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생중계 논란...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유튜브 생중계 논란...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2022.03.14. 오후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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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3월 1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유튜브 생중계 논란...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오늘은 우리 대선 일정으로 뉴스에서 좀 잊혀진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어느새 3주차에 접어드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얘깁니다.

◆ 김언경> 네, 그런데 사실 우크라이나 보도량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 검색 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한 2월 24일부터 3월 10일까지 15일간 관련 기사 수는 18,563건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의 엄청난 관심사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워낙 보도량도 많고 제가 또 국제관계 전문가도 아니어서 기존 언론 보도 문제점을 찾아서 정리해보았습니다.

◇ 김양원> 국내에서도 취재단을 꾸려서 현지에 파견하기도 했는데, 외신을 통해서 전해지는 기사를 보면 전쟁의 참혹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언론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에 대해서 어떤 점을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나요?

◆ 김언경> 기자협회보의 박지은 기자가 3월 8일 쓴 를 보면 소셜미디어 發 소식을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쓰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클릭 수 경쟁’, ‘트래픽’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예로 지난달 28일 이후로 개인 소셜미디어를 인용한 ‘드레스 대신 총 든 미스 우크라이나’ 보도가 쏟아졌고, 지난 1일엔 ‘푸틴에 저항하는 군인과 성관계 성인모델 反러시아 운동 적극 동참’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런 보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극적인 ‘해외 토픽 류’ 기사로 소비하면서 단순 흥밋거리로 전락시킬 수 있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 김양원>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전쟁터에서 취재를 해야하는데, 일단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국으로 정하면서 접근 자체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SNS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사실확인이 안된 정보가 그대로 보도되고 있는 것도 문제죠?

◆ 김언경> 네 그렇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기자협회보에서도 ‘파키스탄이 10억 달러 차관을 갚지 않는 방식으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는 허위 글을 인용해 보도한 후 문제를 파악하자 기사를 삭제한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고요.

2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국내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에 러시아의 입장이나 주장만 반영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반군이 점령한 돈바스 지역 주민의 50%가 러시아 출신이라는 보도에 "50%가 러시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출신 사람들 중엔 (오래전인) 19세기 러시아 제국 때부터 이주해 왔던 사람들과 소련 때 넘어온 사람들도 있다"며 "(구소련 시절인) 50년 전에 온 사람들과 (러시아 제국 시절인) 100년 전에, 또 그보다 더 전에 온 사람들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한마디로 "러시아와 협력하며 전쟁을 도운 사람은 아주 일부, 아주 소수라는 점을 잘 아셔야 된다"며 "거기에 러시아계 사람이 다 남아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지금 싸우고 있다고 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쉐겔 교수는 "러시아 언론은 푸틴의 선동 수단"이라며 신중한 언론 보도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뉴시스에서는 SNS에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지시간 8일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26일 트위터에는 붉은 화염을 배경으로 화염병 등을 던지는 남성들이 찍힌 사진 4장이 올라왔는데요.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게시글에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 탱크 2대를 파괴한다", "러시아군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게릴라전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등의 설명이 달렸답니다. 이 글을 1400번 이상 리트윗되는 등 SNS에서 확산되었는데요. AFP는 해당 사진들은 모두 8년 전인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유로마이단 시위 당시 사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SNS에서 "<연합뉴스> [2보] 푸틴, 우크라이나 동부서 전략 핵무기 사용 승인 선포"라는 기사가 퍼져서 공포감을 키우기도 했는데요. 이는 연합뉴스를 사칭한 가짜뉴스여서 연합뉴스가 해당 기사는 연합뉴스와 전혀 무관한 가짜뉴스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 김양원>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격화된 내용에 대해 흥미 위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 김언경>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 올레나 시도르추크가 2월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MBC 공식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서 내놓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위기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부족으로 러시아 침공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골자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올레나는 “한국 뉴스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영상 만드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거 알겠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여론몰이를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다”라며 “원하는 그림만 보여주고 일부 팩트만 이야기를 하면서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않게 선거를 잘 하자’는 메시지를 푸시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언론사가 할 짓이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아마추어 같은 그의 정치 행보도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26일 삭제됐습니다. 유튜브에서 먼저 비공개 처리가 됐고 이후 MBC 자체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영상이 내려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엠빅뉴스 측에서는 관련 내용은 국내 언론들에서도 이미 다뤄졌던 내용들로 팩트가 틀린 부분은 없었으며, 다만 일부 우크라이나인 시청자가 해당 콘텐츠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반응에 공감하고 비공개 처리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엠빅뉴스 영상 공개에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 24일 “러 침공 예측 못하고 위기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고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SNS에 이 기사를 공유해서 ‘외교 결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한국경제의 2월 25일 사설 <자주국방·동맹 중요성 새삼 일깨운 우크라이나 교훈>에서도 “코미디언 출신으로 국방·안보 요직에 연예계 동료들을 대거 앉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미국이 지원할 것”이란 담화문으로 국민에게 ‘희망고문’만 해댔다. 지도자의 안보관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반면교사다.”라고 보도했습니다.

◇ 김양원> 관련한 내용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거론이 되면서 결례 논란을 빚기도 했죠. 사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의 대선 선거운동 시기에 불거지면서 대선 상황과 연결지어 보도한 사례들도 많은데요. 그런 보도의 문제점은 없었나요?

◆ 김언경> 선거 시기에 우리 언론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문재인 정부 때리기의 도구로 활용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세계일보의 2월 25일 사설 <‘공허한 평화론’ 위험성 일깨워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문재인정권은 임기 내내 평화를 외쳤지만 대북정책에서 빈손으로 물러나게 됐다. 북한을 외교안보의 우선순위에 두는 잘못된 정책을 펴는 바람에 한·미동맹은 약화했고, 대일 관계는 사상 최악 상황에 놓였다.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연기되고 대북 정찰 능력도 약화했다. 외교에도 자강에도 실패한 것이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권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다음달 9일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엄혹한 국제환경 속에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도 동북아의 불안 요인이다. 평화만 되뇔 때가 아니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처럼 선거와 우크라이나를 연결짓는 보도나 논평들이 많았지만 진지하게 우크라이나사태 톺아주는 보도들은 부족했습니다. 그저 우리 정부의 그동안의 대북관계를 비판하는 정도의 보도들이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3월 5일 조선일보 사설 <원전까지 공격한 푸틴, 北·中·러 독재자의 본질 직시해야>에서는 “이런 푸틴을 보며 국제사회는 러시아, 중국,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독재 집단의 위험성을 다시 보고 있다.”면서 “북·중·러 독재 정권의 민낯과 위험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 세 나라와 인접해 있다. 이들의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본성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경각심을 가져야 할 나라가 우리다. 그런데 한국 정권은 북한 체제를 공개 찬양하고, ‘시진핑의 중국몽(夢)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공산당식 전체주의에 경각심이 아니라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한국정부는 북 체제를 공개 찬양한 적이 없으며 ‘중국몽과 함께 하겠다’고 한 것도 보수언론의 발언 왜곡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런 보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선거에 연결지어서 표심을 사려는 행태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요즘은 인터넷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SNS를 통해 바로 공유되는 세상이잖아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보내오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마치 전쟁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실제 한 방송사에서는 유튜브 실시간 중계도 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일단 전쟁의 참혹함을 세계에 고발한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SNS를 통해서 자신들의 일상을 전하는 것, 그것을 인용한 보도는 불가피하겠죠. 하지만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하는데 있어서는 거듭 신중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말씀하신 유튜뷰 실시간 중계도 문제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향신문이 2월 28일 <“전쟁 영상을 게임 보듯 소비”…MBC, 유튜브 생중계 논란>기사에서 MBC 유튜브 채널이 키이우의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한 것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당시 MBC는 CCTV 영상을 크게 보여주고 아래로는 자사 뉴스가 작게 삽입해 송출했고 영상 옆으로 실시간 댓글이 달렸습니다. 기사에서는 김나리 미디어인큐베이터오리 대표는 “MBC가 제공하는 CCTV 영상에는 전쟁에 대한 MBC의 관점도, 해석도 전혀 없다”며 “이 때문에 댓글창에서는 전쟁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난무할뿐더러, 사람들은 마치 게임을 보는 것처럼 이 영상을 관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 MBC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전쟁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것이 우려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전쟁이 '시시하다'는 평가를 보고 걱정이 됐는데요. MBC가 지금은 CCTV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외신을 통해 들어오는 우크라이나의 현지 실시간 영상을 방송하며, 외신 영상이 끊길 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뉴스 다시보기를 방송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좀더 심도있게 살펴볼 수 있는 보도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 김양원> 네, 오늘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 문제를 짚어봤는데, 마무리하면서 좋은 보도 소개도 하나 해주신다면요?

◆ 김언경> 저는 3월 8일 경향신문의 홍기빈의 '두번째 의견' <우크라이나 친구의 이야기> 보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답을 이야기하는 보도는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지인이 이번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전하는 칼럼 형태의 보도인데요.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친러시아파와 친서방파로 갈라졌던 우리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로 우리의 ‘국민국가’를 세워야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는 점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다루는 보도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 김양원> 네, 전쟁이 어서 끝나길 바라는 우크라이나의 간절한 소망이 어서 이뤄지길 바랍니다. 오늘은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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