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서 11만 명 목숨 잃어...18∼49세 미국인 사망원인 1위"

"2022년 미국서 11만 명 목숨 잃어...18∼49세 미국인 사망원인 1위"

2024.11.28. 오전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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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이유로 제시한 펜타닐 문제는 미국에서 국가 안보 위협 요인으로 거론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의 일종으로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합니다.

미국에서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2022년에만 약 11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18∼49세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는데, 약 10년 전부터 중국에서 국제우편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미국에 유입됐습니다.

현재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보다는 주로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원료를 멕시코의 마약밀매 조직에 공급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 중국산 원료로 만든 펜타닐과 원료가 국경을 넘어 미국에 유통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입니다.

이 때문에 펜타닐은 수년간 미중 관계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했으며, 전임 미국 행정부에서도 중국을 압박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인 지난 2017년 10월 오피오이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018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펜타닐 규제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을 받던 시 주석은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할 심산으로 트럼프의 여러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중 하나로 펜타닐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미국에 펜타닐을 판매하는 사람은 중국에서 법정 최고형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당시 백악관은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지 시간 25일 대(對)중국 관세 10% 추가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대표들은 미국에 마약을 보내다가 잡힌 모든 마약상에게 최고형인 사형에 처하겠다고 나한테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중국은 미국과 협력에 나섰지만,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협력을 중단하는 등 펜타닐 문제를 양국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해왔습니다.

'정찰 풍선' 문제 등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협력이 더 요원해졌다가 재개된 계기는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이었습니다.

회담에서 중국은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화학 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미국은 마약 문제 공조를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했고, 중국 공안부는 지난 8월 3가지 펜타닐 전구체에 대한 통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이에 앞선 지난 6월 펜타닐 전구체에 대한 단속 캠페인을 벌였고, 미국 정보기관 제보에 따라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위해 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 세탁범을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중국의 노력을 환영했으며 미중이 경쟁하면서도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펜타닐을 지목해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추가 관세 발표 이후 중국이 지난 26일 "중국과 미국은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마약 금지 협력을 수행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고 반박한 이유는 그간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 성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평등과 상호 이익,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미국과 마약 금지 협력을 계속하길 희망한다"며 "미국은 중국의 선의를 소중히 여기고 중국과 마약 금지 협력으로 어렵게 얻은 좋은 국면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은 자국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철저하게 마약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라면서 펜타닐은 미국의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6일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 정부의 정책을 탓하며 미국의 펜타닐 위기에 대한 책임을 피했다"면서 "중국은 또 19세기 영국의 착취적인 아편 교역을 지목하며 중국을 마약의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펜타닐 문제에 대한 중국의 더 강력한 대응을 압박하기 위해 관세를 꺼내 들었다고 보지만, 오히려 중국의 협력을 얻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시간 27일 "무역 전쟁 재개가 중국으로 하여금 (미중 간) 가장 생산적인 외교 채널 중 하나를 폐쇄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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