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목민 시대, 포르투갈의 딜레마

디지털 유목민 시대, 포르투갈의 딜레마

2025.02.09. 오전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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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포르투갈은 고품질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디지털 유목민에게 매우 매력적인 나라로 꼽힙니다.

하지만 디지털 유목민의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생활비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상황을 남태호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반짝이는 햇볕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우르사 해변.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는 인파 속에 업무에 집중한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통신 기술의 발달로 사무실을 떠나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일하는 이른바 '디지털 유목민'입니다.

[루이 미겔 라데이라스 / 디지털 컨설턴트 전문가 : 포르투갈은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자연경관, 그리고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합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포르투갈은 발전된 코워킹 스페이스와 고품질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 있어 디지털 유목민에게 적합합니다.]

2009년 세계 금융 위기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은 포르투갈.

정부는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젊고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지인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비자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다양한 혜택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의 지속적인 유입은 현지 주민들에게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유목민이 많이 정착하는 리스본 등 주요 도시에서 주택 수요가 급증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라파엘 콘두타 / 부동산 전문가 : 디지털 유목민이 포르투갈, 특히 리스본에 유입된 이후로 부동산 수요가 75% 증가했습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포르투갈 주민이 주택을 구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처럼 외부인과 자본 유입으로 임대료 등이 폭등하면서 원주민이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심각한 상황.

디지털 유목민의 높은 소득에 맞춰 재형성된 지역 경제는 소득이 낮은 현지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아나 카르도조 / 리스본 거주자 및 직장인 : 리스본 지역에는 디지털 유목민과 외국인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로 인해 상업 활동이 외국인과 관광객 위주로 재편되었습니다. 상업 환경이 포르투갈 주민들보다는 외국인을 더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포르투갈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거 불안정과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나오고 있는 디지털 유목민 정책.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지역 주민과 균형을 맞춰 상생하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YTN 월드 남태호입니다.




YTN 남태호 (kimmj04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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