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트럼프 망언'...번속국(藩屬國) 오역 가능성

[취재N팩트] '트럼프 망언'...번속국(藩屬國) 오역 가능성

2017.04.21. 오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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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이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

시진핑 주석에게 들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 한 마디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중국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회피하는 데 급급한 인상만 줬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역의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베이징 박희천 특파원 연결해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희천 특파원!

우선 문제의 발단이 된 발언이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해 볼까요? 어느 매체에서 나온 내용이고? 어떤 내용이었나요?

[기자]
이번 파문은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한 인터뷰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의 뒷얘기를 전하면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역사에 대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이 중국과 한반도 사이에 있었던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 얘기했다"면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겁니다.

10분 동안 듣고 나니 북한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원래 이 내용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서는 빠졌었는데,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가 이 내용을 인터뷰 발췌본에서 찾아내 추가 보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우리의 입장에선 황당하기도 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요.

어제 이에 대한 중국 측의 해명이 있었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이었지요?

[기자]
어제 오후에 열린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대변인의 해명이 있었습니다.

먼저 루캉 대변인의 발언 들어보시죠!

[루캉 / 중국 외교부 대변인 : 한국인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을 했을 때 한반도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눴습니다.]

들으신 대로 시진핑 주석이 '그런 말을 했다' '안 했다'는 식의 명쾌한 설명이 아닙니다.

한국 국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긴지 저도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곤혹스런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회피성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정상이 직접 관련된 만큼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혀집니다.

[앵커]
루캉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아니면 오해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데요.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역의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요.

[기자]
제가 중국과 한국의 관련 전문가들을 취재해 봤는데요.

취재 내용을 종합해 보면 통역이 시진핑 주석의 말을 제대로 옮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잘 못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기자]
이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려면 시진핑 주석이 과거 역사에서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아는 게 필요한데요.

3년 전쯤 전문가 그룹이 시진핑 주석에게 올린 보고서가 있습니다.

'북.중 관계 종합 보고서'였는데요.

이 보고서에는 과거 한반도가 중국의 번속국(藩屬國)으로 표현돼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를 설명하면서 과거 한반도는 중국의 번속국이었다고 설명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번속국(藩屬國)이라는 게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소 낯선 용어인데요.

번속국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기자]
이해하기가 좀 복잡한 개념인데요.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번(藩)은 원래 울타리란 뜻입니다.

천자를 지키는 울타리라는 의미로, 제후를 가리키는 거죠.

속(屬)은 복속을 의미합니다.

천자의 권위에 복종하며 천자를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나라.

따라서 천자와 군신 관계에 있는 제후의 나라라는 겁니다.

그러나 조선의 경우에는 동시에 외국으로 인정됐습니다.

가령 청나라의 경우 같은 번속인데도 몽골은 결코 외국이라고 부르지 않았거든요.

[앵커]
그럼 중국이 과거에 조선을 번속국이라고 해도 자기 나라의 일부로 보지 않았다는 거죠?

[기자]
과거 조선의 왕이 천자의 제후라는 형식으로 외교를 했지만, 중국의 황제가 조선을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백성도 조선 왕의 백성이지 중국 황제의 백성이 아니었고요.

기본적으로는 군주와 군주의 관계라고 볼 수 있죠.

[앵커]
참 어려운 개념인데요. 이 번속국이라는 표현을 통역이 제대로 옮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기자]
번속국이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동양적, 중국적인 개념이어서 서양 언어인 영어로 번역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더욱이 역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통역이라면 그 뜻을 정확히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래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과거 한반도를 중국의 번속국으로 표현했는데 통역이 이를 '중국의 일부'라고 번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박희천 특파원과 이야기 나누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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