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면 감형해준다"...美 당국, 산불 진압에 죄수 939명 투입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LA 일대를 강타한 산불이 일주일째 확산 중인 가운데 죄수 900여 명이 화재 진압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교정갱생부는 지원인력 110명을 포함해 죄수 939명을 일시적으로 석방해 이번 산불 진압에 투입했다.

죄수들은 불에 탈 만한 물건을 치우거나 방화선을 자르고, 연료를 제거하는 등 보조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일당은 시간당 10.24달러(약 1만 5,022원)으로, 캘리포니아주 최저임금 16.50달러(약 2만 4,205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비상 상황에는 1달러(약 1,467원) 더 받을 수 있다.

교정당국은 화재 진압 업무에 투입된 죄수들에게 하루 근무당 복역 일수를 이틀씩 감면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소방 활동에서 참여하려면 가장 낮은 보안 등급의 죄수여야 하며, 교도소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 등 조건이 따라붙는다.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는 '비자발적 예속'(involuntary servitude)을 금지하면서도 범죄를 저질러 적법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데 따른 형벌인 경우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시카고대 법학전문대학원이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방 혹은 주 교도소에 수감된 약 120만 명의 죄수 중 65% 이상에 해당하는 79만 1,500여 명이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교정당국이 시키는 일을 거부하거나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할 권리가 없다. 심지어 일부 주에서는 노역에 대한 돈을 지급하지 않고 공짜로 일을 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권단체들은 적은 임금 등을 이유로 죄수들을 위험한 소방 작업 등에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YTN 이유나 (ly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