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법에도 불구...짙어지는 영국 내 인종차별의 그림자

평등법에도 불구...짙어지는 영국 내 인종차별의 그림자

2025.01.18. 오전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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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등법의 나라 영국은 모든 차별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 내에서 손흥민 선수를 향한 혐오 발언 사건을 비롯해 다양한 인종차별 문제가 발생하며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영국 내 인종차별의 실태는 어떤지 런던에서 정부경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10년째 활약 중인 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

지난해 6월 손흥민 선수가 주장으로 있는 토트넘의 동료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이 큰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현지 TV 생방송에서 손흥민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을 받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주어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뜻의 대표적인 동양인 대상 인종차별적 발언입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이 발언이 한국 사회 전체에 불쾌감을 줬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판단해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영국은 1965년,'인종관계법'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인종 차별에 대응해왔는데, 유럽의 인종 차별 금지법 중에서도 가장 먼저 발전한 사례로 꼽힙니다.

특히 2010년 '평등법'을 제정해 인종과 나이, 장애 유무와 성별 등을 이유로 누구라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들은 여전히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합니다.

[양혜경 / 영국 런던 동포 : 지나가면서 중국말을 한다든지 그런 건 그냥 일상에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고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기분이 굉장히 안 좋은데.]

영국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신고된 증오 범죄는 약 14만 건.

이 가운데 세 건 중 두 건이 인종 차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영국이 지난 2016년 국민투표로 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정한 게 인종차별을 더욱 심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합니다.

투표 결과,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쪽이 과반수를 넘으면서 인종주의 정서가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증오범죄는 25%까지 증가했고, 특히 브렉시트 찬성 지역에서 그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유수프 라작 / 영국 거주 이집트 이민 2세 무슬림 : (인종차별의 예시는) 부적절하게 공격의 타깃이 되는 식이에요. 불심검문을 당하기도 하고요. 나쁜 말을 듣기도 하죠. 소수인종 사람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요. 영국 정부와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다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비 EU 출신 이민자를 다시 받아들이고 있는 영국.

더 심각한 인종혐오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차별에 맞선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YTN 월드, 정부경입니다.



YTN 정부경 (kimmj04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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