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남성 생중계한 CNN "기자 정신? 기자가 제정신?"

분신 남성 생중계한 CNN "기자 정신? 기자가 제정신?"

2024.04.2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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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남성 생중계한 CNN "기자 정신? 기자가 제정신?"
남성 분신 사망 사건 벌어진 뉴욕법원 앞 공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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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 도중 법원 밖에서 벌어진 분신 사건을 생중계한 CNN 보도에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19일 오후 1시 30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받고 있던 맨해튼 형사법원 앞 폰드 공원에서 분신 사건이 발생했다. 공원에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모여있었고 CNN 뉴스 진행자 로라 코츠는 이 곳에서 재판 관련 전문가를 만나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이때 한 남성이 분홍색 전단지를 뿌린 뒤 갑자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총기난사범이 법원 밖 공원에 있다"고 했으나 이내 분신 사건임을 깨닫고 그대로 인터뷰를 중단한 뒤 현장을 생중계했다.

화면에는 불길에 휩싸인 남성이 잡혔다. 벤치에 앉은 남성이 불에 타는 모습은 한동안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중계됐다. 코츠는 여기서 "우리는 지금 저 남성의 몸 주변에 불이 여러 차례 붙는 걸 보고 있다"면서 "여기는 혼돈에 빠졌다. 살이 타는 냄새와 인화성 물질이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며 현장을 자세히 묘사했다.

생중계로 끔찍한 장면이 그대로 나가자 여론이 들끓었다.

뉴욕타임스(NYT)는 CNN의 보도에 "CNN의 보도는 너무 적나라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같은 장소에 있던 폭스뉴스 취재진은 분신 사건임이 파악되자 즉시 카메라를 돌렸고, 진행자는 사과했다.

CNN 내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해당 내용은 '다시 보기'에서 제외했다. 익명의 CNN 임원은 NYT에 "해당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면 모방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반대로 코츠가 현장에서 침착하게 행동했다는 호평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변호사 출신으로 CNN의 법률 분석가이자 오후 11시 뉴스 앵커인 코츠는 돌발 상황에서 인터뷰를 즉각 중단하고 눈 앞에 펼쳐진 사건을 쉬지 않고 자세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WP는 로라 코츠의 이력을 설명하며 "날카로운 정치적, 법적 논평으로 시청자에게 이름을 알린" 방송계에 몇 안 되는 저명한 흑인이라고 평가했다. CNN이 지난해 단독 앵커 자리에서 코츠를 떨어뜨렸을 때 CNN의 일부 직원들이 분노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분신 장면 생중계'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자 코츠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녀는 "내 본능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내 입과 내 눈이 말하게끔 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내 코는 그 냄새를 지우고 싶어 한다"면서 "(분신한) 사람과 그의 가족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YTN이 이번 사건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이봉우 미디어 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은 "CNN이 굉장히 부적절하게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원은 "말로 하는 리포트나 속보 자막 등으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사람이 불에 타고 있는 화면이 꼭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면 된다. 방송사들은 이러한 화면을 내보내는 것은 자신들이 시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BBC도, 우리나라의 방송 심의 규정도 이런 잔인한 장면들은 못 내보내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 분간 불에 탄 남성은 곧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날 밤 사망했다. 이 남성은 플로리다 출신의 30대 남성 맥스 아자렐로로 확인됐다. NYT는 아자렐로의 SNS 게시물과 체포 기록 등을 봤을 때 그가 특정 정당에 소속된 것은 아니며, 2022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심해진 편집증과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최가영 기자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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