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조' 英총리, 노숙인에 "직장 있냐" 질문해 '뭇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노숙인 쉼터에서 배식 봉사를 하다가 노숙인의 현실을 아예 모르는 듯한 발언을 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문제의 장면은 수낵 총리가 성탄절을 앞둔 지난 23일 아침, 런던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 배식 봉사 활동을 하던 중 나왔습니다.

배식을 받던 한 노숙인 남성이 "경제 해결책을 찾고 있느냐"고 묻자 수낵 총리는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뒤이은 대화에서 수낵 총리가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무료 배식을 받으러 온 노숙자에게 "지금 직장이 있느냐"라고 물은 것입니다.

그러자 이 남자는 "나는 노숙인이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제나 금융업에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수낵 총리는 노숙인에게 "그럼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아무 곳이나 좋다. 하지만 모르겠다. 우선 크리스마스나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 동영상이 영국 방송 ITV의 트위터 계정을 타고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총리가 노숙자 등 서민의 실정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앤절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 등 야당 의원이나 비판론자들은 '민망하다', '기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당의 제스 필립스 의원은 트위터에 "가난은 심화하는데 수낵은 봉사단체 종사자로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평범한 영국인의 삶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총리라고 평가하는 댓글들이 적지 않게 달렸습니다.

다만 수낵 총리의 지지자들은 상대를 깔보지 않고 대화하는 태도라고 감쌌습니다.

수낵 총리는 금융인 출신의 정치인으로 지난 10월 총리에 취임했습니다.

그는 영국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친 데다가 천문학적 재산을 보유한 인도 재벌가 부인을 둬 1조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금수저' 정치인으로도 통합니다.

그는 재무장관 시절인 지난 3월 유가가 내려간 것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주유소에서 기아 '리오'에 기름을 넣는 장면이 담긴 보도사진을 배포했다가 서민 흉내를 낸 것 아니냐는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해당 '리오'는 주유소 직원의 차로 밝혀졌습니다.


YTN 임수근 (sglim@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