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뱅킹 쓰세요" 직원 안내에…中 70대, 2시간 헤매다 돌연사

"모바일 뱅킹 쓰세요" 직원 안내에…中 70대, 2시간 헤매다 돌연사

2025.02.24.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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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뱅킹 쓰세요" 직원 안내에…中 70대, 2시간 헤매다 돌연사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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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해외 송금을 위해 은행 점포를 찾은 70대 노인이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시라"는 직원의 안내에 2시간 가까이 헤매다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시간 22일 중화망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리 모 씨는 "고령의 아버지에게 적절한 업무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모바일 뱅킹을 강요하다 아버지가 사망하게 했다"며 중국 난징의 한 중국은행을 상대로 지난 12일 소송을 제기했다.

리 씨의 소장에 따르면 74세였던 리 씨의 아버지 A씨는 지난해 10월 해외에 사는 리 씨에게 송금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해당 은행을 방문했다. 오전 9시 은행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도착해 번호표 1번을 받은 A씨는 직원이 있는 창구로 갔으나, 직원은 A씨에게 모바일 뱅킹 업무를 안내하며 점포 곳곳으로 이끌고 다녔다.

당시 리 씨는 오전 10시 42분쯤 부모와 영상 통화를 했는데, 이때까지도 아버지는 송금 업무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10분 정도 지난 뒤 A씨는 갑자기 쓰러졌고 이틀 뒤 사망했다. 사인은 외부의 심한 압박으로 뇌가 본래 위치에서 밀려나오는 뇌 탈출로 인한 뇌출혈이었다.

리 씨는 은행 폐쇄회로(CC)TV를 통해 아버지가 쓰러지기 전 약 2시간가량의 행적을 확인했다. 아버지 A씨는 처음 몇 분 동안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보다 그 뒤에는 직원의 지시에 따라 로비에 있는 ATM 기기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다시 은행에 들어가기도 하고, 은행 이곳저곳을 누비며 본인 인증을 위해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여러 번 찍기도 하며, 리 씨 어머니가 남편을 도와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모습도 담겼다.

그러다 A씨가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을 떨고,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리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오전 10시 49분쯤 은행 직원이 A씨에게 물이 필요한지 물었고, 약 4분 뒤 리 씨의 아버지는 쓰러졌다. 은행 직원의 신고로 곧장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리 씨는 은행의 업무 처리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 씨는 "평소 모바일 뱅킹을 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굳이 모바일 뱅킹을 개통하려 했으며, 장시간에 걸쳐 안면 인식을 시도했다"면서 "다른 지점에서는 노인을 배려해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버지가 로비에서만 40여 분의 시간을 보낸 점을 문제 삼으며, 다른 지점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해 본 결과 창구에서 1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2021년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은행들이 창구에서의 서비스 절차를 개선하고 관련 인력을 유지·확충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들이 점포를 찾은 노인들에게 모바일 뱅킹 등 스마트 기기 사용을 안내하고, 노인 전담 창구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중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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