는 추적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씨는 본관이 워낙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부계 유전의 일관성이 결여된다고 합니다. 당시 국과수에서는 검출된 DNA와 대조할 후보군 추리기에 이제 나설 수가 있게 된 거죠. 그래서 국과수에서 먼저 자체 보관하고 있던 전과자 천여 명의 Y염색체와 범인의 Y염색체를 대조했고, 국과수 분석 결과 백합다방 범인의 Y염색체가 오 씨 성을 가진 2명의 남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만으로는 오 씨 성이라고 확신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마침 사건 현장 인근에 오 씨 집성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오씨 집성촌에 주민 19명의 동의를 얻어서 상피 세포를 분석하는 2차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이때 역시 Y염색체가 특정 부위에서 공통점을 나타냈고, 국과수는 용의자는 오 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렇게 경찰은 크라비트 점안액 처방자 중 20대에서 40대 남자의 오 씨성을 가진 사람 전국 50여 명을 확보했습니다. 이 중 25번째 오 모 씨의 DNA가 용의자의 DNA와 일치했고 그 자가 바로 오이균이었습니다. 이렇게 사건 발생 50여 일 만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고,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성 씨의 추적으로 해결한 사건입니다.
◇이원화: 본인이 그랬다 인정은 하던가요?
◆이수현: 인정은 했다고 합니다. 이제 사건 당일 백합 다방에서는 영업 준비가 한창이었는데요. 이때 오이균이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현금 3만 원을 훔쳤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이제 다방 외부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던 종업원 B 씨와 오이균은 마주치게 됐는데요. B 씨는 곧바로 도둑이야를 외치면서 화장실 방향으로 달렸는데 오이균이 B 씨를 등산용 칼로 B 씨의 등을 찔렀고, B 씨가 쓰러지자 칼로 다시 목을 갈라서 확인 사살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이균이 변태 성욕이 있어서 B 씨의 시신에 수차례 칼질을 하면서 시신을 훼손했다고도 합니다. 그러고 얼마 후에 에 씨가 다방으로 출근했는데요. 느낌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방 안을 살펴보는 순간 오이균을 발견했고, 오이균은 다시 칼을 휘둘러서 A씨의 배 부위를 찌른 뒤에 급하게 도주했던 겁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것처럼 그냥 살해한 정도가 아니라 시신 훼손의 정도가 워낙 심하다 보니까 원한이 있는 사이 아니겠냐 이런 분석도 나왔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왜 그랬답니까? 뭐 아는 사이였나요?
◆이수현: 놀랍게도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습니다. 검거 당시에 오이균은 경기도 광명시에 숨어
있었는데요. 조사를 받으며 밝혀진 범행 동기가 황당할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범행 전날 오이균은 충청북도의 아버지 묘소에 들렀다가 대전에서 집으로 갈 차를 기다리던 중에 우연히 찾은 성인용 PC방에서 게임에 빠져서 막차를 놓쳤다고 합니다. 오이균은 돈마저 떨어지니까 신탄진역에서 하룻밤을 노숙했고요. 사건 당일 아침에는 대전에서 서울 영등포로 갈 차이 3천 원을 구하기 위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겁니다. 그깟 3천 원 몇 푼 때문에 살인과 살인 미수를 저지르고 시신까지 훼손하면서 잔혹한 범행에 이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서 수사가 이루어지면서 더 분노할 만한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오이균이 이전에 이미 사람을 3명이나 죽인 사실이 있는 연쇄 살인 전과자였던 겁니다.
◇이원화: 사람을 3명이나 죽인 전과가 있었다고요? 그러면 뭐 가석방이라도 나왔던 건가요? 앞서 오이균이 35살이라고 하셨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가거든요?
◆이수현: 오이균은 1989년에 여성 3명을 성폭행한 후 살해했는데요. 당시 오이균은 만 17세였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촉법소년에 대해서 최대 형량인 15년의 징역을 받아서 이때 나올 수 있었던 거죠. 15년의 형량은 당시 미성년자에게 내릴 수 있었던 최대 형량이었습니다.
◇이원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보니까 촉법소년 살인에 대한 형량 문제라든지 출소 이후에 관리 감독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이수현: 오이균에 대해서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습니다만 재판부가 죄를 반성하고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앓는 점이 고려한다라고 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형수는 가석방이 불가능해서 평생을 감옥에 갇혀 살아야 되지만 무기징역은 형기 20년을 채우면 가석방 신청이 가능합니다. 물론 오이균은 워낙 흉악한 중범죄자이기에 가석방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강력 범죄, 특히 강간을 동반한 연쇄 살인은 약자에 대한 지배, 과시욕 충동 조절, 아니면 과학적인 성격 장애로 비롯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인데요. 그리고 이런 재범 우려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데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조두순이 아이들 하교 시간에 무단 외출돼서 심각한 우려가 발생하기도 했죠. 결국에는 이런 죄들은 이제 형량을 내릴 때 있어서도 교화 가능성보다는 재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서 판결이 내려져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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