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동전 등 '깨알 지시'에 맛들인 트럼프...'민생엔 손놔' 지적도

빨대·동전 등 '깨알 지시'에 맛들인 트럼프...'민생엔 손놔' 지적도

2025.02.16. 오전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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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 이래 굵직한 정책 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 허용, 1센트 동전 주조 중단, 지명 변경 등 갖가지 '깨알 지시'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사소한 사안들은 건드리면서도 치솟은 계란 값 등 생활과 직결되는 민생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취임 2기 들어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짜증스럽게 여겼던 사안들에 대해 상식을 되찾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그동안 불만이나 문제 제기의 대상이었으나 대통령이 정색하고 직접 해결에 나서기에는 지나치게 사소한 문제로 여겨졌던 것들이라는 지적입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자신의 직감적 판단이 정확하고 연방 정부와 국가 전체에 이를 따르도록 지시할 만하다는 자신감을 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그만 이슈들을 해결하겠다는 열의에 넘쳐서 선거 운동에서 강조한 민생 문제를 놓쳐버릴 수 있다는 점이 대통령에게는 위험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10일 저녁 집무실에서 '종이 빨대 사용 종식을 위한 국가 전략' 개발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플라스틱 빨대로 되돌아간다"고 밝혔습니다.

또 종이 빨대에 대해 "정부와 사기업 양쪽에 엄청난 돈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국의 소비자들이 빨대에 매우 불만족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9일에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흐물흐물해진다", "끔찍하다"며 감정 섞인 다양한 표현을 동원해 종이 빨대에 대한 혐오를 반복해서 드러냈습니다.

이어 2기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에는 멕시코와 쿠바, 미국으로 둘러싸인 바다인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개칭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여기에는 알래스카에 있는 북미 최고봉 '더날리'의 이름을 '매킨리'로 되돌리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매킨리'를 '더날리'로 공식적으로 변경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트럼프가 이를 되돌렸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들 지명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대로 다시 변경했으며 구글과 애플 등도 미국 내 지도 서비스에서 마찬가지로 조치를 취했습니다.

백악관은 AP 통신이 편집 방침상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을 계속 쓰기로 했다는 이유로 AP 통신 출입 기자들의 취재 현장 참석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2월 9일을 '미국만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또 1센트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2센트가 넘는데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1센트 동전을 주조해왔다면서 1센트 동전 주조 중단 방침도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수도 워싱턴DC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 예술 센터'의 대표이사와 이사들을 교체하고 이사장직은 본인이 직접 맡겠다고 트루스 소셜 게시물로 발표했습니다.

센터의 운영 방향과 프로그램이 트럼프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깜짝 발표 닷새 뒤인 12일에는 실제로 이사회가 열려 대표이사, 이사 교체와 이사장 선출을 완료했습니다.

1958년 제정된 '국립 문화 센터법'을 근거로 설립된 센터의 이사 임명 권한을 대통령이 갖고 있긴 하지만, 대통령이 일일이 인사에 관여하거나 본인이 이사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사직에서 해임된 민주당 인사 크리스 코지는 "미국의 노동 계급 국민은 케네디 센터 이사가 누가 되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정말 신경 쓰는 문제는 살아가는 데 드는 비용인데, 오늘날 트럼프 행정부는 계란이나 커피 가격을 내리는 데에는 아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미국 내 계란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에 15.2% 올랐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53% 치솟으며, 2015년 6월 이래 거의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로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는 1년 전보다 3%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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