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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8월 31일 (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문희정 국제시사 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보선 앵커(이하 황보선): ‘세시방’에서 아프가니스탄 관련 이슈 알아봅니다. 문희정 국제시사 평론가 함께 하십니다. 안녕하세요?
◆ 문희정 평론가(이하 문희정):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미국이 아프간 철수 종료를 선언했죠?
◆ 문희정: 미국 국방부는 아프간 현지시각으로 30일 밤 11시 59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마지막 수송기 5대가 이륙했고 철수 작전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철수 시한 하루를 앞두고 철수작전을 지원했던 미군 5000명을 비롯해 마지막 인력까지 떠남으로써 공식적인 모든 대피 작전이 종료됐습니다. 미국은 대피작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14일 이후 12만 3천명이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밝혔는데요. 탈레반은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 이륙직후 폭죽을 터트리면서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고 곧바로 아프간 전역에 대한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황보선: 지난 주 아프간에서 IS 테러가 발생했고 미국이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2차례나 공격을 했는데 이 소식부터 짚어보죠.
◆ 문희정: 지난 26일 IS의 아프간 지부격인 IS 호라산, IS-K 또는 ISIS-K라고 불리는 테러 무장 조직의 조직원이 아프간의 수도인 카불의 공항 출입구에 접근해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질렀는데요. 이 공격으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여 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13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 의지를 천명했고 다음 날인 27일 미군은 카불 동쪽 낭가하르주에서 드론을 이용해 차량을 타고 가던 IS 호라산의 고위급 2명을 사살했고요. 29일 오후에도 미군은 카불 공항 북서쪽 민간인 거주 구역에서 폭탄을 싣고 공항으로 향하던 테러 용의자 차량을 공습해 IS-K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린이 6명이 포함된 민간인 10명이 사망해 비판과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고요 또 30일에는 카불공항을 겨냥해 로켓포가 5발 발사됐지만 미군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차단해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황보선: 실질적인 테러가 일어나기도 하고 상황이 더 급박해지면서 대피 작전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면서요?
◆ 문희정: 31일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피난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일단 지난 26일 발생한 테러로 인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아직 대피 인원이 수천 명이 남아 있음에도 지난 주말 대피 작전 종료를 선언해버렸고요. 공항이 폐쇄되면서 가뜩이나 더딘 철수 작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31일 이후에도 철수 작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난 29일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호주 등 100개국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탈레반도 이를 약속했다며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공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황보선: 철수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아프간을 떠나기에 급급한 미국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는데 미국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아프간에 관여하기 시작했나요?
◆ 문희정: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것은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이후이지만 1979년 소련이 침공해 아프간 친소련 정권을 지원할 때 이에 대항하는 반군 세력을 미국이 은밀히 지원하면서 본격적인 개입이 시작됐는데요.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 CIA는 파키스탄 정보부 ISI와 함께 소련 적군에 대항해 싸우는 반군 세력인 무자헤딘 전사들을 훈련시키고 무기와 정보, 자금을 제공했습니다. 냉전 체제에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시작된 미국의 아프간 개입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군벌 세력이 탄생하는데 도움을 준 모양새가 돼버렸는데요. 1989년 소련이 아프간에서 물러난 뒤에도 친소 정권에 대항하는 수많은 군벌들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내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이 결성되고 정권을 잡게 되는 상황까지 펼쳐졌습니다.
◇ 황보선: 사실 아프간은 제국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강대국들이 패배를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잖아요?
◆ 문희정: 이란,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중국으로 둘러싸인 아프간은 험준한 산악 지형의 내륙국인데요. 아시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탓에 실크로드의 중심 지역 중 하나이기도 했고 상업적으로 융성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요충지였지만 국토의 절반이 해발 1천m 이상인 산악 지형이고 혹독한 겨울 날씨, 저항 세력 때문에 역사적으로 아프간을 완전하게 정복한 나라가 없는데요.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3번의 전쟁을 치르면서도 영국은 아프간 정복에 실패해 결국 독립을 허용했고 소련 역시 10년 간 1만 5000명의 사망자, 7만 5천명의 부상자만 낸 채 물러나야 했으며 미국도 20년이라는 최장기 전쟁을 치렀지만 결국 탈레반에게 정권을 내주고 철수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문제는 여러 강대국들이 침략을 거듭하는 동안 수많은 아프간의 무장 조직이 형성되고 더 강화되는 상황이 됐다는 건데요. 험준한 산악 지형을 이용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아프간 무장 조직들에게 강대국의 군대는 맥없이 참패를 당하면서 첨단무기들만 빼앗기며 무장 능력만 더해주는 악순환이 벌어졌습니다.
◇ 황보선: 수많은 무장 조직들 중에서 유독 탈레반이 정권까지 잡을 정도로 성장을 했는데 어떤 조직인가요?
◆ 문희정: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는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건국이념인 이슬람원리주의 사상 ‘와비히즘’을 이슬람권에 확대하기 위해 이슬람학교 ‘마드라사’를 이슬람국가들에 세웠는데요. 공산정권을 피해 파키스탄으로 넘어온 아프간 난민들이 주로 이 학교 학생이 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앞서 말씀드린 소련에 대항하는 무자헤딘이 결성되게 됩니다. 그리고 소련 철수 후 무자헤딘은 여러 세력으로 분열되면서 내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아프간 최대 민족인 파슈툰족 청년들이 탈레반, ‘학생들’이라는 뜻의 무장조직을 결성했는데요. 파슈툰족은 아프간에만 1400만 명, 파키스탄에는 40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영국에 의해 국경이 나뉘면서 이들이 갈라지게 됐지만 현재까지도 파슈툰족이라는 동질성은 상당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 황보선: 특별히 파슈툰족들로 구성된 조직이 탈레반이라는 건데 정권도 잡았고 미국이 20년 간 소탕 작전을 펼쳤지만 결국 재집권하게 됐군요.
◆ 문희정: 앞서 파키스탄에도 상당히 많은 파슈툰족들이 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이게 탈레반이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핵심 이유입니다. 미군에 의해 쫓기던 탈레반들은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숨어들었고 아무리 많은 전사자가 나오더라도 파키스탄 내 파슈툰족들에 의해 계속해서 조직원들이 공급됐는데요. 친미 정권보다는 파슈툰족 정권이 더 편한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카슈미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왔고 탈레반의 형성 과정에도 깊숙하게 개입돼 있었습니다. 미국이 침공한 후 일시적으로 후퇴하긴 했지만 끊임없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미국과 평화협상을 진행할 2018년 당시 이미 아프간 영토의 60% 정도를 회복했다는 분석도 있었는데요. 결국 미국이 철수를 공식화한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에 아프간의 수도 카불까지 장악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 황보선: 이번에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간 협력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왔는데 이번 특별기여자들 입국으로 향후 한국 내 어떤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까요?
◆ 문희정: 지난 2015년 난민 사태를 겪은 유럽에서는 이슬람 이민 2세대들 가운데 사회 부적응자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텔레반이나 IS의 지령을 받고 현지에서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데요. 이미 우리나라에는 340명 정도의 아프간인들이 유학생이나 노동자로 들어와 있고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테러를 일으키는 극단주의 세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아프간인들도 이 부분을 계속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법무부는 아프간 협력자들을 특별기여자로 칭했는데요. 법적 지위로는 난민과 같지만 까다로운 난민 인정 절차를 면제하고 5년 동안 체류하면서 취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F-2' 체류 자격을 줬습니다. 비록 400명 정도의 특별기여자를 받아줬지만 앞으로 아프간 난민들을 더 수용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데요.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난민 인정 비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지만 더 이상은 난민에 대한 사회 공론화 과정을 늦춰서는 안 될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황보선: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문희정: 고맙습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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