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 차이는? 5월의 기념일들 어원 알아보기

[열린라디오 YTN]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 차이는? 5월의 기념일들 어원 알아보기

2025.04.28. 오전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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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4월 26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열린 라디오 YTN,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 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월에는 미리 준비해야 하는 기념일이 많은데요. 오늘은 이 기념일들의 어원과 유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매일경제에 어원 칼럼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신동광 작가 모셔보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 “어원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홈즈 신동광입니다.

◆ 최휘 : 5월에는 기념일들이 참 다양하죠? 굉장히 익숙한 날들이지만, 어원을 통해 해석해 보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오늘 이야기도 재미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자, 5월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요?

◇ 신동광 : 한자어로는 문자 그대로 다섯 번째 달을 의미합니다. 반면 영어 어원은 조금 재미있습니다. 영어로 5월을 뜻하는 ‘May’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봄의 여신 ‘Maia’에서 온 말입니다. Maia는 라틴어로 ‘큰/많은’을 의미하는 ‘magnus’의 비교급 단어로, ‘더 큰 풍요를 가져오는 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왠지 설레는 맘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 신동광 : 공감합니다. 5월은 역동적인 달입니다. 연초 세운 계획들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따뜻한 날씨에 해도 길어져, 일에 몰입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 최휘 : 넉넉한 수확을 확신하면 일도 더 잘 되겠네요. 설레고 보람 있을 것 같아요.

◇ 신동광 : 네, 그래서 첫 번째 소개할 날이 바로 ‘노동절(勞動節)’입니다. ‘힘쓸 로, 움직일 동, 명절 절’자로 구성된 말입니다.

◆ 최휘 : 정식 명칭은 ‘근로자의 날’이죠?

◇ 신동광 : 맞습니다. 정부에서는 ‘근로자(勤勞者)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여기서 근은 열심히 ‘부지런한’을 뜻합니다. 북한이 노동이란 단어를 사실상 선점해서 생긴 말이란 추정이 있습니다. 일본어로도 노동축제를 뜻하는 ‘로도사이(労働祭)’라고 부르고 있는 걸 보면, 노동이란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민감한 것 같습니다.

◆ 최휘 : 노동절은 어떻게 시작된 기념일인가요?

◇ 신동광 : 노동절은 본래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노동자들과 가족들 8만여 명이 노동 권익 보장을 위해 집회를 연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고, 전 세계 노동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1890년 5월 1일을 전세계에서 ‘5월 첫 날’이란 뜻의 ‘메이데이(May Day)’ 혹은 ‘노동자들을 위한 날’을 의미하는 ‘워커스 데이(Workers’ Day)’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 최휘 : 5월의 첫 날, 미국 노동자들의 권익 요구에서 시작해 ‘메이데이’라고 불렸군요.

◇ 신동광 : 전 세계 대부분 나라들이 5월 1일을 기념하죠.’, 정작 출발점이 된 미국에서는 이념적 이슈 때문에 매년 9월 첫 째주 월요일을 ‘레이버 데이(Labor Day)’로 지정해 시행 중입니다.

◆ 최휘 : 혹시 구조요청신호로 쓰이는 메이데이와도 관계가 있나요?

◇ 신동광 : 그 메이데이는 원래 프랑스어로 “와서 나를 도와주세요”를 뜻하는 “브네 메데(Venez m'aider)”에서 왔습니다. ‘브네’는 오다, ‘메’는 ‘나를’, ‘에데’는 돕다를 뜻합니다. 이 말을 발음이 비슷한 메이데이로 영어화 한 말아 바로 메이데이입니다. 어떻게 보면 노동절 메이데이가 근로자들의 건익을 위한 구조 요청 메이데이였다는 생각도 드네요.

◆ 최휘 : 네. 노동절과 메이데이의 유래를 알아봤습니다. 다음은 어떤 날이죠?

◇ 신동광 : 5월 5일 어린이날과 5월 8일 어버이날이 이어지는데, 워낙 잘 아시는 날들이라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만든 말인 ‘어린이’는 나이 어린 사람을 유약한 ‘애’나 ‘아이’가 아니라, ‘어린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의 인권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고 하죠. 어버이날의 ‘어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함께 아우르는 말’입니다. 어버이날은 1953년 ‘어머니날’로 시작해, 1973년부터 아버지께도 감사하는 ‘어버이날’이 되었다네요.

◆ 최휘 : 미국에는 아버지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신동광 : 네. 5월 둘째 주 일요일인 ‘어머니의 날’과 6월 셋째 주 일요일인 ‘아버지의 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한창 바쁘게 성장하던 시절이라, 한꺼번에 기념했던 것 같다고 추측해 봅니다.

◆ 최휘 : 다음 기념일은 스승의 날이죠? 5월 15일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신동광 : 네. 5월 15일은 우리 민족 최고의 스승인 세종대왕께서 태어난 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라고 합니다. 한글을 창제해 모든 백성에게 가르침을 준 세종대왕처럼 선생님들이 존경받는 시대를 희망해 지정된 날짜라고 합니다.

◆ 최휘 : 언제부터 시행됐나요?

◇ 신동광 :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논산의 강경여고 학생들이, 은퇴하고 병중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가 위문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이를 훌륭히 여긴 청소년적십자 충남협의회가 1963년, 9월 21일을 ‘은사의 날’로 지정해 사은행사를 실시했다고 합니다. 1964년부터 ‘스승의 날’이란 명칭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 최휘 : 요즘 교권 추락에 대해 모든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데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 신동광 : 사실 그 표현은 좀 깊이 생각해 볼 말입니다. 당나라 승려 도선이 쓴 ‘교계율의’에 처음 나온 말이었죠. 옛날 중국의 승려들은 수업료나 대가 없이 제자 승려들을 부모님처럼 정성을 다해 이끌어 줬다고 합니다. 9세기 무렵 일본의 승려 안연이 썼다고 추정되는 ‘동자교’라는 어린이 교육 책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우리나라 문헌에서는 해방 직후 신문에 처음 등장합니다. 아주 옛날부터 쓰인 말은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 최휘 : 좋은 이야기인 것 같은데, 어떤 이슈가 있나요?

◇ 신동광 : 일제시대 교사들은 무지막지한 폭력을 통해 권위를 세웠습니다. 수업시간에 제복을 입고 칼을 차고 들어왔고, 회초리 이상의 가혹한 체벌들을 자행했습니다. 이러한 잔재가 남아 폭력은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 병폐였는데, 특히 1970년대생 남학생들은 어머어마한 가혹행위를 겪었습니다.

◆ 최휘 : 5월에 또 다른 날들이 있을까요?

◇ 신동광 : 마지막으로 ‘부부의 날’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2003년 5월 21일 처음 시행된 날입니다. 말 그대로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하게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 최휘 : 부부란 말은 어감이 참 다정하게 들려요.

◇ 신동광 : 부부(夫婦)는 ‘지아비 부’자와 ‘아내 부’자로 이뤄진 말인데요. ‘남편 부’자는 머리에 비녀를 꽂은 사내가 서있는 모습을 그린 한자입니다. 결혼한 남성을 가리킵니다. ‘아내 부’자는 빗자루를 든 여성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현대의 시각이 아닌, 글자가 만들어진 시대의 사회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 최휘 : 영어로도 같은 의미인가요?

◇ 신동광 : 우리나라처럼 부부란 말은 없고 ‘married couple’이나 ‘husband and wife’ 정도로 의역할 수 있습니다. 커플의 라틴어 어원 copula는 ‘함께 닿다’를 뜻합니다. 남편 husband는 ‘집의 주인’, 부인 wife는 고대영어에서 여성을 뜻하다가 14세기에 ‘가정의 주인’이란 의미로 자리잡았습니다. 본질적으로 ‘함께 가정을 꾸려 나가는 사람들’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최휘 : 네, 이렇게 5월의 대표적인 기념일들을 알아봤습니다. 특히 고마운 분들과 가까운 이들에 대해 더 각별해지네요. 고민 대신 기쁨이 가득한 5월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신동광 : 감사합니다.

◆ 최휘 : 네, 지금까지 말록 홈즈 신동광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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