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 '43년 수감' 美 여성, 재심에서 무죄

살인 누명 '43년 수감' 美 여성, 재심에서 무죄

2024.06.16. 오전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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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43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한 여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진범은 당시 경찰관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이미 숨졌습니다.

라이언 호스맨 판사는 현지 시간 14일, 살인 혐의로 수감된 샌드라 헴므 씨는 무죄라며 검찰은 헴므 씨를 30일 안에 석방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판사는 헴므 씨의 자백에 신빙성이 없고 그 외에 범행을 입증하는 어떤 증거도 없는 반면, 다른 용의자인 마이클 홀맨이 사건과 범행 현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은 1980년 11월 13일, 31살의 도서관 직원 패트리샤 제시크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잔혹한 살해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경찰은 좀처럼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헴므 씨는 이와 별개로 사건 거의 2주 뒤, 자신을 치료했던 간호사의 집 앞에 흉기를 들고 나타났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보내졌습니다.

헴므 씨는 12살 때부터 환청 증세를 보여 여러 차례 입원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경찰은 헴므 씨가 살인사건 바로 전날 병원에서 퇴원했고, 그날 밤 160km 떨어진 부모의 집까지 히치하이킹으로 간 것을 파악했습니다.

헴므 씨를 의심한 경찰은 취조를 시작했고, 정신이 불안정해 질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헴므 씨를 범인으로 몰았습니다.

처음 심문을 받을 때 헴므 씨는 진정제를 너무 많이 투여한 상태라 고개를 똑바로 들지도, 한 글자 이상으로 대답을 하지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절망한 헴므 씨는 1980년 크리스마스, 자신은 결백하지만 경찰이 사건 해결을 위해 아무나 잡아넣으려 한다며, 너무 지쳐서 그만 끝내려 한다고 부모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듬해 헴므 씨는 범행을 자백하는 대신 사형 선고를 받지 않게 해준다는 유죄 협상에 동의했습니다.

한편 사건 한 달여 뒤 경찰은 현직 경찰 마이클 홀맨을 허위 차량 도난신고로 보험금을 탄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홀맨의 차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목격된 바로 그 차였고, 홀맨은 사건 당시 다른 여자와 있었다고 알리바이를 주장했지만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홀맨은 사건 당일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홀맨의 집을 수색한 경찰은 금귀걸이 한 쌍을 찾았고, 피해자의 아버지는 자신이 딸에게 선물해 준 귀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4일에 걸친 수사는 갑자기 중단됐고 이런 내용은 헴므 씨의 변호사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홀맨은 나중에 경찰에서 해임됐고 2015년 숨졌습니다.

이번 재심을 이끈 변호사들은 헴므 씨가 오심으로 수감된 여성 가운데 최장기간 복역한 사례라며 법원에 즉각 석방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미주리주 검찰은 이번 판단에 대해 즉각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YTN 김도원 (doh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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