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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앞세워 단행한 국제개발처(USAID) 해제 작업에 전 세계의 '스트롱맨'(권위주의 통치자)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국제원조기구인 USAID는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하려는 외국 단체들을 지원해왔는데, 해당국의 지도자들은 이 기관을 눈엣가시처럼 여겨왔습니다.
현지시간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급진적 미치광이들이 USAID를 운영해왔다'면서 해체를 선언하고 머스크가 USAID를 '범죄조직'으로 규정하며 직원들에게 휴직·해고를 통보한 후 러시아, 헝가리, 엘살바도르 등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똑똑한 조치"라고 응원하고 나섰고,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도 USAID는 "범죄조직"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환영했습니다.
'헝가리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USAID를 통한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을 축하하면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갱단 폭력을 단속하기 위해 권위주의 전술을 채택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한 게시물에서 "자금이 야당 단체, 정치적 의제를 가진 NGO, 불안정한 운동에 흘러 들어갔다"면서 USAID 지원프로그램을 비판했습니다.
USAID 예산 중 민주주의 증진 예산은 전체 예산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골로스라는 선거 감시단체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2011년에 치러진 의회 선거 과정에서 광범위한 투표 부정을 포착했습니다.
부정선거에 대한 분노는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반대하는 사상 최대의 시위로 이어졌고, 지난해 옥중 사망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끌었던 반체제 운동도 탄력을 받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외국에서 지원금을 받은 사람을 예수를 박해자들에게 팔아넘긴 유다에 비유했고, 이듬해에 USAID 자금이 러시아 단체로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 언론매체와 인권단체에 자금을 지원해 이란 지도부를 전복하려는 비밀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자금을 받은 단체를 'CIA(미 중앙정보국) 요원'으로 부르며 신뢰도를 떨어뜨리려고 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민주주의 프로그램 담당자인 토머스 캐로더스는 "USAID 해체 소식에 전 세계 독재자들은 축하하고 전 세계 민주주의자들은 한탄할 것"이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이는 소규모 조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이것은 정부의 도둑질을 폭로하려는 반부패 활동가들이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독립 언론사들이 그 일을 할 자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 내 노동자 인권 감시 단체 '중국노동감시'(China Labor Watch) 설립자인 리창은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의 행동은 중국과 다른 권위주의 정권에 상당한 기회를 창출했다"며 "미국이 대외 원조를 줄이고 경제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인권, 환경 보호, 노동권을 소홀히 하면서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중국의 성공 모델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USAID 폐쇄가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져 미중 패권다툼에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력확장 전략으로 집중하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옵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수석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 영향력이 줄어 다른 국가가 공백을 메울 것"이라며 "분명히 중국이 그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그간 일대일로가 경제협력, 동반성장 수단을 넘어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를 세계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USAID 원조는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확산하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기관입니다.
2023년에 USAID 예산은 미국 연방 예산의 0.7% 정도였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0.4% 정도였습니다.
미국이 USAID 해체에 나서면서 서방에서는 유럽이나 민간 기부자가 미국이 빠진 자리를 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진 않습니다.
망명 중인 러시아 석유 재벌이자 푸틴의 정적인 반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지난 3일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과 동료 사업가인 보리스 지민이 "러시아어 미디어, 인권 및 분석 프로젝트, 우크라이나에서 운영 중인 인도주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으나, 모든 지원금 수혜자에게 전액을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의 젤리케 크사키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직접적 민주주의 증진 프로그램에 연간 약 20억 달러(약 2조9천억 원)를, 유럽은 약 40억 달러(약 5조8천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고 계산했는데, 유럽이 미국의 지출을 대체하기 위해 예산을 50% 추가 배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당장의 문제는 USAID 해체 속도라며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났고, 문을 닫아야 할 조직이 많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대응할 때쯤이면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한 생태계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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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국제원조기구인 USAID는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하려는 외국 단체들을 지원해왔는데, 해당국의 지도자들은 이 기관을 눈엣가시처럼 여겨왔습니다.
현지시간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급진적 미치광이들이 USAID를 운영해왔다'면서 해체를 선언하고 머스크가 USAID를 '범죄조직'으로 규정하며 직원들에게 휴직·해고를 통보한 후 러시아, 헝가리, 엘살바도르 등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똑똑한 조치"라고 응원하고 나섰고,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도 USAID는 "범죄조직"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환영했습니다.
'헝가리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USAID를 통한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을 축하하면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갱단 폭력을 단속하기 위해 권위주의 전술을 채택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한 게시물에서 "자금이 야당 단체, 정치적 의제를 가진 NGO, 불안정한 운동에 흘러 들어갔다"면서 USAID 지원프로그램을 비판했습니다.
USAID 예산 중 민주주의 증진 예산은 전체 예산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골로스라는 선거 감시단체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2011년에 치러진 의회 선거 과정에서 광범위한 투표 부정을 포착했습니다.
부정선거에 대한 분노는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반대하는 사상 최대의 시위로 이어졌고, 지난해 옥중 사망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끌었던 반체제 운동도 탄력을 받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외국에서 지원금을 받은 사람을 예수를 박해자들에게 팔아넘긴 유다에 비유했고, 이듬해에 USAID 자금이 러시아 단체로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 언론매체와 인권단체에 자금을 지원해 이란 지도부를 전복하려는 비밀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자금을 받은 단체를 'CIA(미 중앙정보국) 요원'으로 부르며 신뢰도를 떨어뜨리려고 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민주주의 프로그램 담당자인 토머스 캐로더스는 "USAID 해체 소식에 전 세계 독재자들은 축하하고 전 세계 민주주의자들은 한탄할 것"이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이는 소규모 조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이것은 정부의 도둑질을 폭로하려는 반부패 활동가들이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독립 언론사들이 그 일을 할 자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 내 노동자 인권 감시 단체 '중국노동감시'(China Labor Watch) 설립자인 리창은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의 행동은 중국과 다른 권위주의 정권에 상당한 기회를 창출했다"며 "미국이 대외 원조를 줄이고 경제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인권, 환경 보호, 노동권을 소홀히 하면서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중국의 성공 모델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USAID 폐쇄가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져 미중 패권다툼에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력확장 전략으로 집중하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옵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수석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 영향력이 줄어 다른 국가가 공백을 메울 것"이라며 "분명히 중국이 그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그간 일대일로가 경제협력, 동반성장 수단을 넘어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를 세계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USAID 원조는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확산하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기관입니다.
2023년에 USAID 예산은 미국 연방 예산의 0.7% 정도였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0.4% 정도였습니다.
미국이 USAID 해체에 나서면서 서방에서는 유럽이나 민간 기부자가 미국이 빠진 자리를 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진 않습니다.
망명 중인 러시아 석유 재벌이자 푸틴의 정적인 반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지난 3일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과 동료 사업가인 보리스 지민이 "러시아어 미디어, 인권 및 분석 프로젝트, 우크라이나에서 운영 중인 인도주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으나, 모든 지원금 수혜자에게 전액을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의 젤리케 크사키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직접적 민주주의 증진 프로그램에 연간 약 20억 달러(약 2조9천억 원)를, 유럽은 약 40억 달러(약 5조8천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고 계산했는데, 유럽이 미국의 지출을 대체하기 위해 예산을 50% 추가 배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당장의 문제는 USAID 해체 속도라며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났고, 문을 닫아야 할 조직이 많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대응할 때쯤이면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한 생태계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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