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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시아·아프리카 회의, 이른바 반둥회의 기조연설에서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식민지배와 사죄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영어 번역본을 들여다보니 앞으로도 식민지배와 사죄가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도쿄에서 최명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인터뷰:아베 신조, 일본 총리(반둥회의)]
"일본은 이전의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떠한 경우라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맹세합니다."
아베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깊은 반성'을 영어로는'deep remorse'으로 번역했습니다.
전후 50주년 무라야마 담화에 사용한 반성의 영어 번역 'reflection'보다 더 강한 뜻이 있습니다.
'reflection'이 자기 성찰적인 반성 수준이고, 'remorse'는 자기 죄악을 깊이 뉘우친다는 자책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가 정말 깊이 뉘우치고 있는 걸까?
아베 총리의 핵심 브레인인 한 학자는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라는 말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아베 총리가 'remorse'라는 단어를 일부러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이미 1989년 독일 콜 총리의 2차대전 발발 50주년 기념연설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remorse'를 사용했던 적이 있는 데다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어 'remorse'가 지니는 의미를 잘 이용하면 '식민지배와 사죄'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겁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오는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과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remorse'라는 단어를 부각하며 과거사를 물타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미 이달 초 연설 담당관인 다니구치 도모히코 내각관방참여를 미국에 보내, 반둥회의와 미 의회 연설에서 'remorse'를 사용하겠다며 이해를 구했다는 후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달 미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human trafficking'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human trafficking'이 일본어로는 단순히 사람을 사고판다는 의미에 그치지만 영어로는 강제연행 이미지까지 연상시키는 점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도쿄에서 YTN 최명신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시아·아프리카 회의, 이른바 반둥회의 기조연설에서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식민지배와 사죄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영어 번역본을 들여다보니 앞으로도 식민지배와 사죄가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도쿄에서 최명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인터뷰:아베 신조, 일본 총리(반둥회의)]
"일본은 이전의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떠한 경우라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맹세합니다."
아베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깊은 반성'을 영어로는'deep remorse'으로 번역했습니다.
전후 50주년 무라야마 담화에 사용한 반성의 영어 번역 'reflection'보다 더 강한 뜻이 있습니다.
'reflection'이 자기 성찰적인 반성 수준이고, 'remorse'는 자기 죄악을 깊이 뉘우친다는 자책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가 정말 깊이 뉘우치고 있는 걸까?
아베 총리의 핵심 브레인인 한 학자는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라는 말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아베 총리가 'remorse'라는 단어를 일부러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이미 1989년 독일 콜 총리의 2차대전 발발 50주년 기념연설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remorse'를 사용했던 적이 있는 데다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어 'remorse'가 지니는 의미를 잘 이용하면 '식민지배와 사죄'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겁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오는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과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remorse'라는 단어를 부각하며 과거사를 물타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미 이달 초 연설 담당관인 다니구치 도모히코 내각관방참여를 미국에 보내, 반둥회의와 미 의회 연설에서 'remorse'를 사용하겠다며 이해를 구했다는 후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달 미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human trafficking'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human trafficking'이 일본어로는 단순히 사람을 사고판다는 의미에 그치지만 영어로는 강제연행 이미지까지 연상시키는 점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도쿄에서 YTN 최명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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