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육 학대' 비극...의대 진학 강요로 9년 재수한 딸, 어머니 살해

日 '교육 학대' 비극...의대 진학 강요로 9년 재수한 딸, 어머니 살해

2021.03.17. 오후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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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육 학대' 비극...의대 진학 강요로 9년 재수한 딸, 어머니 살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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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9년 동안 재수를 강요당한 딸이 어머니를 살해해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의대 진학을 강요당하며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간섭을 받아야 했던 피고인에게 동정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3년 전 일본 시가현 모리야마시에서 일어난 모친 살인사건의 피고인 노조미(34)가 지난 1월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5일, 교도통신은 사건 경위와 재판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2018년 3월, 당시 58세였던 여성 키류 시노부의 훼손된 시체가 시가현 하천에서 발견됐다. 현 경찰은 같은 해 6월 대학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노조미를 시체 유기 혐의로 조사한 데 이어 9월에는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피고 노조미는 숨진 어머니의 외동딸이었다. 회사원이었던 아버지는 노조미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어머니와 별거했다. 어머니는 노조미가 어릴 때부터 딸의 진로를 의과 대학 진학으로 정해 놓고 아이를 엄하게 훈육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노조미의 성적이 크게 떨어졌고,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무렵 그녀는 의대 진학이 불가능한 성적이었다.

노조미는 결국 의대 진학에 실패했지만 어머니는 친척에게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한 뒤 딸에게 의대에 진학한 척하라고 요구했다. 어머니는 의대에 진학할 때까지 무려 9년 동안이나 재수를 강요했으며 딸에게 전혀 자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딸의 휴대 전화를 늘 감시했으며 목욕조차 혼자 하게 두지 않았다. 노조미는 어머니를 피해 3차례 가출했지만 늘 집으로 다시 끌려 들어왔다.

딸이 9년 동안 의대에 합격하지 못하자 어머니는 조산사가 되는 것을 조건으로 시가 의과대학 간호학과 입학을 허락했다. 하지만 노조미가 조산사가 아닌 수술실 간호사를 지망하면서 모녀 사이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어머니는 노조미가 자신 몰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분노해 스마트폰을 부수고, 딸을 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딸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할 계획을 세웠다. 노조미는 2018년 3월 어머니를 살해한 뒤 SNS에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이것으로 안심이다"라고 적었다.

1심 재판부는 노조미에게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피고가 극한의 상황에 몰려있던 것이 인정된다며 5년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자란 환경이 '장년에 걸친 모녀만의 폐쇄적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공소 기한인 2월 초까지 변호사와 검찰 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노조미는 서한으로 진행한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도쿄대학이나 국공립 의학부에 가는 것이 시가 현 출신의 엘리트 코스라고 생각했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머니는 최종 학력이 고졸인 것을 후회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고 전했다. 또한 어머니가 "자신보다 성적이 나빴던 친구가 간호사가 됐다"며 간호사는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회상했다.

노조미는 "구치소는 규칙만 지키면 질책을 받지 않아 지금이 더 마음 편하다. 교도관은 적어도 내게 짜증 나니까 죽어 버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만큼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지만, 일본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입시공부를 강요하거나 일상생활을 속박하는 이른바 '교육 학대'가 이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메이지대학 임상심리학 교수 모로토미 요시히코 교수는 "아이가 다른 인격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모가 직업 선택이나 진로 소망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부모의 인생의 소망을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입장에서도 대처하기 어려우므로 학교 상담사나 아동 상담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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