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 팔 잘리자 "가망 없다"며 방치한 농장주...이탈리아 '공분'

인도인 팔 잘리자 "가망 없다"며 방치한 농장주...이탈리아 '공분'

2024.07.03. 오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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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팔 잘리자 "가망 없다"며 방치한 농장주...이탈리아 '공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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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일하다 팔이 잘린 인도인 이주 노동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고용주가 체포됐다.

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남부 라티나 지역에 있는 농장 사장인 안토넬로 로바토(38)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라티나 검찰은 숨진 인도인 이주 노동자 사남 싱(31)의 사인이 과다출혈로 확인됐다며 "즉각적인 도움을 받았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피의자(로바토)는 자신이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며 "인간 생명을 등한시한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싱은 지난달 17일 로바토의 농장에서 일하던 중 농기계에 셔츠가 빨려 들어가 팔이 절단되고 하반신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지만 고용주인 로바토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로바토는 도움을 요청하는 싱의 아내에게 "가망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싱과 싱의 아내, 그리고 절단된 팔이 담긴 과일 상자를 화물차에 실은 뒤 집 근처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싱은 뒤늦게 로마의 산 카를로 포를랄리니 병원으로 이송돼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 사건은 이탈리아 전역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22일과 26일 라티나에서는 숨진 싱을 추모하고 이주 노동자의 근로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그의 형부인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은 모든 농업 기업가를 범죄인으로 일반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라티나 검찰은 사고가 발생한 농장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근로 조건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자 착취로 악명높은 라티나 지역에는 아시아 출신이 주로 고용돼 있다. 이들 대다수는 악덕 고용주나 마피아와 결탁한 중간 소개업자의 농간으로 법으로 보장된 혜택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다. 인도에서 3년 전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에 온 싱 역시 합법적인 근로계약서 없이 시간당 4유로(약 6,000원)를 받고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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