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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20년 8월 10일 월요일
□ 출연자 :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전문PD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대규모 폭발참사가 발생한 레바논에 정권퇴진과 부패를 질타하는 국민들이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다시 격화됐던 반정부시위가 주말에도 계속 이어졌고요.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습격한 데 이어 오늘 새벽에는 의회 앞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오죽하면 레바논 국민들이 “차라리 식민지배가 낫다”란 말을 하고 있다고 하죠. 현재 레바논 상황, 어느 정도인지.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전문PD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피디님, 어서 오세요.
◆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전문PD(이하 김영미): 네, 안녕하세요.
◇ 전진영: 레바논 사고 터지자마자 현시 상황을 취재를 해보셨습니까?
◆ 김영미: 처음에 뉴스보다도 트위터가 먼저 떠서 그거 보고 깜짝 놀랐는데, 레바논 사람들도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폭발력이 워낙 강해서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몰라서 다들 이게 뭔지 몰라서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다. 그러고 한참 후에 바닷가 쪽에서 뭐가 터졌다고 하는데 터진 게 뭔지 모른 거예요. 잠시 후에 질소암모늄이라고 발표가 나고, 그러면서 거기 창고에 있던 게 질소암모늄냐. 아무도 몰랐던 거예요. 심지어는 그쪽 세관에 근무했던 사람들조차도 그게 그거였는지 몰랐던 것 같고. 제가 세관 쪽에도 전화를 해봤고, 경찰 쪽에 전화를 해봤고 했는데도 그곳에 있던 것이 그것이었는지를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국민들의 충격이 대단했고, 사실 작년 10월부터 국민들의 반정부시위는 계속 일어나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이 사실이 국민들을 더 자극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전진영: 네, 맞습니다. 그런 시내 한복판에 위험물질이 창고에 있었다는 것도 정말 충격적이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심지어 그것을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고. 거기에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대로 반정부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에서 이런 정말 대형사고까지 터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민들의 분노가 이번 폭발사고를 계기로 발화점이 되는, 그런 계기가 된 것 같은데요. 주말에도 계속 시위가 이어졌거든요. 앞으로 지금 이 시위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사그라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 김영미: 제가 레바논 취재를 시작한 게 10년도 더 넘었는데요. 거기에 가면 레바논이 중동의 파리라고 불려요. 관광지였고, 굉장히 개방적인 나라고, 제가 가서 보면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파는 바가 유럽처럼 많았던 곳. 그리고 사람들이 굉장히 자유로웠고, 교육 수준도 높았고. 그래서 그런 나라였는데, 이게 점점 종교분쟁도 생기고 그러면서 사람들끼리 감정싸움도 되고, 또 전쟁이 2006년도에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 이스라엘과 헤지볼라의 전쟁이 있은 다음부터 경제 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레바논 정부가 조금이라도 이것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했으면 좋은데, 그다음에 이들이 결정한 게 뭐냐면 종교전쟁이 나니까 각료들을 각 종교들끼리 갈라 먹자는 식의 정책을 펴게 됩니다. 레바논의 비극이 또 뭐냐면 이슬람과 기독교가 반반이에요. 그리고 그 반반 중에서 또 종파가 갈려요. 크게 나눠도 16개가 되는 거예요.
◇ 전진영: 종파가 16개예요? 한 나라에?
◆ 김영미: 네, 그러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하나씩 나눠 먹다 보니까 자기들끼리 뭉쳐서 뭔가 나눠 먹기 식이 되어 버리니까 여기서 국정이 하나로 운영되기가 힘들었던 거예요. 이들이 주력했던 것이 부정부패였거든요. 종파는 여러 개인데, 뜻은 하나가 됐어요. 무능과 부정부패. 이것에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을 때 이런 사고가 터진 거고. 이 사고가 얼마나 컸냐면 사고가 난 창고가 있었던 곳이 해안도로에 있었거든요. 보통 베이루트라고 하면 중동의 굉장히 큰 도시일 것 같고, 큰 곳이라고 생각하시지만 레바논 전체의 크기가요. 경기도만해요. 그래서 레바논 대통령이 돼도 도지사 정도의 규모라고 보시면 돼요. 여기를 16개가 나눠 먹고, 또 거기를 서로 싸우고, 그러니까 얼마나 분열이 됐겠어요. 그러니까 거기에 있는 국민들은 그것을 맨날 봐야 하는 거예요. 굉장히 피곤한 상황에서 그나마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해안도로를 따라서 펼쳐졌던 아름다운 풍광의 관광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유럽 각지와 중동에서 몰려 오는 관광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해안도로를 따라서 되게 호텔도 아름다운 곳이 많았고, 또 레지던스라고 해서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한 달씩 묵고 가는 아름다운 아파트나 저택이나 이런 것들이 많았어요. 이번 폭발사고로 정말 다 날아갔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그런 곳에서 나오는 돈으로 기사도 하고, 또 그 사람들한테 수공예품도 팔고, 바도 운영하고, 이렇게 해서 먹고 살았는데 코로나가 왔잖아요. 그리고 그 전부터 테러가 조금 있었고, 그래서 조금씩 줄었는데, 코로나가 오면서 비행편이 거의 없어진 거예요. 레바논은 관광객이 오려고 하면 거의 다 비행기로 오거든요. 그런데 비행기 편이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정말 제로였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정말 굶어 죽을 위기가 됐던 거죠.
◇ 전진영: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겁니다. 반정부시위에 이어서 코로나19까지 터져서 관광업이 무너지고 거기다가 폭발사고까지 일어나면서 지금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삶 자체가 막막해지는 국민들이 그런 상황까지 이른 거잖아요?
◆ 김영미: 이 폭발사고로 인해서 그런 말을 하는 레바논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마지막 희망까지 다 끝났다. 한 방에 날려줬다는 거예요. 그래도 정부가 있기 때문에 레바논은 시리아와 다르다, 정부가 있다, 총리도 있다, 장관도 있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이렇게 힘들면 뭔가 어떻게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폭발사고가 나는 것을 보고 과연 여기서 어떻게 희망을 가져야 하느냐. 저렇게 위험한 물질을 해안도로에 갖다놓고 정말 아무도 몰랐다고 하는 것. 이 정부에 누구도 저것을 책임지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우리 국민을 누가 책임지겠느냐. 차라리 레바논 정부 국민 안 할란다. 나 차라리 프랑스 국민이라고 하고 싶다. 아니면 어느 나라도 레바논 국민 좀 사가라,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전진영: 얼마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나는 레바논 국민 안 하겠다는 말까지 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앞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만, 레바논 정부의 특이한 권력 분점 구조. 종파에 따라서 권력 나눠 먹기를 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약간 정상적인 정부 구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어찌 되었건 정부는 빨리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그리고 피해에 대한 수습. 거기다가 분노한 민심 상황까지 다 잠재우고 콘트롤 해야 하는, 굉장히 해야 할 과제가 많거든요. 레바논 정부가 앞으로 이런 일을 할 역량이 될 거라고 보시나요?
◆ 김영미: 평화로워도 안 됐는데, 이 위기 상황에 레바논 정부 능력으로는 쉽지 않죠. 벌써부터 정부 각료들이 사임하고 나서잖아요.
◇ 전진영: 네, 조기 총선 이야기도 나오고요.
◆ 김영미: 그거는 책임 안 지겠다는 이야기잖아요. 레바논의 정부 각료들은 정말 잘 살아요. 그리고 지금 레바논 갑부들은 뉴욕에 아파트도 사고, 유럽에 저택도 있고, 자기들은 부정부패로 이미 살만큼 다 축적을 해놨기 때문에 지금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레바논 국민을 위하여 불길에 뛰어들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빨리 총선 하자고 하는 말은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뜻보다는 빨리 손 털고 싶다는 이야기인 거죠.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젯밤에 그렇게 격한 시위가 났고, 또 앞으로도 이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게 당장 식료품 값이 두 배로 올랐어요. 실업률이 25%예요. 4명 중 1명은 놀고 있는 거예요. 더구나 관광업에 종사하던 나라가 관광객이 제로예요. 이 상황들을 조기 총선을 통해서 그냥 자기는 빨리 누군가한테 이 모든 복잡한 문제, 이 위기들을 다 넘겨 버리고 자기는 손을 털겠다고 하는 이야기잖아요. 레바논 국민들은 그거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예요. 그랬을 때 레바논 국민들이 더 분노하는 거죠. 조기 총선 이야기 나오자마자 더 시위가 불붙게 된 거예요.
◇ 전진영: 그러면 레바논 정부 자체에 이런 종파가 권력을 나누는 이런 상황. 정치 개혁 자체가, 정부 자체가 개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개혁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 김영미: 레바논은 땅도 작지만 인재 풀도 작은 거예요. 인재도 작기 때문에.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바뀐다고 한들 다 거기에서 거기인 거죠. 그래서 레바논 국민들이 차라리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와서 통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 데에는 그런 애환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각료가 온다고 한들 저렇게 나눠 먹기 식이면 똑같다. 그리고 부정부패뿐만 아니라 지금 엄청난 경제 전문가가 와도 식료품 값이 두 배로 오른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겠느냐. 없는 관광객을 어떻게 만들겠느냐. 올해 3월에 거기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서 봉쇄령이 내려서 5월 달까지 두 달 동안 봉쇄령이 내려졌어요. 봉쇄령은 그야말로 생계를 할 수 있는 그런 게 완전히 봉쇄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식량 위기가 와 버렸어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땅도 만만치 않은 거예요. 그전에는 옆에 시리아라는 나라에서 농산물도 오고, 여러 가지 식량이 시리아를 통해서 값싼 식료품이 왔거든요. 그런데 시리아도 내전이네. 그러니까 거기서도 농산물이 안 오는 거예요.
◇ 전진영: 자급자족 형태 자체가 안 되는 거죠. 레바논에서는.
◆ 김영미: 완전히 봉쇄된 그 자체예요. 앞에 보면 바다고, 뒤를 보면 시리아예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 자체도 방법이 없고, 각료들도 방법이 없고. 지금 현재 저렇게 엄청난 폭파 사고가 났지만 이거를 도대체 누가 잘못했느냐를 밝힐 수 있는 진상조사 자체도 할 수 있느냐. 지금 레바논에서 다 부패했지만 가장 부패한 조직을 어디라고 꼽느냐고 물어보면 경찰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시위 사태에서 사망자가 경찰이거든요. 경찰에 대한 분노가 굉장히 심하거든요. 경찰이 수사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제가 그런 것을 물어보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가장 부패한 조직이, 가장 능력 없는 조직이 레바논 경찰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이런 부패한 정부 조직과 경찰. 이게 하루아침의 문제가 아니었고, 단지 사고는 그 모든 것의 결과였다는 것이 이번 레바논 사태의 총체적인 평가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전진영: 아무튼 EU를 비롯해서 중국, 미국 같은 국제사회가 정상회담을 열고 레바논에 대한 긴급 지원방안도 논의를 하고 있기는 한데, 단순히 이번 폭발사고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이라든지, 표면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사실 단순한 폭발사고가 아니라 말씀해주신 대로 레바논 안에서의 뿌리 깊은 내분에 의해서 일어난 사고라서 이런 부패 문제나 진상규명 자체에 국제사회가 손을 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런데 국제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요?
◆ 김영미: 일단 레바논 정부가 전 세계 정부 부패 지수 중에 180개국 중 137위예요. 그러니까 뭔가 원조를 하거나 구호물자를 주면 정부에게 믿고 맡기는 거잖아요. 레바논 정부에 주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국제사회도 굉장히 혼란스럽기도 하고, 이것을 누구한테 줘야 골고루 국민들한테 구호물자가 갈지, 그것도 참 난해한 문제일 거예요. 돈을 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분배가 돼서 레바논 국민들에게 당장 도움이 될 건지. 그런 것도 굉장히 지금 문제가 되고. 또 코로나 상황을 일단 해결을 봐야 하는 거죠. 지금 사람들 같은 경우는 의료 시설도 문제가 되고 있어요. 더구나 이번 폭파 사고로 앞에 굉장히 큰 병원이 하나 있었거든요. 사고 현장에. 성조지병원이었는데, 흔적도 없이 날아갔어요. 가뜩이나 없는 병원 중에 병원 하나가 날아가 버리니까 이런 상황들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전 세계가 지금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죠.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구호물자를 직거래로 달라.
◇ 전진영: 내가 직접 받을 수 있게. 그것도 정부를 못 믿으니까.
◆ 김영미: 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 본 적도 사실 없고,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스템으로 해야 할지, 그런 것도 참 고민스럽고. 그 물리적인 폭발사고보다 그 여파가 사실 더 큰 게 가장 문제입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의료체계가 부실한 것도 굉장히 걱정이 될 것 같아요. 코로나19도 지금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이렇게 폭발사고까지 터져 버리면 레바논 국민들이 의료에 대한 지원을 잘 받을 수 있을까. 이 부분도 걱정이 굉장히 되네요.
◆ 김영미: 의료뿐만 아니라 식량, 전반적인 학교, 나라 전체가 거의 작동이 안 해버리는, 무정부 상태와 비슷한 상황이 되고. 아시다시피 레바논은 헤지볼라와 이스라엘의 안보 상황의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2006년에 전쟁까지 났던 나라예요. 잘못하면 또 이스라엘과 헤지볼라가 맞닿고 있는 국경에서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지금 취약한 상황이고, 이런 상황이 또 격화되면서 거기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보면 무장세력들이 많아요. 이런 테러리스트 문제가 또 발생할 수도 있고. 그래서 단순히 민생고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안보 문제까지도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 전진영: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레바논의 현재 상황,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PD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영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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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0년 8월 10일 월요일
□ 출연자 :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전문PD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대규모 폭발참사가 발생한 레바논에 정권퇴진과 부패를 질타하는 국민들이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다시 격화됐던 반정부시위가 주말에도 계속 이어졌고요.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습격한 데 이어 오늘 새벽에는 의회 앞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오죽하면 레바논 국민들이 “차라리 식민지배가 낫다”란 말을 하고 있다고 하죠. 현재 레바논 상황, 어느 정도인지.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전문PD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피디님, 어서 오세요.
◆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전문PD(이하 김영미): 네, 안녕하세요.
◇ 전진영: 레바논 사고 터지자마자 현시 상황을 취재를 해보셨습니까?
◆ 김영미: 처음에 뉴스보다도 트위터가 먼저 떠서 그거 보고 깜짝 놀랐는데, 레바논 사람들도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폭발력이 워낙 강해서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몰라서 다들 이게 뭔지 몰라서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다. 그러고 한참 후에 바닷가 쪽에서 뭐가 터졌다고 하는데 터진 게 뭔지 모른 거예요. 잠시 후에 질소암모늄이라고 발표가 나고, 그러면서 거기 창고에 있던 게 질소암모늄냐. 아무도 몰랐던 거예요. 심지어는 그쪽 세관에 근무했던 사람들조차도 그게 그거였는지 몰랐던 것 같고. 제가 세관 쪽에도 전화를 해봤고, 경찰 쪽에 전화를 해봤고 했는데도 그곳에 있던 것이 그것이었는지를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국민들의 충격이 대단했고, 사실 작년 10월부터 국민들의 반정부시위는 계속 일어나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이 사실이 국민들을 더 자극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전진영: 네, 맞습니다. 그런 시내 한복판에 위험물질이 창고에 있었다는 것도 정말 충격적이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심지어 그것을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고. 거기에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대로 반정부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에서 이런 정말 대형사고까지 터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민들의 분노가 이번 폭발사고를 계기로 발화점이 되는, 그런 계기가 된 것 같은데요. 주말에도 계속 시위가 이어졌거든요. 앞으로 지금 이 시위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사그라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 김영미: 제가 레바논 취재를 시작한 게 10년도 더 넘었는데요. 거기에 가면 레바논이 중동의 파리라고 불려요. 관광지였고, 굉장히 개방적인 나라고, 제가 가서 보면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파는 바가 유럽처럼 많았던 곳. 그리고 사람들이 굉장히 자유로웠고, 교육 수준도 높았고. 그래서 그런 나라였는데, 이게 점점 종교분쟁도 생기고 그러면서 사람들끼리 감정싸움도 되고, 또 전쟁이 2006년도에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 이스라엘과 헤지볼라의 전쟁이 있은 다음부터 경제 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레바논 정부가 조금이라도 이것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했으면 좋은데, 그다음에 이들이 결정한 게 뭐냐면 종교전쟁이 나니까 각료들을 각 종교들끼리 갈라 먹자는 식의 정책을 펴게 됩니다. 레바논의 비극이 또 뭐냐면 이슬람과 기독교가 반반이에요. 그리고 그 반반 중에서 또 종파가 갈려요. 크게 나눠도 16개가 되는 거예요.
◇ 전진영: 종파가 16개예요? 한 나라에?
◆ 김영미: 네, 그러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하나씩 나눠 먹다 보니까 자기들끼리 뭉쳐서 뭔가 나눠 먹기 식이 되어 버리니까 여기서 국정이 하나로 운영되기가 힘들었던 거예요. 이들이 주력했던 것이 부정부패였거든요. 종파는 여러 개인데, 뜻은 하나가 됐어요. 무능과 부정부패. 이것에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을 때 이런 사고가 터진 거고. 이 사고가 얼마나 컸냐면 사고가 난 창고가 있었던 곳이 해안도로에 있었거든요. 보통 베이루트라고 하면 중동의 굉장히 큰 도시일 것 같고, 큰 곳이라고 생각하시지만 레바논 전체의 크기가요. 경기도만해요. 그래서 레바논 대통령이 돼도 도지사 정도의 규모라고 보시면 돼요. 여기를 16개가 나눠 먹고, 또 거기를 서로 싸우고, 그러니까 얼마나 분열이 됐겠어요. 그러니까 거기에 있는 국민들은 그것을 맨날 봐야 하는 거예요. 굉장히 피곤한 상황에서 그나마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해안도로를 따라서 펼쳐졌던 아름다운 풍광의 관광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유럽 각지와 중동에서 몰려 오는 관광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해안도로를 따라서 되게 호텔도 아름다운 곳이 많았고, 또 레지던스라고 해서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한 달씩 묵고 가는 아름다운 아파트나 저택이나 이런 것들이 많았어요. 이번 폭발사고로 정말 다 날아갔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그런 곳에서 나오는 돈으로 기사도 하고, 또 그 사람들한테 수공예품도 팔고, 바도 운영하고, 이렇게 해서 먹고 살았는데 코로나가 왔잖아요. 그리고 그 전부터 테러가 조금 있었고, 그래서 조금씩 줄었는데, 코로나가 오면서 비행편이 거의 없어진 거예요. 레바논은 관광객이 오려고 하면 거의 다 비행기로 오거든요. 그런데 비행기 편이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정말 제로였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정말 굶어 죽을 위기가 됐던 거죠.
◇ 전진영: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겁니다. 반정부시위에 이어서 코로나19까지 터져서 관광업이 무너지고 거기다가 폭발사고까지 일어나면서 지금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삶 자체가 막막해지는 국민들이 그런 상황까지 이른 거잖아요?
◆ 김영미: 이 폭발사고로 인해서 그런 말을 하는 레바논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마지막 희망까지 다 끝났다. 한 방에 날려줬다는 거예요. 그래도 정부가 있기 때문에 레바논은 시리아와 다르다, 정부가 있다, 총리도 있다, 장관도 있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이렇게 힘들면 뭔가 어떻게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폭발사고가 나는 것을 보고 과연 여기서 어떻게 희망을 가져야 하느냐. 저렇게 위험한 물질을 해안도로에 갖다놓고 정말 아무도 몰랐다고 하는 것. 이 정부에 누구도 저것을 책임지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우리 국민을 누가 책임지겠느냐. 차라리 레바논 정부 국민 안 할란다. 나 차라리 프랑스 국민이라고 하고 싶다. 아니면 어느 나라도 레바논 국민 좀 사가라,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전진영: 얼마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나는 레바논 국민 안 하겠다는 말까지 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앞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만, 레바논 정부의 특이한 권력 분점 구조. 종파에 따라서 권력 나눠 먹기를 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약간 정상적인 정부 구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어찌 되었건 정부는 빨리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그리고 피해에 대한 수습. 거기다가 분노한 민심 상황까지 다 잠재우고 콘트롤 해야 하는, 굉장히 해야 할 과제가 많거든요. 레바논 정부가 앞으로 이런 일을 할 역량이 될 거라고 보시나요?
◆ 김영미: 평화로워도 안 됐는데, 이 위기 상황에 레바논 정부 능력으로는 쉽지 않죠. 벌써부터 정부 각료들이 사임하고 나서잖아요.
◇ 전진영: 네, 조기 총선 이야기도 나오고요.
◆ 김영미: 그거는 책임 안 지겠다는 이야기잖아요. 레바논의 정부 각료들은 정말 잘 살아요. 그리고 지금 레바논 갑부들은 뉴욕에 아파트도 사고, 유럽에 저택도 있고, 자기들은 부정부패로 이미 살만큼 다 축적을 해놨기 때문에 지금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레바논 국민을 위하여 불길에 뛰어들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빨리 총선 하자고 하는 말은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뜻보다는 빨리 손 털고 싶다는 이야기인 거죠.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젯밤에 그렇게 격한 시위가 났고, 또 앞으로도 이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게 당장 식료품 값이 두 배로 올랐어요. 실업률이 25%예요. 4명 중 1명은 놀고 있는 거예요. 더구나 관광업에 종사하던 나라가 관광객이 제로예요. 이 상황들을 조기 총선을 통해서 그냥 자기는 빨리 누군가한테 이 모든 복잡한 문제, 이 위기들을 다 넘겨 버리고 자기는 손을 털겠다고 하는 이야기잖아요. 레바논 국민들은 그거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예요. 그랬을 때 레바논 국민들이 더 분노하는 거죠. 조기 총선 이야기 나오자마자 더 시위가 불붙게 된 거예요.
◇ 전진영: 그러면 레바논 정부 자체에 이런 종파가 권력을 나누는 이런 상황. 정치 개혁 자체가, 정부 자체가 개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개혁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 김영미: 레바논은 땅도 작지만 인재 풀도 작은 거예요. 인재도 작기 때문에.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바뀐다고 한들 다 거기에서 거기인 거죠. 그래서 레바논 국민들이 차라리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와서 통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 데에는 그런 애환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각료가 온다고 한들 저렇게 나눠 먹기 식이면 똑같다. 그리고 부정부패뿐만 아니라 지금 엄청난 경제 전문가가 와도 식료품 값이 두 배로 오른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겠느냐. 없는 관광객을 어떻게 만들겠느냐. 올해 3월에 거기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서 봉쇄령이 내려서 5월 달까지 두 달 동안 봉쇄령이 내려졌어요. 봉쇄령은 그야말로 생계를 할 수 있는 그런 게 완전히 봉쇄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식량 위기가 와 버렸어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땅도 만만치 않은 거예요. 그전에는 옆에 시리아라는 나라에서 농산물도 오고, 여러 가지 식량이 시리아를 통해서 값싼 식료품이 왔거든요. 그런데 시리아도 내전이네. 그러니까 거기서도 농산물이 안 오는 거예요.
◇ 전진영: 자급자족 형태 자체가 안 되는 거죠. 레바논에서는.
◆ 김영미: 완전히 봉쇄된 그 자체예요. 앞에 보면 바다고, 뒤를 보면 시리아예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 자체도 방법이 없고, 각료들도 방법이 없고. 지금 현재 저렇게 엄청난 폭파 사고가 났지만 이거를 도대체 누가 잘못했느냐를 밝힐 수 있는 진상조사 자체도 할 수 있느냐. 지금 레바논에서 다 부패했지만 가장 부패한 조직을 어디라고 꼽느냐고 물어보면 경찰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시위 사태에서 사망자가 경찰이거든요. 경찰에 대한 분노가 굉장히 심하거든요. 경찰이 수사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제가 그런 것을 물어보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가장 부패한 조직이, 가장 능력 없는 조직이 레바논 경찰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이런 부패한 정부 조직과 경찰. 이게 하루아침의 문제가 아니었고, 단지 사고는 그 모든 것의 결과였다는 것이 이번 레바논 사태의 총체적인 평가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전진영: 아무튼 EU를 비롯해서 중국, 미국 같은 국제사회가 정상회담을 열고 레바논에 대한 긴급 지원방안도 논의를 하고 있기는 한데, 단순히 이번 폭발사고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이라든지, 표면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사실 단순한 폭발사고가 아니라 말씀해주신 대로 레바논 안에서의 뿌리 깊은 내분에 의해서 일어난 사고라서 이런 부패 문제나 진상규명 자체에 국제사회가 손을 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런데 국제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요?
◆ 김영미: 일단 레바논 정부가 전 세계 정부 부패 지수 중에 180개국 중 137위예요. 그러니까 뭔가 원조를 하거나 구호물자를 주면 정부에게 믿고 맡기는 거잖아요. 레바논 정부에 주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국제사회도 굉장히 혼란스럽기도 하고, 이것을 누구한테 줘야 골고루 국민들한테 구호물자가 갈지, 그것도 참 난해한 문제일 거예요. 돈을 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분배가 돼서 레바논 국민들에게 당장 도움이 될 건지. 그런 것도 굉장히 지금 문제가 되고. 또 코로나 상황을 일단 해결을 봐야 하는 거죠. 지금 사람들 같은 경우는 의료 시설도 문제가 되고 있어요. 더구나 이번 폭파 사고로 앞에 굉장히 큰 병원이 하나 있었거든요. 사고 현장에. 성조지병원이었는데, 흔적도 없이 날아갔어요. 가뜩이나 없는 병원 중에 병원 하나가 날아가 버리니까 이런 상황들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전 세계가 지금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죠.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구호물자를 직거래로 달라.
◇ 전진영: 내가 직접 받을 수 있게. 그것도 정부를 못 믿으니까.
◆ 김영미: 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 본 적도 사실 없고,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스템으로 해야 할지, 그런 것도 참 고민스럽고. 그 물리적인 폭발사고보다 그 여파가 사실 더 큰 게 가장 문제입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의료체계가 부실한 것도 굉장히 걱정이 될 것 같아요. 코로나19도 지금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이렇게 폭발사고까지 터져 버리면 레바논 국민들이 의료에 대한 지원을 잘 받을 수 있을까. 이 부분도 걱정이 굉장히 되네요.
◆ 김영미: 의료뿐만 아니라 식량, 전반적인 학교, 나라 전체가 거의 작동이 안 해버리는, 무정부 상태와 비슷한 상황이 되고. 아시다시피 레바논은 헤지볼라와 이스라엘의 안보 상황의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2006년에 전쟁까지 났던 나라예요. 잘못하면 또 이스라엘과 헤지볼라가 맞닿고 있는 국경에서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지금 취약한 상황이고, 이런 상황이 또 격화되면서 거기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보면 무장세력들이 많아요. 이런 테러리스트 문제가 또 발생할 수도 있고. 그래서 단순히 민생고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안보 문제까지도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 전진영: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레바논의 현재 상황,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PD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영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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