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터 현실은?..."죄책감·두려움·비정함"

우크라 전쟁터 현실은?..."죄책감·두려움·비정함"

2023.02.26. 오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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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가장 힘들게 한 건 살아남은 죄책감"
"포로 생활 뒤 멀쩡해 보이는 건 오히려 문제"
베테랑 군인도 늘 두려움과 싸워…"조국·가족 위해"
"러시아군, 다친 병사들에도 총 쏘고 무능력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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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 취재진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이번 전쟁에 참여했던 전직 군인·기술자와 만났습니다.

전쟁터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고, 현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김승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자원입대했던 20대 심리상담사는 군인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점으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죄책감을 꼽았습니다.

[아르템 / 참전 군인·심리상담사 : 동료를 잃고 싸우지 못하는 동료도 봤어요. 혼자 살아남아서 동료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의식 때문이에요.]

또, 포로 생활처럼 극단적 환경에 노출되면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데,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아르템 / 참전 군인·심리상담사 : 처음엔 괜찮아 보이는데, 괜찮은 게 아니에요. 정확히 말을 하지도 않아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욕구를 감췄거든요.]

20년 넘게 군 복무를 한 베테랑 군인도 전쟁터에서 늘 두려움과 싸웠는데, 버티게 한 힘은 조국과 가족이었습니다.

[디미트로 / 참전 군인 : (러시아군을 향한) 작전 수행 중이었는데, 러시아군이 발견하고 우리를 공격했어요. 그걸 막으려다가 다치게 됐습니다.]

한때 가장 친밀하게 생각했던 러시아군은 다친 병사들에게도 총을 쏘는 비정한 사람들이며, 그들의 무능력함은 웃음거리가 됐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루 내내 러시아의 폭격이 이어질 때 어려운 점으로는 뜻밖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블라디슬라브 / 참전 군인 : 러시아군 폭격이 시작될 땐 아무도 먹지 않아요. 먹고 나면 화장실에 가야 하니까 나가다 표적이 될 수 있거든요.]

또, '물티슈 두 장이면 샤워, 세 장이면 목욕'이라고 부를 만큼 열악한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이호르 / 참전 기술자 : 전쟁터에서 돌아왔을 때 제일 하고 싶은 게 30분 동안 샤워하거나 목욕하는 거였습니다.]

이곳은 이번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 사진이 빼곡히 붙어있는 '추모의 벽'입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빈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만큼, 우크라이나 사회가 보듬어야 할 아픔도 그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YTN 김승환입니다.


YTN 김승환 (k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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