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아일랜드 거인, 240년 만에 '구경거리' 신세 면해

사진 출처 : 아일랜드 왕립내과대학(RCPI)

생전에 거인병을 앓았던 한 남성의 유골이 사후 240년 만에 구경거리 신세를 면하게 됐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영국 런던의 헌터리언 박물관이 최근 인기 전시품목 중 하나였던 231㎝ 거구의 유골을 더 이상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하며, '아일랜드의 거인' 찰스 번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찰스 번은 1761년 현재의 북아일랜드 시골에서 '말단비대증'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20세이던 1781년 런던으로 간 그는 스스로를 '아일랜드 거인'으로 소개하고 키가 큰 자신을 사람들에게 보여줘 큰 돈을 벌고 유명인이 됐지만 1783년 22세의 이른 나이에 숨졌습니다.

번이 살아있을 때부터 많은 사람이 그의 유골에 관심을 보였고, 이에 그는 자신이 숨질 경우 시신을 무거운 관에 넣어 바다 아래로 가라앉히는 수장을 치러 줄 것을 주변에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영국의 외과 의사이자 해부학자였던 존 헌터는 번의 친구들에게 500파운드를 지불하고 거인의 시신을 빼돌렸습니다.

번의 골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런던 레스터 광장에 있는 헌터의 저택에서 전시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간 8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헌터리언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품이 됐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뜻이 뒤늦게 알려지며 이를 거스르는 유골 전시의 윤리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최근 박물관 신탁위원회는 수리 작업으로 5년째 휴관 중인 박물관이 오는 3월 재개관할 때부터 더 이상 번의 유골을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찰스 번의 유골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번의 고향인 북아일랜드로 돌려보내 유골을 매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번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작가 힐러리 맨틀(Hilary Mantel)은 "이 유골로 과학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면서 "그를 영면에 들게 해주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YTN 김태현 (kimth@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