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도시 하리코프에 러시아군 진입"...곳곳 눈물의 생이별·필사의 탈출

"제2 도시 하리코프에 러시아군 진입"...곳곳 눈물의 생이별·필사의 탈출

2022.02.27. 오후 6:1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 러시아 군이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로 집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국경에서는 우크라이나 총동원령으로 징집된 남성들과 가족 간에 눈물의 이별과 필사의 탈출이 이어졌고 한 교민은 이틀 밤을 세운 끝에 국경을 넘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 도시에 나가 있는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승윤 특파원!

[기자]
네, 폴란드 프셰미실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지, 나흘째 접어들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군의 전방위적인 총공세와 우크라이나 군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키예프 시내 곳곳에서는 시가전이 벌어지고 폭발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지시간 일요일인 오늘 새벽 러시아군이 제2 도시 하리코프에 진입해 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주지사는 러시아의 경량 차량들이 하리코프의 도심을 침범해서 우크라이나군이 적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남동부 2개 주요 도시 완전 포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 병력의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 내부로 진입했지만,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성공적인 데다 러시아가 병참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총동원령 이후 우크라이나 병력 자원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인데, 소총과 화염병, 칼, 망치까지 들고 전투에 나서고 있습니다.

키예프에서 결전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군에 연료 등 물자 부족 현상은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독일과 네덜란드, 프랑스는 대전차 무기와 지대공 미사일, 연료 등을 지원하고 체코는 총기와 탄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외무부와 국방부, 크렘린궁 등 고위급 협상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호멜에 도착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와 기꺼이 협상하겠지만 장소로 폴란드를 원한다며, 벨라루스에선 협상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벨라루스군과 연합 훈련을 하다가 벨라루스를 거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악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지금까지 15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추산되는데 징집된 남성들과 가족이 눈물의 생이별을 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15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폴란드나 몰도바,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로 피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엔은 교전이 확전될 경우 피란민이 4백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인 메디카와 코르초바 검문소는 물론, 지금 제가 나와 있는 프셰미실과 코르초바 등 9개 피난민 캠프는 인산인해를 이룬 상태입니다.

폴란드는 빠른 탈출을 돕기 위해 피난민 입국 때 코로나19 음성 확인서와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 18세~60세 남성에 대한 총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국경을 넘은 피난민은 여성과 노인, 어린 아이들입니다.

피난민들이 한꺼번에 도로에 몰리다 보니 며칠 만에 국경에 도착했는데 총동원령이 내려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남성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알렉산더 / 폴란드 시민 : 사촌과 그 남편, 아이가 올 건데 아마 남편은 못 올 겁니다. (왜요?) 우크라이나 정부가 17세를 넘은 남성은 출국하지 못하게 해요. (안타깝네요.) 그러니까요. 밤새 남성 피난민이 있는지 지켜봤는데 여성과 아이 피난민 뿐이었어요.]

[빅토리아 / 폴란드 거주 우크라이나인 : 세계인들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길 간청합니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지원이 필요해요. 부디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

[앵커]
현재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우리 교민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전쟁 발발 이후 교민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이제 현지에 남은 우리 국민은 47명으로 줄었다고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피난길에 오른 교민 김도순 씨를 만났는데 키예프에서 이틀 밤을 새며 장장 52시간, 600km를 달려 우크라이나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주유도 힘들었으며, 화장실은 한 번도 가지를 못했지만, 가장 어려웠던 건 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도순 / 폴란드 입국 우크라이나 교민 : 운전대를 잡을 때는 자지 않는데 정체가 돼서 차를 세우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머리를 자동적으로 내려가더라고요. 구간이 계속 그렇습니다. 그래서 차가 자동이 되다 보니까 전진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자다가 받히는 사람을 실제로 봤어요.]

김 씨는 우크라이나 경찰의 검문검색으로 폴란드 국경 검문소까지 불과 12㎞를 더 가는 데 무려 36시간이 걸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10분 이상 잤다가는 뒤차에 자리를 뺏길 수 있어 콜라와 빵 등으로 체력을 비축하며 버텼습니다.

출발할 때는 장모와 처남도 함께 떠났지만 총동원령으로 처남이 징집 대상이 되자 생이별을 했는데 아내와 아들 모두 울음을 터뜨려 눈물바다가 됐다며 안타까웠던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김 씨 가족은 폴란드에서 휴식을 취한 뒤 체코로 넘어가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다린다는 계획입니다.

이후 현지에 체류하던 우리 국민 10명이 루마니아와 헝가리로 탈출에 성공했고, 남은 교민 47명 중 8명이 루마니아와 폴란드, 슬로바키아로 이동 중이며, 다른 교민 8명도 피난을 준비 중입니다.

교민 31명은 이동 위험과 건강 문제 등으로 현지에 남는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 도시 프셰미실에서 YTN 이승윤입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