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서 만나 50년 함께한 부부, 동반 안락사로 생 마감

유치원서 만나 50년 함께한 부부, 동반 안락사로 생 마감

2024.07.03.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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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서 만나 50년 함께한 부부, 동반 안락사로 생 마감
BBC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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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한 부부가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고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BBC가 보도했다.

얀 피버(70)와 엘스 반 리닝겐(71) 부부는 지난달 3일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50년 전 유치원 시절에 처음 만나 결혼해 아들 한 명을 낳았다.

얀은 네덜란드 청소년 하키 국가대표팀 선수로 활약하다 스포츠 코치로 일했고, 엘스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보트와 항해를 사랑한 부부는 결혼 생활 대부분을 모터홈이나 보트에서 보냈고, 화물선을 사들여 내륙 수로를 따라 상품 운송 사업을 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자 건강에 위기가 찾아왔다. 얀은 2003년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엘스는 2022년 11월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엘스는 자신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알게 된 후 가족과 동반 안락사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얀은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좀비처럼 살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아내의 병(치매)을 생각했을 때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들은 부모의 동반 안락사를 만류했지만 결국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수긍했다고 한다.

안락사 전날, 엘스와 얀은 아들 가족과 함께 해변에서 산책하며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정말 이상한 하루였다"며 "우리 모두가 함께 마지막 저녁을 먹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안락사 당일 아침에는 부부의 가족과 친구들이 지역 호스피스에 모여 함께 추억을 나누고 노래를 불렀다. 의사들이 도착하자 안락사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고, 부부는 약물을 투여받은지 단 몇 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와 조력 사망이 합법이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요청하고 의사가 '신체적 혹은 심리적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개선 전망이 없을 때 가능하다. 최소 2명의 의사가 절차에 동의해야 한다.

2023년 네덜란드에서는 9,068명이 안락사로 사망했고, 이중 동반 안락사는 33건으로 총 66명이 택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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